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서양사 이해 (책소개)/2.서양고중세사

중세와 화폐

동방박사님 2021. 12. 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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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세의 경제와 생활, 사고방식에서
화폐의 운명은 어떠했는가


이 책에서 저자 자크 르 고프는 중세의 경제·생활·사고방식에서 여러 화폐의 운명이 어떠했으며, 종교의 지배를 받은 이 사회에서 기독교인이 화폐와 마주하여 고수해야 하는 태도와 기독교인에게 가능한 화폐의 용도를 교회가 어떻게 고찰하고 가르쳤는지를 설명한다. 도시와 상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국가가 구성되는 가운데 화폐가 중요한 구실을 했지만, 진정한 전 지구적 시장이 없던 중세에는 말기에조차 전자본주의를 겪지 못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래서 주목할 만한 몇몇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중세 경제는 서서히 그리고 제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중세에는 화폐를 증여하는 것이 화폐를 버는 것만큼이나 중요했다. 화폐의 자리가 여러 행위와 의식 속에서 확대되었다고 해고 이 세계의 부는 아직 진정한 부가 아니었다. 이 책에서 자크 르 고프의 명확한 설명은 통념을 바로잡는다.

목차

감사의 글
서문

01 로마 제국의 유산과 기독교화의 유산
02 샤를마뉴 대제 시대에서 봉건시대까지
03 12~13세기의 전환기에 비상하는 주화와 화폐
04 13세기, 찬란한 화폐의 시대
05 상업혁명이 일어난 13세기의 교역, 은, 화폐
06 화폐와 여러 정체의 탄생
07 대출, 부채, 고리대금
08 새로운 부와 가난
09 13~14세기, 위기에 처한 화폐
10 중세 말에 개선되는 재무 체계
11 중세 말에 여러 도시와 통치 체계 그리고 화폐
12 14~15세기의 가격과 임금 그리고 주화
13 탁발수도회와 화폐
14 인문주의와 메세나 그리고 화폐
15 자본주의 혹은 카리타스?

결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자크 르고프 (Jacques Le Goff)
 
1924년 남프랑스 항구도시 툴롱Toulon에서 태어나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역사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아날학파 제3세대를 대표하는 심성(心性)사학자인 그는 고등연구원Ecole Pratique des Hautes Etudes 제6부 교수와 사회과학대학원Ecole des Hautes Etudes en Sciences Socials 원장, 그리고 같은 대학원 서양중세역사인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페르낭 브로델을...

역 : 안수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수료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물리로 이루어진 세상』, 『적』, 『하루 10분 일주일 딸과 함께 문화 논쟁』, 『하루 10분 일주일 중세여행』, 『하루 10분 일주일 딸과 기후변화를 생각하다』,『하루 10분 일주일 그리스 신과 만나는 시간』,『멀리 더 멀리 가까이 더 가까이 자세히 보는 자연』, 『물리로 이루어진 ...
 

출판사 리뷰

중세에는 자본주의 혹은 전자본주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과연 중세에 자본주의 혹은 전자본주의가 존재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경제의 기본인 화폐가 과연 중세의 생활 전반에 깊고도 보편적으로 스며들었는지를 대가다운 솜씨로 잘 빚어내고 있다. 결론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본주의도 전자본주의도 중세에는 전혀 자리 잡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16~17세기에 비로소 자본주의에 대한 보편적인 조건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중세 유럽에 존재하지 않은 자본주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저자는 긴 중세의 경제생활과 일상생활을 탐구해 들어간다. 이 탐구를 통해 중세에 자본주의가 정립되지 못한 조건들을 찾아내는데, 그 첫 번째는 귀금속이든 이미 중국인들이 사용하던 지폐든 간에 화폐를 충분히, 정기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수차례 통화 기근 위기에 몰렸고 15세기 말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세 유럽이 아주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권력이 보편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16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여러 제후국으로 분할되어 지역마다 다른 화폐가 사용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세 말부터 동방과 교역을 통해 여러 조건이 호전되던 것도 국지적인 단계에 머물러버렸다. 특히 14세기에 창궐한 페스트로 말미암은 급격한 인구 감소는 자본주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되었다.

