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중국.동아시아 이해 (책소개)/3.중국근현대사

새로쓰는 중국 혁명사 (1911~1949)

동방박사님 2022. 2. 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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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삼국지』보다 장중하고 『열국지』보다 복잡하고
『수호지』보다 잔인하고 『서유기』보다 괴기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끔찍한 몸부림


아편전쟁의 충격으로 시작된 중국의 변혁은 태평천국의 난과 양무운동, 청일전쟁, 무술변법, 의화단운동,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숱한 피바람을 몰고 왔다. 외세의 침탈로 중화주의가 붕괴되고 비참한 현실이 지속되자, 중국인들은 자력갱생을 통한 외세의 축출과 공화정에 대한 열망으로 결집하여 5·4운동과 신해혁명의 불꽃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수많은 혁명가들의 피땀으로 이룩한 중화민국은 군벌의 난립과 북벌전쟁, 중원대전, 국공내전, 중일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1949년 모택동에 의해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하기까지 중국인들은 실로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치렀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굶어 죽고, 수많은 인민이 자의반타의반 대륙에서 대만으로 이주하는 사건이 있었다. 모택동의 공산정권 시기에도 인민공사와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같은 급진 정책의 파장으로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갔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하방이란 명목으로 도시에서 쫓겨나 강제노역과 기아에 시달렸다.

20세기 중반 핑퐁외교를 통한 미국과의 수교, 소련권의 붕괴, 등소평의 개혁개방을 거쳐 오늘날의 중국굴기를 완성하기까지 근 백여 년 동안 중국인들이 배회한 세계는 『삼국지』보다 장중하고 『열국지』보다 복잡한 권력투쟁의 무대였으며, 『서유기』의 귀기가 따라잡을 수 없는 요괴들의 공간이었고, 『수호지』의 호걸들이 등을 돌릴 만큼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시기의 중국사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끔찍한 몸부림이었다.”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필자는 현대중국사의 정화인 신해혁명으로부터 시작하여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에 이르기까지 그 내밀한 전개 과정을 꼼꼼히 더듬어볼 것이다. 이를 통해 비정한 국제정치의 본색과 끔찍한 전쟁의 이면을 직시하고, 당대에 혁명이란 미명하에 자행된 인간 군상들의 음모와 배신, 협잡과 치부의 실상, 자유와 민주에 대한 중국인들의 끝없는 열망을 그려내고자 한다.

목차

일러두기
머리말

제1부 신해혁명

혁명전야
봉건체제의 균열 / 혁명은 천명도 바꿀 수 있다 / 추용, 혁명을 노래하다
손문의 등장
광동봉기 / 손문의 삼민주의 / 보황파와 혁명파 / 강유위와 양계초 / 재일유학생들의 반청운동
신해혁명
동맹회의 탄생 / 무창봉기 / 장개석의 등장 / 비밀결사 청방의 암약 / 청조의 멸망과 손문의 실각
■ 더 들여다보기_ 중국의 군벌: 현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북양군벌 / 동북군벌 / 서북군벌 / 산서군벌 / 상계군벌 / 광서군벌 / 광동군벌 / 운남군벌 / 신강군벌 / 마가군벌 / 사천군벌

제2부 국민당과 공산당

5 · 4운동
원세개와 채악 / 복벽운동과 제1차 광동정부 수립 / 5 · 4운동 / 모택동의 등장
중국공산당의 등장
중국의 공산주의 태동 / 중국공산당의 창립과 초기 활동 / 제2차 광동정부 수립
소련과 국민당
제1차 국공합작 / 황포군관학교와 국민혁명군 / 송자문의 등장 / 피의 수요일 / 손문의 최후
■ 더 들여다보기_ 직봉전쟁: 천하를 놓고 싸운 오패부와 장작림

