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1.사회학

대탈주 : 우리는 국가와 소비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가?

동방박사님 2022. 5. 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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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 지구적인 탈출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진단과 대안

“왜 사람들은 도시를, 소비를, 학교를 떠나는가?” 전 지구적인 ‘탈출’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진단과 대안 『대탈주』. 도시를 떠나 귀농이나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 사회가 강요한 소비적 삶을 거부하고 생활협동조합으로 모여드는 젊은이들,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찾는 청소년들…. 이것은 힘겨운 현실로부터의 도피일까? 아니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책임 있는 행동일까?

이 책은 국가와 소비로부터의 탈주를 통해 새로운 삶을 구성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치적 함의는 어떠한지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성찰한다. 기존 제도로부터 도망치는 ‘탈출’은 무책임한 도피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싸움’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목차

서문

1부 / 국가와 소비로부터의 탈출
엑소더스 (다니엘 로이크)
탈주와 유토피아: 정찰하기 (이자벨 프레모)
마지막 탈출: 위기의 그리스와 연대경제의 활황 (마르가리타 초모우)
현장 사회주의: 구스타프 란다우어와 마르틴 부버 (에바 폰 레데커)
탈출 선택: 탈출에 대한 작은 정치 지도 (율리아네 레벤티슈)
투쟁으로서의 엑소더스 (라운드테이블)

2부 / 오늘날 사회의 모순들
드론의 비상: 표적살해 행위에 나타난 윤리와 경제 (주자네 크라스만)
사회의 질병들: 거의 불가능한 개념에 대한 접근 (악셀 호네트)

3부 / 재벌 돈더미, 서민 빚더미
한국판 특집에 부쳐 (문성훈)
내수부양의 희생양이 된 ‘푸어족’과 사회재생산 위기 (송명관)
가계부채의 정치학: 자본의 착취와 계급권력 강화 (최철웅)
재벌, 사회화가 대안이다 (홍석만)

베스텐트 독일판 차례
저역자 소개
 

저자 소개

편자 :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
편저자 연구모임 사회 비판과 대안은 2006년에 발족한 비판적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철학자, 사회학자, 정신분석학자, 문화예술이론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특히 현대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을 위한 이론적 자원을 집대성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사회 분석을 시도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베스텐트 한국판을 기획했으며, 사회비판총서 등을 통해 비판적 사회이론을 소개하고 대중화하기 위...
 
저 자 소 개
저자 다니엘 로이크 Daniel Loick는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사회철학적 법률 비판에 관한 연구로 교수자격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주립대, 베를린 대학을 거쳐 현재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비판적 사회이론을 가르치는 방문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치철학과 사상사, 법철학과 사회철학을 두루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비판이론과 포스트구조주의 연구에 중점을 두고...
 
역 자 소 개
역자 고지현은 독일 브레멘 대학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천대 아시아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꿈과 깨어나기: 발터 벤야민 파사주 프로젝트의 역사이론』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공저) 『포스트모던의 테제들』(공저)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공저) 등이 있으며, 공역서로 『베스텐트 2012』 『베스텐트 2013/1』 『베스텐트 2014』 『베스텐트 2015』 등이 있다. 역...
 
 
 

책 속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조직과 삶, 다른 종류의 인간관계 및 지역과의 관계들을 찾아가며 실험해본다. 모두가 달아난다. 그러나 그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도망치는 쥐와는 다른 양상이다. 여기서 그들이 지배적 경제체계를 대신할 ‘대안’만 찾는 거라고 보면, 그것은 오해다.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한데, 특히 정치적 의미에서 그렇다.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투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황무지 한가운데 있는 외딴 섬이나 오아시스 또는 실존적 피난처가 아니라 실제 세계이다. 일종의 영토적 응축, 즉 에너지, 생각, 수단, 삶이 영토적으로 응축된 것이다. 이 영토적 응축이 도망가는 모든 것, 탈주하는 모든 것, 허무주의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모든 것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 p.26

연대네트워크들은 정확히, 저항의 조건들을 개선하기 위한 매개체이다. “우리는 연대와 상조부조를 각각의 모든 사회를 위한 근본조건, 적어도 자립하기 위한 근본조건으로 생각한다. 위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항하여 일어서서 투쟁하기 위해선 자립이 필요하다.” 이때 개별화와 빈곤화를 먹고 자라는 파시즘에 대항한 최선의 방패이자 성공적인 투쟁을 위한 최선의 토대는 정치화된 참여시민들, 연대를 통해 물질적 긴급함에서 벗어나는 시민들 자신일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여기선 비르노가 의미하는 바의 탈주가 “그것을 통해 더 잘 공격할 수 있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다. --- p.66

