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생각의 힘 (책소개)/3.한국정치비평

국민.인민.시민 : 개념사로 본 한국의 정치 주체

동방박사님 2022. 8. 1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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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민을 국민, 인민의 개념과 함께 고찰하고, 시민사회를 사회 개념과 함께 다루어 설명하는 연구서이다. 한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민'의 범주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시민과 인민, 그리고 국민의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세 개의 서로 다른 '민' 개념을 함께 다루면서 정치주체의 역사적 형성과정을 보여주고, 미래를 향한 전망도 함께 시도하고 있다.

 

목차

『한국개념사총서』 발간사
저자의 말

서론

1. 개념의 역사
국민·인민·시민|근대의 개념적 긴장|개념사와 사회사|
개념사 연구의 한국적 맥락|방법론적 원칙과 구성

2. 국민의 개념
한자문명권의 국과 국민|서구사회와 네이션|
번역어 국민 개념과 동아시아|구한말 정치변동과 국민 개념의 수용|
식민지의 국민 개념|해방과 건국과정의 국민 개념

3. 인민의 개념
한자문명권의 인과 인민|서구사상과 인민 개념|번역어 인민 개념과 동아시아|
구한말 정치변동과 인민 개념의 수용|식민지의 인민 개념과 사회운동|
해방과 분단과정의 인민 개념

4. 시민의 개념
전통사회의 시와 시민|서구 계몽사상과 시민 개념|
번역어 시민 개념과 동아시아|구한말 정치변동과 시민 개념의 수용|
식민지의 시민 개념|정치적 주체형성과 시민 개념

결론
국민·인민·시민 개념의 시공간성|전환기 또는 안착기에 대하여|
기대지평과 개념|언어와 번역의 문제|개념사와 주체형성|
한반도 통일과 개념, 그리고 정치주체

문헌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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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박명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 규슈대학 한국학연구소 객원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장, 한국사회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이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 소장, 한국사회사학회 이사, 북한연구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
 

출판사 리뷰

“한국개념사총서”(한림과학원:원장 김용구)『국민·인민·시민』
우리 시대 통합의 화두인 개념어 ‘민(民)’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개념서!


한반도의 근대적인 기본 개념 형성의 중요한 시기인 1850년에서 1950년에 이르는 100년 동안 이질 문명권과 만나 충돌하면서 국민?인민?시민이라는 개념 속에는 상이한 시간대와 공간성을 반영하는 복합적인 의미들이 혼재해 있다. 분화되지 않은 피지배층 ‘민(民)’을 가리키던 전통 어휘에서 정치의 주권자이자 인격적 주체를 뜻하는 근대 개념어로 전환되어 온 긴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다. 또 서양의 문명과 사상이 번역을 통해 새로운 개념어로 수용되는 지성사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한반도 근현대사의 험난함 속에서 진행된 사회집단 간 변화와 거부, 갈등과 대립, 분열과 통합의 과정도 내재해 있다. 개념은 단순한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꿈의 실현과 기대지평을 넓히는 지적 무기이다.
앞으로 한국사회의 정치·사회·문화의 변화를 고려할 때 국민·인민·시민 개념은 새로운 전환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의 진전과 급격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이들 개념어에 담긴 기존의 의미를 성찰하고 새로운 변화와 재구성을 꾀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국민과 인민, 시민과 인민 사이의 거리감을 재조정하는 일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다문화 사회에서 시민과 국민, 국민과 민족 사이의 의미를 변형시키려는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정치적 진보와 보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세계적 보편과 민족적 특수 사이의 긴장도 이들 개념의 재해석과 맞물려 중요한 주제로서 논의되고 성찰될 것이다.

