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대한민국 현대사 (책소개)/2.정부수립이후

리영희 : 한국현대사의 길잡이

동방박사님 2021. 11. 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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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삶을 통해 본 한국 현대사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니 오히려 한국의 현대사에서는 개인의 불행이 사회의 행복에 기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리영희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표현대로 “60% 저널리스트, 40% 아카데미션”인 리영희는 한국 현대사에 최상급의 증언과 기록을 남겼다. 그의 글은 곧 그의 무기였다. 언로가 폐쇄되고 사실과 진실의 발설에 보복이 가해지던 상황에서 글은 곧 실천, 그것도 무서운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리영희만큼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을 더 직접적으로 광범위하고 치열하게 겪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굽힘 없는 글쓰기를 통해 현실을 고발했고, 그러는 가운데 누구보다 더 넓은 행동반경에서 살아왔다. 멀쩡하던 대학생들이 그의 책만 읽으면 충격을 받아 이상하게 변해가고, ‘청운의 꿈을’ 내던지고 진실과 인권과 상식의 가치에 입각해 이 사회와 나라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의 치열한 현실 밀착적인 글쓰기가 곧 그의 글에 현실적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어떤이들은 그를 ‘의식화의 은인’이라 불렀고, 병영체제 수호를 위해 애쓰던 사람들은 ‘의식화의 원흉’으로 보았다. 개인적 삶에서는 최소한의 방어조차 거부했던, 시종일관 “흐트러지게 걷지” 않으려 했던 리영희는 아홉 번이나 연행되어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이나 재판받고, 언론계에서 두 번 쫓겨나고, 교수 직위에서도 두 번 쫓겨났다.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1012일에 이른다.

질곡 많은 한국 현대사에서 그의 삶이 평탄하지 못했던 것은,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결코 실천적 글쓰기의 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의 삶이 곧 한국 현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이다.


  • 제1장 1940년대: ‘완전한 무질서’ 속에서
    제2장 1950년대: 전쟁과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
    제3장 1960년대: 기자의 열정으로 ‘신들린’ 세월
    제4장 1970년대: 전환시대의 ‘우상과 이성’
    제5장 1980년대: ‘광주 학살’의 광기 속에서
    제6장 1990년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제7장 2000년대: 휴전선 남·북에는 천사도 악마도 없다

    맺는말: 북한엔 ‘리영희’가 존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