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중국.동아시아 이해 (책소개)/8.몽골제국사

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장군, 상인, 지식인 (2021)

동방박사님 2023. 11. 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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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몽골제국 치하에서 가장 번성한 실크로드
그 길을 일군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실크로드는 13~14세기 몽골 제국 시대에 가장 번성했다. 몽골 제국의 성립은 유라시아 대륙에 광대한 안전지대를 창출했고, 이는 물품?사람?사상의 교류를 크게 확대시켰다. 그 결과 세계는 (특히 유럽은) 중대한 지적?상업적 변화와 발전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유럽 중심의) 근대 세계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몽골 제국 시기에 실크로드와 그 교류의 발전에 기여한 장군, 상인, 지식인 15인의 흥미진진한 일대기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은 몽골 치하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문화 간 접촉과 물리적?사회적 유동성의 양상을 밝혀준다. 그간 책들의 실크로드가 원경의 스케치였다면 이 책의 실크로드는 근경의 세밀화라 할 수 있다.

몽골 토착 자료, 페르시아어 연대기, 아라비아어 전기집, 한문 비문?지방지, 러시아어로 번역된 몽골 조칙, 이탈리아어 무역 문서, 라틴어 여행기 등에서 발굴해낸 이 방대한 여정을 마치고 나면 몽골 제국이 중국·이슬람?서구 세계에 미친 영향들 그리고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낳은 문화 교류의 스케일과 다양성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몽골제국의 후예들』 저자인 이주엽 토론토대학 교수가 감수를 맡아, 더욱 엄밀한 한국어판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목차

추천의 말 _ 이주엽

서론 _ 미할 비란, 요나탄 브락, 프란체스카 피아셰티

제1부 장군들
제1장 곽간: 중국과 서아시아 사이의 군사적 교류
제2장 바이주: 왕권 경쟁 한복판의 몽골 정복자
제3장 쿠툴룬: 몽골 치하 중앙아시아의 전사 공주
제4장 양정벽: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몽골의 팽창
제5장 사이프 앗딘 킵착 알만수리: 몽골과 맘룩 사이의 변절과 충성심
제6장 툭투카와 그의 후손들: 몽골 치하 원나라 군대의 지역 간 이동성과 정치적 음모

제2부 상인들
제7장 자파르 화자: 사이이드, 상인, 스파이, 그리고 칭기스 칸의 장군
제8장 보두앵 드 에노: 흑해 무역로를 개척한 외교 사절
제9장 자말 앗딘 앗티비: 아시아를 가로지른 이라크 상인
제10장 타이둘라: 기독교 상인을 후원한 금장 칸국 황후

제3부 지식인들
제11장 라시드 앗딘: 이란의 불교와 몽골 실크로드
제12장 부맹질: 몽골 치하 이란의 ‘중국 현자’와 실크로드의 천문과학
제13장 이사 켈레메치: 통역에서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사절로
제14장 파드샤흐 카툰: 일 칸국 이란의 건축·종교·문학 후원의 사례
제15장 잘랄 앗딘 알아하위: 실크로드의 이슬람 학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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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미할 비란 (Michal Biran)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이슬람중동학과 및 아시아학과 막스앤드소피미단스재단 교수이다.
저 : 요나탄 브락 (Jonathan Brack)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학 중동학과 조교수이다.
저 : 프란체스카 피아셰티 (Francesca Fiaschetti)
 
오스트리아 빈대학 사학과 및 오스트리아사연구소 조교이다.

책 속으로

함께 읽든 떼어 읽든 이 글들은 중국, 이슬람 세계, 서방에 대한 몽골 제국의 영향을 주제로 한 어떤 토론에도 흥미로운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몽골 치하에서 나타났던 다면적 유동성과 문화 간 교류의 규모, 다양성, 함의를 생생하게 실증해준다.
--- p.42, 「서론」 중에서

곽간의 원정은 몽골 치하 유라시아 일대의 군사 전문 지식과 전쟁 기술 이전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유형의 인공물들이 서아시아 및 유럽에 대한 중국인의 상상 속에서 한 역할과 그 지역들의 지리 및 정치에 대한 중국인의 지식 확대를 이야기해준다.
--- p.49, 「제1장 곽간: 중국과 서아시아 사이의 군사적 교류」 중에서

