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회학 연구 (책소개)/5.노동문제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

동방박사님 2022. 8. 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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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회학자이자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인 려도(뤼투)의 두 번째 신노동자 연구서. 전작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에서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지만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신세대 농민공의 고뇌를 다양한 사례로 분석하고 이 집단을 ‘신노동자’로 칭해 그 성격과 현황을 다룬 데 이어, 이 책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에서는 이들의 노동 현장, 생활 방식, 여가 문화를 망라한 ‘삶 이야기’로 더욱 자세한 실상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을 수년에 걸쳐 인터뷰하고 생애를 샅샅이 추적하여 노동자의 삶에 깃든 문화와 정신이 그들이 처한 현실, 나아가 미래와 어떤 관련을 맺는지 밝힌다.

3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신노동자 집단은 세상에 휩쓸려 묵묵히 품팔이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저항하고 연대하여 사회를 바꿀 것인가. 저자는 신노동자의 일과 삶의 선택, 그들이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해야만 하는 환경, 그리고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의 고민으로부터 개별 노동자를 넘어 집단과 사회 현실, 문화가 변화하려면 노동자 계급으로 거듭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목차

추천의 글
구 사부 이야기_왕효명
신노동자 집단의 ‘죄와 벌’_전계영
정신적 딜레마_곽정
한국어판 서문
서문

제1부 우리의 노동

제1장 왕미려의 이야기 - 여긴 사람 살 데가 아니야
삶 이야기: 다시는 폭스콘에서 일하지 않을 거예요
분석:
- 일의 목적과 의의
- 일과 삶의 의미
- 과객 심리
- 우리의 나약함에서 비롯된 자본의 기만

제2장 대만 자본 공장에서의 품팔이 - 비인간적인 공장 문화
품팔이 생활 일기
분석:
- 노동의 가치
- 이름 없는 세계
- 산업 발전과 민주
- 노동자의 상호 작용
- 단짝 만들기
- 자본주의 문화의 작용

제3장 독일 자본 공장에서의 품팔이 - 억압을 내재화한 피억압자
품팔이 생활 일기
분석:
- 교육 문제와 주택 문제
- 억압의 체화와 전이
- 공장의 억압 문화
- ‘유연’한 문화의 강력한 힘
- 신노동자의 소극적인 정신문화
- 자본의 논리와 인성의 충돌
부록: 공장 문화 토론

제2부 우리의 생활

제4장 왕복유의 이야기 - 집과 제로섬 게임
삶 이야기: 죽을힘을 다해 번 돈으로 집을 지었어요
분석:
- 이민의 시대
- 집과 일터에서의 분열된 삶
- 집과 제로섬 게임
- 중국과 유럽의 집값

제5장 왕가의 이야기 - 사랑과 결혼
삶 이야기: 이 결혼 생활에는 희망이 없어요
분석:
- 자본주의와 여공
- 기억을 잃어버린 시대
- 사랑과 결혼=집과 자동차
- 사랑과 결혼을 지키는 것
- 결혼의 이유

제6장 정용방의 이야기 - 출산과 양육
삶 이야기: 아이는 꼭 필요한 존재예요
분석:
- 아이를 낳는 이유
- 출산을 강요하는 사회
- 아이를 낳은 여성의 득과 실
- 아이가 주는 기쁨과 번거로움
- 무보수 혹은 최저가의 여성 노동력
- 여성의 행복한 삶을 위해
부록: 엄마의 일기

제7장 장점파의 이야기 - 소비와 소비주의
삶 이야기: 저항 능력을 잃은 정신 승리법의 비극
분석:
- 노동자의 소비 현황
- 필요를 위한 소비, 욕망을 위한 소비
- 제한 없는 욕망
- 아Q에게 저항 능력이 없는 이유
- 자본의 논리와 자본주의

