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성서연구 (책소개)/2.성경설교연구

구약 읽기 역사와 문헌 (그리스틴 헤이스)

동방박사님 2022. 8. 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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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예일대학교에서 ‘구약 읽기’을 가르쳐온 크리스틴 헤이스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만난다. 그는 고대의 유대 문헌에 관한 권위자로서, 역사적 시각으로 구약성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다. 『구약 읽기』는 그가 ‘신학’으로서의 성경 해석은 지양하고, 역사적이고 학문적인 관점에서 구약성경을 설명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우리가 신의 광채와 세속적 호도에 가려져 제대로 알지 못했던 구약성경, 즉 서구 문명의 밑기둥인 스물네 권의 책에 대해 깊이 통찰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고대 근동의 역사와 거기에 살았던 민족들이 남긴 유구한 문화적 유산의 진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구약성경을 기록한 여러 저자들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적 여정과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기록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크리스틴 헤이스는 이 복잡하고 방대한 문헌 사이를 꼼꼼히 살피고 해석하며, 그 속에 담긴 흥미롭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7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주요 사건 연표 13

1. 고대 이스라엘의 유산 17
2. 구약성경의 유일신 이해하기 38
3. 천지창조 이야기: 창세기 1~3장 59
4. 중복과 상충 82
5. 근현대의 구약성경 비평 연구 104
6. 이스라엘 조상들 이야기: 창세기 12~36장 133
7. 애굽에서의 이스라엘: 모세 그리고 야훼 신앙의 시작 162
8. 애굽에서 시내로 185
9. 율법 210
10. 제사장적 유산: 제사 의식과 희생 제물, 정결과 거룩 242
11. 모압 평지에서: 신명기와 모세 269
12. 신명기적 역사서 I: 여호수아 301
13. 신명기적 역사서 II: 사사, 선지자, 왕 320
14. 유다 왕국과 이스라엘 왕국 349
15. 이스라엘의 예언 376
16.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선지자들의 반응: 전형적인 예 아모스 396
17. 앗수르 위기에 관한 예언: 호세아와 이사야 1서 418
18. 유대의 선지자들: 미가, 스바냐, 나훔, 하박국, 예레미야 441
19. 성전 파괴에 대한 반응: 에스겔과 제2, 제3 이사야 468
20. 성전 파괴에 대한 반응: 예레미야 애가, 잠언, 욥기 494
21. 정경 비평: 전도서, 시편, 아가 530
22. 성전 복원: 에스라, 느헤미야, 룻 563
23. 유배 이후의 선지자들과 종말론의 등장 5 90
24. 이스라엘과 이방 민족들: 에스더와 요나 607

나가며 622
주 628
옮긴이의 말 645
찾아보기 648
 

저자 소개

저 : 크리스틴 헤이스 (Christin Hayes )
 
미국 예일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특히 고대 유대 문헌 연구의 권위자다. 1993년부터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히브리학과 조교수로 재직했고, 1996년부터 예일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현재 유대학회의 부회장이며, 예일대학교 종교학과 대학원 학장으로 재직중이다. 유대교 고전과 고대 중근동 연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고 책으로 출간하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바빌로니아 탈무...
 
역 : 김성웅
 
LG반도체 국내 지점에서 4년, 홍콩 지점에서 5년을 근무했다. 그 후 홍콩, 중국, 태국 그리고 인도에서 20년 넘게 개인 사업을 했다. 2004년부터 10년을 인도의 뭄바이와 푸네에서 살았다. 푸네에서 공장을 짓고 운영하면서 인도 사회에 몸으로 부딪혔다. 최근 한국에 돌아와 인도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 한다.
 
 

책 속으로

이 고대의 책 묶음은 여느 문집이 그렇듯이 여러 저자가 여러 상황에서, 여러 위기와 문제?정치적, 역사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철학적, 종교적, 도덕적?에 대응하기 위해 쓴 책들로, 조화를 이루지 않는 다양한 목소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세심하게, 또 심사숙고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 p.7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지방의 문서를 비교해보면 공통의 문화적·문학적 유산이 발견되는 동시에 엄청난 사상적 차이가 드러난다. 구약성경의 저자들은 그 이야기들을 도구로 사용하여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 p.23

