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한반도평화 연구 (책소개)/1.한반도평화

평화를 걷다 : 한국현대사 평화답사기

동방박사님 2021. 11. 2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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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온 사건과 사람들,
이 땅의 평화를 짓누른 사건의 현장을 찾아서

이 땅의 평화 구축에 기여했던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 그리고 이 땅의 평화를 위협했던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찾아 쓴 평화 답사기이다. 저자가 지표로 삼은 네 가지 영역, 즉 자본주의와 평화, 민주주의와 평화, 동북아 지역갈등,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에 있어 평화가 파괴되거나 진전되어 온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네 곳은 강원도 사북 탄광지대, 광주의 국립5.18민주묘지와 금남로, 서울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와 노동당사이다. 저자는 이곳들을 발로 찾아다니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배움과 평화사적 감흥을 얻었다. 한국현대사의 현장이면서 한국평화사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는 장소들을 향하며 저자는 관련되는 문학작품을 찾아 읽고 다양한 연구서를 섭렵했다. 또한 역사학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적절한 사료를 인용하는가 하면, 유용한 역사적 사실을 곳곳에 덧붙였다. 그러나 여행지의 풍경이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저자의 감정 변화 등이 가감 없이 묻어나 기행문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평화가 절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그만큼 평화를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의도적으로 만들어 가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평화 답사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목차

1. 사북의 ‘뿌리관’과 ‘석탄역사체험관’
: 폐광과 카지노의 도시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다
과거로 가는 열차
항쟁의 기억을 품은 안경다리
광산촌의 흥망성쇠를 보여 주는 ‘뿌리관’
두 개의 하늘: ‘석탄역사체험관’과 막장 노동
욕망의 도시를 떠나며
2. 국립5·18민주묘지와 금남로
: 남겨진 사람들의 도시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그려 보다
518번 버스에서
국립5·18민주묘지: 적막 속에 울리던 절규
민주열사들의 안식처 ‘5·18 구묘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세계인의 유산이 된 그날의 기록들
함박눈 내리던 금남로
5·18의 유언

3.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반일 민족주의의 산실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상상하다
담장 밖에서
3천 명의 홀아비가 탄식할 곳
젊은 그들은 왜?
민족운동의 유배지이자 산실(産室)
근대 감옥의 가혹한 통제와 수감자의 고통
한·일 혁명가들의 연대의 기억을 떠올리며

4. 철원의 비무장지대와 노동당사
: 끊어진 철도 위에서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소망하다
섬 안의 섬
재건촌: 목숨을 담보로 일군 땅
철원에서 만난 ‘해방 전후’의 이태준
중무장지대로 변한 비무장지대
철원 구시가지와 노동당사: 한국근현대사의 흥망성쇠를 몸에 새기다
백마고지: 처절했던 한국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곳
대결의 장에서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저자 소개

저자 : 김태우
한국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 국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계간지『역사와 현실』과『창작과비평』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2014년 첫 번째 단독저서 『 폭격』으로 ‘김진균상’을 수상했다. 공저(共著)로『평화인문학이란 무엇인가』,『폭력이란 무엇인가』,『분단폭력』등과 같은 평화학 관련 저서들을 집필해왔다. 그 외 최근 수년 동안 ...
 

책 속으로

1980년 4월 2일부터 24일까지 4일 동안 이곳에는 일시적인 공권력 부재의 상황이 지속되었다. 광산 노동자들이 인구 5만의 도시를 일순간에 탈취해 버린 것이다. 사북 지역의 경찰과 공무원과 광산의 관리자들은 모두 광산 노동자들에게 쫓겨 허겁지겁 도시를 빠져나갔다. 누군가는 이 당시의 사북을 소요와 폭동의 도시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해방구라고 불렀다. (중략) 도대체 이들은 도시 전체를 마비시킨, 이 같은 어마어마한 일을 왜 벌였던 것일까? --- p.27