제3부 장개석의 중화민국

손문의 후계 투쟁
요중개의 암살과 장개석의 약진 / 무한정부의 출범 / 4 · 12 쿠데타
국민당과 공산당의 결별
무한정부의 종말 / 떠나는 보로딘 / 송미령과 송경령
공산당의 도시폭동
남창봉기 / 추수폭동 / 양개혜의 죽음 / 광동코뮌
정강산 투쟁
주모군 창설 / 파르티잔 운동 / 모택동의 변신
■ 더 들여다보기_ 중원대전: 장개석 중원을 평정하다
편견회의 / 장계전쟁 / 제1차 장풍전쟁 / 반장연맹의 결성 / 제2차 장풍전쟁 / 반장연합군 결성 / 중원대전 / 승자와 패자

제4부 공산당의 대장정

장개석의 체카
CC단과 남의사 / 상해사변 / 송자문과 공상희
공산당 토벌작전
국민당군의 대공세 / 중화소비에트공화국 수립 / 공격과 방어
고난의 대장정
홍군의 서금 탈출 / 상강전투 / 장개석의 생각 / 준의회의 / 금사강 도하작전 / 노정교 도하작전 / 장국도와 모택동 / 대장정의 끝 / 제4방면군의 그날 이후

제5부 항일통일전선

서안사건
장학량과 모택동 / 납치와 연금 / 석방 교섭 / 장학량의 선택 / 섬감녕특구정부
제2차 국공합작
『중국의 붉은 별』 / 중일전쟁의 발발 / 남경대학살 / 평형관전투 / 태아장전투 / 신사군 사건
모택동의 당권투쟁
스탈린과 모택동 / 모택동의 당권 장악 / 모택동과 장개석 / 공포의 정풍운동 / 모택동과 왕명 / 모택동의 깃발 아래

제6부 중국과 미국

미국의 중국 원조
장개석과 루스벨트 / 플라잉 타이거즈 / 진주만 사건과 중국
항일전쟁과 미국
제1차 버마전투 / 드래건 레이디 / 장개석과 스틸웰 / 카이로 회담 / 송가황조의 종말
무너지는 일본
제2차 버마전투 / 일본군의 1호작전 / 스틸웰 사건

제7부 최후의 결전

국공 내전
중경 회담 / 북만주 결전 / 연안에서 중원으로
마지막 승부
요심전투 / 회해전투 / 평진전투 / 북경 입성 / 남경 함락 / 상해 결전 /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의 막전막후
농촌사회의 붕괴 / 경제정책의 실패 / 군부의 무능, 민심의 이반 / 패전의 뒤풀이 / 공포정치의 재림 / 그때 그 사람들

에필로그: 민주와 자유, 그 머나먼 길
북경의 봄 / 민주의 함성 / 천안문 / 목마른 겨울나무

참고문헌
찾아보기(인명)
찾아보기(지명)
 

저자 소개

저 : 나창주
 
노태우정부가 북방정책을 설계할 당시 공산권, 특히 현대중국정치의 전문연구가로서 협상의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부총장을 역임했고, 외무고등고시 전형위원, 외무부 자문위원, 국토통일원 연구위원을 지냈다. 민족사관정립위원장, 북방정책연구소장(1988-1992)을 역임했으며, 제13대 국회의원이었다. 그...
 

출판사 리뷰

중국혁명사, 왜 새로 쓰는가?

올해 2019년은 중국혁명이 모택동혁명으로 귀결된 지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49년 10월 1일 모택동은 북경의 천안문광장에서 중국인민공화국의 수립을 공표함으로써 약 40년간 점철한 혁명이 마무리되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현대 중국혁명의 역사는 하나의 줄기로 더듬어보기가 불가능하게 그야말로 변화무쌍, 복잡다단하다. 거론되는 주요 인물도 수백 수천이요, 그들이 헤집고 다닌 땅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광대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급변했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을 맞아, 중국은 선진 열강으로부터 실컷 두들겨 맞은 뒤에야 비로소 구(舊)대국의 환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천하의 중심이라 여겼던 중국이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식인과 민중은 5·4운동과 신해혁명을 통해 근대체제로의 탈바꿈을 시도했다. 하지만 과거 격동기의 중국사에서 누차 확인하듯, 대륙 중국이 하나로 고착하는 데는 장고한 세월이 요구되었다. 수십 년의 시간에 걸쳐 『삼국지』나 『수호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요동치는 역사, 밖에서 보기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의 재미(?)가 있으나 안에서 겪는 인민에겐 선혈로 범벅된 고통의 역사가 펼쳐지게 된다. 이 시기의 중국만큼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그 어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역사는 따로 없다.

