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생각의 힘 (책소개)/3.한국정치비평

더 늦기 전에, 정치 다시 읽기

동방박사님 2022. 8. 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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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더 나은 정치를 고민했던 선각들의 사유와 제안을 짚어본다

제20대 대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였다. 투표권을 행사했든 기권을 했든, 다수의 유권자에겐 지금 유지되고 있는 정치체제가 과연 최선의 것인가 의문이 들 법하다. 그렇다고 딱히 신묘한 해법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럴 땐 한 발짝 떨어져서 온고지신의 지혜를 모색해 보는 게 어떨까. 저자는 역사상 정치와 국가에 대해 나름의 선견과 혜안을 지녔던 아홉 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정치론·국가론을 들려준다.

《더 늦기 전에, 정치 다시 읽기》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근대국가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서는 자크 랑시에르, 베네딕트 앤더슨, E. E. 샤츠슈나이더, 장 자크 루소를, [2부 근대국가 이전의 새로운 국가 모델 모색]에서는 마키아벨리, 토마스 모어, 토마스 홉스를, [3부 국가에 관한 원형적 모색]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들의 대표 저서와 함께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해설과 비평을 곁들여 그들의 정치사상을 압축적으로 소개한다. 현대에서 고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 편의 정치철학 여행기인 셈이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서도 따가운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제목에 쓰인 ‘더 늦기 전에’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어떤 정치, 어떤 국가를 염원하는가
여는 글: 한국의 현대사, 한국의 정치 그리고 표류한 우리의 민주주의

1부 근대국가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1장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를 증오하기
자크 랑시에르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2장 상상의 결과물이라 하여도, 민족주의는 무죄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3장 정당정치가 ‘클릭 민주주의’보다 우월할까
E. 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4장 자유롭게 태어난 인간이 자신을 얽매는 사슬을 끊어내려면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2부 근대국가 이전의 새로운 국가 모델 모색

5장 근대의 문턱에서
마키아벨리 《군주론》

6장 절대왕정 시대의 충신은 목이 잘리며 공화국을 꿈꾸다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7장 여명에서 어둠으로 단호한 한 걸음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3부 국가에 관한 원형적 모색

8장 처자 공유의 철인이 통치하는 이상국가
플라톤 《국가》

9장 현실정치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 행복한 세상을 꿈꾸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맺는 글: ‘정글민주주의’ 시대, 정치 없는 정치를 넘어 새 정치는 가능할까
 

저자 소개

글 : 안치용
 
개를 키운다. 셰틀랜드 쉽독 종으로 지난 성탄절 ‘스콜’을 묻었고 지금은 늙어가는 ‘걸리버’와 함께 산다. 보통 ESG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ESG코리아 철학대표,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으로도 활동한다. 시민사회를 무대로 크게 두 방향의 일을 한다. 언론ㆍ연구 운동을 통해 지속가능성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등을...
 

책 속으로

랑시에르는 이런 적나라한 고발을 통해 민주주의를 증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기득권의 음모를 까발리고, 공적 영역을 끊임없이 사유화하는 과두제에 맞서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증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한국의 지배계급이 민족이라는 가상의 공동체를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을 관철하는 데 얼마나 유력하게 썼는지는 쉽사리 확인된다.
...
사회 갈등을 공적 영역으로 전가하는 것이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본질적 역할이다. 그리고 이때 이 핵심적 역할을 정당이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샤츠슈나이더의 견해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정글민주주의 시대,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쏟아지곤 했다. 저마다 꿈꾸는 이상 국가가 있으나 현실은 이상과 멀기에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이런’ 수준은 아니어야 한다는 자조였던 것. 5년 후 2022년, 제20대 대선과 제8회 지선이 연달아 치러졌다. 이제야 안심된다는 측이 있고,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는 측이 있다. 어느 쪽이든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체제를 민주주의적인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는 랑시에르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꼭두각시놀음을 한 것이 된다. 신랄한 지적은 계속 이어진다. “선거가 있을 때만 자유로울 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 노예 상태가 자유를 압도하며 자유는 무위로 돌아간다”라는 루소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노예 상태로 회귀하고 만 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권자(국민)는 집권 세력에게 농락당하는 존재인가. 수백 년 전의 현실 진단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하지만, 국가는 구성원들에게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훌륭한 삶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고대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진정한 현자들이다. ‘당파적 이해로 분열·대결하는’ 정글민주주의 시대에 이를 극복할 해법을 그들의 지혜로부터 구해본다.

작가의 말

근대의 공동체 기획은 왜 지배체제로 좌초하고 있을까. 이런 고민에서 《더 늦기 전에, 정치 다시 읽기》를 통해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근간으로 더 나은 국가를 먼저 고민한 선각의 생각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민주주의가 가장 바람직한 국가체제이며, 들으면 아주 평범한 얘기지만 너무 자주 망각되기에 끊임없이 상기해야 하는 공준은 민주주의의 주인은 민民이라는 것이고, 그러려면 반드시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민주주의 부재와 정치 실종의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을 실천적으로 반성하는 데 그들의 생각이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여는 글’과 ‘맺는 글’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곳 대한민국의 현실정치를 비판적으로 일별하였고, 본론에 해당하는 1~3부에서는 그들이 남긴 사유와 제안을 곱씹어보았다.

바로 이곳 국민국가 말고는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낼 만한 공간이 없음은 자명하고 무엇인가를 해내야 한다는 요청은 정언명법이다. 뭔가 불편하다면 ‘당분간’이란 단서를 붙여두고, ‘무엇’은 가능한 한 많은 범위의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총체적 체계쯤으로 얼버무려두자. 이 책에는 그 해답이 없다. 난마처럼 꼬인 현실에서 길이 안 보이면 일종의 거리두기로 원론을 되짚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소박한 피정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