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역사이야기 (책소개)/5.우리문화유산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경복궁

동방박사님 2022. 12. 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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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0여 년 동안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해온 저자가 우리 궁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한 책이다. 저자는 우리의 아름다운 궁궐을 바쁜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남의 집 잠깐 들여다보듯 총총걸음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이나, 왁자하게 몰려와서 건물만 대충 기웃거리다 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회고한다. 궁궐은 결코 오랜 세월 역사 속에 묻힌 채 그 기록으로만 접근하는 고리타분한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옛사람의 향기와 함께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다섯 궁궐 -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 이 있다.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그 첫 번째로 시작하는 경복궁 여행은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출발함으로써 우리의 역사인식을 새롭게 제고하고 있으며, 우리의 메마른 감성을 일깨운다.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심장부 세종로 광화문의 역사와 함께 경복궁의 희로애락을 읽어내는 저자의 감성을 따라가노라면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갖지 않은 곳곳에 감추어진 역사가 있고, 그 역사는 우리의 상처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역사의 상처에 귀 기울이게 함으로써 ‘나의 힐링’은 곧 ‘우리 역사의 힐링’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는 궁궐여행은 색다른 시각이 주는 재미와 울컥하는 감동을 함께 전달한다.

 

목차

일러두기
저자의 말 : 궁궐, 아름다운 감성을 일깨우다

1. 광화문 가는 길
2. 영제교를 건너다
3. 근정전, 태평성대를 꿈꾸다
4. 사정전, 백성을 생각하다
5. 수정전, 집현전 학사를 만나다
6. 경회루, 연회를 베풀다
7. 강녕전, 왕의 시어소
8. 교태전, 왕비의 시어소
9. 자경전 꽃담에 취하다
10. 자선당, 세자를 위하여
11. 함화당과 집경당, 사색을 즐기다
12. 향원정 연꽃 향기에 실리다
13. 건청궁, 친정을 펼치다
14. 집옥재, 근대사를 생각하다
15. 태원전, 하늘의 이치를 따르다

부록
경복궁 십경
경복궁 복원의 역사
경복궁 연표
조선왕조 가계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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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이향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다섯 번의 개인전과 수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조각가로 활동하였다. 23년 동안 교직에 재직했고, 2000년부터 시민 NGO 단체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소속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면서 문화재청장 표창을 수상했다. 한국의 전통 궁궐문화에 대한 강의와 원고 집필 활동을 통해 우리 궁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궁궐의 아름다움을 알려 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궁궐지킴이와 문화...

감수 : 나각순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세종대학교, 신구대학에서 한국사와 한국중세사를 강의하였으며, 현재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연구간사로 있습니다. 저서로는 《서울의 산》, 《서울의 성곽》 등이 있으며, <서울 가로명의 역사와 그 의미>를 비롯한 여러 논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육백년사》, 《한강사》, 《동명연혁고》, 《한강의 어제와 오늘》, 《서울...
 
 

책 속으로

중국이나 일본 궁궐의 서수 조각들을 보면 그 살벌한 인상의 사실성에 깜짝 놀라고 실제로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합니다. 실은 그렇게 무서운 인상이라야 궁궐에 접근하는 자에게 위엄을 갖추고 겁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화강암은 단단하고 거친 돌입니다. 이런 돌을 가지고 아주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하려면 자칫 돌의 성향을 거스르게 됩니다. 우리 조선의 옛 석공은 돌의 성질을 알고 그 돌이 만들어내고 싶은 인상을 허락했을 것입니다. 바로 이 땅에서 출토되는 가장 흔한 돌 화강암이 지니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따뜻한 돌의 성질을 이끌어낸 조선 석공들의 뛰어난 솜씨를 근정전 석수 조각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p.100