저는 ‘투쟁’의 후속개념으로서의 엑소더스가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투쟁은 여전히 영토적으로 사유될 수 있었고 장소로서의 공장에 연관됐습니다. 그 투쟁은 또 점거의 몸짓들과 함께 수행됐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여기서 점거하는 것은 바로 이 사람에게 속한다는 요구와 함께 말이죠. 우리가 이 투쟁을 오늘날의 균열내기 모델의 형식으로 수선한다면, 우리 일상의 삶의 영역들, 삶의 표현들, 조직화의 형식들 등에 부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경우 엑소더스는 이 효과들의 연관을 드러내는 메타포나 그림 같은 것일 수 있겠죠. --- p.137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의 원인으로 대기업의 횡포를 말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말하고, 생계비용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수준을 말한다. 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재벌들의 사내 보유금과 서민들의 부채만큼 이런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IMF 이후 추진된 기업 친화적 정책이 낳은 과실은 재벌들의 사내 금고를 가득 채웠고, 그간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은 서민들의 빚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 p.204
 

출판사 리뷰

“왜 사람들은 도시를, 소비를, 학교를 떠나는가?”
전 지구적인 ‘탈출’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진단과 대안

도시를 떠나 귀농이나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 사회가 강요한 소비적 삶을 거부하고 생활협동조합으로 모여드는 젊은이들,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찾는 청소년들…. 이것은 힘겨운 현실로부터의 도피일까? 아니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책임 있는 행동일까?

기성 제도와 소비로부터 이탈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성경의 출애굽(Exodus)이 단순히 이집트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듯,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탈주’ 현상은 기존 사회 제도로부터의 이탈일 뿐 아니라 더 좋은 삶을 이루기 위한 적극적 시도이기도 하다. 과연 이런 시도들은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 책 『대탈주』(베스텐트 한국판 5호)는 국가와 소비로부터의 탈주를 통해 새로운 삶을 구성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치적 함의는 어떠한지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성찰한다. 런던 히드로 공항의 기후 캠프에서부터 코펜하겐의 자유도시 크리스티아니아, 그리스의 협동조합, 독일의 세입자 운동에 이르는 다양한 탈주의 운동들이 오늘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시선으로 다뤄진다. 기존 제도로부터 도망치는 ‘탈출’은 무책임한 도피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싸움’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왜 떠나는가? - 탈출과 탈주,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정치

세계적 석학 앨버트 O. 허시먼은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에서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해 세 가지 반응이 가능함을 밝혔다. 그 가운데 여전히 ‘충성심’(loyalty)을 지키는 반응이나 문제에 ‘항의’(voice)하는 반응이 일반적이라면, 조직으로부터의 ‘이탈’(exit)이라는 급진적 반응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충성이나 항의의 양자택일을 넘어서 낡은 것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선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대탈주』(베스텐트 한국판 5호)는 이러한 이탈, 탈주(Exodus)라는 제3의 선택지를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정치적 흐름으로 보여주고, 왜 그러한 시도들이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책이다. 대체 왜 그들은 도시로부터, 소비로부터, 국가로부터 떠나는 것일까?

책에서 여러 번 인용되는 이탈리아 철학자 파올로 비르노는 그의 책 『엑소더스』에서 탈출과 탈주가 지닌 정치적 의미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불복종과 탈주는 (…) 우리를 행위와 책임에서 면제해주는 부정적인 제스처가 아니다. 탈주는 갈등이 일어나는 조건들을, 그것들에 복종하는 대신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66쪽) 이에 따르면, ‘탈출’이라는 제3의 시도는 조직이나 국가가 충성이냐 항의냐, 우파냐 좌파냐, 성장이냐 분배냐 등의 양자택일만을 강요할 때 발생한다. 기존 정치 아래서 사람들은 갈등의 조건들을 바꿀 수 없고 단지 복종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로부터 이탈하려는 시도는 도망이 아니라 두 선택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정치적 시도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탈주하는 사람들은 성장/분배 이분법을 넘어 소비로 둘러싸인 우리네 삶의 방식을 문제시하고, 취업/실업을 넘어 협동에 기초한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주택의 소유자/세입자의 충돌을 넘어 주택 공유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과연 이러한 시도들은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지며, 의미 있는 정치적 대안으로 지속될 수 있는가? 이 책 1부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다.