국민·인민·시민 개념의 시공간성과 기대지평
국민·인민·시민이라는 개념은 매우 복합적인 시간성과 공간성을 내포하며 바로 이러한 성격을 충분히 고려할 때 역사의 깊이와 폭을 이해할 수 있다. 같은 개념이라도 그 속에 담긴 함의와 지적 기원, 관련된 사유양식의 틀이 다를 수 있으며 이런 차이와 변화가 한국의 근현대사와 밀접하게 결합되었음을 주의 깊게 인식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국민·인민·시민의 개념은 기대지평을 확대시킨 주요한 유토피아적 전망을 지닌 개념어였다. 이들 개념은 시대별로 주체와 환경에 적용되고 확장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녔고, 광범위한 ‘기대지평’을 공급해줄 수 있었다.

국민·인민·시민 개념의 전환기 또는 안착기
매우 중요한 역사적 기본 개념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자리 잡는 시기를 코젤렉은 안착기Sattelzeit라고 부르며, 한국의 경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전환기로 본다. 20세기 초반에 진행된 이 개념의 전면적 전환은 일본의 번역어를 통해 서구의 문물을 접하는 독특한 역사적 전환기로 서구 개념의 수용과정에서 나타난 의미의 단절과 연속이라는 점을 볼 수 있다. 앞으로 한국사회에서도 안착기에 대한 탐구가 복합적인 의미연관, 개념사의 깊이를 동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언어와 번역의 문제
19세기 후반 서구사상이 새로운 개념들을 동반, 수용될 때 번역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것이었다. 대부분 일본에서 번역된 한자어 개념의 직수입 형태로 서구사상을 접하였다. 순수한 일본어가 아닌 친숙한 한자어로 당시 지식인이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독자적 번역 없이는 독자적 근대화의 고민 부재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동아시아의 맥락 속에서 동일한 한자어 개념들이 수용, 확산, 변형, 재구성을 통해 국민·인민·시민 같은 개념어들이 실제로 일본, 중국, 한국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정치적 함의를 지녔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보면 수용, 변형의 과정이 단순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아가 한자어를 매개로 하지 않고 한글로 된 토착어로 번역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한자어를 매개로 하던 번역어 수용의 시대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문화적 간극도 깊이 연구해 볼 과제이다.

국민·인민·시민의 개념사와 주체형성
한국의 정치적 주체는 ‘피지배층’이자 ‘분화되지 않은 집합체’로서의 ‘민’에서 정치적인 권리를 소유한 주체이자 다양한 개별성을 지닌 존재로 변모해 왔다. 한국 근현대사의 특수한 환경, 특히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인민과 국민의 거리는 20세기 한반도의 남과 북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세계사적 냉전 대립과 연결되어 있다. 한동안 부각되지 않은 시민 개념이 부각되고, 시민과 국민과의 긴장이 논의되는 것 역시 민주화와 다원화를 겪고 있는 21세기 한국사회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국민과 민족을 둘러싼 대립 또한 분단상황에 기인한다.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귀속감을 강조하면서도 국가주의의 폐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므 탐색하려는 시도들은 불가피하게 다시 국민이란 무엇이며 인민, 시민의 연관성을 묻게 된다. 앞으로 이들 개념 사이에 어떤 연관과 차이가 허용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과 개념, 그리고 정치주체
21세기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는 통일을 생각할 때 국민과 인민이라는 개념은 남과 북에서 각각 거의 배타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시민 개념은 북한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국가의 지배력에 종속되지 않는 사회구성원의 개별성과 다양성, 자율성을 뒷받침하며, 민주주의·다원주의·자유주의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남과 북의 통일이란 ‘민족’의 재결합 차원에서 고려되는 것이었으나 서로 다른 정치체제, 경제원리, 사회 관행과 문화, 역사의 차이로 전면적인 기획을 통해 국민·인민·시민 개념과 연결시켜 이해한다면 종합적인 재구성이 통일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청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국가의 국민으로서, 천부인권과 평등권을 지닌 인민으로서, 나아가 각기 다른 개체로서의 자율성과 개별성을 인정받고 독자적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성격은 한반도의 새로운 변화를 맞아 바람직한 정치주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에 이들 개념은 주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