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1.사회학

코로나 시대 우리 일

동방박사님 2022. 7.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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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팬데믹 2년, 불안정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담은 르포 열한 편을 묶었다. 특고·비정규직·초단시간 근로자 등 팬데믹 이전부터 법의 테두리 바깥에 존재하던 이들이 재난 상황에서도 휴직급여나 실업급여는 물론, 정부의 각종 지원금으로부터도 소외된 채, 월수입 0원의 삶을 버텨낸 기록들이다.

직장갑질119와 길동무의 기획으로 모인 11인의 작가들은 이 르포들을 통해 지난 2년간, 국가와 기업은 무엇을 했고 또 하지 않았는지, 팬데믹은 누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었고 누구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안정과 복지는 누구에게 분배되었고 누구를 제외했는지, 아파도 일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 코로나 이후 우리가 제기해야 할 질문들을 정확한 곳에 던진다.

책의 말미에는 코로나 시기 고통이 어떻게 분배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통계들과 코로나 이전의 한국 노동시장의 균열로 문제의 원인을 거슬러올라가 분석한 연구자 4인의 글을 같이 실어 양적·실증적 분석을 더했다. 15인의 저자들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재난 상황이 아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리가 만들어 온 이 사회의 문제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한층 심화되었음을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목차

서문: 사라진 책임들에 대하여 / 송경동 7
관계자 외 출입금지: 방과 후 강사의 일 / 박내현 15
마스크가 하지 못한 일: 콜센터 상담사의 일 / 희정 35
달라진 것은 없다 : 요양보호사의 일 / 희정 55
비행기가 뜨기까지 : 공항 지상조업사의 일 / 변정윤 75
길을 잃다 : 버스 기사와 여행사 직원의 일 / 박점규 91
어느 쓸쓸한 노동에 대하여 : 식당에서의 일 / 시야 111
스물다섯, 아르바이트라는 일 / 박혜리 131
나의 무해함을 증명합니다 : 원어민 강사의 일 / 정윤영 151
우리가 일터에서 만난다는 것 :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의 일 / 정창조 169
코로나라는 참 좋은 구실 : 호텔에서의 일 / 연정 191
숨을 참는 시간 : 연극인의 일 / 하명희 225

현장 분석
재난은 모두에게 똑같지 않다 : 코로나가 알려 준 우리의 노동 현실 / 정슬기 247
코로나19와 노동법의 과제 : 정의롭고 안전한 일터를 위하여 / 이다혜 273 코로나19 고용정책 국제 비교 / 이병희 299
포스트 코로나, 노동과 복지의 방향: 제도의 지체와 사회적 실천의 상상력 / 김종진 319
 

저자 소개 

저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보건의료노조, 서비스연맹, 직장갑질119, 우분투재단 등 노동 및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정책자문을 하고 있다. 한국산업노동학회 운영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 전문위원을 역임했고,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서울시 등에도 정책자문을 하고 있다. 서비스산업, 청년, 비정규직, 생활...

저 : 박내현

 
노동과 인권의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한 존재가 오롯이 그 자체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구술사 작업을 하고 있다.

저 : 박점규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라는 이름을 직접 짓고, 2017년 11월 1일 단체가 첫발을 뗀 순간부터 함께했다. 그간 관행처럼 여겨졌던 직장갑질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회에서 오랜 시간 잠자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제도화하는 데 앞장섰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매뉴얼 제정에 참여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일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
 

책 속으로

“코로나 걸리면 안 돼.” 엄마는 한동안 이 말을 달고 살았다. 코로나는 바이러스인데 그게 개인의 의지로 되는 거냐고 입바른 소리를 하면, 엄마는 짐짓 심각해져서 “걸리면 회사 못 다녀”라고 했다. 회사는 안 다녀도 그만이지만 동료들에게 “죄인” 될 것이 더 무섭다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100여 명이 같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 붙어 앉아 있으면서도 전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어떤 긍정에서 나오는 믿음일까. 동료들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두려움이 면역력을 높이고 있는 걸까.
--- p.38

종일 마스크 끼고 고객이랑 이야기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세요? 뛰면서 말하는 거랑 다를 게 없어요. 마라톤 하는 기분이에요.
--- p.41

