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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바다 (2022) - 중세 지중해 교류사

동방박사님 2024. 6. 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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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세 천 년의 세월 동안 세 문명의 접점이 된 지중해,
그곳에서 펼쳐진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한 소통의 역사를 살펴보다

이 책은 서유럽의 기독교 문명, 비잔티움제국의 정교 문명, 그리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모두에 걸쳐 있던 이슬람 문명이 지중해를 매개로 7세기부터 16세기까지 펼쳤던 교류와 접촉의 역사를 기술한다. 한때 지중해를 제패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뒤를 이어 등장한 이 세 개의 문명은 지중해에서 상업, 기술, 학문, 문화, 예술 분야에 걸쳐 서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다양한 소통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상호 교류가 항상 평화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어서 종종 경쟁과 갈등을 유발했고 국지적인 전투나 큰 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수많은 교류의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중세 지중해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자연환경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자연이 만들어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7세기에 이슬람이 지중해로 진출한 후 기독교 및 정교 문명과 벌인 패권 쟁탈의 역사에 대해 개괄한다. 이와 더불어 그 당시 지중해에서 어떠한 교역 활동들이 이루어졌는지 그 전반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다양한 상품들의 교환과 문화의 전파에 큰 역할을 한 상인들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그리고 각 문명의 교류 과정에서 지식과 학문이 어떻게 수용되거나 또는 거부되었는지, 문화와 예술이 종교의 경계선을 넘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세 문명의 각축전 속에서 흥미로운 역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담고 있다. 가령 이슬람 문명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적 유산을 상속하며 성숙한 문명을 만들어나간 반면, 중세 초기 유럽 기독교 문명은 그것을 이교도의 소산으로 여겨 학문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것이나, 이자 대부업자를 단죄하며 상업 활동에 단호한 태도를 취했던 기독교도들이 아시아 향신료 교역을 둘러싼 치열한 무역 경쟁에 나섰던 것도 관심 있게 볼 만한 내용이다. 또한 200년 동안 계속되었던 불관용의 십자군 전쟁이 오히려 문명 간 교류를 활성화시킨 이야기, 구원을 얻으려고 지중해 건너편으로 고난의 행군을 떠났던 순례자들의 소통의 이야기,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치열한 해전과 육상 전투 이야기 등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여전히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고 있다. 문명 간의 충돌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와 공존 그리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명의 갈등과 충돌의 역사적 기원과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 현재의 우리의 삶에 적절히 적용해볼 필요가 있다. 세 문명의 교류와 갈등의 초기 역사를 다룬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현재를 이해하고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지혜를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서장. 지중해의 자연환경
1. 자연환경의 몫
2. 자연환경: 바람, 해류, 해안선
3. 자연환경과 기술의 상호 작용

1부 세 문명의 성립과 패권의 변화

1장. 세 문명의 성립과 발전
1. 세 문명과 종교
2. 서유럽과 기독교 문명
3. 비잔티움제국과 정교 문명
4. 이슬람 문명

2장. 문명의 충돌: 십자군 전쟁
1. 지중해의 전쟁들과 십자군 전쟁
2. 1차 십자군과 라틴 왕국
3. 기독교 세계를 공격한 4차 십자군
4. 십자군과 기사단
5. 무슬림의 눈으로 본 십자군

3장. 문명의 상호 관계와 공존의 모색
1. 기독교와 이슬람의 상호 관계
2. 라틴 왕국에서의 기독교와 이슬람
3. 이베리아반도: 갈등의 공간인가?
4. 시칠리아: 공존의 공간인가?

4장. 패권의 변화와 지중해 세계
1. 중세 말 새로운 강자의 부상
2. 오스만의 팽창이 지중해 교류에 미친 영향
3. 인도 항로 개척이 지중해 무역에 미친 영향
4. 16세기 지중해 세계의 동향

2부 지중해 교역 활동의 양상

5장. 종교와 교역
1. 라틴 왕국의 몰락과 새로운 교역로의 부상
2. 맘루크제국에 대한 십자군 제청
3. 교황청의 무역 금지령

6장. 지중해 교역의 확대: 몽골 평화 시대 유럽과 아시아의 만남
1. 몽골 시대: 진정한 세계사의 시작
2. 몽골의 서방 진출과 선교사의 파견
3. 몽골 시대의 동서 교역
4. 아시아에 대한 환상
5. 유럽에서 온 편지

7장. 교역 상품들: 지중해를 움직인 원동력
1. 지중해 교역은 향신료 교역이었을까?
2. 지중해 교역은 사치품 교역이었을까?
3. 노예, 가장 고귀한 상품

8장. 이탈리아 상인의 전성시대
1. 지중해를 누빈 상인들: 유대인, 그리스인, 이슬람인
2. 이탈리아 상인의 활약상

3부 교류와 접촉의 장, 지중해

9장. 학문과 지식의 수용과 거부
1. 종교,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다
2. 아바스의 지식 혁명과 지혜의 집
3. 12-13세기 번역 운동: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4. 비잔티움 르네상스

10장. 종교의 경계선을 넘어선 문화와 예술
1. 유럽 예술과 문화 속의 이슬람 세계
2. 이슬람 예술과 문화 속의 유럽 세계

11장. 타자의 세계로 들어간 순례자들
1. 순례: 낯선 세계로 떠나는 위험천만한 모험
2. 기독교인들의 예루살렘 순례
3. 이베리아반도 출신의 무슬림 이븐 주바이르의 메카 순례
4. 12세기 유대인 순례자 벤야민 투델라

저자 소개 

저 : 남종국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프랑스 파리 1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세 지중해 문명 교류의 역사, 중세 이탈리아 상인들, 몽골 평화 시대 동서교류사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 「중세 해상 제국 베네치아: 신화인가, 실체인가?」「1480년 예루살렘 순례 여행」등이 있고, 「상업 기록 속의 중세 이탈...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지중해의 자연환경의 특성과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서술한 서장을 시작으로 총 3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에서는 지중해의 패권 장악에 큰 영향을 미쳤던 지중해의 자연환경에 대해 바람, 해류, 해안선 등 지리적 요인들을 중심으로 알아보고 자연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살펴본다.