역사에서 가장 경이롭고도 우연한 사실 중 하나는 후대의 유대인들이 이 다양한 자료들로 우리가 지금 구약성경이라고 부르는 선집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모든 조화롭지 않은 목소리들을 한데 아우르기로 결정했고, 상충되는 것들을 애써 조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처럼 구약성경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문집이므로, 현대의 독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26쪽)간단히 말해 구약성경은 신학 교과서가 아니다. 신학이라는 단어가 신에 관한 설명을 뜻한다면 구약성경은 대체로 신학이 아니다. 구약성경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은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의 긴 여정을 설명한다. 물론 구약성경은 종교적인 믿음이나 체계적인 신학에 대한 공식적 표현은 없어도 훗날 신학이라는 학문의 중심이 될 도덕 문제를 다루고 때로는 존재의 문제도 다루지만, 그 방식은 아주 다르다.
--- p.29

히브리 성경에서 악은 신의 뜻과 신에게 반항할 수 있는 자유와 죄 지을 능력을 가진 인간의 뜻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유일신교 체계에서는 죄가 근본적으로 초자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경적 우주관에서 악은 초자연적 영역에서 도덕적 영역으로 이동한다고 카우프만은 주장한다. 악은 우주의 구조 속에 짜넣어진 세력이나 힘이 아니며 구체적이고 독자적인 실체가 아니다.
--- p.50

모세는 전형적인 선지자의 선례를 세운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의 반항과 실패를 꾸짖고 응징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야훼를 떠나왔다고 두려워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위로하고 야훼 앞에서 그들을 변호하고 그들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때조차 자비를 탄원하는 이중의 임무를 수행한다.
--- p.209

야훼는 다윗과 언약을 맺었던 것처럼 이스라엘과 영원한 언약을 맺는다. 과거에는 제도가 담당하던 기능이 민족 전체로 옮겨진다. 왕, 제사장, 선지자가 맡았던 일을 이제 이스라엘이 전 세계를 위해 하게 된다. 유일한 신과 세상의 민족들 사이의 중개자로서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빛이 된다. 모두가 이스라엘에게 올라올 것이다. 토라 또는 신의 가르침이 이스라엘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 p.439

전도서에서 신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부르는 고유한 이름인 야훼가 아니라 일반적인 이름인 엘로힘으로 지칭된다. 이 책에 두드러지는 어조는 소외된 냉소주의와 피곤한 우울감이다. 책 내내 반복되는 주제는 인간 노력의 허무함이다. 모든 것이 허무하고 모든 것이 헛되다.
--- p.533

민족의 비극과 개인의 고통에 직면할 때, 이스라엘의 신에 대한 약속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예측할 수 없는 고통과 혼돈이 들이닥쳤다는 것을 알고 또 어느 순간에라도 또다시 그것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 신을 받아들이고, 믿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 p.624
 

출판사 리뷰

구약성경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

문학동네에서 크리스틴 헤이스의 『구약 읽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예일대학교가 자랑하는 세계적 학자들의 명강의를 전 세계에 공유하는 ‘오픈예일코스’의 강좌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제가 “Introduction to the Bible”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구약성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따라잡기 어려운 학문적 논쟁들을 배제하고 기존의 광범위한 연구들을 집대성하며 입문서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고자 했다. 이 책은 구약성경을 처음 접하거나, 기독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구약성경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진지한 연구 주제를 다룬 여느 학술서들처럼 딱딱하고 무겁지 않다. 기출간된 『신약 읽기』(2019)가 그렇듯, 『구약 읽기』 역시 역사적, 학문적 시각하에 구약성경을 해석하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의 맥락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구약성경의 글은 한 지방의 신을 섬겼던 이스라엘 조상 개인들의 이야기에서 최초로 시작하여 역사에 의해 강제로 자기들만의 영역과 자기들만의 관심 그 너머를 바라보게 되었던 한 민족으로서 성숙될 때까지 이스라엘의 긴 여정을 이야기한다. 또다른 관점에서 보면, 구약성경은 엄청난 고난 속에서 구약성경의 신인 야훼와 한 민족의 언약 관계를 유지시키려고 몸부림쳤던 여러 저자들이 기록한 책들의 모음집으로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 기독교와 유대교의 정경인 구약성경은 처음부터 한 권으로 쓰이고 완성된 책이 아니다. 이 고대의 책 묶음은 총 24권으로, 거의 100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쓰였다. 때문에 구약성경은 ‘책’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는 그런 특징들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구약성경은 우리가 책이라는 말로써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특징인 어떤 일관된 형식이나 한 사람의 저자, 하나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구약성경은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대와 상황 속에서, 매우 다양한 문제와 변화에 대응하고자 기록하고 편집한 문집 또는 선집에 가깝다. 또한 구약성경의 글들은 여러 종류와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서술하는 글이 있고, 법률 문서가 있으며, 특정 예식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제사와 의식에 관한 글이 있고, 예언자의 메시지에 대한 기록도 있다. 또한 서정적인 시와 사랑의 시가 있다. 금언이 있고, 감사와 회한의 찬송가가 있다.