쿠툴룬은 또한 몽골과 여러 나라에서 매력적인 각본의 주제가 됐다. 이 몽골의 공주 장군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유명 오페라 〈투란도트〉(1924)에 영감을 주었다. 현대 몽골의 몇몇 소설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마르코 폴로〉의 여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 p.108, 「제3장 쿠툴룬: 몽골 치하 중앙아시아의 전사 공주」 중에서

양정벽 같은 개인들의 사적인 도전과 기술과 기동성은 몽골이 그렇게 광대하고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제국을 통합하는 문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인적 자본과 전략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해주었다.
--- p.154, 「제4장 양정벽: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몽골의 팽창」 중에서

“하완드[각하], 당신은 적국[일 칸국]으로 도망치려 하십니까? 성스러운 하느님의 집[메카의 카아바]에 하지를 마치셨고, 인생의 그 [오랜] 기간을 이슬람의 나라[맘룩 술탄국]에서 보내셨고, [아드님이신] 아미르 알리가 [여기] 계신데도요?”
--- p.163, 「제5장 사이프 앗딘 킵착 알만수리: 몽골과 맘룩 사이의 변절과 충성심」 중에서

툭투카와 그 가족의 이야기는 원나라 치하의 중국에서 색목인 장군들의 권력이 커지고 그들이 군 복무에서 민간 행정과 궁정 정치로 변신하는 모습을 예시한다.
--- p.210, 「제6장 툭투카와 그의 후손들: 몽골 치하 원나라 군대의 지역 간 이동성과 정치적 음모」 중에서

자파르 화자의 이야기는 또한 이슬람교도들이 몽골 제국 건설 과정에서 맡았던 중요한 역할들을 보다 폭넓게 보여준다. 이슬람교도들은 몽골의 제업(帝業)에 참여했다. 교역 상대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군사적·정치적 활동과 나중에는 비이슬람 지역, 특히 중국에서도 통치자와 관리자로서 참여하기도 했다.
--- p.237, 「제7장 자파르 화자: 사이이드, 상인, 스파이, 그리고 칭기스 칸의 장군」 중에서

오늘날 폴로 일가 사람들은 카안의 궁정에 갔던 최초의 유럽 일반인 여행자로서 보통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가 집을 나서기 25년 전이자 니콜로 폴로 및 마페오 폴로가 부를 찾아 동방으로 여행하기 10년 전에,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십자군 황제의 사절 보두앵 드 에노가 뭉케 카안(재위 1251∼1259)의 궁정으로 사명을 띠고 출발했다.
--- p.249, 「제8장 보두앵 드 에노: 흑해 무역로를 개척한 외교 사절」 중에서

티비 가문의 기업은 몽골의 후원 아래서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상업 시스템이 부상한 것과, 몽골의 지배가 지역 및 광역 기업가들에게 제공한 기회의 전형적 사례다.
--- p.290, 「제9장 자말 앗딘 앗티비: 아시아를 가로지른 이라크 상인」 중에서

타이둘라는 몽골 지배 엘리트와 그들의 신민인 기독교도들 사이의 우호 관계를 촉진하고 증진했다. 칭기스 일족의 정복자들은 신민들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복속된 민족들은 자유롭게 자기네 종교를 유지했다. 정복자의 권위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복속된 민족의 관습이 몽골의 토착 신앙에 위배되지만 않으면 됐다.
--- p.309, 「제10장 타이둘라: 기독교 상인을 후원한 금장 칸국 황후」 중에서

이 일화는 라시드 앗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몽골인 후원자들의 문화적 규범과 전통을 놀랄 만큼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음을, 그리고 특히 몽골과 이슬람 세계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었음을 다시 한 번 예증해준다.
--- p.351, 「제11장 라시드 앗딘: 이란의 불교와 몽골 실크로드」 중에서

투시의 이력과 저작에 대해서는 학계의 상당한 관심을 받았지만 ‘중국의 현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최근 연구는 이 현자가 부맹질이며 훌레구를 따라 이란으로 온 도교도 궁정 의사임을 밝혀냈다.
--- p.371, 「제12장 부맹질: 몽골 치하 이란의 ‘중국 현자’와 실크로드의 천문과학」 중에서