“저는 애가 아프면 저도 같이 병원에 입원해 버렸어요.” 자신이 입원을 해서 회사에 못 갈 경우 평가 점수가 깎이진 않는데, 자녀가 아플 경우에는 쉴 명분이 없다. 돌봄 휴가가 없기 때문이다. ... 의사가 입원을 허락하느냐고 물었더니 진영 씨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속이 다 곪아서 언제 입원을 하든 무리가 없어요.”
--- p.47-48

혜숙 씨는 지금까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를 서너 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상담사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 연락이 꼭 금요일이나 주말에만 오는 것이다.
--- p.49

누구는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누군가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일곱 명이 하던 수업을 혼자 떠맡다 보니 10개 수업을 연달아 하면서 쉬는 시간조차 사라졌다. ... 아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네버엔딩 스케줄’ 때문에 졸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이 더 줄어들까 봐 전전긍긍하는 원장을 보면 힘들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다. 해고보다는 과로가 나았으니까.
--- p.155

대부분의 이들에게 실업은 재난 상황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일상이 재난인 이들에게는 전 세계적 재난도 재난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 p.179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12월에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 중 241명(20.5퍼센트)이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부모 중 한쪽이 직장을 그만뒀다”라고 답했다. 한 발달장애인 부모는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내 자식도 코로나에 걸리는 게 차라리 낫다고 토로했다. 그래야 자기가 돌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거다.
--- p.184

장애인 거주 시설에 갇혀 사는 장애인들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코로나는 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는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나왔고, 그 후 장애인 거주 시설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 나라는 곧바로 시설 문을 걸어 잠갔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라는 그럴싸한 명칭과 함께 시행된 이 조치는 시설 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학살적 조치였다.
--- p.185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인 가족들조차 작업장을 일종의 ‘보호기관’으로 여긴다. 애초에 생계유지에 도움이 될 만한 돈을 벌어 올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없다.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공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나 담당자들은 이를 빌미로 이들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매번 제외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 열악한 조건조차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 대단치 않게 보이게 만든다. 어차피 적었던 월급인데, 잠깐 안 준다고 뭐가 달라질까? 애초에 경제에 별로 이바지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고립 따위는, 경제 전체가 무너져 가는 것에 비하면 너무 작은 일일 뿐이다.
--- p.186
 

 

출판사 리뷰

마스크가 하지 못한 일
기업은 무엇을 했고/하지 않았는가


정부가 발표한 각종 거리두기 조치들은 식당과 카페, 공공장소 등에서 강제력을 발휘하며 철저히 지켜졌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는 어땠을까? 희정은 2020년 3월,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로 졸지에 “닭장”으로 불리게 된 이후에도 1년이 지나도록 크게 달라지지 않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일터를 살핀다.

직장갑질119의 조사에 따르면, 집단감염 이후에도 콜센터들에서 동료와의 간격이 1미터 이상 유지되고 있는 곳은 25퍼센트에 불과했으며, 기껏해야 마스크 지급과 환기 같은 조치만 이루어졌을 뿐 시차 출퇴근제 등을 활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4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요양을 갈 때마다 고무장갑부터 물컵까지 자신의 몸이 닿는 모든 걸 챙겨 다니며 ‘방역’에 신경을 쓰는 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방역의 책임까지 개인의 몫으로 감당해야 했음을 증언한다.

일터에서 거리 두기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휴게 시간,유급 병가 같은 공간적 거리 두기에 상응하는 시간적 거리 두기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서 그 비용과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는 빠져 있었고, 불안정한 일터에서 이는 결국 개개인의 몫이 되었다.

코로나라는 좋은 구실

2020년 4월, 대형 항공사 두 곳에 수혈된 돈은 2조9000억 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특별 고용지원 업종 지정 등을 통해 유급휴직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비행기가 뜨기까지?에 등장하는 지상조업사나 여행사 직원에서부터 ?코로나라는 참 좋은 구실?에 등장하는 호텔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불안정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명분으로 한 정리해고에 대해 증언한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제주칼호텔이다. 칼호텔 노동자들은 “해외여행이 차단된 상태에서” 유례없는 “사계절 성수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코로나 이후 임금 동결과 지급 유예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곳의 컨시어지 최영훈 씨는 호텔 매각 소식을 뉴스를 보고 알게 된다. 칼호텔은 그제야 매각 사실을 인정하면서 정규직 35명을 제외한 전원 해고를 이야기한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매각의 공식적 명분은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였다.