구약성경의 저자들은 이 모든 조화롭지 않은 목소리들을 한데 아우르기로 결정했고, 상충되는 것들을 애써 조정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처럼 구약성경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문집이므로, 현대의 독자들도 그렇게 이해해야 올바른 인식에 도달할 수 있다. 각각의 책, 각각의 저자, 각각의 목소리는 인간의 경험, 삶과 삶의 문제에 대한 인간의 대응, 영광과 타락에 관한 인간의 생각으로 짠 다채로운 융단에서 각각의 가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 때문에, 구약성경의 내용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그 영향력을 한눈에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구약성경을 이루는 글들에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적 여정과 인간적 경험을 두루 이해하고자 기울였던 다양한 노력이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모두 같은 목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틴 헤이스는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성경 구절들의 원래 맥락과 의미에 관한 깊고 강력한 통찰을 가능케 한 현대의 성경 연구 방법론을 두루 소개하고, 구약성경 안에 구체화된 이스라엘의 문화와 사상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대 근동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탐색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자들은 각 장에서 분석하는 성경 내용에 익숙할수록 좋다. 『구약 읽기』는 장마다 맨 앞에 열거된 관련 구절들을 미리 살펴보고 또한 함께 읽는다면 보다 더 많은 지식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약성경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쓰였는가

19세기와 20세기에 고고학자들에 의해, 고대 근동 지방에서 위대한 문명들이 발굴되었다. 오늘날 ‘비옥한 초승달’이라고 불리는 이 문명은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가나안 지방을 포함한 지역을 말한다. 사람들은 그 놀라운 문화와 문명의 유물 및 기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대하고 복잡한 왕국들이 거기 있었고, 그중 다수가 인류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것들이었다. 새롭게 발굴된 언어들은 오랫동안 잊혔던 것이었고, 문학과 법률을 다룬 풍부한 문서들은 해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이후 곧 해독이 가능해졌다.

고대에 정복과 유배는 한 국가를 이루는 인종 집단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정복당한 민족은 패배한 자기들의 신을 버리고 승리한 정복자들의 신을 받아들였다. 한때 구별되는 정체성을 가졌던 무수한 나라들이 문화적, 종교적 동화 과정을 거쳐 사라졌다. 기원전 722년 이후 이스라엘 북왕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들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남부 유다 왕국에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 즉 유대인에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유대 민족은 기원전 586년에 민족적 정치 기반이 없어졌음에도 근동 역사에 존재했던 많은 민족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가 멸망한 후에 다시 일어났고, 여러 변화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빼어난 공동체와 문화를 만들어냈다. 또한 이들은 어떤 급진적이고 새로운 사상, 신의 말씀, 일단의 전승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것이 서구 세계의 주요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토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고 그 문화가 고대를 지나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이 사상은 무엇일까?

유일신의 탄생

고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현대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과 큰 차이가 있다. 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우주 개념은, 여러 자연의 힘 안에 신의 힘이 스며들어 있다거나 자연의 힘 자체가 신이라는 개념이었다. 땅이 신이고 하늘이 신이고 물이 신이고, 아니면 그것들이 신의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따라서 수많은 신들이 있었고, 전지전능한 단 하나의 신은 없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 또한 이 우주관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증거는 아주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개념에서 벗어나 우주에 단 하나의 신성한 힘, 단 하나의 신이 있다는 독특한 개념을 확실하게 주장하게 되었다.

이 사상은 비록 체계적으로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구약성경 전체에 깊이 스며들었다. 그것은 초월하는 원계(原界)에 복종하지 않는 유일한 신과 그 자신이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 신은 그보다 앞서 존재하는 영역에서 출현하지 않으므로 신화와 마술의 모든 한계로부터 자유롭다. 다른 어떤 세력에게도 도전받지 않는 이 신의 뜻은 절대적이고 주권적이다.