이사의 이야기는 몽골 제국 지배의 핵심적 측면 몇 가지를 예증한다. 관직 승진에서 금위(케식) 근무와 언어 능력의 중요성, 매우 유능한 사람의 출세, 의학·천문학·언어 등 몽골인들이 선호하는 분야의 능력을 가진 지식인 전문가의 채용, 몽골 관리들의 유라시아 각지 이동 등이다.
--- p.408, 「제13장 이사 켈레메치: 통역에서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사절로」 중에서

파드샤흐 카툰은 그 시대에 정치적으로 적극적이고, 경제적으로 자주적이며, 문화적으로 열성적인 튀르크 - 몽골 귀족 여성의 한 사례였다. 그러나 스텝의 활기와 이슬람의 독실함을 융합해 문화적 규범에 저항한 예외적 인물이기도 했다.
--- p.434, 「제14장 파드샤흐 카툰: 일 칸국 이란의 건축·종교·문학 후원의 사례」 중에서

그렇다면 알아하위의 ‘여행기’는 이븐 바투타의 일기나 더 이른 시기에 쓰인 자말 카르시(?~1301)의 기록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 이들은 모두 몽골의 정복 이후에도 이슬람 문화와 교육은 이어지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고, 또한 금장 칸국 영토 안에서 북방 교역로를 따라 번성하는 새 이슬람 중심지들이 떠오르고 있었음도 말해준다.
--- p.471, 「제15장 잘랄 앗딘 알아하위: 실크로드의 이슬람 학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몽골 시대는 실크로드의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였다”
몽골 제국 치하에서 가장 번성한 실크로드,
그 길을 일군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13∼14세기에 칭기스 칸과 그의 후손들은 땅덩이가 끊어지지 않은 것으로는 인류사에서 가장 큰 제국을 건설했다(후대 ‘대영 제국’이 영토가 더 넓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분산되어 있었다). 동서로는 한반도에서 헝가리까지, 남북으로는 이라크·티베트·미얀마에서 시베리아까지 뻗쳐 있었다. 구세계의 대략 3분의 2를 지배했던 몽골 제국은 사람과 사상과 물품 들을 지리적·문화적으로 상당히 먼 지역으로 전파할 수 있게 했다.
《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은 팍스 몽골리카 시대(13∼14세기) 실크로드 세계에서 물품, 사람, 학문·사상의 교류를 개척·확대한 인물들의 일대기다. 세 주요 집단인 장군(6인), 상인(4인), 지식인(5인) 별로 모은 각각의 전기들은 몽골 유라시아의 흥미로운 모습을 끄집어내어,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변화한 이 시기에 관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중국, 이슬람 세계, 서방에 대한 몽골 제국의 영향을 주제로 한 어떤 토론에도 흥미로운 출발점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몽골 치하에서 나타났던 다면적 유동성과 문화 간 교류의 규모, 다양성, 함의를 생생하게 실증해준다.
기존의 책들이 실크로드에 대한 원경의 롱테이크라 한다면 이 책은 실크로드‘들’을 클로즈업한 세밀화라 할 수 있다.

장군들: 몽골 제국의 중추

장군들은 몽골 제국의 건설과 팽창에서 직접적이면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군사 원정을 이끄는 책무를 띠고 출정해 흔히 자기네의 작전에서, 그리고 나중에 담당 지역 통치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했다. 군 지휘관들은 그들의 군사적 능력만이 아니라 칭기스 왕조에 대한 불굴의 충성심 때문에도 귀중하게 여겨졌다. 그들의 충성심은 친위대인 케식의 발탁을 통해(그곳에서 장래의 장군들은 장래의 황제들과 함께 훈련받는 경우가 흔했다), 황실과의 혼인을 통해 확보됐다. 군대는 사회 이동성 및 통합과 함께, 유라시아 대륙 각지의 개인과 집단과 기술을 동원하는 촉매제이자 통로였다.
몽골인인 바이주(제2장)와 몽골에 항복한 한족 장수의 후예인 곽간(제1장)은 몽골의 서아시아 정복 전쟁에서 활약했다. 이들의 이력을 통해서 몽골사 가운데 서아시아 정복 과정의 일부를 살펴볼 수 있다. 사이프 앗딘 킵착(제5장)의 무대 역시 서아시아였다. 몽골계 일 칸국과 그 적국인 맘룩 술탄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또 다른 한인 장수 양정벽(제4장)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 쪽으로 가는 해상 무역로 개척을 위한 외교 전선에서 활약했다. ‘색목인’(킵착인) 툭투카(제6장)는 황제의 친위대 지휘관으로서 칭기스 칸 후예들 사이의 권력 다툼에서 특정 세력을 위해 싸웠고, 그 자손들은 더욱 궁정 투쟁에 개입해 활동했다. 이들의 이력은 몽골 정치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상인들: 몽골 치하 실크로드의 진정한 중개자