평생을 중국 관련 연구에 투신해온 저자 나창주는 이 책의 구상을 10여 년 전에 시작하여 5년간의 집필과 다시 5년간의 정리 및 확인 과정을 거쳐 비로소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그동안 최종 퇴고를 번복한 것이 벌써 5회 이상에 이른다. 저자는 왜 그토록 이 책의 집필 완성에 힘과 시간을 쏟았는가. 노학자의 필생의 결과물을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이유겠으나, 그보다는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이 땅의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과 교훈을 이 책에 담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의 소련, 루스벨트와 트루먼의 미국, 히로히토 천황 시기 광기로 치달은 일본을 외적 변수로 하고, 손문 이래 장개석과 모택동이 혈전을 벌인 내적 변수가 어우러져 장대한 파노라마를 펼친 것이 중국혁명사였다. 한반도는 이로부터 직접적인, 아니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우리의 중국혁명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극에서 극을 달린다. 반공독재 시절, 녹색 군복과 붉은 별로 형상화되는 모택동과 그 수하들은 분단을 조장한 원수이며, 중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굶주림과 속박의 멍에를 진 노예들이라는 교육을 우리는 받아왔다. 중국에 관한 자료는 반공 검열에서 통과된 것이 아닌 한 일반 대중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른편의 맨 끝에 서서 중국을 바라봐야 했다.
그런데 반공독재의 서슬에 맞서 저항의 기운이 대학가를 감돌 즈음 중국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이 한 권의 책으로부터 전해진다. 이영희가 쓴 『전환시대의 논리』(창작과비평사, 1974)였다. 그 책 제2부에 담긴 중국 관련 정보와 논평은 가히 충격이었다. 이로부터 갑자기 중국의 모택동은 (레닌에 더하여) 한국의 독재정권과 맞싸울 수 있는 사회개혁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1980년대 사회과학서적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우리는 이번에는 아주 왼쪽에 몰려서 중국을 바라보게 된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났다. 한국이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는 동안 중국도 가난한 공산독재국가의 틀을 벗고 미국에 근접해가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2020년대를 눈앞에 둔 지금,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관계와 외교관계 등 모든 면에서 가장 큰 변수국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중국을 깊고 넓게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과거처럼 한쪽 끝에서 재단하는 태도로 그러한 시야를 확보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오랜 세월 북방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공산권 연구를 지속해온 나창주는 그런 의미에서 중국혁명사를 새로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장개석 대(對) 모택동의 승부라는 게임 관전적 시각으로 혁명사를 보는 것도 나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역사의 변동 과정에서 개인 캐릭터가 작동하는 방식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넓은 시야에서 흐름을 포착하는 것이다. 중국혁명사는 중국이라는 대륙에 한정된 중국인들 간의 역사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당시 세계사의 모든 인과관계가 불거져 나타난 것이 중국혁명사였다. 러시아혁명 후의 소련, 세계대전을 통해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른 미국, 스탈린-장개석 vs. 스탈린-모택동의 관계, 미국 행정부-장개석 vs. 미국 지도부-모택동의 관계, 각 군벌 간 투쟁과 장개석의 대두 및 쇠락, 공산당 헤게모니 투쟁 등 미시사와 거시적인 구조의 흐름이라는 양면의 눈으로 바라볼 때 중국의 혁명사는 더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