제8장 신노동자의 여가 생활
여가 없는 삶
여가 없음의 의미
단조로운 여가 생활
빈곤한 여가 생활

제3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제9장 장맹의 이야기 - 인민에 봉사하고 싶었지만 다단계 일을 하기까지
삶 이야기: 부자가 되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요
분석:
- 세 가지 도덕
- 자본의 논리와 세 가지 도덕
- 노동자 의식의 문제

제10장 소호민의 이야기 - ‘평범한 사람’의 빛나는 품격
삶 이야기: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분석:
- 고통의 근원에 대한 끝없는 탐구
- 개인의 고통과 집단의 출로
- 건강한 인간과 사회

제11장 왕해군의 이야기 - 노동자 권리 추구를 위한 삶
삶 이야기: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대표한다
분석:
- 선택을 통한 권리 추구
- 사회 보장 제도의 의의
- 노동 가치에 대한 탐구
- 자아 정체성 형성 과정
- 노동자 권리 추구

제4부 신노동자 문화의 실천

제12장 손항의 이야기 - 문화 운동
삶 이야기: 노동하는 자, 노동을 노래하라
분석:
-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환경
-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 문화의 공간 ‘북경 노동자의 집’
- 지역 사회의 개념
- 지역 사회의 유형
- 전형적인 변두리 마을 피촌
- 지역 사회 활동
- 도시 변두리 촌락의 비밀
- 문화의 현장
- 신노동자 문화
부록: 문화 교전의 현장

제13장 심금화의 이야기 - 교육 운동
삶 이야기: 품팔이 자녀 교육을 통해 사회 진보를 꿈꾸다
분석:
- 기초 교육과 인생의 방향
- 고등 교육과 인생의 선택
- 피촌 동심실험학교의 의의
- 학교와 지역 사회
- 우리의 뿌리
부록: 잔류 아동의 일기

제14장 왕덕지의 이야기 - 연대 경제
삶 이야기: 사회적 기업은 ‘노동자의 집’의 희망
분석:
- 돈벌이의 목표
- 현실에 맞서다
- 조직에 대한 갈망
- 연대 경제와 자본주의 경제

제15장 허다의 이야기 - 역사 인식
삶 이야기: 문예는 내 생활이자 무기
분석:
- 로큰롤 비판
- 인민문예관
- 품팔이 문화예술박물관의 의의
부록: ‘저항’의 노래

제16장 강국량의 이야기 - 노동자의 집 코뮌
삶 이야기: 코뮌 안에서 우리는 모두 존엄해요
분석:
- 진정한 예술
- 마음 따라 움직이다
- 무엇이 문화인가
- 코뮌은 가난한 사람의 출구
- 코뮌은 자각적인 직접 민주
- 코뮌이 추구하는 세 가지 이상
- 신노동자의 긍정적인 정신문화
- 노동 문화의 이상
부록: 미국 여공 엘리자베스 이야기
부록: 문화적 전장

저자 후기
독자 후기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

저 : 뤼투 (呂途,려도)
 
1968년 창춘시 지린성 출생.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에서 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발전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주류 학계를 떠나 기층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하고 연구하면서 중국의 ‘신노동자’ 영역을 개척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베이징 노동자의 집’에서 연구와 교육 및 공동체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책을 비롯해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2013),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2015)를 출간하며 중...

역 : 정규식

 
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 연구교수. 저역서로 『노동으로 보는 중국』,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2』(공저),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공역),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공역) 등이 있다. 현재 “중국식 사회주의의 진화와 동아시아”라는 주제로 노동, 생산 네트워크, 지역 질서의 구조변동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다.

역 : 연광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교통대학 사회문화연구소에서 ‘박현채 사상의 현대적 의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인류학과 방문학자,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대만 국립교통대학 국제문화연구센터 연구원,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사상의 분단》, 번역서로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민주 수업》, 공역으로 《중국 신노동자...
 