상인들은 지역 내, 지역 간, 대륙 규모의 여행로 및 교역로를 연결한 주체다. 유라시아 대륙의 지형, 언어, 회계 방식에 대한 상인들의 지식은 칭기스 칸의 시대 이후로 그들이 제국의 대리인으로서 특히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게 했다.
바그다드를 본거지로 해서 인도와 중국에 이르는 거대한 해상 무역 네트워크를 건설했던 앗티비 가문의 자말 앗딘(제9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일 칸국 지배자들과 손을 잡고 진주와 말의 장거리 무역 사업을 벌였으며, 그 동생은 남인도 한 왕국의 신하로 들어가 이 무역 사업을 번창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몽골에 보낸 사절인 보두앵 드 에노(제8장)는 흑해 무역로 개척의 선구가 됐다. 아라비아 출신의 상인 자파르 화자(제7장)는 상업적 혜택을 노리고 칭기스 칸의 초기 정복 사업에 동참했다가 아예 몽골의 행정 관료가 된 경우다.

지식인들: 문화, 과학 교류의 중개자

지식인들, 특히 의약, 천문, 역사, 언어 등 몽골인들의 문화적 기호에 맞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흔히 제국의 민간 행정 분야에 발탁됐다.
일 칸국의 대신이자 역사가인 라시드 앗딘(제11장)은 그의 저작 활동으로 동방과 서방 사이 상호 이해에 기여한 부분이 조명된다. 부맹질(제12장)이라는 중국인은 일 칸국의 건설자 훌레구를 따라 이란으로 가서 중국의 학문, 특히 천문학을 서방에 소개한 점을 중심으로 다루어진다. 캅카스 지역 출신으로 몽골 궁정의 통역 겸 이슬람 천문학·의학 전문가였던 이사 켈레메치(제13장)는 중국에서 일 칸국과 로마 교황청으로 가는 사절로 활약했다. 중앙아시아 출신의 알아하위(제15장)는 25년에 걸친 여행 끝에 이슬람교의 본향인 메디나에 정착해 이슬람 학자로서 일생을 보냈다.

남성 못지 않은 몽골 제국 여성들의 활약상

중세 몽골 사회가 가부장적이고 부계적이긴 했지만, 그 엘리트층의 여성들은 사회 최상층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군, 상인, 지식인 세 부류에는 여성도 한 명씩 들어 있다.
일 칸국 지방 정권 군주의 딸로 일 칸국 황후가 되는 파드샤흐(제14장)는 활발한 정치 참여와 문화·종교 후원의 행적을 보여주고, 금장 칸국 황후 타이둘라(제10장)는 기독교 세력의 후원자를 자임하며 상업 활동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몽골 세계에서 여성이 정치·경제·문화 측면에서 남성에 못지않은 힘을 부여받고 실제로 활동했음을 예시해준다. 군사 부문에서는 칭기스 칸의 고손녀인 ‘전사 공주’ 쿠툴룬(제3장)이 독자적으로 부대를 이끌며 남성과 대등한 활약을 했다. 자신과 ‘힘’으로 맞붙어 이기는 남자와 혼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던 쿠툴룬이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모델이었을 가능성도 논의된다.
이처럼 몽골 제국 시기에 여성들도 제국의 군사 및 대외 정복 활동에, 종교적·문화적·지적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관여한 사실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 석학들의 엄밀한 연구 성과를 모은 글로벌 프로젝트