이와 같은 해고는 일자리를 잃은 이들뿐만 아니라 “운 좋게” 일터에 남은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데이케어센터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나 카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식당 노동자들, 원어민 강사 제임스 등은 모두 코로나가 한창일 때 줄어들었던 일감이 점차 회복되었으나 이미 내보낸 인력이 보충되지 않고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을 증언한다. 이는 코로나가 다시 한번 누구에게 이득이 되었는지 묻게 한다.

안정과 복지는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되었나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통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한 경우 최대 90퍼센트까지 지원해 주는 정책을 실시했다. 총 14개 업종이 특별 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돼 혜택을 받았고, 항공업?여행업 등은 최대 300일간 유급휴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이들이나 파견업체 직원들에겐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먼저 임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이를 정부로부터 돌려받는 식이었고, 10퍼센트는 결국 사용자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파견업체 입장에서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면서까지 인력을 유지해서 얻을 게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박점규가 다룬 버스 지입기사 성진 씨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아예 지원 대상조차 될 수 없었던 경우다. 또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돼 휴업수당을 받았던 여행사 직원 정욱 씨의 경우에도, 기존 월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입 때문에 매달 150만 원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자 배달, 노가다 등 일용직 일터에 뛰어든다. 휴업 기간에는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없기 때문에 4대보험이 안 되는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것. 이는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이 월수입 0원 혹은 마이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고 (정부가 제한한 1개월을 넘어서) 2개월 후에 해고를 단행한 대형 여행사들도 있다. 더 최악은 대형 여행사들의 대리점 직원들은 대개가 위탁계약자로 여행객을 유치하면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돼 왔고, 5인미만 사업장도 많아서 휴업수당을 안 줘도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여행 가이드들의 경우 모두 프리랜서라 실직상태임에도 휴업수당도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원어민 강사 제임스나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중국인 미등록 이주 노동자 장밍즈 씨는 외국인으로서 겪는 또 다른 소외를 증언한다. 장밍즈 씨는 늘 한국인이나 중국교포보다 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최저임금이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하소연 한마디 제대로 못 한다. 원어민 강사 제임스는 7명의 전임강사가 모두 떠난 자리를 혼자 남아 감당하며 “해고보다 과로가 낫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3개월간은 아예 수입이 0인 상태로 굶고 산 적도 있었다.

문제는 그의 비자가 다른 데 취직이 불가능한 E2 비자라는 것. 하지만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물론 외국인을 포함시킨(하지만 영주권자나 결혼 이민자만 포함됐다) 경기도민 재난 지원금에서도 배제됐다. 게다가 이들을 향한 혐오는 점점 더 노골화돼 “손 씻었냐” “게이냐” 하는 혐오 발언들을 들어야 했고, 마스크가 조금만 내려와도 욕설과 삿대질에 시달리고,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만 마셔도 신고당하는 일상을 감내해야 했다.

스물다섯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초단시간 근로자로서 겪는 또 다른 불안정을 증언한다. 이태원 음식점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보현 씨는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월급이 30, 40만 원밖에 안 되는 날들이 이어진다.

예측 불가능한 노동시간과 매달 바뀌는 월급도 힘들었지만 가장 문제는 건강. 가게를 찾는 손님이 다시 늘어났는데도 인력은 추가되지 않았고, 환기 안 되는 주방에서 젖은 마스크를 쓰고 격무에 시달리다 아토피 증상이 더 심각해졌다. 그는 결국 월급 대부분을 피부과, 정신과에 갖다 주는 상황을 견디다 못해 일을 그만둔다. 사람들은 ‘알바’를 용돈벌이라 생각하지만 2020년 조사에 따르면 42.4퍼센트가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라 답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하게 균열돼 있었던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 때문이라고 “현장 분석”의 저자들은 말한다. 재난 상황에서 사회가 보호하는 대상은 이전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고 있던 이들에 국한되었고,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는 이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안전망 밖으로 밀려났다.

