29.과학의 이해 (책소개)/1.기후환경문제

기후 돌봄 (2024) - 거친 파도를 다 같이 넘어가는 법

동방박사님 2024. 5. 1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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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후 응급상황, 기후비상사태가 디폴트값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걸까?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국(CCCS)이 최근 발표한 지구평균온도 측정 결과, 기후 지체(climate lag) 현상에 관한 연구 결과 등은 ‘그렇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기후환경 훼손의 심화로 지구상 거의 모든 생물과 사회적 약자들의 (잠재적) 취약함이 증대하고 있고 사회 재생산의 기반이 교란되고 있다. 이제는 기후 완화(온실가스 감축) 행동 못지않게 기후 회복력/돌봄 역량 강화가 ‘사회의 의무’로 등장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상황 인식하에 근미래의 위험 상황 속에서 요구될 전면적인(마음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전면적인) 인간/비인간 돌봄을 ‘기후 돌봄’이라고 규정하고, 기후 돌봄 연대를 위해 우리 사회에 어떤 구체적 실천이, 왜 필요한지를 탐구했다.

기후 · 불평등 · 돌봄/재생산 위기라는 다중 위기가 돌봄을 중심 원리로 하는 사회경제 체제의 발명을 촉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저자들은 공유한다. 돌봄 혁명이야말로 이 위기를 타개할 유효한 방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조명한 것은 미래에 가능할 거시적 돌봄 혁명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 현실에서 ‘활력의 소재지이자 피난처로서의 공동체’가 실행할 수 있는 조용한 돌봄 혁명이다. 인간 너머 비인간 존재도 새로운 친족/멤버로 초대하는 돌봄 공동체의 일상적 상호부조 혁명이 이들의 관심사이다.

목차

1. 기후 돌봄 선언 우석영 외

2. 기후 회복력의 시대, 돌봄의 확장 신지혜

기후변화 대응에서 회복력과 돌봄의 의미
돌봄 대상의 확장―취약한 자 모두가 돌봄 대상이다
돌봄 공간의 확장―돌봄 관계자 간의 거리와 관계의 확장
돌봄 방식의 확장―취약성,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지와 포용
회복력 시대의 돌봄, 기후 돌봄

3. 지역공동체에서 시작하는 기후 돌봄 한윤정

돌봄을 삶과 사회의 중심에 둔다는 것
기후 회복력 강화와 기후 돌봄
풀뿌리 민주주의, 지역공동체, 지역 기후 돌봄
기후돌봄공동체의 가능성―서울의 세 사례를 중심으로
난잡하게 관계 맺기―부정적 커먼즈에 주목하라

4. 인류세의 비인간 돌봄 우석영

인류세, 테크노스피어, 비인간 존재
친족의 확장―‘누구/무엇까지’라는 문제
비인간/인간에 대한 이해―‘왜’라는 문제
상품 친교와 상품 돌봄―새로운 욕망의 분화구
결론―돌봄 x 창작의 땅으로

5. 돌봄과 탈성장―땅과 공통하며 미래로 돌아가기 권범철

탈성장의 의미
탈주로서의 탈성장
구성으로서의 탈성장
도시를 시골화하기
미래로 돌아가기와 새로운 친족 만들기

6. 기후 돌봄의 정치, 로컬에서 실천하기 이재경

서론
인간과 비인간을 통합하는 기후 돌봄의 정치
기후 돌봄 정치의 진지로서의 지역
지역 기후 돌봄 정치, 그 구체적 대안
저감과 적응, 두 갈래 기후정치/정책의 병행
결론

7. 한살림 생명운동으로 본 생태적 돌봄 조미성

들어가며―생태적 돌봄
한국 생명 담론에서의 돌봄―모심과 살림
유기농업―땅과 생명을 돌보기
한살림 돌봄운동의 지향과 실천
지역사회 생태적 돌봄을 위한 한살림 돌봄운동의 과제

저자 소개

저 : 신지혜
 
환경교육 · 생태전환 연구자. 간학문적 상상을 즐기는 ‘몽상가’로서 지속가능발전, 생태도시, 환경커뮤니케이션, 바이오필리아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방정부의 정책연구기관에서 일했고, 학교환경전문가로 교육행정을 담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학에서 <환경과인간>, <도시환경론> 등을 강의하며 다음 세대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고 있다. 한신대 생태문명원(연구위원),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객원교수), 환경...
 