이 책은 한국 내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 김호동 교수를 비롯해 세계적 역사학자 16명이 각자 한 인물씩을 맡아 중점적으로 연구한 성과물이다. 연구 과정에서 이들은 몽골 토착 자료, 페르시아어 연대기, 아라비아어 전기집, 한문으로 된 비문과 지방지, 러시아어로 번역된 몽골 조칙(詔勅), 이탈리아어 무역 문서, 라틴어 여행기 등 수많은 언어와 형태의 1차 자료를 탐독하고 분석했다. 각 글들은 주인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몽골 치하 실크로드의 정치사·군사사·경제사·문화사·교류사를 새롭게 조명해, (몽골인과 그 복속민들의) 문화적 적응, 제국의 행정, 민족성, 성별, 외교, 종교 및 과학 교류 같은 문제들을 설명한다.
몽골이 “팍스 몽골리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인적·물적·정신적 동원과 군사 및 민사 양면에서 남들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실용적 의지 덕분이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몽골 제국은 이처럼 이른바 ‘열린 사회’였다. 책은 몽골 제국이 유라시아 대륙에 광대한 안전지대를 창출했고, 그로 인해 물건과 사람과 사상의 유동성이 전례 없이 높아졌음을 구체적인 개인들의 실례를 통해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이주의 시대’인 지금, 민족적·지리적·문화적·종교적 차이를 수용하고 활용한 몽골의 다원주의적 통치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책의 내용

제1부 장군들


제1장 곽간 _ 중국과 서아시아 사이의 군사적 교류
곽간(1217∼1277)은 몽골의 중앙아시아 및 서아시아 원정에서 자신의 중국 기술(공성전 기술 등)을 활용한 한인 장군이다. 곽간의 원정은 몽골 치하 유라시아 일대의 군사 전문 지식과 전쟁 기술 이전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할뿐더러, 유형의 인공물들이 서아시아 및 유럽에 대한 중국인의 상상 속에서 한 역할과 그 지역들의 지리 및 정치에 대한 중국인의 지식 확대를 이야기해준다.

제2장 바이주 _ 왕권 경쟁 한복판의 몽골 정복자
바이주(1230∼1260년대 활약)는 오늘날의 이란, 이라크, 북부 메소포타미아, 아나톨리아, 캅카스를 포괄하는 서방 지역에서 가장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몽골 지휘관이다. 서방 영토의 총사령관이었던 바이주가 정복지의 행정을 담당한 민간 관료들 사이에서 겪은, 그리고 칭기스 일족 경쟁자들이 벌인 왕가 투쟁 한가운데에서 겪은 이력은 몽골 제국 영토의 급격한 팽창이 이루어지는 동안 군사와 행정 사이 갈등을 압축하고 있다.

제3장 쿠툴룬 _ 몽골 치하 중앙아시아의 전사 공주
쿠툴룬(?∼1307)은 (고조부가 칭기스 칸이고, 칭기즈칸의 증손자 카이두 카안의 딸이기에 앞서) 가장 유명한 몽골 여성 전사이자 진정한 여성 몽골 장군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유일한 인물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1924)의 모델, 많은 현대 몽골 소설의 주인공, 넷플릭스 시리즈 〈마르코 폴로〉(2014∼2016)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전쟁터에서 아버지 휘하의 어떤 남성 장군들보다 뛰어났다고 하는 쿠툴룬은 몽골 세계의 여성이 군대에서 이력을 쌓아가는 데서 어떤 가능성이 있고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를 예시한다.

제4장 양정벽 _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몽골의 팽창
양정벽(1270∼1280년대 활약)은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에서 몽골의 팽창을 가져온 중국의 한인 장군이다. 2만 8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양정벽의 오랜 바다 여행과 제국 해상 전선에서의 그의 군사적 개입은 몽골 치하 해상 실크로드 개척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생애에 대한 연구는 동남아시아에서 원나라의 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원나라의 제국 지배 확립을 결정짓는 시기의 중국 남부 변경 지역에 대한 몽골의 정책 형성을 해명해준다.

제5장 사이프 앗딘 킵착 알만수리 _ 몽골과 맘룩 사이의 변절과 충성심
사이프 앗딘 킵착 알만수리(?∼1310)는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일 칸국의 몽골 엘리트의 일원으로 보냈고, 1277년 맘룩 군대에 포로가 되고 이어 몽골계 일 칸국의 적인 맘룩 술탄국의 군부 엘리트가 됐으며, 이후 일 칸국으로 망명했고, 다시 술탄국으로 탈주한 ‘변심’의 인물이다. 킵착의 파란만장한 이력은 몽골과 맘룩의 경계 지대에서 민족성과 신앙과 사회적·문화적 유대감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를 탐구한다.