코로나 시기 소득 감소를 경험한 정규직은 17~19.3퍼센트인 데 비해, 비정규직(임시직, 일용직, 시간제 아르바이트, 파견용역, 하청, 프리랜서, 특고)은 52.8~66.3퍼센트에 달했고, 실직을 경험한 비정규직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은 이들은 코로나 2년 내내 20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고립 속에서 찾은 만남과 돌봄의 의미

정창조의 '우리가 일터에서 만난다는 것'의 주인공 은호 씨는 발달장애인으로서 비대면 일상을 살아야 했던 어려움을 또 다른 측면에서 증언한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하루 6시간, 주4일을 일하며 비닐 포장 40개를 담당하는 은호 씨의 월급은 22만 원.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임금은 83만 원이어야 하지만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장애인의 경우 고용노동부 인가로 최저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호 씨는 이런 상황에 불만이 없다. 오히려 그는 코로나 때문에 공장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 임금 때문이 아니다. 그가 그토록 공장에 나가고 싶은 건 그래야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즐겁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희정의 글에 등장하는 요양보호사들 역시 우리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삶의 가치를 증언한다. 희정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어르신의 집을 다시 찾는 요양보호사나 확진자로서 격리시설에 수용된 장애인과 같이 격리되고 싶어 하는 활동가들의 마음을 짚어내며 우리가 “예측 불가능한 하루하루를 고립과 거리 두기, 마스크로 버텨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군가의 노동과 돌봄에 의지하고 있는 덕분”임을 강조한다.

마지막 '숨을 참는 시간'에 등장하는 연극인들은 실제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과의 상호 작용과 즉흥적으로 생겨나는 호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숨을 참아온” 또 다른 의미에 대해 말한다.
 

추천평

부산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이어진 희망 뚜벅이를 하면서 보게 된 거리의 풍경들은 을씨년스러웠다. 곳곳에 나붙은 ‘임대’ 전단과 굳게 닫힌 식당, 카페, 각종 학원과 강습소들. 빈 가게 앞에 묶여 오랜만에 사람을 본 개들은 힘없이 오래 짖었다. ‘폐업’ 딱지들은 오래전 내가 받아든 해고장보다 더 무겁고 음산했다.

한 달을 넘게 걸으며 이어진 거리의 풍경들은 비슷했다. 걸으며 내내 생각했다. 저기서 일하던 분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기가 생존의 터전이었던 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재난이 곧 죽음인 사람들과 재난이 오히려 기회인 사람들로 나뉜 사회. IMF 때도 마찬가지였다. 잘려 나간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자가 되거나 개인 사업자라는 이름의 자신을 노동자로 고용한 사장님들이 됐고 결국 아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의자들. 다시 위기가 닥치자 종이 의자는 무너지거나 불탔다.

IMF 때가 의자 빼앗기였다면 코로나 때는 빼앗길 의자도 없다. IMF 땐 파업이라도 했지만 코로나 땐 파업할 조직도 없다. 누군가는 말하고, 누군가는 들어줘야 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자살’이라는 섬뜩한 소식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길이 열린다. 이미 각자도생의 길은 없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 준다.
- 김진숙 (『소금꽃나무』 저자, 전 한진중공업 해고자)

1997년 말, 외환위기의 내습으로 한국 노동현실은 초토가 되었다. IMF라는 국제자본주의 기구는 달러를 무기로 이 나라의 수많은 서민들을 물질의 노예로 만들었다. 무수한 사람들이 일터에서 쫓겨나 거리를 헤매었고 때로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19의 습격 2년이 지나고 있다. 전쟁이 그렇듯 감염병의 위험도 사회의 밑바닥부터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폐허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오늘의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도권 바깥의 차별과 불안정 속에서 죽음 같은 삶이 아니라 바로 죽음 자체를 살아가고 있다. 이 처절한 현실 위에 서지 않는 한, 우리를 설득할 미래는 없으며 그 밖의 모든 아름다운 언어들은 허위이고 기만이다.

들어 보라, 이 절박한 증언을! 그리고 이제 진정한 우리의 싸움을 시작하자!
- 염무웅 (문학평론가,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공동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