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문교양 (책소개)/3.글쓰기

문장강화

동방박사님 2021. 12.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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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어로 쓴 좋은 문장의 개념과 표준,
수십 년의 세월을 이어 온 글쓰기 공부의 고전(古典)


『문장강화』는 이태준의 고전적인 글쓰기 교본이다. 저자는 ‘시에는 지용, 문장에는 태준’이라고 일컬어졌던 당대 제일의 문장가로, ‘억지로 꾸미려 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자기답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글쓰기의 제일가는 요령임을 말한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원래 1939년 2월 그가 주관하던 잡지 『문장』 창간호부터 연재된 것으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글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좋은 글쓰기의 모범이 될 만한 발랄하고 풍부한 예문으로 우리 문학의 우수한 성과를 집대성해 놓았다.

1940년 문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이후 1947년에 박문출판사에서 출간한 증정판을 대본으로 하여 1988년에 창비에서 교양문고의 한 권으로 출간하였다. 이후 2005년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은 그대로 살리되 현재의 독자층에 맞추어 옛말투와 한자어 등을 현대어로 쉽게 풀고, 낱말·문장풀이를 꼼꼼하게 달아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목차

개정판 머리말_개정판 『문장강화』를 내면서 - 임형택
초판 머리말_새로 내는 『문장강화』에 부쳐 - 임형택

제1강 문장작법의 새 의의
제2강 문장과 언어의 제 문제
제3강 운문과 산문
제4강 각종 문장의 요령
제5강 퇴고의 이론과 실제
제6강 제재, 글머리, 끝맺음과 그 밖의 것들
제7강 대상과 표현
제8강 문체에 대하여
제9강 문장의 고전과 현대

인명 해설
인용문 색인

저자 소개 

저 : 이태준 (李泰俊,, 상허尙虛)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1909년 망명하는 부친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했다가 그해 8월 부친의 사망으로 귀국하였다. 1912년 모친마저 별세하자 철원의 친척집에서 성장하였다. 1921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동맹휴교의 주모자로 지적되어 1924년 퇴학하였다. 1924년 학교 신문 [휘문 2호]에 단편동화 「물고기 이야기」를 처음 발표했다. 1925년 문예지『조선문단』에 「오...
 
해제 : 임형택 (林熒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민족문학사연구소 공동대표와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장, 동아시아학술원장, 연세대학교 용재석좌교수,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고문이다. 주요 저서로 『한문서사의 영토』(전2권) 『한국문학사의 시각』 『실사구시의 한국학』 『한국문학사의 논리와 체계...
 

책 속으로

『문장강화』는 곧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주제를 내걸고 거기에 관해 곡진하고 진지하게 강론한 내용이다. 이 책은 한우충동(汗牛充棟)으로 쌓인 책더미 속에서 결코 흔히 만나기 어려운 미덕을 지니고 있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논설을 펴기보다는 우리의 눈앞에 좋은 글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쪽이다.
오늘날 국어교육에서 누구나 글짓기를 강조한다. 대학의 교양과정에도 작문이 필수교과로 들어가 있다. 과연 작문 교육이 어떤 실효를 거두고 있는가? 여기에 관해서 책은 숱하지만 쓸 책을 찾자면 귀한 것 같다. 이 『문장강화』는 시대적 갈구에 응해서 나온 것으로 이미 고전적 노작이 되었거니와, 나 자신 젊은 시절에 흥미롭게 읽고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낸 책이다. 저자 이태준은 시인 정지용과 쌍벽을 이루던 문장가인바, 이 책은 오늘날에도 계속 살아있는 문장공부의 고전이다.
---「초판 머리말」중에서

본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듯이, 본 대로 생각나는 대로 문자로 쓰면 곧 글이다.
그러면 왜 말은 쉽게 하는 사람이 많지만, 글은 쉽게 써내는 사람이 적은가?
여기에 말과 글이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글은 말처럼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알고, 연습해야 잘 쓸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깊이 있고 세련된 시각, 실용적인 글쓰기 정신

이태준(李泰俊)의 『문장강화(文章講話)』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란 물음에 차근차근 명료하게 대답하는 글쓰기 안내서다. 이 책이 여전히 널리 사랑받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온갖 요령과 편법, 이론 들을 가르치기에 바쁜 요즘 글쓰기 참고서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간결한 통찰력과 깊이, 기존의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시각과 아울러 우리말의 풍부함을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그 흔한 ‘두괄식’ ‘미괄식’ 같은 불필요한 용어나, ‘글쓰기란 무엇인가?’ 같은 이론적인 질문이 없다. 저자는 막 키보드에 손을 얹은 고등학생, 리포트용지를 앞에 두고 괴로워하는 청년의 등 뒤에서, 하나하나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 일러준다. 그래서 이 책은 ‘글은 말하듯 쓰면 된다’는 파격적인 서두로 시작해, 방언과 의태어, 외래어 등을 다루고(제2강), ‘각종 문장의 요령’(제4강)을 알려준 뒤 직접 퇴고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제5강). 그 자신 끊임없는 퇴고로 유명했던 만큼, 이 퇴고과정의 지독함과 치밀함은 “시에는 지용, 문장에는 태준”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책의 나머지에서는 글의 제재를 택하는 법, 글을 시작하고 맺는 법, 제목 붙이기와 문장부호 사용법 등에 관한 실용적인 도움말뿐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선 먼저 예민한 감각을 가질 것, 자기에게 맞는 문체를 택할 것 등을 충고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억지로 꾸미려 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자기답게 표현하는 것’을 글쓰기의 제일가는 요령으로 말한다.