제6장 툭투카와 그의 후손들 _ 몽골 치하 원나라 군대의 지역 간 이동성과 정치적 음모
툭투카(1237∼1297)는 ‘색목인’(비한인, 비몽골인)인 킵착인 장군으로 황제의 친위대 지휘관이 되어 칭기스 칸 후예들의 권력 다툼에서 특정 세력을 위해 싸웠으며, 그 후손들 역시 중앙아시아에서 원나라의 군사 원정에 공헌하고 1368년 원 붕괴 직전까지 권력 승계 투쟁에 개입했다. 외국인인 색목인 장군들이 원나라 군대에 충원된 것은 유라시아 곳곳에서 몽골에 정복된 군대와 군 인력의 동원 및 편입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현상이자 몽골 정치사의 한 단면을 반영한다.

제2부 상인들

제7장 자파르 화자 _ 사이이드, 상인, 스파이, 그리고 칭기스 칸의 장군
자파르 화자(1201?1221? 활동)는 칭기스 칸의 초기 추종자로 신생 제국 사업에 참여한 이슬람교도의 첫 사례 가운데 하나다. 자파르 화자의 다양한 기능(재정적·언어적·군사적 역량의 조합과 함께 고귀한 출신과 인상적인 외모까지)은 이슬람교도가 신생 제국에서 수행한 역할과 몽골에 복무함으로써 얻게 된 신분 이동의 기회(지리적·사회적 이동성)와 이들 개인 및 가족 역시 중국사회에 통합됐음을 예증해준다.

제8장 보두앵 드 에노 _ 흑해 무역로를 개척한 외교 사절
보두앵 드 에노(1260년대 활동)는 뭉케 카안(재위 1251?1259)의 궁정에 파견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십자군 황제 사절이다. 보두앵의 여행은 콘스탄티노폴리스에서 흑해를 건너 크림반도와 유라시아 초원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게 된다. 그는 이 이 흑해 지름길을 택한 유럽인 가운데 우리가 알 수 있는 첫 번째 사람이며, 이 길은 뤼브룩 같은 외교 사절과 (그 유명한) 폴로 집안 같은 상인들이 곧 따라가게 되는 길이자, 100년도 되지 않아 유럽과 동아시아 사이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가 된다.

제9장 자말 앗딘 앗티비 _ 아시아를 가로지른 이라크 상인
자말 앗딘 이브라힘 앗티비(1232∼1306)는 바그다드 지역 상인이자 기업가다. 13세기 후반에 인도양을 가로지르는 무역 제국을 건설한 그의 이력은 몽골의 지배가 제공한 새로운 상업적 기회를 지역 상인들이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예시해준다. 티비 집안은 몽골의 보호 아래 그들의 개인적이고 제국적인 교역망(진주와 말 등의 진귀한 품목)을 지역 무대 너머로까지 발전시켜, 그것을 아시아와 더 먼 곳에 있는 몽골 지배하의 육상로 및 해상로 곳곳에 미치는 무역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제10장 타이둘라 _ 기독교 상인을 후원한 금장 칸국 황후
타이둘라(?∼1361)는 금장 칸국(킵착 칸국, 주치 울루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카툰(황후)으로 여성이 제국의 정치와 상업 분야에 관여한 가장 유명한 사례다. 남편 우즈벡(재위 1313∼1341) 칸과 함께 통치한 타이둘라는 기독교 국가들에 대한 찬조와 후원을 이용해 자신의 무역 이익과 칸국의 외교 관계를 촉진했다. 중세 몽골 사회가 가부장적이고 부계적이긴 했지만, 엘리트층의 여성들은 사회의 최상층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3부 지식인들

제11장 라시드 앗딘 _ 이란의 불교와 몽골 실크로드
라시드 앗딘(1247∼1318)은 이란 서부 하마단에 뿌리를 둔 유대인 의사 가정에서 태어난, 일 칸국의 대신이자 역사가·신학자다. 라시드 앗딘의 저작은 몽골의 정복과 지배로 개조된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그의 엄청난 지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직접 먼 거리를 여행하는 위험을 떠안지 않고도 하나가 된 세계의 많은 부분을 알고 경험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몽골이 지배하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물건과 사람과 사상의 유동성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는 진정한 증거다.

