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국제평화 연구 (책소개)/1.국제관계

주권과 국제정치

동방박사님 2022. 4. 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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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근대 국제정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주권국가들로 이루어진 현재의 국제정치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인가?
힘의 불평등이 엄연한 주권국가들 간에 어떻게 국제법적 평등의 관념이 생겨났는가?


이 책은 주권 개념의 역사적 발전과정, 유럽 주권국가체제의 변화, 그리고 제국주의의 전개과정을 통해 근대 국제정치의 조직원리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근대 국제정치의 본질을 이루는 주권개념이 유럽의 로마제국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을 통해 진화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처음 기독교가 발생하였을 때 로마제국으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았지만 로마 황제로부터 공인받으면서 신의(神意)의 대리인으로 황제권과 결합하였고 주권 개념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주권을 “다른 어떠한 정치체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대외적 독립성과 대내적으로 가장 최고의 권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이 주권은 최고 권력을 의미하며 신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에 대항하는 자는 정복과 교화의 대상이며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극심한 종교전쟁의 결과 타협이라는 산물이 발생하고 조약이 성립되었지만, 이것은 기독교 내부에 한정된 것이었다. 또한 유럽의 강대국 간 서로를 전멸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국제정치가 발전하였다는 것이다.

대항해시대가 전개되면서 제국이 분화되어 유럽 각국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식민화하면서 국가주권의 개념은 국가의 독립성과 최고성을 전제하지만, 여전히 국가들 간 불평등한 힘의 논리가 작용하며 근대 국제정치에서도 제국성은 유지된다. 유럽 제국들은 비유럽, 비기독교 지역에는 신의를 대신한 주권이 존재하지 않으며 국제정치의 협상 당사자가 될 수 없고, 협상의 수용자일 뿐이라는 관점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제국을 “한 정치체가 다른 정치체(들)의 주권적 지위와 독립적 활동에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 힘을 가지고 영향을 미치는 정치체”가 될 때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역사의 변화 속에서 제국은 진화되었으며 신의가 아닌 정치이념을 토대로 20세기에 보다 진화된 미국과 소련의 제국주의가 성립하였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제정치 조직원리의 역사를 주권개념의 측면에서 추적하며 이론적 개념화를 시도하였다. 저자는 1945년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설명하기 위해 메타주권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저자는 메타주권을 “주권 국가들 간의 형식적 평등과 이들 간의 합의적 규범 형성, 이를 기초로 한 질서 수립을 추구하면서도, 패권국가 혹은 제국의 이익이 중대한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이를 예외상황으로 규정하고 전체 규범을 일방주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 주권 위의 주권적 권한”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제1장 서론
제2장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조직원리는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제3장 고대와 중세 제국 주권의 역사와 이념
제4장 주권국가의 탄생과 근대 국제정치의 시작
제5장 주권의 정치사상과 국제법 이론
제6장 유럽의 주권국가체제와 비서구 지배
제7장 20세기 제국의 진화와 소련의 제국주의
제8장 더욱 진화된 제국: 미국과 메타주권
제9장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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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다. 국제정치이론, 국가안보 등을 연구해 왔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장,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동북아 국제정치이론: 불완전 주권국가들의 국제정치》, 《주권과 국제정치: 근대 주권국가체제의 제국적 성격》, 《정치는 도덕적인가: 라인홀드 니버의 초월적 국제정치사상》,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
 

책 속으로

근대 이전의 제국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며 절대적, 보편적이며 분리불가능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제정으로 전환된 기원후 로마제국은 유럽에서 온전한 주권개념을 보여 준 본격적 정치공동체였다. 다른 제국들의 주권성을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근대 주권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근대 주권국가들은 로마제국의 주권 개념을 상당 부분 계승한 것으로 본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신성로마제국과 비잔틴제국, 이슬람제국은 모두 주권 개념에 걸맞은 궁극적이고 최고의 권위 개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모두 제국적, 신학적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중 신성로마제국이 온전한 주권을 실현시키기에 분열적 정치환경에 처해 있었고, 교황과 황제 간의 대립과 경쟁이 지속되었다. 기독교 신의 주권 개념에 영향을 받아 개념적으로는 매우 강한 주권 담론을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주권을 온전히 담지한 주체가 성립되지 못한 채 교황과 황제의 대립, 하향식 정치 개념과 상향식 정치 개념 간의 대립, 주지주의와 주의주의 간의 대립 등 주권 개념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근대로 이행하면서 제국이 붕괴되고 종교혁명으로 하나의 종교가 유지될 수 없었던 상황은 근대 국가 주권 개념이 출현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 p.164

유럽 전체로 보면 소수의 제국들 간의 타협이었고, 이들 제국은 약한 유럽의 단위들과 비유럽에 대해 제국의 권위를 주장하였다. 또한 강력한 타 제국, 오토만제국과의 관계에서는 유럽 제국들 간의 타협을 적용하지 않았다. 유럽의 제국 간 정치에 유용할 때에만 다른 정치단위의 주권성을 인정하는 주권부여의 국제정치를 추진하게 된다. 국가주권 우선의 원칙과 국제법과 규범에 의해 국제질서를 세우려는 노력 간의 긴장은 20세기 국제정치의 중요한 축이 된다. 힌슬리는 국제연맹과 같은 시도가 비극적 결말을 맺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는 해결책은 요원하다고 보았다. 칸트의 명제처럼 많은 전쟁과 고난을 거쳐 조금씩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뿐이다.