구약성경에는 신의 동등한 상대로서 신에게 대항하는 악의 행위자가 없다. 즉 악을 행하는 신적 행위자가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신이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면, 그와 싸우는 초자연적 존재의 영역과 하나의 최고신에 대항하는 신적인 적대자는 존재할 수 없다. 구약성경에서 악은 신의 뜻과 신에게 반항할 수 있는 자유와 죄 지을 능력을 가진 인간의 뜻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구약성경의 신은 신화화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인격적으로 제시되지도 않는다. 구약성경은 신과 인간의 소통을 표현하기 위해 신을 의인화된 용어로 나타낸다. 이 소통은 자연의 영역이 아니라 역사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이 신은 자연의 힘과 현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신화상이 아닌) 역사적 시간 속의 그때그때의 행동으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알려진다.

이 개념이 이스라엘 문화의 모든 방면에 영향을 끼쳤고,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의 인종적·종교적 집단으로 살아남는 데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끼쳤다. 역사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완전히 초월적인 신의 개념은 이스라엘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비극적이고 참혹한 사건조차, 예를 들어 예루살렘의 파괴 사건이나 민족 전체가 유배당하는 사건까지도, 그들의 신이 패배했다거나 그들이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그들을 위한 신의 더 큰 목적 또는 계획의 필연적인 부분으로 해석하게 했다.

혁명적 문화비평서로서의 구약성경 읽기

많은 사람들이 처음 구약성경을 펼쳤다가 곧 당혹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야곱은 사기꾼이 아닌가! 요셉은 건방지고 버릇없는 아이가 아닌가! 유다는 며느리에 대한 의무를 어기고 매춘부와 잠자리를 갖는다! 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왜 구약성경에 이런 사람들이 나오는가?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이런 충격은 구약성경의 주인공들이 완벽하게 독실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성경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구약성경의 인물들은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들은 현실적이고 강렬한 도덕적 갈등과 야망,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근시안적으로 그리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으나, 진짜 사람들처럼 깨닫고 성장하고 변화한다. 성경에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성급하게 이들을 옹호한다면, 또는 후대의 종교적 전통에 따라 무턱대고 이들에게 깊은 신앙심과 경건함을 부여한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무한히 흥미롭게 만드는 도덕적 복잡성과 깊은 심리적 통찰을 놓치게 될 것이다.

구약성경은 기독교와 유대교의 경전임에도 등장인물들의 삶의 영역에서 일어났던 어둡고 부정적인, 인간적인 측면들을 가감 없이 처절하게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후대의 편집자들이나 필경사들조차 그들의 목적과 필요에도 불구하고 기록으로 내려왔든 구전으로 내려왔든 그러한 전승들을 그대로 기록했던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이집트와 고대 이스라엘은 모든 문화, 그리고 현재 우리 문화가 그렇듯 자기 자신과 투쟁하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문화였다. 구약성경과 고대 근동 지방의 문서를 비교해보면, 공통의 문화적 유산이 발견되는 동시에 엄청난 사상적 차이가 드러난다. 구약성경의 저자들은 그 이야기들을 도구로 사용하여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들은 기존의 자료를 가져다가 특정한 방식으로 재구성했는데, 이것은 성경 내용에 근거해서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와 문화를 재구성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제공한다. 구약성경에 편입된 더 오래된 원자료와 구약성경 원문의 최종 편집자의 관점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다. 구약성경 원문의 최종 편집자들은 단연코 기존의 원자료에 유일신적 관점을 집어넣었을 것이다. 이 시도는 대체로 성공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매우 상충되고 매우 애매모호한 문장을 산출하여 많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구약성경을 이루는 스물네 권의 책들은 서로 모순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책들은 끊임없이 변했던 이스라엘 민족 역사의 긴 여정의 서로 다른 여러 현실, 순간, 경험을 담아내고 있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구약성경을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담은 진부한 책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구약성경은 여러 면에서 그것이 만들어졌던 시대의 보편적인 문화적 흐름에 대해 근본적인 불만을 설명하거나 표현하는 세련된 문화비평서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발견해왔던 것처럼, 서구 문명의 원천이 된 이 스물네 권의 책들은 어느 시대이건 변화하는 순간에 걸맞은 가르침과 영감을 제공해왔다. 『구약 읽기』는 우리에게 이러한 창조적 독서를 돕는 최고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