자본주의가 정착하는 데 필요한 두 번째 조건은 다양한 시장 대신 단일 시장이 형성되는 것인데, 중세에는 시장이 열려 곳곳에서 다양한 주화가 유통되었다. 유럽의 그 어떤 곳에서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에서 주화 사용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저자가 주장하는 세 번째 체제는 어떤 기관의 등장인데, 15세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1609년 마침내 암스테르담에 설치된 상품 및 증권거래소 같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자본주의의 보편적 정착에 장애 요소로 본 것은 중세의 가치 개념이었다. 그것은 바로 ‘카리타스’ 개념으로 중세의 화폐가 관련된 경제 유형을 규정하길 원한다면 바로 기부의 영역을 살펴봐야 한다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카리타스’는 중세에 인간과 신 사이, 그리고 모든 사람들 사이에 아주 중요한 사회적 관계를 구성했다. 따라서 중세에는 독립적인 경제가 존재하지 않았고 사회 전체가 종교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경제 역시 그 속에 얽혀 있었으며, 따라서 화폐는 중세 서구사회의 경제적인 실체가 아니었다. 즉 화폐의 본질과 사용은 다른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서방 세계에서 자비는 사회적인 가치 가운데 최상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중세 유럽에서 어떤 유형의 경제가 관건인가? 바로 증여경제다. 보편적으로 기독교 교리의 사회 모델에서 ‘전형적인 증여’는 신의 자비를 마음속에 두는 인간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자선이라는 아주 중요한 행위로 중세에 혹시 있을 수 있는 화폐 사용이 정당화했다는 사실은 이해할 만하다. 자선 행위는 대개 교회의 중개와 통제를 거쳤으므로 화폐 사용을 비롯해서 중세사회 교회의 지배권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중세에 확산되는 화폐 문제는 기부의 확대와 연관 지어야 한다. 중세 말에 상업상의 교역과 화폐 사용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자발적인 기부가 증대했는데, 자발적인 기부가 지상의 권력자들이 징수하는 세금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논리를 잘 반영한다.
이와 더불어 화폐 가치에 대한 관점 변화를 가격 결정과도 관련지어 살펴봐야 한다. ‘정당한 가격’이라는 것도 교회의 구상에 잘 부응하는 것으로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첫 번째는 국지적으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당한 가격은 일정한 장소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거래에 이용되는 가격이 안정되고 공동선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는 자본주의의 일반 개념인 “통상적인 의미의 경쟁과 자유로운 수요, 공급 작용과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세 번째는 13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기욤 도베르뉴, 보나벤투라, 토마스 아퀴나스에게서 정당한 가격의 개념은 ‘정의’처럼 ‘카리타스’에 기초해 있다. 정당한 가격의 개념은 ‘정의’라는 말을 참조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결합해보면 15세기 말 중세의 경우조차 자본주의나 심지어 전자본주의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진다. 16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본주의에서 발견되는 요소들이 나타난다. 16세기부터 아메리카대륙에서 공급된 풍부한 귀금속, 상품 및 증권거래소가 등장해 오랫동안 지속된 상황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더 멀리 나간다. 그는 연구 초기부터 ‘긴 중세’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긴 중세(un long Moyen Age)》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 그에 따르면 중세는 19세기가 되어야 비로소 끝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16세기와 17세기에 많은 혁신이 이루어졌지만 오늘날 우리가 지칭하는 화폐 분야에서 18세기까지 지속되는 긴 중세가 거론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18세기가 되어서야 경제 개념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220쪽).

이 책에서 저자가 궁극적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했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가? 역사 연구란 ‘사실’과 ‘시간’에 그 바탕을 둔다. 따라서 저자도 ‘중세 화폐의 역사’인 이 책에서 ‘로마제국의 유산과 기독교회의 유산’을 다룬 1장에서 중세 초기에 화폐가 쇠퇴한 이유(부족한 이유)를 도시와 대규모 무역이 쇠퇴함으로써 서구사회가 분할되어 특히 대영지 소유자들과 교회가 그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권력층의 부의 기반은 땅ㆍ농노ㆍ독립성이 줄어든 농민이라고 밝힌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총 15개의 장으로 나누어 화폐의 등장ㆍ번성ㆍ쇠퇴 등을 사회 사건과 배경 등과 관련해 설명한다. 3장에서 12~13세기의 전환기에 화폐가 비상하는 이유들―이동하는 상인들의 정주, 도시의 비약적인 성장, 금화로의 회귀, 수익의 확대 그리고 어느 정도의 한계와 조건 내에서 처음으로 수익의 확대를 정당화하려 했던 사례들, 고리대금과 고리대금업자들을 단호히 비난하다가 수익과 이자, 그들이 쌓아올리는 부에 어느 정도 면죄부를 준 것, 주화의 보급과 관련 법규, 특히 군주의 권력을 비롯한 공권력 강화에 기인한 규제, 노동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교육의 발전, 법 적용의 확대―등이라고 밝힌다.(29쪽) 5장에서는 13세기에 상업혁명이 일어났으며, 은의 풍부함으로 은화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밝힌다. 따라서 화폐의 발전에 결정적이었던 때가 13세기임을 잘 서술한다.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유럽에서 어느 정도 화폐가 유통되었다. 게다가 서구에서, 영주 사회 그리고 특히나 도시 사회에서 상류층 부르주아 계급의 사치가 확산된 것이 화폐 사용의 확대와도 연관이 깊다. 그러나 이 책 속에 교회나 제후들이 사치의 확산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고 금지하기도 한 법령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러한 저자의 세심한 연구는 13장까지 계속되며, 14~15장은 결론에 해당한다. 14~15장에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중세에 자본주의라고 할 만한 조건들이 이미 존재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많은 역사가들을 불러낸다. 브로델과 베버, 마르크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 외의 군소 학자들의 견해들을 비교, 검토, 종합한다. 저자의 결론은 “자본주의는 중세에 탄생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전자본주의의 시대가 아니었다. 16~18세기에 비로소 ‘대혁명’이 일어난다. 중세에는 경제 권력과 마찬가지로 화폐가 기독교의 가치 체계 및 기독교 사회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세의 창의성은 다른 곳에 있다”(227~228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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