책 속으로

“회사가 우수한 경영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가혹한 제도들을 고안했는데요. 예를 들어 대화 금지, 작업장 무단이탈 금지 등이요. 어떤 공장은 생산 라인에 머리카락이 낀 사고를 계기로 여성 노동자들에게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했어요. 어쩔 수 없이 모두 그 말에 따랐지만, 속으론 엄청 분개했죠. 우린 온도가 늘 24도로 유지되는 클린 룸에서 일했어요. 그런데 작업장 관리자가 “작업장 온도를 유지하는 건 너희의 쾌적함을 위한 게 아니야. 부품이 녹슬지 말라는 거지”라고 했어요. 우릴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 같았죠. 파업의 도화선이나 파업 이후 우리의 요구는 임금 문제였어요. 하지만 그 도화선을 만든 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기분, 즉 사람대접 못 받는 울분이었어요.” --- p.71

생산 라인의 작업 공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휴식 시간에도 앉을 곳이 없다. 작업장 바깥의 넓은 공간에도 원료나 원부자재가 담긴 상자가 자리 잡고 있어서 겨우 3명 앉을 수 있는 벤치 하나만 있다. 그래서 휴식 시간에 아무 데나 앉거나 땅바닥에 앉아야 한다. 이러한 휴식 시간은 시혜에 불과한데, 당당하게 쉬지 말고 구석에 숨어서 쉬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할 때도, 쉴 때도 앉을 의자를 주지 않는다. 라인의 한 여성 노동자는 “전에 일한 공장엔 의자가 있었어요.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좀 움직이고 싶은데, 아무리 힘들어도 일어날 수가 없어요. 일어나기만 하면 관리자가 의자를 치우려 하거든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한 번 일어나면 앉을 수 없고, 한 번 앉으면 일어날 수 없죠”라고 했다. --- p.99~100

구직 활동부터 작업장에서 일할 때까지 줄곧 모욕감에 시달렸다. 인력 자원 회사에서 일자리를 구할 때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자리를 소개해 줬기에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면접 보러 가면서 차 한 대에 가득 태워졌을 때는 마치 자루에 담긴 느낌이었다. 신체검사를 할 때도 의사는 멋대로 오라 가라 했고, 사생활도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계약서를 쓸 때도 인력 자원 회사 직원이 우리를 마치 바보처럼 대했다. 생산 라인에서는 노땅들이 신입을 질책했다. 이러한 모욕감은 모두의 마음에 쌓이지만, 노동자마다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다.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으로 이 상태를 형용하기를 거부한다. 만약 그러한 판단 기준을 가진다면 도덕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고, 옳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되면 매일 불의를 마주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단하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순응하는 것이 낫다. 공장 문화는 치밀한 설계와 같아서 때로는 규정집에 따라 실행하는 것으로 보였고, 때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p.143~144

왕복유 가족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아내는 진에서 자녀를 돌보며 장사하고 싶지만, 돈을 벌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가족의 생계는 왕복유의 외지 품팔이에 의지해야 한다. 왕복유는 외지에서 표류하며 품팔이로 나날을 이어갈 것이다. 10년 후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아내도 외지로 나가 품을 팔 것이다. 즉 그들의 새집은 아이 낳을 때와 잠시 일을 쉴 때를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느 한곳에 정착해 자식을 낳아 기르며 삶을 꾸려 나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도시와 기업은 일자리만 제공할 뿐이어서 품팔이는 다른 필요를 고향에 의탁할 수밖에 없다. 이는 품팔이의 삶의 분열과 가족의 별거를 초래한다.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도시와 농촌의 공동 발전이다. 여기서 핵심은 도시가 품팔이에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본의 논리에 따른 발전이 ‘사람 중심’으로 고려되거나 설계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품팔이는 도시에서의 정착과 발전을 스스로 쟁취해야만 한다. --- p.174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체제하에서 여공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이중 착취에 놓이게 된다. 이는 자본주의의 본질상 필연적인 결과다. 이러한 체제에서 여성이 직면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공의 또 다른 역할, 즉 출산과 양육이 사적 영역과 개인의 책임으로 취급될 때, 여성은 무보수의 가사 및 육아 노동을 떠맡을 수밖에 없다. 여성은 일자리를 잃거나 시부모에 의탁해 일을 계속한다. 이렇게 해서 여성을 통제하는 가부장제는 더욱 공고해진다. 둘째,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로 여성은 취업 시장에서 냉대받는다. 따라서 여성은 고용주 앞에서 이것저것 따질 수 없는 형편에 놓이고, 더욱 순종적이고 착취당하는 노동력이 된다. 이렇듯 자본이 노동력 재생산의 대가를 가정에 전가한 탓에 여성은 남성과 자본의 이중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 p.198