굴뚝의 각 면에는 용면이나 불가사리 등의 벽사(?邪) 문양과 함께 십장생, 사군자, 만자문, 당초문 등의 길상문을 구워 박아서 자칫 칙칙해지기 쉬운 굴뚝을 아름다운 조형물로 표현했습니다. 아미산 굴뚝의 각 면에 그려진 여러 그루의 매화는 봄소식을 알리는 새의 노래가 한 폭에 담겨 있는 화조도입니다. 굴뚝의 꽃담에 어우러진 매화와 새, 복을 부르는 박쥐와 학이 동산을 꾸미고 있습니다. 굴뚝을 저토록 아름답게 치장하고 보물로 지정해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민족이 세계에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조그만 동산을 꾸며놓고 신선이 사는 아미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우리 조상들의 시감(詩感)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낙하담과 함월지는 노을이 깃든 못과 달이 잠긴 연못이니 이 또한 얼마나 큰 자연인가요. 아주 차원 높은 차경(借景) 문화입니다.--- p.202

담장에는 보름달을 배경으로 어린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앉아 쉬고 있는 월매도(月梅圖)가 있습니다. 이곳 담장 안에 살고 있는 여성을 아름다운 월궁(月宮) 항아(姮娥)로 묘사한 은유를 이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경전 바깥 담에 설치한 꽃담은 누구를 위한 그림이었을까요. 원래 꽃담 치장을 그 집 주인이 볼 수 있는 울안에 했다면 이 매화 꽃담의 주인은 자미당에 살던 항아였을 겁니다. 우리가 자경전의 주인이었던 신정왕후 조대비를 위한 꽃담으로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혹자는 자경전 꽃담의 매화가지에 앉은 이 새를 가장 고운 소리로 노래한다는 휘파람새라고 합니다. 꽃담장의 백 년 된 매화가지에 앉은 휘파람새는 해마다 자미당 터에 피어 봄을 알리는 살구꽃과 봄을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227

지금도 대지진 당시 불을 먹은 돌은 녹산 숲 그늘에서 푸슬푸슬 그 살점을 떼어내고 있습니다. 하필 그 유구가 놓여 있는 자리가 명성황후의 시신을 일본인들이 불태웠던 자리이고 보면 당시 우리의 힘없는 역사가 다시 한 번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합니다. 나라를 잃으면 사람뿐만 아니라 건물도 이렇게 수난을 당했습니다.
--- p.305
 

출판사 리뷰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우리의 궁궐은 파괴와 상처의 시간을 견디어냈다.
이제 메마른 감성을 치유해주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궁궐은 힐링이다.
동시에 궁궐도 자신의 상처와 역사를 들려줌으로써 힐링이 필요하다.

1. 궁궐은 힐링이다!

1873년 지어진 건청궁은 고종이 아버지 흥성대원군의 그늘에서 벗어나 왕권에 대한 친정의지를 드러낸 곳으로, 궁궐 안의 또 하나의 궁이다. 하지만 1895년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당하는 을미사변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이듬해인 1896년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을 단행하고 건청궁(乾淸宮)은 1909년 일본인들에 의해 증거 인멸되어 사라졌다. 이렇게 치욕의 역사는 ‘하늘이 맑아(乾淸)’ 더욱 슬픈 건청궁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2007년 10월, 을미사변 100여 년이 지나 복원된 건청궁이 일반인에게 개방되기까지 우리는 그 비극의 현장을 알지 못했다. 곧이어 1910년 8월 22일 한일합병조약이 강제 조인됨으로써 조선의 국권이 강탈당한 후, 1915년 시정오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를 계기로 일제의 본격적인 궁궐 파괴가 시작되었다. 경복궁은 1915년 무렵부터 일제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었는데, 제일 먼저 궁궐의 작은 관청이었던 궐내각사 터가 완전히 사라져 수정전만 남았으며, 서십자각과 그 외 전각들이 파괴되어 본래 모습의 10분의 1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1926년에는 조선총독부청사 건물을 완공하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 서문인 건춘문 쪽으로 쫓겨 가고 말았다. 더군다나 1935년 무렵부터는 일반에게 놀이공원으로 공개되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조선 최초의 궁궐이자 법궁이었던 경복궁은 우리 민족의 정신이 살아 숨 쉬던 공간이었지만,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철저히 파괴되었고, 우리 민족의 삶도 굴욕과 고통과 상처로 얼룩져왔다. 그 치욕의 시간을 견디어내고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나서야 우리 역사에 대한 복원이 한창 진행 중인데, 저자는 복원된 궁궐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우리의 메마른 감성을 치유해주는 공간으로서 궁궐 산책을 제안한다.