방명록에 기록한 문장과 동일한 문장을 입 밖으로 조용히 내본다.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입술과 혀를 통해 소리로 발화되는 순간, 글로 쓸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성이 짧은 순간 일어났다 가라앉는다. 차갑게 식어 있는 향로인 줄 알았는데 일순간 회색빛 연기를 토해 내며 나를 포근하게 감싼다. 연기에도 온기가 있는 걸까? --- p.76

“어떻게 벌써 분수대에서 물이 나옵니까. 무슨 축제라고 물이 나옵니까. 얼마나 됐다고, 어떻게 벌써 그럴 수 있습니까.” 은숙은 방학하는 날까지 날마다 정류장 옆 공중전화 부스에서 도청 민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민원실 직원들은 인내심 있게 그녀를 응대했다. 꼭 한 번 나이 든 여사무원이 말했다. “그만 전화해요, 학생. 학생 같은데, 맞지요? 물이 나오는 분수대를 우리가 어떻게 하겠어요. 다 잊고 이젠 공부를 해요.” 다 잊고 이제는 공부를 하라. 이것이 어쩌면 최근 일부 지식인과 정치가들이 대부분의 한국인들과 광주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 p.118~119

일제의 과오를 직시하게 하고, 그 같은 불행한 일이 또 다시 동북아 지역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 동북아의 평화적 비전과 방향성을 새롭게 열어 나가기 위해서는 미미하거나 사소하다할지라도 상호 간의 우정과 연대의 기억을 끄집어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발견들에 적극적 의미를 부여해 나가야 한다.
--- p.174
 

출판사 리뷰

한반도 비평화의 현실을 가시적으로 체험하고 사유하다

저자는 이 땅의 평화가 파괴되거나 진전되어 온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첫 장소로 강원도 사북을 택했다. 한때 한국 경제성장의 기반을 제공했던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이제는 폐광과 카지노의 도시로 전락하여 한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곳이다. 다음으로는 1980년대 한국 민주주의와 평화의 충격적인 파괴와 급속한 성장을 동시에 상징하는 곳으로서 광주의 국립5.18민주묘지와 금남로를 꼽았다. 또한 서울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대해 반추해 볼 수 있는 대표적 공간으로,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와 노동당사는 한반도 분단과 비평화의 현실을 가시적으로 체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목적지로 택했다. 이 책에는 네 곳의 평화 답사지에서 저자가 느꼈던 배움과 감흥들이 속속들이 담겨 있다.

한국현대사 교육을 위한 새로운 형식에 대한 답이 되고자

이 책은 평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다양한 실천 방향을 다루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평화학 학자들이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공감을 조화시켜 더 많은 이들과 평화에 대한 생각과 감성을 나누고자 마련된 ‘평화교실’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이러한 시리즈 기획 취지에 발맞추어 저자는 이 책을 한국현대사에 익숙하지 않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일반인들에 초점을 맞추어 썼다.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엘리트집단 내에서조차 한국현대사 속의 ‘미군정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충격적인 경험을 글로 전하면서 이 같은 현상을 가슴 아파한다. 이 책은 한국사 교육에서 상당 정도 경시되거나 심각할 정도로 왜곡되어 온 한국현대사 교육이 일반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탄생되었다.

떠나라!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행은 깊어진다

저자는 홀로 떠나는 기차 여행에서 이 책이 충실한 동반자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의 즐거움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움을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 배움이 한국평화사와 관련되어 있고, 그 배움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건전한 가치관이 형성되어 나갈 수 있다면 충분히 값진 여행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가 평화 답사지로 선정한 네 곳은 모두 접근성이 용이한 곳이다.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타고 도달할 수 있거나 지하철을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현대사, 평화사와 직접 발로 내딛고 몸으로 체험한 현대사, 평화사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렇듯 이 책은 평화란 한 발을 내딛어 몸으로 느끼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것임을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