자본주의 문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환상을 심어 성공의 가능성을 믿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반드시 개인의 노력을 요구하며, 더 많은 사람이 노력을 통한 성공을 믿게 될수록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나아가 자본에 대적하려는 사람이 적어진다. 개인적 분투만을 강조함으로써 사람을 눈앞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하고 무감각한 존재로 만든다. 이것이 자본가가 가장 원하는 일이다. 이제 개인 분투에 대한 미신은 많은 사람이 필사적으로 그것에 매달리게 하기에 충분해졌다. 그러나 결국 극소수만이 개인적 분투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 자본의 본질은 이기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은 이기심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자본은 계속해서 더 많은 이기적 인간을 양산해 내면서도 가식적인 담론으로 이러한 이기적 행위를 은폐한다. --- p.300

“근무 시간은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 일했어요. 우리는 이걸 ‘두 번의 어둠’이라 불렀어요. 아침에 출근할 때도 깜깜하고, 저녁에 퇴근할 때도 깜깜해서요. (...) 잠이 부족해서 저녁 근무 때 항상 졸았어요. 걸으면서도 졸곤 했는데, 쇠로 된 선반에 부딪힌 적도 있어요. 무척 아팠죠. (...) 게다가 작은 작업장 안에서 아스팔트 재료가 연기를 내면서 타니까 냄새가 지독해요. 거기서 일하면서 몸이 많이 망가져 병도 얻었어요. 만성 기관지염도 거기서 생긴 거예요.” --- p.320

현재 품팔이 집단은 여전히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에 집단의식 또한 흐릿하다.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이 농촌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노동자로서의 신분도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없기에 직장이나 사회에 명확한 요구를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명확한 방향과 요구가 없으니 맹목적이고 저돌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노동자 간에 효과적인 소통과 연대가 이뤄진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예로, 일종의 ‘기업 처우 명부’를 만들어 이를 참고해 일자리를 선택한다면, 좋은 기업은 더욱 장려하고 열악한 기업에는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략적인 기업 순위를 매겨 보았다. 좋은 기업에서 나쁜 기업 순으로 나열하면, ‘독일 기업, 영미 기업, 한국·일본 기업, 대만 기업, 중국 기업’ 순이다. --- p.365

대다수 잔류 아동이 까다로운 정책 때문에 부모가 일하는 지역에 입학할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고향에서 학교에 다닌다 해도 북경을 떠나지 않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다. 즉 이러한 정책은 더 많은 잔류 아동을 만들어 낼 뿐이다. 동심실험학교 6학년 학생이 쓴 일기를 읽고 고통스러웠다. 도시에서 쫓겨나고, 사회에서 주변화되며, 부모와 강제로 떨어진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일부는 학교를 중퇴하고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에 필요한 염가 노동력 대군에 편입될 것이다. 그리고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나 아Q정신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불평등한 제도를 받아들일 것이다. 다른 일부는 사회에 불만을 품고도 출구를 찾지 못해 자포자기하거나 사회에 보복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일부는 저항 의식을 키워 사회에 맞설지도 모른다. --- p.470~471

