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계국가의 이해 (책소개)/2.영국역사문화

영국인의 문화 정체성

동방박사님 2022. 10. 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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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 영국을 이해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대처수상이다. 저자는 20세기 영국사는 대처 이전과 대처 이후로 나눌 수밖에 없을 만큼, 대처주의가 영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영국병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린 노대국을 회생시킨 여걸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 책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영국의 공동체성을 훼손시킨 역사적인 과오가 더 크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대처주의를 영국 개혁주의 전통의 일탈자로 보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이 귀족과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는 하지만, 19세기 후반 이래 영국 사회를 개혁하려는 이념을 꾸준히 견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영국 보수당은 수구 세력이 아니라, 온건 개혁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이념을 받아들인 대처는 자유시장이라는 절대 이념을 추구함으로써 영국인이 역사적으로 쌓아온 실용주의와 온건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해, 영국이라는 나라를 부자와 빈민이라는 두 개의 국가로 또다시 분열시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목차

머리말
주요 출전 및 근거

제1부 영국인의 정체성
제1장 영국의 정체성에 대한 문화적 정의
제2장 통합과 비잉글랜드적 정체성
제3장 영국적 정체성의 언어적 표현

제2부 대처와 하이에크
제1장 대처주의의 실험
제2장 하이에크의 뉴 라이트 사상

제3부 대처주의와 영국 문화의 위기
제1장 가정의 위기
제2장 실업 문제와 하위 계급
제3장 청년 문화
제4장 소수 인종 문제

제4부 영국의 개혁주의 정치 문화
제1장 영국 기독교의 개혁주의 전통
제2장 밀과 그린의 산업 자본주의 비판
제3장 홉슨의 개혁주의 비판
제4장 레인보우 서클의 개혁 활동
제5장 자유당과 노동당의 진보적 연대

제5부 문학과 예술
제1장 현대 영국 문학을 읽는 세 가지 코드
제2장 현대 영국 연극의 전위성
제3장 현대 영국 영화
제4장 대처주의와 1980년대 영국 영화의 르네상스
제5장 헤리티지 영화
제6장 대중음악-청년과 소수 인종
제7장 미술
 

저자 소개

저 : 박무룡
 
1994년 서강대 대학원에서 「영국의 신자유주의와 지식인의 사회개혁: 1881~1914」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서강대·한국외대·이대·명지대·한양대·중앙대 등에서 강사, 한국외대의 겸임교수와 서강대의 대우교수를 거쳐, 현재 서강대의 연구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1996년부터 동아문화센터, 신세계·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양의 역사·문화·예술을 가르쳐 오고 있다. 역사와 문화·예...
 

책 속으로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대처의 이미지는 다분히 언론이나 뉴 라이트 추종자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신화였다. 특히 한국에서 대처주의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친기업적인 일부 언론이나 우파 지식인에 의해 왜곡되어 왔다.
대처는 영국에서 사회주의를 물리치고 자유시장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그 실현을 위해 급진적인 체제 개혁을 단행했다. 강력한 권위주의적 권력을 행사하여 복지를 대폭 축소하고, 교육?예술 등의 분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통화주의, 세금 감면, 노동 억제, 민영화, 교육 개혁, 지방자치 단체의 권한 약화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영국 사회의 모든 것을 시장의 논리에 맞춰 개조하려고 했던 대처의 실험은, 그레이John Gray의 말처럼, “그녀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고, 꿈꾸지 않은 사회”를 출현시키고 말았다.
대처가 추구한 재산 소유 민주주의property-owning democracy 혹은 주식 소유 민주주의share-owning democracy의 꿈은 일시 실현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지방자치 단체의 주택을 매각하고, 저리의 금융 대출을 시행함으로써 국가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1988년부터 심각한 불경기가 발생하고 대량 실업이 초래되면서 오늘날의 미국과 같은 주택과 관련한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이 대출로 산 집을 은행에 차압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영국사 전공자가 해설하는 현대 영국에 대한 이해
―영국인은 누구인가부터 대처주의와 뉴 라이트의 공과에 이르기까지―


