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사 이해 (책소개)/1.세계사

진보와 야만

동방박사님 2022. 2. 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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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녹색세계사』로 잘 알려진 저자 클라이브 폰팅이 집필한 본격적인 20세기 세계사 개관으로, 연대기적 나열 및 교과서적인 설명, 유럽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보편적인 경험은 서유럽과 북미 등지 영어권 사회의 교육받은 중산층의 경험이 아니라 저개발 국가 농민들의 경험임을 주지시킨다.

이 책이 중심에 놓고 있는 주제는 “진보와 야만 사이의 투쟁”이다. 유럽과 북미의 엘리트들은 과학의 발전, 자연의 정복, 생산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근대 민족국가의 발전을 통해 20세기가 “중단 없는 전진의 역사”가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환상은 곧 깨졌고 파시즘, 나치즘, 소련에서의 억압적 국가의 출현은 전조에 불과했다. 핵 공격과 수많은 전쟁,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국가의 억압이 세계 곳곳에서 목도되었다. 과학기술이 사회와 환경에 미친 파괴적 영향 역시 고스란히 드러났다. 평균적으로 세계의 부는 증대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이전 어느 시기보다도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상위 20%가 세계 부의 80%를 향유한 반면 하위 20%는 1%도 차지하지 못했다. 폰팅은 이것이야말로 “20세기의 가장 큰 야만성”이라고 지적한다.

 

목차

제1부 20세기
서문
1. 1900

제2부 경제사와 사회사
2. 사람들
3. 생산
4. 환경
5. 지구화
6. 경제들
7. 사회들

제3부 국제사
8. 제국
9. 탈식민지
10. 민족
11.권력
12. 전쟁

제4부 국내사
13. 전통
14. 파시즘
15. 독재
16. 혁명
17. 민주주의
18. 사회주의
19 .억압
20. 차별
21. 제노사이드

제5부 회고와 전망
22. 2000년

부록: 20세기 연대표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 소개 (1명)

역 : 김현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경제경영 및 인문교양 분야 전문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부의 탄생》, 《광대한 여행》, 《빈곤의 종말》, 《머니 사이언스》, 《진보와 야만》, 《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문명의 대가》등이 있다.

저자 : 클라이브 폰팅

방대한 인간 문명사를 지구 환경의 관점에서 정리한 고전적 저작 『녹색세계사』(A Green History of the World)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도 『처칠』(Churchill), 『2차 세계대전』(A History of the Second World War), 『13일』(Thirteen Days: The Road to the First World War) 등의 역사서를 썼다. 특히 『진보와 ...
 

출판사 리뷰

뿌리 깊은 추세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주제별 서술

각각의 장은 연대순을 따르지 않고 역사적 추세를 바라보는 폰팅의 혜안을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환경’, ‘지구화’, ‘탈식민지’, ‘독재’, ‘억압’, ‘제노사이드’ 등의 제목을 단 각각의 장들은 상호 보완적이긴 하지만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폰팅은 간명한 문체와 흥미로운 팩트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이야기 솜씨로 20세기 전 세계의 복잡하게 얽힌 역사를 놀랍도록 깔끔하게 이해시킨다. 또 이렇게 정리된 역사는 우리가 세세한 사실관계에 얽매여 명확히 보지 못했던 추세를 보여주기도 하고, 흔히 오해되던 통념들을 뒤집기도 한다. 가령 자유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가 정착하고 확산되리라는 믿음과는 반대로 20세기의 가장 공통된 정부 형태는 독재였다. 또 20세기의 가장 기묘한 현상 중 하나는, 19세기 후반 마르크스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의 예상과 달리, (불평등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고 전통적 구조가 존속했으며 불평등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드물게 발생한 20세기 혁명들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과는 모순되게도 중심부 공업 국가가 아닌 주변부와 반주변부의 농업 중심 사회의 현상이었다.