제12장 부맹질 _ 몽골 치하 이란의 ‘중국 현자’와 실크로드의 천문과학
부맹질(?∼?)은 일 칸국의 창건자 훌레구를 따라 이란으로 건너와 중국의 학문, 특히 천문학을 서방에 소개한 중국인 도교도 궁정 의사다. 페르시아 기록에, 이슬람교도 박식가인 천문학자 나시르 앗딘 투시(1201?1274)와 ‘천문학 대화’를 나누는 “중국의 현자”가 부맹질임을 밝히는 글이다. 둘 사이 학문의 공동 작업은 중국의 천문과학을 처음으로 이슬람 세계에 제공했지만, 중국 천문학 지식을 이슬람 과학으로 통합하기 위한 기회이기보다는, 13세기 유라시아에서 나타난 문화적·과학적 공감의 한계를 말해준다.

제13장 이사 켈레메치 _ 통역에서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사절로
이사 켈레메치(1227?1308)는 몽골 궁정에서 일한 관리·통역·외교관이자, 이란과 유럽까지 갔던 동방의 여행(실크로드 횡단) 등 잘 알려진 동시대인들보다 더 많이 제국 안팎을 다닌 여행자이며, 일 칸국과 로마 교황청 파견 사절이기다. 통역, 관료, 몽골 외교관을 지낸 이사의 급속한 승진과 성공적인 이력은 몽골 치하 유라시아 대륙에서 인간의 재능이 어떻게 동원됐는지에 대한 전형적 사례다.

제14장 파드샤흐 카툰 _ 일 칸국 이란의 건축·종교·문학 후원의 사례
파드샤흐(1256?1295) 카툰은 몽골 치하 이란의 튀르크-카라키타이계 여성(쿠틀룩한 왕가 출신)으로 두 명의 이교도 몽골인 황제(일 칸 아바카, 게이하투)와 혼인한 이슬람교도 왕비다. 파드샤흐는 일 칸국 변방인 키르만에서 태어났지만 13세기 후반 일 칸국 정치에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 카툰의 생애와 후원 활동은 일 칸국에서(넓게는 몽골 제국에서) 왕실 여성들이 건축·문학·종교에 후원할 기회를 열어놓았다.

제15장 잘랄 앗딘 알아하위 _ 실크로드의 이슬람 학문
잘랄 앗딘 알아하위(1319??)는 25년에 걸친 학문 여행(1341년 시작)의 끝에 이슬람교의 본향인 메디나에 정착해 일생을 보낸 이슬람 학자다. 그의 폭넓은 ‘지식 추구’ 여행은 또한 몽골 국가 금장 칸국 치하의 새로운 이슬람 학문 중심지 건설과 이슬람 세계 지적 교류의 흥성을, 좀 더 넓게는 14세기 몽골 치하 유리사아 대륙 이슬람 학자들의 새로운 이동 유형의 형성과 옛 유형의 지속을 말해준다.
 

추천평

그동안 몽골 제국과 근대 세계의 인과관계를 강조하는 책은 많이 출간됐지만 양자를 매개한 ‘물품, 사람, 사상의 교류’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더욱 많은 몽골 제국과 실크로드 분야의 신간 서적이 국내외에서 출간되고 있지만, 그중 소수만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이 책은 틀림없이 그중 한 권이다.
- 이주엽 (토론토대학 교수, 『몽골제국의 후예들』 저자)
이 책은 중국과 이슬람 세계의 1차 사료를 바탕으로, 13세기 몽골 제국 구성원들의 놀랄 만한 민족적 다양성과 지리적 유동성을 입증한다. 세계사의 획기적인 시기인 몽골 시대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는 책이다.
- 피터 잭슨 (킬대학 중세사 명예교수)
이 책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중세의 세계화 현상’ 연구의 가장 우수한 성과물이다. 몽골 제국의 복합성을 정확히 포착하고 그 시기 여행자들과 후원자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몽골 제국의 역사를 연구하고 배우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 모니카 H. 그린 (전 애리조나주립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