2. 궁궐지킴이가 들려주는 경복궁 여행!

이 책은 경복궁 여행의 출발을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한다. 1395년 경복궁의 정문으로 세워진 광화문은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왕조의 비명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뎌낸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저자는 광화문을 정면에서 바라보라고 주문을 하더니 교보빌딩 앞에 위치한 ‘기념비전’을 보기 위해 용기를 내라고 독려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곳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으므로 그곳을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 현실임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정면에서 광화문을 마주하며 입궐하면 귀여운 영제교 돌짐승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악귀를 쫓아내야 하는 돌짐승들이 혓바닥을 낼름 내밀며 ‘메롱’ 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고, 흥례문과 근정문을 통과해 근정전에 이르게 되면 상월대와 하월대를 장식하는 수많은 돌조각상을 만나게 된다. 근엄한 궁궐에서 세상풍파 다 겪은 듯한 원숭이, 어미 젖을 힘차게 빨고 있는 새끼 해태 등 우스꽝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돌조각상들을 통해 조선의 옛 석공들의 뛰어난 솜씨와 소박한 심성을 읽을 수 있다. 왕의 공간인 사정전이나 강녕전에 들어서면 백성을 위해 불철주야 애썼을 왕과 신하들의 격렬한 토론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인의 공간이었던 교태전과 자경전의 꽃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하물며 하찮은 굴뚝에도 꽃과 새들을 새겨 넣고, 조그만 동산을 신선이 사는 아미산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작은 돌연지에는 노을과 달을 담은 연못이라고 지칭하면서 큰 자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화려한 단청을 입힌 궁궐의 측간을 찾아보는 재미와 경회루 2층 누각에서 바라보는 인왕제색의 풍경으로 이끌어간다.

북쪽으로 계속해서 걸어가면 향원정과 건청궁과 집옥재가 보이는데, 아픈 근대사를 되돌려보는 시간이 된다. 중국과 일본보다 2년이나 앞서 전기 문명을 유입했다는 사실은 향원정 북쪽에 작은 표지석이 대신하고 있으나, 그 역사적 의미가 광풍과도 같았음을 상상력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건청궁과 집옥재에서는 고종의 공간으로 국권을 빼앗기고 무능한 군주로만 평가되던 고종이 개혁을 위해 애썼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청휘문으로 나가는 녹산에서는 명성황후의 넋을 그려본다. 발길을 돌려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에 도착하면 청와대가 정면에 보인다. 멀리 백악과 청와대를 바라보며 오늘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궁궐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저자는 당부하고 있다.

3. 살아 있네, 우리 궁궐!

옛사람들은 가고 이제는 그들이 살았던 공간을 통해서 그들의 삶과 아픔을 읽어내야 하지만, 500년 역사를 간직한 우리의 궁궐은 서서히 깨어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 궁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궁궐의 역사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저자는 무엇보다도 궁궐의 아름다움과 스토리를 찾아내어 살아 있는 궁궐로서의 가치를 발견한다. 생생한 역사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실록을 뒤적이고, 그림과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광화문 궁장, 근정전 박석, 근정전 돌기둥과 동물 조각상, 전각과 전각 사이의 골목길, 전각과 전각의 겹쳐지는 지붕선 등 평범하여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곳을 찾아내어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단색의 벽돌에 새겨진 빙렬문을 화려한 채색으로 표현하거나 문고리 하나 허투루 놓치지 않는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궁궐의 색깔에도 호흡을 불어넣어 경복궁 화첩을 완성한다. 또한 저자는 궁궐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낄 수 있도록 각각의 영역마다 뷰포인트를 짚어주고 그 장면들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 위치에서 잠시 머물러 궁궐의 선과 면을 수평과 수직으로 바라보면 족하다. 책은 우리 궁궐을 역사,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 궁궐을 아끼고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독특한 감성으로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