_ 세계 금융 시장의 발전과 초국적기업의 부상 종합적인 설계의 결과물이 아니었던 세계 금융 시스템의 발전은 주변부는 물론 중심부 각국의 통제에서 철저히 벗어나 있었다. 무력한 정부 대신 국제 경제를 ‘관리’했던 것은 초국적기업, 특히 1960년대 말까지 세계 경제의 중추였던 석유 산업을 통제한 기업들과 그 컨소시엄들이었다.
_ 강제노동 1900년에 거의 모든 국가가 노예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했지만 그 변종은 살아남았다. 식민지 권력들은 강제노동에 의존하여 공공사업을 벌였고 수백만 명의 사람을 도제노동자로 실어 날랐다. 불법 이민자들은 물론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들도 1900년의 노예와 비교할 때 처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_ 계층이동성이라는 환상 자본주의 중심부 사회의 이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는 대다수 개인이 사회를 구석구석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강화되었다. 부모의 출신이 삶의 기회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전문직 부모의 자녀들이 전문직을 취득할 확률이 3%에 지나지 않는다. 하시만 실제로 그 확률은 최소 40%였다. 같은 직업군의 아버지를 둔 고급 공무원의 수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73배 더 많았다. 반면 반(半)숙련·비숙련 육체노동자의 자녀들 중에서 전문직을 취득한 경우는 7%에 지나지 않았다.
_ 교통의 발전과 교통 정체 교통수단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보유수가 증대함에 따라 유럽과 북미 대도시에서는 20세기 초 마차 시대와 비교해 통행시간이 단축되지 않았다. 가령 1907년 뉴욕의 평균 주행속도는 17.7km/h를 상회했지만 1980년대에는 그 수치가 9.6km/h로 떨어졌다.
_ 도시화의 그늘 도시화는 공업화와 연관이 없었다. 실제로 도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가장 가난하고 공업화가 늦은 국가들이었다. 주변부 도시들은 이러한 급속한 성장에 대처할 수 없었고, 신규거주자들은 방대한 면적의 공유지를 무단 점유하여 살아야 했다. 상당수의 도시 거주자들은 함석이나 골판지로 만든 집에서 아무런 시설도 없이 살았고 사회의 한계 영역에서 간신히 생계를 꾸려나갔다.
_ 복지제도의 실상 민주적인 국가들이 아니라 통치자와 기득권 엘리트들이 권력을 쥐고 있던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의 군주국들에서 먼저 도입되었다. 엘리트들이 보기에 복지제도는 산업화를 통해 창출된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충성을 얻고 기존 사회·정치 시스템의 안정성을 증대시키는 데 중요했다.
_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 과정 “제국주의 본국과 식민지를 가장 무난하게 인수하리라고 여겨진 집단들의 타협의 결과물.” 유럽 내에서의 ‘경쟁 압력’이 잦아들고(공산주의자들이 영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 위협에 대처하는 일은 방대한 자원을 지닌 미국에 떠넘길 수 있었다) 식민지의 경제적 가치가 재검토되었다. 중요한 것은 원료자원이었는데, 중심부 강국과 초국적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지배했기 때문에 정치 통제 없이도 이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독립 과정에서 식민지 내 소수자들의 지위나 새로운 체제의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았고 분파적 집단들이 지배권을 얻어, 많은 국가에서 분열이 필연적이었다.
_ 미국의 제국화 스스로는 제국을 소유하지 않았다고 믿으며 반제국주의 세력을 자처했던 미국이 20세기 말에는 가장 큰 제국주의 강국이었다. 미국은 카리브 해의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와 태평양의 마샬, 사모아, 마리아나 제도 등을 지배했고 이들 대부분은 핵실험 장소나 군사기지로 사용되었다.
_ 민족주의의 보수화 19세기에 근대국가를 건설하는 ‘진보적인’ 힘으로 보였던 민족주의는 개인의 권리 위에 국가와 민족의 권리를 배치함으로써 20세기 초에는 자유주의에서 벗어나 골수 보수주의로 변화했다. 그것은 산업화, 도시화, 노동자계급의 성장, 내부의 사회적·경제적 갈등과 점점 더 대립했다.