로큰롤이 전 세계를 휩쓴 것은 주류에 반항하는 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의 힘으로 휘황찬란한 무대에 서는 스타가 되면, 로큰롤의 반항 정신은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가장 우둔한 것은 자본이다. ‘돈이 있으면 귀신에게 맷돌질도 시킬 수 있다’는 득의양양한 논리가 번번이 승리함에도, 결국 인성을 이길 수 없음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자본은 인성의 약점을 어떻게 이용할지 알고, 수단을 목적으로 바꾸는 방법도 안다. 나아가 사람들로 하여금 초심을 버리게 하고, 수단의 노예가 되도록 함으로써 목적 자체를 버리게 한다. 로큰롤 스타 중에는 이러한 사례가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로큰롤의 꿈이 그저 억압 자체를 발산하며, 이 경로를 따라 자기 처지를 바꾸고, 최종적으로 주류적 기준의 성공을 향한 것일 뿐이라면, 그 길은 극소수에게만 해당할 것이다. --- p.512~513

자기 운명을 바꾸려면, 우선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자기 이익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도시 변두리에서 생활하는 타지 사람이 막 북경에 도착했을 때는 모종의 강렬한 치욕감을 느끼기 마련이에요. 처음에는 일종의 예술적 심미감으로 이 치욕감을 없애 보려 했어요. 그러나 ‘예술가’의 환상을 깨고, 한 사람의 노동자, 한 사람의 품팔이 신분으로 돌아가 그것을 긍정하게 되면서 현실 생활에 살아 있는 주체를 발견할 수 있었고,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었어요.” --- p.515

2008년은 중국 개혁·개방 30주년이다. 중국 경제의 신속한 발전은 세계의 시선을 끌었으며, 중국 또한 야심만만하게 경제 대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은 국가가 부강해지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사회 발전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국가의 부강과 인민의 복지 증대에 격차가 생길 것이다. 경제 발전은 많은 경우 기층 인민의 경제적 이익과 심신 건강을 대가로 한다. 이제 이에 대해 반성할 때가 되었다. 반성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이 역사는 파노라마식 역사로, 주인공은 기층 인민이어야 한다.
--- pp.517~518
 

출판사 리뷰

자본주의에 잠식된 중국의 ‘문화적 전장’에서
신노동자들이 말하는 진실한 체험과 삶 이야기


중국 신노동자의 문화와 운명을 다룬 이 책의 핵심은 ‘문화’에 관한 사유다. 이때의 문화는 행동이나 의식주,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교양과 가치관, 정신문화를 망라하는 것이므로, 저자가 천착해 온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은 한 개인의 문화적 정체성의 총체적 표현이다. 저자는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문화에 관한 정의를 빌어 문화를 ‘총체적인 생활 방식이며, 일상적인 것이자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것’으로 본다. 자본과 인간이 대립하는 이 세계가 ‘문화적 전장’이기에 ‘문화는 일종의 총체적 투쟁 방식’이기도 하다.

사회와 경제의 급격한 변화로 중국에 자본주의 문화가 빠르게 유입되었고 중국 노동자들도 다양한 갈등과 선택 앞에 놓였다. 그러나 저자는 사상의 충돌이나 갈등 현상을 넘어 본질을 깊이 보면, 세계의 노동자가 유사한 처지라고 말한다. 이는 자본이 노동자를 전면적으로 통제하고 조종한다는 사실이다. 수년에 걸쳐 신노동자들을 인터뷰해온 저자는 그들의 문화적 상태가 사회적으로 정확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이고, 권리에 민감하면서도 불의에 무감각했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자로서의 역량’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고 비관해서도 안 된다.

이 책에서 신노동자 집단의 정확한 상태를 알고자 한 이유, 즉 불투명한 전망의 노동자가 자본의 논리에 갇혀 어떻게 발버둥 치며 위안을 찾는지, 또 어떻게 스스로 마비되어 갈 곳을 잃는지 분석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능동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과 생활을 개인의 행복, 집단의 나아갈 길, 사회 진보 및 발전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연계가 이루어져야 개인과 사회의 미래가 열릴 것이며, 역사와 현실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수행한 ‘문화 분석’은 신노동자 집단의 미래에 대해 방향성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협력의 일환이 된다.

