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32.백민석 장편소설 < 헤이 우리 소풍간다 >

동방박사님 2022. 1. 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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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가 백민석의 첫 책이자
창작의 뿌리가 되었던 1990년대 문제작


1980년대 무허가 판자촌에서 유년을 보낸 이십대들의 살풍경한 성장 과정과 깊고 우울한 내면을 그린 장편소설. 소설 속 달동네의 아이들은 학교 뒤편 굴 안에서 웅크려 있거나, 좀도둑질을 하거나 혹은 삼청교육대로 끌려가는 동네 사람들을 구경하며 자란다. 한편 당시는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뀐 해로 어두운 무허가 판자촌에서 컬러TV의 화려한 만화영화는 아이들에게 도망치고 싶은 환상의 세계였다. 아이들은 서로를 ’딱따구리‘나 ’박스바니‘처럼 만화 주인공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 어른이 된 뒤에도 이들이 그리워하는 유일한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우유병 속의 유리구슬 등 무엇으로든 소리를 낼 수 있는 물건들로 ’화음‘의 아름다움을 일깨줘주려 애썼던 음악 선생뿐이다. 하지만 그 또한 학교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이 책은 장편소설이지만 각 장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지는 않으며, 장별로 모두 두 개의 서사가 평행으로 진행된다. 이 두 서사의 관계는 암시적으로 제시되다가 마지막 장에서 결합한다. 소설의 하나는 딱따구리들의 극도로 끔찍하고 잔혹한 폭행 장면으로 이루어지고, 다른 서사는 K와 그의 연인 희, 그리고 그의 어린 시절 친구들에 대한 서사다. 후자의 서사는 유년 당시 K와 그의 친구들 사이에 대단히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음이 서사를 통해 암시되며 결말에서 이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목차

산책하는 사람들
장화 신은 토끼
앰뷸런스가 온다
Father-Motherless Children
태생 들
꿈, 퐁텐블로
잊혀진 만화의 주인공들을 위해
물댄동산
슈퍼아빠 슈퍼엄마
저택(邸宅)

저자 소개 
저 : 백민석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문학과 사회』여름호에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했다. 가장 낯설고 또렷한 시선과 문체로 1990년대 한국문학계의 독보적인 흐름이었던 그는 10년간의 침묵을 깨트리고 다시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며 오래도록 그를 기다려온 독자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대표작으로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
책 속으로
잡화점집그것의 나이는 스물인가였다. 코가 아주, 뾰족하고 날카로운 구두를 그것은 즐겨 신었다. 새카맣고, 뒷굽도 아주 높았다. 그런 구두만 신고 다녔다. 눈빛이, 거기 유리 파편을 박아놓은 것처럼, 아주 섬뜩했다. 불안하게 떨리는, 초점 없는 두 눈이었다.

잡화점은 그것의 홀어머니가 하던 것이었다. 철거촌, 이 무허가촌이 생길 때부터 있었던, 백발이 아주 끔찍한, 그런 여자였다. 그 백발은 잡화점 창유리 너머에서 늘 유령의 그것처럼 비치곤 했다.

신경이 약간 이상하다는 평판이 나 있었다. 사나웠고, 계산이 약빨랐다. 80년, K로선 본 적이 없던 슈퍼마켓이란 것이 아랫동네에 처음 생겼다. 시장통 입구 빌딩 지하에 K로선 본 적이 없던 찬란한 조명의 슈퍼마켓이 들어섰다. 그러자, 잡화점으로부터 손님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p.119

출판사 리뷰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할 만큼 좋았던 시절이 우리에게는 존재치 않았다는 걸……”

소설가 백민석의 첫 책이자
창작의 뿌리가 되었던
1990년대 문제작


“우리 전래의 문학적 풍속을 무너뜨리는 방법으로 한 시대의 망가진 꿈과 치유되지 않을 설움을 뭉텅뭉텅 쏟아내는 작품” (문학평론가 김병익)

1980년대 무허가 판자촌에서 유년을 보낸 이십대들의 살풍경한 성장 과정과 깊고 우울한 내면을 그린 장편소설. 소설 속 달동네의 아이들은 학교 뒤편 굴 안에서 웅크려 있거나, 좀도둑질을 하거나 혹은 삼청교육대로 끌려가는 동네 사람들을 구경하며 자란다. 한편 당시는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뀐 해로 어두운 무허가 판자촌에서 컬러TV의 화려한 만화영화는 아이들에게 도망치고 싶은 환상의 세계였다. 아이들은 서로를 ’딱따구리‘나 ’박스바니‘처럼 만화 주인공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 어른이 된 뒤에도 이들이 그리워하는 유일한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우유병 속의 유리구슬 등 무엇으로든 소리를 낼 수 있는 물건들로 ’화음‘의 아름다움을 일깨줘주려 애썼던 음악 선생뿐이다. 하지만 그 또한 학교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이 책은 장편소설이지만 각 장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지는 않으며, 장별로 모두 두 개의 서사가 평행으로 진행된다. 이 두 서사의 관계는 암시적으로 제시되다가 마지막 장에서 결합한다. 소설의 하나는 딱따구리들의 극도로 끔찍하고 잔혹한 폭행 장면으로 이루어지고, 다른 서사는 K와 그의 연인 희, 그리고 그의 어린 시절 친구들에 대한 서사다. 후자의 서사는 유년 당시 K와 그의 친구들 사이에 대단히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음이 서사를 통해 암시되며 결말에서 이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헤이, 우리 소풍 간다』의 인물들은 절대적 폭력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돌아오는 과거의 유령들에게 쫓긴다. 그들은 다시 모여 과거를 직면하고 구원을 희구하지만, 같은 실수를 저지른 후 마침내 파멸한다. 백민석이 그려낸 판자촌은 모호하고 불길하지만 치명적인 위협으로 가득한 외부 세계 전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것은 인물들에게 외상의 형태로 계속 되돌아온다.

“소풍? 이 밤중에요? 어디로요? 어디? 그곳은 이미 다 잊혀진 곳이지요…… 예? 씹고 난 껌처럼 버려졌으며, 누군가의 구두 밑창에 붙어 어디론가 끌려가 사라져버린 곳이지요……”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