1부에서는 7세기 이슬람이 지중해로 진출해 서유럽 기독교 문명과 비잔티움제국과 지중해를 두고 벌였던 패권 쟁탈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우선 1장에서는 세 문명의 초기 성립 과정을 살펴본다. 기독교 문명, 정교 문명, 이슬람 문명이 교세를 확장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역사를 둘러보고, 세 문명이 지중해에서 먼저 출현한 종교와 문명으로부터 많은 원리를 차용했으며 결과적으로 여러 공통점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을 확인한다.

2장에서는 중세 지중해의 세계대전이라 불릴 만한 십자군 전쟁에 대해 다룬다. 중세 지중해의 교류 과정에서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고 전쟁으로 이어진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오래 지속된 십자군 전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이 전쟁이 문명 간 교류의 단절이 아니라 확대를 가져오면서 어떻게 지중해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지중해 세계 내부의 연결을 공고히 했는지 짚어본다.

3장에서는 패권의 변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지중해의 여러 문명과 세력이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했는지를 살펴본다. 영토를 확장하고 정복하여 식민지를 건설하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중세 내내 계속되었다. 전쟁의 결과 영토의 주인이 바뀌는 지역들이 자주 생겨났는데,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신앙이 다른 경우 심각한 갈등과 충돌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문명과 세력들이 어떻게 공존을 모색했는지 살펴본다.

4장에서는 중세 말과 근대 초 지중해 세계의 패권 변화와 그것이 초래한 결과를 고찰한 다. 구체적으로 오스만과 에스파냐제국의 부상 그리고 포르투갈의 인도 항로 개척이 지중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보고, 지중해 세계가 16세기에 쇠퇴하고 유럽 문명의 중심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겨갔다는 전통적인 해석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해본다.

2부에서는 지중해 교역 활동의 양상과 상인들의 활약상, 다양한 교역 상품들에 대해 살펴본다. 5장에서는 기독교의 교리와 정책이 상업 활동과 교역을 제한했던 역사를 분석한다. 상인과 상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이자 대부를 금하는 교리, 이슬람과의 교역을 금하는 교황의 포고령이 지중해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살펴보고. 특히 교황청이 이슬람 세계와의 무역 금지라는 수단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알아본다.

6장에서는 몽골 평화 시대에 지중해 교역의 지리적 범위가 확대되었던 역사를 다룬다. 7세기 이슬람의 지중해 진출 이후 기독교 세력은 아시아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이슬람 상인들의 중개를 통해서만 향신료와 비단 등의 아시아 상품들을 수입할 수 있었다. 13세기 몽골제국은 바로 이런 구조를 무너뜨렸다. 몽골이 극동에서 동부 유럽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정복하고 대제국을 건설하고 인간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기독교 세계는 아시아와 직접적인 교류와 접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몽골 평화 시대라 불리는 이 시기에 유럽과 아시아 세계의 상호 교류는 근대 세계의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했음을 살펴본다.

7장에서는 지중해를 통해 거래되었던 다양한 상품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중세 지중해 교역은 향신료와 같은 값비싼 상품을 주로 거래하는 사치품 교역이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향신료 외에도 직물, 염료 및 안료, 노예 등 다양한 상품이 대규모로 지중해를 통해 유통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중세 지중해 교역이 소수의 사치품에 한정된 교역이 아니었음을 밝힌다.

8장에서는 중세 후반 지중해 교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이탈리아 상인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7세기부터 16세기까지 지중해에서의 무역 활동은 다양한 부침을 겪었지만, 중단 없이 지속되었고, 시기별로 이를 주도하는 세력들도 달라졌다. 이 책에서는 중세 후반 지중해 교역에서 독점에 가까운 위치를 확보했던 이탈리아 상인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활동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접촉의 장이 되었던 지중해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9장에서는 학문과 지식의 교류를 지식의 수용과 거부라는 틀에서 분석한다. 중세 초기 교회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저작들을 해로운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막기도 했는데 11, 12세기까지 이슬람 왕조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 페르시아 문명, 힌두 문명의 업적들을 아랍어로 번역해 지적 혁명을 이루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지식과 학문을 대하는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태도는 역전되었다. 이 장에서는 새 학문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개방적 자세가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살펴본다.

10장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의 문화와 예술 작품에서 교류와 접촉의 역사를 확인한다. 예술 작품과 건축물은 문명 간의 접촉과 상호 교류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척도이다. 지중해의 세 문명은 서로 반목하면서도 화가와 학자를 교환하면서 서로를 모방하기도 했다. 그림, 조각, 건축물, 비문 등은 당시 교류가 지중해를 넘어 아시아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국제적이었음을 보여준다.

11장에서는 종교적 교류의 한 형태인 순례에 대해 다룬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신앙을 고취하기 위해 순례를 중요한 종교적 행위이자 의무로 가르쳤는데, 중세 지중해 세계에서 순례는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순례자들이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기독교 순례자들은 현지의 무슬림과 만났고, 이베리아반도의 무슬림은 메카와 메디나 순례를 위해 기독교 선박을 이용하곤 했다. 이렇듯 순례는 세 문명의 교류와 접촉이 이루어지게 했고 서로를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