복잡다단한 사건의 의미를 명쾌하게 객관화하는 데이터의 활용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세계사 개론서들이 흔히 저널리즘적 비평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다양한 통계와 데이터에 근거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폰팅은 다양한 사례들을 상호비교하면서 거시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수치들을 끌어낸다. 대개 끔찍한 통계에서 나온 이 수치들은 20세기 내내 세계의 대다수 사람들에게 진보가 얼마나 제한적이었으며 삶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불안정하고 고되고, 또 종종 극히 짧았는지를 간명하게 드러낸다.
_ 식량 부족과 기아 “1990년대 말에 매년 4,000만 명이 굶어죽거나 그와 연관된 질병으로 사망했다.” 물론 전체 식량 생산은 대략 3배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인구증가율에 훨씬 못 미치는 추세였고, 게다가 그 분배는 이전보다 더 불평등해졌다. “미국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주변부 대부분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고기를 먹었다.”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20세기 기근으로 인해 “최소한 1억 명”이 죽었다. 일생 동안 배고픔과 반(半)아사 상태에서 산 사람들의 수는 수십억 명에 달한다.
_ 산업화와 공업화의 증대 1953년 이후 20년 만에 세계 공업 산출량은 이전 150년간의 총 공업 산출량의 총합과 맞먹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편중된 현상이었다. 20세기 말에 미국, 일본, 러시아라는 단지 세 나라의 공업 생산이 세계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 세 나라에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을 합친 7개국이 세계 생산의 3/4을 차지했다. 나머지 1/4 중에서도 대부분은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같은 기타 중심부 공업국들에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나라,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비중은 더 하락했다. 산업화와 더불어 광물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속 소비량도 늘었는데, 20세기의 첫 60년 동안에만 이전 인류사의 전체 소비량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소비했다. 특히 세계 인구의 약 5%에 불과한 미국이 전 세계 자원의 30% 이상을 소비했다.
_ 부의 불균형 모든 곳에서 사람들의 평균소득이 증가했지만 이 역시 불평등한 현상이었다. 1900년에 가장 부유했던 국가들은 2000년에도 가장 부유했고 최빈국들도 변함이 없었다.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간극은 줄어들기는커녕 1900년에는 3배 차이였던 것이 1990년대 말에는 7배 차이로 늘어났다. 미국의 1인당 소득은 자이르의 80배였고, 1990년대 중반에 89개국 사람들이 1980년대보다 훨씬 더 가난해졌고, 43개국 사람들은 심지어 1970년대보다 더 가난해졌다. 그러나 평균치는 사회 내부의 매우 뚜렷한 차이를 은폐한다. 가령 20세기 말에 워싱턴, 볼티모어, 세인트루이스 같은 미국 도시들에서 유아사망률은 방콕, 보고타, 카이로 같은 주변부 도시들보다 더 높았다.
_ 환경 문제 가장 기본적인 환경 요건인 깨끗한 물의 공급과 식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하수 시스템은 극소수 사람들만 누릴 수 있었다. 1970년대 마닐라의 파시그 강은 강물의 70%가 정수 처리되지 않은 하수였다. 20세기 말 주변부에 사는 인구 5명 중 4명은 위생 설비 없이 살았다. 작물손실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인 살충제 역시 오염의 요인이었는데 20세기 말에 미국이 수출하는 모든 살충제 중 1/3이 미국 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것들이었다. 1940년대 미국에서 약 100만 톤의 유해 폐기물이 발생했고 1990년대에는 이 수치가 2억 5000만 톤으로 증가했는데 이것은 세계 총량의 2/3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20세기 중반 단 10년 사이 캐나다 온타리오의 서드베리 구리, 니켈 제련소는 지구 역사상 일어난 모든 화산 활동에 의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황을 배출했다.
_ 노동의 중요성 20세기에도 개인 삶에서 가족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고된 농업노동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다. 중심부 공장노동에서도 성과임금(기준노동량),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 적기생산방식, 팀작업 등의 도입으로 점점 더 가혹해졌다. 포드주의적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은 “36초 안에 걷기, 들어올리기, 끌어당기기, 카펫 들기, 볼트 조이기 위해 굽히기, 볼트 조이기, 카펫 치우기, 후드에 스티커 붙이기 등을 포함한 최소한 8개의 상이한 동작을 수행해야 했다. 때로 볼트는 구멍에 잘 안 맞기도 하고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기도 하며 시트에 결함이 있거나 실밥이 볼트 위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라인은 멈추지 않았다.”
_ 국가적 억압(폭력)의 증대 20세기를 거치면서 각국의 정부는 얼마나 많은 자국민을 죽였을까? 절대 수라는 면에서 최악은 5,000만 명을 기록한 공산당 치하 중국과 1,700만 명을 기록한 소련, 1,000만 명을 기록한 국민당 치하 중국이다. 아시아 공산주의 정권은 (북한의 통계가 정확하지 않아 상당한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400만 명을 죽였고 중동과 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의 기타 억압적 정권들이 200만 명을 죽였다. 독립 이후의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는 지독한 억압적 통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망자 수는 300만을 넘지 않았다. 크메르루즈 정부는 최소 200만 명을 죽였는데, 캄보디아 인구가 700만임을 감안할 때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한다. 이들의 수는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총 1억 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렇게 죽은 모든 사람들보다 강제수용소에서 장기간 희망 없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수는 더 많다. 고발과 체포, 고문의 끊임없는 위협을 느낀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중심부 국가들은 대부분 인종주의적 편견이나 식민지배로 인한 타국민의 죽음에 주요한 책임이 있었지만, 자국민에게도 늘 온화하지만은 않았다.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반공 히스테리에 휩싸였던 중심부 국가들, 특히 1940∼1950년대의 미국 역시 억압적 정부의 전형을 보여준다. 20세기 중반 국가의 억압이 정점에 달했을 때 세계 인구의 약 절반 정도가 이렇게 억압하의 삶을 살았다.
_ 제노사이드 인류사의 어느 시기에나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박해는 존재했고, 전쟁을 통한 살육도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20세기에는 대량살상무기의 눈부신 진화로 살육의 야만성이 정점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종교와 종족적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인종 전체를 과학적으로 관료적으로 절멸시키려는 새로운 시도까지 등장했다. 총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과 50만 명에 이르는 집시를 죽인 나치즘의 경우가 독보적인 예지만, 19세기 유럽의 전통을 이은 독일의 남서아프리카 정복 과정(5년 사이 3/4 이상의 헤레로족이 절멸했다),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학살(170만 명), 식민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르완다에서의 종족 간 학살(100만 명), 역시 열강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유고슬라비아에서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 보스니아인 사이의 학살(100만 명) 역시 20세기 제노사이드의 중요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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