이 책의 연구 방법은 ‘삶 이야기’와 ‘문화 체험’ 분석이다. 이는 에드워드 톰슨의 계급에 관한 서술, 즉 “계급은 하나의 역사적 현상”이며 “인간관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그 어떤 것”, “계급의식이란 이러한 경험들이 문화적 맥락에서 조정되며 구체화되는 방식”이라는 서술로부터 영향 받았다. 즉 개개인의 진실한 삶 이야기를 통해 문화의 본질을 분석한 것이다. 문화 체험 분석을 위해서는 연구 대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생활해야 비로소 그 문화적 상태를 체득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저자는 직접 공장에 취업해 생산 라인에서의 노동을 경험하기도 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1부 ‘우리의 일’에는 한 노동자의 삶 이야기와 저자의 두 차례 공장 체험이 실렸다. 제2부 ‘우리의 생활’에서는 노동자 네 명의 삶과 여가를 다루면서 주거, 연애와 결혼, 출산과 양육, 소비, 여가 생활에 대한 관념 및 현황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논의했다. 제3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서는 노동자 세 명의 삶으로부터 그들의 선택을 살펴본다. 제4부는 ‘신노동자 문화의 실천’으로,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 다섯 명을 인터뷰해 비전과 실천 방향을 알아본다.

저자가 체험한 노동 현장은 ‘이름 없는 세계’,
도구가 되어 공장 안에 갇힌 노동자들


폭스콘은 중국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자기기 OEM 업체다. 폭스콘 공장과 기숙사에는 건물 사이마다 그물이 쳐져 있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서다. 2010년 한해에만 노동자 14명이 공장에서 투신했고, 자살 행렬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높은 노동 강도와 장시간 노동, 고가의 물품을 다루며 파손 시 배상해야 하는 스트레스, 엄격한 규율과 보안이 강조되는 작업장에서 20세 전후의 노동자들은 소외되고 있다.

18세의 폭스콘 여공 왕미려는 이 책에서 “폭스콘은 사람 살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장 기숙사가 ‘임시’적이고 곧 이직할 것이라 생각해 거주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참고 견딘다. 저자는 이를 ‘과객 심리’라 일컬으며, 이 심리가 품팔이 집단에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문화적 상태라고 본다. 과객 심리는 노동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쟁취하지 못하게 한다. 중국은 취업과 경제 발전을 의미한다는 이유로 ‘자본 유치’를 염원하지만, 표면적인 번영 후엔 자본이 철수하고 실업과 폐허만 남는다. 이때 과객 심리는 늘 염가 노동력을 찾아다니는 자본의 논리에 완벽하게 부합하여 자본의 확장과 도주에 영합하고 협조한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한편, 저자 려도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경험하기 위해 공장 두 곳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고 그 체험을 책에 실었다. 저자가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제품에 스티커 붙이는 일을 하는 동안 깨달은 것은 단순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낮게 평가되는지와 구직부터 공장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이름 없는 세계’라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우리 이름은 중요하지 않거나 무엇이라 불려도 상관없다. 개체의 역할은 생산에 기여하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배려는 이 기능을 완성하기 위함일 뿐이다. 이러한 공장 문화는 인간에 대한 극도의 폄훼를 실현했다.”(96~97쪽) 이때 노동은 자기 이름을 잃는 과정이며, 노동자는 값이 매겨져 팔리기를 기다리는 특수 상품일 뿐이다.