저 : 한윤정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과정사상연구소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생태문명’이란 키워드에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생태적 전환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기획위원회와 워킹그룹에 참여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경향신문 사회부·경제부·문화부 기자,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관훈클럽 임...

저 : 우석영

생태전환 연구자. 지구철학 연구자.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전문가회원,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산현재 기획위원, 생태적지혜연구소 학술위원, 《다시 개벽》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태주의 사상, 생태 전환, 탈근대 전환과 관련한 글을 주로 쓰지만, 문학/예술 비평도 한다. 지은 책으로 『불타는 지구를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걸으면 해결된다 Solvitur Ambulando』(공저), 『동물 ...

책 속으로

인간과 생물, 즉 중생衆生이 전반적으로, 또 갑작스러운 방식으로 취약해지는 기후재난 상황 역시 이러한 양면적 의미의 돌봄 노동을 호출하는 국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불어난 강물에 휩쓸린 인체나 소의 신체, 토사에 휩싸이거나 태풍에 산산조각이 난 주택과 가구, 몇 시간 만에 거주지를 잃고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되고 만 인간, 폭염에 노출되어 열사병으로 쓰러진 건설 노동자의 신체…기후재난 상황 속에서 취약해진 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러한 각양각색의 몸들은 즉각적인 돌봄 노동을 필요로 한다.
--- p.15~16

기후재난 상황, 나아가 빈번한 기후재난이 예상되는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요청되는 돌봄을 ‘기후 돌봄’이라는 용어로 표현해보자고 우리는 제안한다. 그 최소한의 의미에서 기후 돌봄은 기후위기로 인해 삶 또는 자기실현이 어려워진
인간/비인간 약자들, 기후재난 상황에 처해 취약해진 인간/비인간 존재들을 돌보는 일을 뜻한다.
--- p.17

2024년 4월 9일, 유럽연합(이하 EU) 기상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국(Cor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이하 CCCS) 역시 충격적인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 p.19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발표한 새로운 EU 기후변화 적응 전략16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 과업을 사회 시스템의 체계적 전환 과제로 명시하고 있다. 이 적응 전략에 따르면, EU에 요구되는 적응 행동은 첫째, 지식과 정보의 대중화에
힘입은 정확한smart 것이어야 하고 둘째,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것이어야 하며 셋째, 속도를 높이는 방식의 신속한 것이어야 한다.
--- p.23

태풍이 망가뜨리는 건 그저 피해자들의 집이나 냉장고나 옷장만은 아니다. 세계와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 어떻게 해서든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감 역시, 태풍이 지나갈 때, 피폭되기 쉽다. 구호물품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것으로는 이러한 마음의 피폭이 쉽게 복구될 리 없다.
--- p.37

생태학자 홀링Holling은 물리학 용어로부터 시작된 회복력 개념을 ‘변화나 교란을 흡수하는 생태계의 수용력’으로 정의했다. 홀링의 생태적 회복력과 안정성 논의는 생태학뿐 아니라 심리학과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 p.47

생산을 위한 돌봄이 아니라 돌봄 자체가 목적이 되는 돌봄, 인간 돌봄을 넘어선 비인간 돌봄, 재난 상황에 노출된 모든 존재의 취약성을 고려한 돌봄이어야 한다.
--- p.85

부정적 커먼즈라는 개념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긍정적인 것으로만 간주돼온 커먼즈의 부정적인 얼굴(산업화 시대에 지구에 구축되고 남겨진 각종 인공물들로서 비인간 존재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인간
에게도 위해가 될 수 있는 것들)에 주목함으로써 해당 커먼즈가 다수의 손해를 바탕으로 일부에게만 이익을 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p.113

토마스 네일Thomas Nail은 이러한 스피노자적 인간관을 지구라는 컨텍스트로 옮겨와 이야기한다. 네일은 《지구론The Theory of Earth》(2021)이라는 저작에서 스피노자의 용어인 ‘변용affection’을 ‘접힘the folded’이라는 말로, 스피노자의 또 다 용어인 ‘실현방식/표현방식/양태mode’를 ‘측면/양상aspect’이라는 단어로 대체한다. 네일이 보기에, 우리 눈에 보이는 만물은 우주를 흐르는 에너지-물질이 접힌 것들이다.
--- p.145