국제법 학자들의 논의와 실제 국제정치 간에는 간극이 존재함을 피할 수 없었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의 국제정치는 주권국가의 개별적 이익추구 원칙에 따라 점차 변형된다. 기독교 보편규범은 물론 자연주의자들의 규범, 실정법에 의한 약속 모두 실제의 국제정치를 유지하기에는 한계를 보인다. 오히려 18세기 중반에 이르면 세력균형의 원칙이 가장 중요한 규범으로 자리 잡는다. 국가들의 외교행태를 묘사하던 개념에서 규범적 개념으로 변형된 세력균형은 제국과 같이 타국의 이해를 침해하는 거대 권력체의 출현을 방지하는 중요한 규범이자 원칙이 되었다. 1760년대부터 세력균형의 원칙은 유럽의 많은 정부들이 추구하는 공통의 방향타로 자리 잡게 된다.
--- p.284-285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제국을 중심의 자본의 역학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유럽의 제국들은 상호 간의 세력균형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가별 국력 축적을 원하였고 식민지 개척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지정학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가는 국가의 정치적,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제국주의 정책에서 독자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치의 논리가 작용하는데, 유럽 국가들 간의 국제정치 논리와 이들의 식민지 개척 논리가 결합되어 있다. 식민지 개척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국가이익에 병합하여 유럽 국가들 간의 세력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것이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 국가들의 전략적 목표였다고 볼 수 있다.
--- p.363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국가주권의 국제법적 평등에 기반하고 있더라도 미국이 주권국가들 간의 협력의 방향을 설정하고 예외적 상황에서 결단력을 독점한다면 국제정치의 정상상태는 권력구조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형식적 주권의 평등성에도 불구하고 주권적인 정도(sovereignness)가 불평등한데 핵심적인 불평등은 주권의 양이 아니라 종류의 문제다. 자유주의 메타주권은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인가와 상관없이 이러한 불균형을 자신의 이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자원을 획득하게 된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메타주권은 주권국가들로 이루어진 정상상태에서 예외상태를 결단하는 주권적 힘을 발휘하였다. 자유주의 메타권력은 변화하는 시대규범을 반영하기 위해 진화된 방법을 구사하지만 많은 국가들과 불균등한 힘의 관계를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 p.468

국제정치는 국내정치와 다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명확한 주권자의 모습을 상정하기는 어렵지만, 단지 국가들 간의 관계나 규범을 창출하는 힘이 아닌, 국제정치를 규정하는 헌정적 힘, 더 나아가 헌정적 힘을 넘어선 결단적 권력을 가진 주체가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여태까지 주권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화해 왔는지를 본다면, 조직원리를 결정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힘의 핵심을 간과할 수 없다. 국제정치의 이론화는 조직원리가 주어진 것, 혹은 상호작용에서 창발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였는데, 이를 힘의 관계로 재이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력정치를 강조하는 현실주의 역시 조직원리를 창출하고 유지, 변형하는 힘의 정치를 외면하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현실주의적이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비유럽의 주권은 저항적, 배타적 반제국주의 독립성의 의미였고, 제국이 아닌 국민국가 간의 관계라는 긍정적 의미로 변화되었다. 이후 그 과정에서도 개입하는 외세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몇 차례 의미가 바뀌면서 진화해 나간다. 20세기 중반 전후부터 형식적 독립이 이루어진 이후 3세계 국가들은 주권의 불완전성을 내장하고 이러한 불완전성을 활용하는 주변의 강대국, 지구적 제국의 영향하에 놓이게 된다.
--- p.492
 

출판사 리뷰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2장은 국제정치 조직원리 자체를 역사적 연구에 의해 규정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제3장은 제국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었는지, 그리고 제국 간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제4장은 베스트팔렌 조약을 기점으로 근대 국제정치가 어떠한 모습으로 정초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제5장은 주권에 관한 정치이론과 국제법 사상을 다루었다. 제6장은 주권국가가 식민지 건설 국가이자 제국으로 변모하며 어떠한 조직원리를 만들어 가는지 살펴보고 있다. 제7장은 1945년 전후 20세기를 주도한 미국과 소련 양국의 조직원리 권력을 비교하였다. 양국 모두 유럽의 구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 인민과 민족의 자결을 강조하고 각각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에 기초한 국제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제8장은 미국이 주도하여 창출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성격을 고찰하였다. 제9장에서는 국가주권의 본질과 근대 국제정치의 조직원리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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