기업 문화는 자본 문화이고, 자본 문화는 이윤 제일의 문화이자 노동 가치 폄하의 문화라는 것이 저자의 공장 체험에서 나온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발전은 민주를 촉진하기는커녕 저지하고 있다. 노동자의 공장 이동은 자유로우나 그들은 사실 자유롭지 않다. 어디서 일할지 선택할 자유가 있어 보이지만, 공장 제도와 문화는 매한가지라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본과 관리자는 노동자들끼리 유대가 생기기 전에 다양한 수단으로 상호작용을 막고,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게 했다. 저자는 이런 공장 생활에서 공포를 느꼈다고 술회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들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터득한 대처 방식은 이탈하거나, 폭발하거나,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공장 문화에 특히 자본주의 문화의 특징이 집중적으로 체현돼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 문화의 목적이 배금주의의 합리화, 사람을 도구이자 노동 기계로 순치하는 것, 아울러 소비자로 길들이는 것이라고 할 때, 공장 문화는 첫째, 착취를 합리화하고, 둘째, 노동자의 휴식을 빼앗아 사고 능력을 박탈하고, 셋째, 작업장 통제로 자유와 권리를 상실하게 해 사회적인 인간이 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사람은 노동자이지만 ‘노동 기계’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람은 소비자이지만, 소비주의에 침식되어서는 안 된다. 려도가 본 노동자들은 의식 수준이 낮아 불공평한 대우에 저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본 통제하의 공장 제도와 문화 안에 갇혀 있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문화에 마비된 정신승리 vs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사회 책임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가 노동자의 미래를 결정할 것


제2부에서는 왕복유, 왕가, 정용방, 장점파 네 노동자의 생활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주택, 사랑과 결혼, 출산과 양육, 소비, 여가 생활을 살피는 이유는 품팔이들의 삶이 이 문제들과 가장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도 공장 문화의 압박을 받기에 퇴근 후에도 자본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가족이 모여 살고, 아름다운 사랑과 결혼을 하며, 양호한 물질생활과 즐거운 정신문화 생활을 하고자 하는 열망은 냉혹한 현실에 부딪힌다. 도시와 농촌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혼란과 단절, 심리 상태의 모호함과 변덕은 노동자의 생활이 다층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절망적인 노동자 현실로부터 느껴지는 당혹감은 제3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등장하는 장맹, 소호민, 왕해군의 생활과 생각으로부터 심화된 고민으로 나아간다. 인민을 위한 활동가가 되고 싶었던 장맹은 녹록치 않은 현실에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게 되었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인 소호민은 점차 노동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영광스럽고 존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호민의 성찰은 훌륭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필연적으로 곤경에 마주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성찰과 수양은 자기 위안일 뿐이며, 집단은 물론 자신의 권익도 수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장에서 파업을 경험하고 임금 체계에 의혹을 품는 왕해군의 사고는 노동자로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제4부에 등장하는 ‘북경 노동자의 집’ 핵심 활동가 인터뷰는 단체의 사상과 실천, 성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자의 출로와 방향을 탐색하여 공통의 이상을 찾으려 한 것이다. 2005년 북경 변두리인 ‘피촌’에 들어선 ‘북경 노동자의 집’은 지역 사회 문화 활동, 중고 상점(사회적 기업), 품팔이 자녀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 신노동자 집단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 정부의 철거 위협 속에서도 노동자는 물론 대학생, 지역 주민, 유동 아동 등이 이 단체에서 일하거나 교육을 받으며 활동한다. 저자는 이 활동에 대해 “노동자를 대표하며,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 체험에 기초한 적극적인 문화를 ‘신노동자 문화’라 부른다”, “신노동자 문화는 기성품이 아니라 창조 과정 그 자체”라고 말한다.

현실에 맞선 북경 노동자의 집의 다양한 실험은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하에서 생존하기 위해 민주적 운영과 토론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이 코뮌 안에서 우리는 모두 존엄하다”고 말한다. 구성원들은 평범한 노동자이자 예술 활동가이며, 조직가이자 운전기사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드러머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왜곡하는 자본에 맞서, 이들은 자력갱생하는 공동체로 연대하고 저항하며 매일의 일상에서 자신들이 긍정하는 생활 방식을 실천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타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자 려도는 중국에 침투한 자본과 산업의 현황을 지적하며 중국의 발전과 세계 노동자의 미래를 위해 중국과 중국 노동자가 사상적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서방 금융 모델과 미국 금융 시장을 배우지 말 것, 서방의 민주 모델을 쉽게 학습하지 않을 것, 시장을 쉽게 믿지 말 것,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중국 발전 모델을 마련할 것, ‘사람’ 중심의 발전을 추구할 것 등이다. 저자가 인식하기에 미국 인민의 운명, 중국 인민의 운명은 물론 세계 인민의 운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본의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노동자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저자는 결국 ‘인간’에 주목한다.