폭넓은 우리말의 세계를 보여주는 풍부한 예문

저자의 박력있는 서술과 시각이 이 책의 뼈대라면, 이 책의 살에 해당하는 것은 풍부한 예문들이다. 책의 절반이 넘는 수많은 예문들은 종류로는 소설, 수필, 기행문에서부터 사적인 일기와 편지, 심지어는 청첩장까지 망라하며, 시간적으로는 선조(宣祖)와 인목왕후의 편지에서부터 이상(李箱)·김유정 추모회의 초대장까지 포괄한다. 게다가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김억, 유진오, 이병기 등의 일기, 최재서와 정지용의 엽서 등은 당시 구인회(九人會)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저자의 친분관계를 짐작케 한다. 이는 임형택 교수가 「초판 머리말」에서 말한 대로 “신문학 20년이 도달한 성과를 집결해놓았다”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조에서부터 이어지는 우리말의 전통을 받아들여 문장의 ‘현대’를 이루려던 저자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 개정판의 특징

① 옛말투를 현대어로: 이번 개정판에서는 원본의 정신과 내용은 그대로 살리되, 현대 독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했던 옛말투와 한자어 등을 적절한 현대어로 고쳤다. 저자 특유의 개성은 다치지 않는 한에서 내용을 더 잘 드러냄으로써, 글쓰기 안내서를 가장 필요로 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② 문장·낱말풀이 추가: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한자어와 방언, 고사 등에 자세한 풀이를 달았다.
③ 보기 편한 본문디자인: 작은 판형에 본문과 인용문이 번갈아 나오는 데서 오는 초판의 번잡함을 줄이기 위해, 판형을 키우고 인용문에 색깔을 넣어 구별하기 쉽게 했다.

추천의 말

상허의 『문장강화』에는 한국어로 쓴 좋은 문장의 개념과 표준이 있다. 나는 학생 시절에 이 책을 청계천 헌책방에서 만난 이후, 쓰던 글이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그 책갈피를 뒤지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무슨 사상가보다는 문장가가 되고 싶어 했던 나는 그 개념과 표준을 자주 등졌다가 그 자리로 돌아갔으니 상허의 가르침과 모범은 내 글의 고향과 같다. 아니, 그렇게만 말할 것이 아니다. 상허는 1946년에 월북하여 북한에서 생애를 마쳤지만, 한국동란 후 오랫동안, 남한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글들이 사실상 이 『문장강화』를 통해 선별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쓰는 모든 글의 고향이 거기 있다고도 해야 할 것이다. - 황현산, 문학평론가

이태준의 1939년작 『문장강화』는 반복해서 읽기 즐거운 실속 있는 책이다. 해제의 훌륭함도 감안해야겠지만, 수십 년 전 책이 요즘 글쓰기 책보다 깊이 있고 세련되었다. 이태준이 동시대 인물처럼 느껴진다. 행복하다. 이 책은 “이렇게 써라”라고 하기보다 좋은 글을 많이 보여준다. 우리 문장이 이렇게 풍요로웠구나,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 정희진, 여성학자

어떻게 쓴 문장이 훌륭한 문장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쓰는 글이 올바르게 쓰는 글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들어 있는 명작. 막무가내로 글쓰기 훈련을 하기 전에 이 책을 한 줄 한 줄 새겨 가며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 북칼럼니스트 최보기

1930년대에 썼는데도 요즘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몰래몰래 훔쳐 본다는 글쓰기의 교본 『문장강화』. 정지용 시인과 더불어 당대 한국 문학계에서 쌍벽을 이룬 이태준 작가는 이 책에서 뜻이 어떻게 되든, 말이 닿든 안 닿든, 남이 흥미롭게 읽든 안 읽든 자기 신경은 딱 봉해둔 채 문장을 조작造作하는 글을 제발 쓰지 말라고 일갈한다. 이런 재미없는 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새로 있을 문장 작법’의 원칙을 설명하는데, 이 새로 있을 문장 작법이라는 개념이 마치 80년 후 펜 대신 스마트폰의 터치패드로 글쓰기를 하는 2013년의 ‘새로 있을 문장 쓰기’ 요령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신식’이다.
이태준 작가에 따르면 좋은 글을 쓰려면 내가 하려는 게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라는 생각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요 생각이며 감정인데,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 (…) 마음과 최단 거리의 글, 즉 활자로 감정을 매장하기 전에 먼저 말부터 살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해야 공감을 얻는 글이 나온다는 것이 이태준식 문장 강화의 첫 번째 원칙이다.
1930년대에 쓴 『문장강화』에는 “개인적인 감정, 개인적인 사상의 교환을 현대인처럼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80년 후인 요즘은 어떠한가? 요즘 세상에서 개인적 사상의 교환이 얼마나 더 절실해졌는지, 좋은 것을 보거나 새로운 감정이 느껴지면 책이나 편지보다 빠른 스마트폰을 꺼내 실시간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가 일상화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것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개인별로 탐구하라고 주문하는 이태준 작가의 지적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개인 본위의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니까. 실제로 SNS에서도 자신만의 특유한 문장법을 가진 지인의 글에 눈이 가고 손이 가고, 맛깔스러운 일상의 글만으로도 많은 댓글과 팔로어를 얻을 수 있다.
“산 사람은 생활 자체가 언제든지 새로운 것이다.” 이태준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언어와 기성 단어만으로 매일 창조되는 개인 생활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냐고 묻는다. 회화처럼 글쓰기로 자신의 감정을 그릴 수 없지만 제삼자에게 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새로운 용어와 문체를 각 개인이 연구해볼 것을 권유하는 것. 제삼자와 교양 있게 소통하는 차원이라면 자신만의 위트 있는 문체를 사용해 한결 더 흥미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2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