요는 다르게 생존하는 법을 발명하는 것이다. 애나 칭Anna Tsing이 지적하듯 대중문화에서 생존은 정복과 팽창의 동의어로 여겨지지만, 사실 어떤 생물종이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건 “적합한 협력”이다. 생존은 언제나 타자를 수반하며
따라서 “우리는 생물종 내에서, 그리고 생물종 간에 이뤄지는 협력을 통해 변화한다.” 우리는 그 마주침을 통한 “오염”이 선사하는 가능성을 찾아나서야 한다. 여전히 부족한 생물종 내의 협력뿐 아니라 잘 시도하지 않았던 생물종 간의 협력, 땅과의 협력에 나설 순간이다.
--- p.194

이러한 광의의 기후 돌봄 정치의 단초는 이미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미 1990년대에 지구민주주의 개념을 다음처럼 제시하고 있다.
--- p.218

그런데 예상 외로 환경 · 기후위기 분야의 협치가 저발전되어 있고, 이러한 경향은 기초지자체로 갈수록 강해진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자체적인 근거 조례도 갖추고 있으면서 당연직 위원으로 서울시장의 참여를 명문화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데 반해, 자치구 단위에서는 관련 거버넌스가 잘 보이지 않는다.
--- p.228

한살림은 지속적인 농업살림을 위해 ‘생산안정기금’과 ‘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생산안정기금은 태풍, 장마, 이상기후 등에 따른 재해로 수확량이 평년작의 50%에 미치지 못할 경우 피해 농가에게 일정액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생산자와 조합원들이 전체 공급액의 0.1%씩을 적립하여 이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재난은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고, 해마다 생산안정기금의 사용횟수와 사용액은 늘어나고 있다.
--- p.274

출판사 리뷰

첫 번째 글인 ‘기후 돌봄 선언’은 기후 돌봄이 긴급하다는 요지의 선언문으로,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되어온 기후담론과 돌봄담론, 비인간 돌봄과 인간 돌봄을 통합해서 사고하고 이야기할 필요를 설명한다. 신지혜는 경제성장과 효율성 네러티브를 회복력과 확장된 돌봄 네러티브가 대체할 때 비로소 우리에게 희망이 보인다며 기후재난 시대에 돌봄 개념이 어떻게, 왜 확장되어야 하는지를 논한다. 한윤정은 돌봄 사회의 당위를 정리하고 역설하며 기후 돌봄의 행위주체로서의 지역공동체, 풀뿌리민주주의 강화를 통한 민주주의 재건 가능성, 부정적 커먼즈 돌봄의 필요를 이야기한다. 우석영은 인류세의 핵심적 · 상징적 물질계인 테크노스피어의 조정에 관심을 두고 비인간 돌봄, 그중에서도 상품 돌봄의 이유와 방법, 새로운 욕망을 자극하는 방식의 돌봄을 탐색한다. 권범철의 글은 탈성장의 구성적 면모에 주목하면서 비임금 생활자들의 돌봄 관계로서의 공통장 만들기 그리고 도시에서 땅과 공통하며 ‘생산적인’ 도시 만들기에 초점을 둔다. 이재경의 글은, 그 방점이 인간/비인간 통합적 행성정치 또는 기후 돌봄의 정치, 그리고 기후정치의 커머닝과 자연의 권리 운동을 비롯한 실천방안에 찍혀 있는데, 그가 보기에 이런 정치의 무대는 지역이어야만 효과적이다. 조미성은 ‘생태적 돌봄’이라는 화두를 든 채 서구의 돌봄 담론과 한국의 생명 담론을 비교한 후 유기농업의 돌봄 가치와 역량, 한살림 돌봄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논한다.

추천평

“공부가 무르익은 지구생활자들이 정성껏 만든 선물”
-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는 인류세에 확장된 친족들의 피난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손희정 (경희대 교수,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저자)
“기후위기라는 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단단한 철학, 마음을 다해 지킬 가치, 구체적인 방법”
- 김추령 (성공회대 연구교수, <지금 당장 기후 토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