자본주의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친 충격과 파괴력이 빠르고 맹렬해, 인간은 이에 대항할 능력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자본은 이윤 추구를 위해 인간을 ‘탈인간화’하려 하지만, 사람은 인간성을 박탈당한 것에 괴로움을 느낀다. 이것이 저자가 갖는 인간에 대한 희망의 근거다. 루쉰의 소설 주인공 ‘아Q’처럼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노동자 개인의 주체성 형성과 건강한 정신이 노동자 집단의 희망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추천평

중국은 일대일로와 중국몽을 통해 제국주의의 폭력적 세계 지배와는 다른 문명 세상을 이끌고자 한다. 그렇다면 그 중국은 누가 만드는가. 려도는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에서 3억 명에 달하는 중국 농민공을 신노동자로 이름하며, 이들의 자각과 굴기야말로 중국이 진정한 세계 사회를 이끌 동력임을 가늠했다. 그리고 이제 《중국 신노동자의 미래》를 통해 그들이 문화 주체로서 새로운 정치 사회 주역으로 나서는 진정한 중국 특색의 문화 정치의 장면을 펼쳐 보인다.
백원담(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장, 중어중국학과 교수)

책 속 주인공들이 농민공이라 불리기를 거부하고 새로이 만들어 내는 신노동자 주체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형성 중이다. 이 책은 그들이 겪는 절망과 무기력과 열망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드러내고, 그 구조를 각자 다르게 겪어 내는 수많은 결을 보여준다. 이들은 서로 괴롭히기도 하고, 같이 모여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결코 단일하지 않은 감정과 행동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전투’를 통해 그들은 각자, 그러나 함께 운명에 저항하며 ‘기나긴 혁명’을 수행 중이다. 이 저항과 주체성은 중국이 만들어 나가는 사회주의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책은 중국 신노동자에 ‘대해’ 쓴 책이 아니라, 신노동자의 바로 그 형성 과정에 동참하는 책이다.
장정아(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 중국학과 교수)

려도는 생산 라인의 고된 노동에 비틀거렸고,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을 때 모멸감을 느꼈다. 통증을 함께 앓았기에 그녀는 노동자의 무감각한 얼굴에서 능동성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이 책은 통각을 잃어버려야 견딜 수 있는 삶에 대해, 이 삶을 관통하는 문화와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진핑 시대 중국은 아Q가 득실한 동굴처럼 보이나 려도가 있고, 촛불 이후의 한국은 광장에 민주가 차고 넘치나 려도가 없다. 그녀의 치열함 덕택에 우리 사회가 해방의 언어들과 너무 일찍 결별했음을 깨달았다. 조문영(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전통적인 향토 사회로부터 이탈한 중국 품팔이 집단은 세계 노동 운동 역사상 전례 없는 고도의 조직화 단계에 신속히 진입했다. 이는 전지구화한 자본이 잉여노동을 착취하고, 공장 지역의 집단 거주지로 노동자를 밀집시킴으로써 가능했다. 이로써 일찍이 마르크스가 부르주아는 자신의 무덤을 파는 일꾼들을 만들어 낸다고 한 것처럼, 중국판 ‘자기 무덤 파는 사람’의 대하드라마가 서막을 열었다.
온철군(원톄쥔, 중국인민대학 교수)

현재 북경 교외의 ‘피촌’이라는 시끌벅적한 마을에서 코뮌 공동체가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이 공동체의 중요한 면은 일종의 종합적이고 자주적인 새로운 집단 노동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100년 전 강유위(캉유웨이)라는 학자가 “유토피아는 결코 공상이 아니며, 현실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 나오는 피촌 이야기를 읽고 나는 이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왕효명(왕샤오밍, 상해대학교 문화연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