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한국근대사 연구 (책소개)/1.한국근대사

연애의 시대 -1920년대 초반의 문화와 유행

동방박사님 2023. 1. 28. 18:49
728x90

책소개

연애와 연애열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이 시기의 문화를 살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는 국사책에 오르내릴 만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유행’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다.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 사람들이 많이 읽은 연애소설, 연애편지의 유행 등의 이야기는, 근엄하고 딱딱한 역사책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더구나 신문과 잡지의 삽화며 만화, 광고 등의 시각 자료들은 일제 강점기 신문의 영인 축쇄본에서도 잘려 나가기 일쑤였던 것들이다.

하지만 ‘진지한’ 사람들이 우습게 볼 수도 있는 ‘연애’와 ‘사랑’이라는 개념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이 만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선을 잡아끄는 여러 편의 그림(80여 종이 넘는다)에 눈을 뺏기면서 책을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192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문화계를 풍미했던 ‘개량 개조론’의 진면목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해왔던 매우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들―연애며 결혼, 가정―이 실은 외부적인 힘에 의해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 초반을 지배했던 달뜬 연애의 열기와 오늘날 우리의 삶과는 과연 아무 연관이 없는 것일까, 궁금증을 품을 법하다.

 

목차

서론 : ‘연애’라는 말

1. 기생과 여학생
2. 구여성과 신여성
3. 연애와 독서
4. 연애편지의 세계상
5. 육체와 사랑
6. 연애의 죽음과 생

결론: 연애의 시대 또는 개조의 시대

보론1. 연애 이전의 연애-1900년대식 열정과 자유 결혼론
보론2. 연애 바깥의 연애-연애열의 시대와 한용운의 ‘님’
 

저자 소개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금, 여기’의 기원을 190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 문학과 문화 속에서 찾는 작업을 주로 해 왔다. 쓴 책으로는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연애의 시대》, 《1910년대, 풍문의 시대를 읽다》, 《1960년을 묻다》(공저), 《신소설, 정치와 언어》, 《3월 1일의 밤》 등이 있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북한문학 속의 세계문학이란 주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책 속으로

연애의 주역은 말할 것도 없이 '신남성'과 '신여성'이었다. 그러나 '연애병' '연애열'이라 불릴 정도의 유행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신교육층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다. 형성 초기에 연애의 주역은 여학생이 아니라 기생이었던 터이고, 1920년대 내내 신문을 장식했던 '미인의 자살'류의 기사 주인공은 상당수가 신교육과 무관한 이들이었다. 선택된 소수 뿐 아니라 평균인으로서의 대중 또한 연애 열풍에 참여하였고, 더 나아가 이들이야말로 연애의 사회적 유통에 기여하였던 것이다. 신교육을 받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선택된 소수'의 의미가 더욱 좁아지자, '평균인으로서의 대중'의 함의는 일층 확대되었다. 이러한 대중의 성장은 독서 대중의 형성을 가리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애국주의에 바탕을 둔 1900년대의 '국민'이 도시민 의식에서 자라난 '대중'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의 일이지만, 이때 대중의 결집 고리가 된 것은 연극이라는 문화활동이었다.
--- p.93~94

출판사 리뷰

스위트홈의 꿈, 신여성과 구여성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배필을 만나 자식을 낳고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당연한 의례였던 시기에, ‘자유의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서 ‘자유연애’를 하다가 ‘자유 결혼’을 하여 새로운 신식 가정 ‘스위트홈’을 꾸민다는 생각은 새롭고도 매혹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연애는 그 새로움의 중심에 있었다. 그 연애의 주체는 남성, 그 가운데서도 신학문을 배운 ‘신남성’이었고 연애의 대상은 신남성들이 자신의 배필로 합당하다 여긴 신여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기생과 ‘조혼한 아내’였던 구여성은 신여성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연애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의 위치는 유행에서 상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기름 발라 붙이고 댕기 드리워 쪽찌고 비녀 꽂던 헤어스타일은 ‘단발’이며 ‘히사시가미’ 같은 ‘양(洋)머리’에 밀렸다. 깡뚱하게 올라오는 짧은 통치마와 양산은 새로운 유행선도 계층인 여학생의 필수품이었다. 연애편지를 주고받고 사랑에 목숨을 걸며, 때로는 사랑으로 인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연애 소설이나 연애서간집을 읽고……. 개조론과 잇닿아 있던 연애(열)는 바야흐로 1920년대 초반 식민지 조선의 화두라 할 수 있었다.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이런 유행과 내용이 흥미로우면서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