어디로 떠나는가? - 사익추구에서 공유경제로, 무한경쟁에서 상호부조로

이 책 1부에서는 먼저 제각기 탈주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공동체들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이러한 대안적 탈주 운동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 글인 사회학자 다니엘 로이크의 「엑소더스: 국가와 소비로부터의 탈출」은 탈주(엑소더스)의 실천들이 어떤 이론적 구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쉽게 설명해준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내에 탈자본주의적 공간을 만듦으로써 엑소더스를 실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대안을 실천하는 것이다. 탈주의 정치는 기존의 사회관습과 정치로부터의 탈출이지만, 결코 탈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정치의 시도라는 것이다.

사회운동가 이자벨 프레모는 「탈주와 유토피아: 정찰하기」에서,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런던 히드로 공항의 환경그룹, 협동조합 마을을 건설한 코펜하겐의 자유도시 크리스티아니아, 노동자 자주기업인 세르비아 제약회사 유고레메디아 등 다양한 탈출 현장들을 ‘정찰’한다. 프레모는 이런 탈주의 시도들이 완전하지도 않고 또 종종 어려운 과정이지만, 세계를 새롭게 창조하는 실험실이자 작업실로서 의미 있는 대안을 가꾸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연구자 마르가리타 초모우는 「마지막 탈출: 위기의 그리스와 연대경제의 활황」에서 경제위기 상황의 그리스에서 나타난 연대경제 운동을 자세히 관찰한다. 한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협동조합들처럼, 그리스에서도 연대경제 운동은 실업률의 증가라는 조건 속에서 ‘생존’의 차원에서 제시되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운동들이 단지 생계 보장에만 그치지 않고 거기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을 바꿈으로써, 사익추구와 소유의 경제로부터 공동 생산과 공유의 경제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철학자 에바 폰 레데커는 「현장 사회주의: 구스타프 란다우어와 마르틴 부버의 엑소더스 구상」에서 좀 더 이론적인 문제를 다룬다. 마르틴 부버의 스승 구스타프 란다우어는 ‘현장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것은 정치적 이념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는 시대에 사회주의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중요한 영감을 던져준다. 이 개념에 따르면 사회적 변화는 이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사회주의적 현장을 만들고 확장해내는 우리의 축적된 능력에서 온다는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들의 축적 없이는 어떤 사회 변혁도 불가능하다는 통찰이다.

정치철학자 율리아네 레벤티슈는 「탈출 선택: 탈출에 대한 작은 정치 지도」에서 다소 회의적인 관점에서 ‘탈주’의 문제를 다룬다. 레벤티슈가 보기에 탈주의 시도들은 기존 정치로부터 스스로를 지나치게 절연함으로써 오히려 탈정치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따라서 다시 체제로 흡수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탈주의 실천들이 쉽게 와해되거나 좌절되지 않으려면 더 분명한 정치적 입장과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현재 구성원들과 여타 학자들이 함께 모여 나눈 원탁토론인 「투쟁으로서의 엑소더스」에서는 탈주 개념 및 실천에 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인다. 과연 탈주 개념이 오늘날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 유효한가 하는 원론적 문제에서부터 이 대안적 실천이 기존 정치와 갖는 관계에까지 다양한 논의들을 펼친다. 결론적으로, 탈주의 실천이 ‘도피’가 아니라 ‘투쟁으로서의 대안’임을 자각한다면 한층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의 사회 모순들 - ‘드론’ 문제에서 ‘가계부채’까지

이 책 2부에서는 ‘탈출’과 ‘탈주’라는 1부의 쟁점 외에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몇 가지 짚고 있다. 독일의 통치성 연구를 대표하는 사회학자 주자네 크라스만은 「드론의 비상: 표적살해 행위에 나타난 윤리와 경제」에서, 최근 곳곳에서 쓰이는 ‘드론’이 어떻게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나아가 전쟁과 관련된 윤리 및 법 개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치밀한 논의를 펼친다. 또한 2부에는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대표하는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글 「사회의 질병들: 거의 불가능한 개념에 대한 접근」도 실려 있다. 호네트는 사회 문제들을 곧잘 ‘질병’의 개념으로 다루는 시각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한편 그 개념을 한층 정교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이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해 어떤 통찰을 던져줄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판 특집을 실은 3부에서는 ‘재벌 돈더미, 서민 빚더미’라는 표제 아래서 한국사회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비판’과 관련된 3편의 논문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송명관의 글 「내수부양의 희생양이 된 ‘푸어족’과 사회재생산의 위기」는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최철웅의 글 「가계부채의 정치학」은 이러한 부채 증가가 자본주의적 착취구조 및 사회적 권력관계 변화와 가지는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홍석만의 글 「재벌, 사회화가 대안이다」는 서민부채 증가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의 시장 독점과 지배구조가 가지는 문제점을 분석한다. 재벌 독점과 서민 부채로 상징되는 한국사회 양극화를 분석하는 이 특집 글들은 우리 사회 개혁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데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