오해가 많은 나라 영국

한국인에게 영국은 널리 알려진 나라이고, 근년에는 많은 한국인이 직접 방문?관광하는 대표적인 서구 국가이기도 하지만, 오해와 편견에 휩싸여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 영국을 보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라는 렌즈를 통해 영국을 볼 때 생기는 굴절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전국에 산재한 대학마다 있는 영문과라 할 수 있다. 오해의 대표적인 예로 영어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이 영어 열풍에 휩싸여 있지만, 한국인이 마스터하고자 열망하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사실은 미국어이다. 영어와 미국어는 엄연히 다른 말이라고 할 수 있다(74쪽 참조). 그것은 문화에서 더욱 그러한데, 영국 문화와 미국 문화는 아주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학에서는 영문학이란 오묘한 커리큘럼으로 영국 문화의 변별성을 희석시키면서도 수많은 영국 전문가를 양산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영국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좋은 방법은 역사적 뿌리를 더듬어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인이 축구에 몰두하는 것은 근대 국민 국가의 형성과 관계가 깊다.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는 각기 다른 팀으로 월드컵 예선에 참가한다. 그만큼 지역 아이덴티티가 강한 것이다. 그러나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은 공유한다. 지역성이라는 원심력을 모아주는 구심력의 언어가 축구라는 운동 경기를 통해 진화한 것이다. 이 점은 영국을 이해할 때 아주 중요하다. 한 지붕 밑에 네 가족이 동거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의 근원 대처주의

현대 영국을 이해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대처수상이다. 20세기 영국사는 대처 이전과 대처 이후로 나눌 수밖에 없을 만큼, 대처주의가 영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처주의는 지금까지 너무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되었다. 영국병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린 노대국을 회생시킨 여걸이라는 이미지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박우룡의 시각은 다르다. 긍정적인 요소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영국의 공동체성을 훼손시킨 역사적인 과오가 더 크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대처주의는 그동안 경제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어 왔다. 대처에게는 지나친 복지를 억제하고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물리쳐 ‘영국병’을 치료하고 경제를 회복시켰다는 찬사가 뒤따라 다녔다. 그래서 그녀의 정치적 태도와 정책은 정치 지도자들이 마땅히 추종해야 할 하나의 전범으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심지어 대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시대적 조류로 등장했을 때, 그러한 새로운 방향을 선도하는 정치인으로 크게 추앙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처주의의 실상은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는 크게 달랐다. 대처주의의 내용과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장밋빛이 아니었다. 당시 영국의 경제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나빴으며, 대처의 경제적 업적이나 국가 개조에 대한 실적도 사실과 달리 부풀려져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대처의 이미지는 다분히 언론이나 뉴 라이트 추종자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신화였다. 특히 한국에서 대처주의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친기업적인 일부 언론이나 우파 지식인에 의해 과대 포장되거나 왜곡되어 왔다.”

영국의 개혁주의 전통에 대한 이해

이 책의 독자성은 대처주의를 영국 개혁주의 전통의 일탈자로 보는 것이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은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과는 다르다. 영국 보수당이 귀족과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는 하지만, 19세기 후반 이래 영국 사회를 개혁하려는 이념을 꾸준히 견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영국 보수당은 수구 세력이 아니라, 온건 개혁 세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이념을 받아들인 대처는 자유시장이라는 절대 이념을 추구했다. 그 결과 영국인이 역사적으로 쌓아온 실용주의와 온건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해, 영국이라는 나라를 부자와 빈민이라는 두 개의 국가로 또다시 분열시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신용 위기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지금, 영국이 걸어간 역사의 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특히 뉴 라이트의 원조가 대처 시대의 영국이었던 만큼,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는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