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역사이야기 (책소개)/1.인천이야기

동아시아 개항장 도시의 로컬리티

동방박사님 2022. 5. 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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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아시아 권역, 개항의 의미
개항장 도시와 동아시아 권역 사이의 관계망을 구명하다.


동아시아 개항장은 특정 국가나 지역의 속성을 즉각 이해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진 지역으로 다루어 지지 않았다. 일종의 접경지(Contact Zone)인 개항장은 타자와의 조우가 이미 예견되는 장소로서 여기에는 로컬리티의 변화와 변모를 추동하는 내부적, 외부적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었다. 개항 경험으로 인한 시공간의 중첩과 굴절을 복선적인 흐름과 유형으로 파악하고, 이것이 지역성(locality)과 어떠한 연관을 가지는지 추적해 본다면, 본질적인 ‘지역’ 연구가 아닌 관계로서의 ‘로컬’ 연구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자 한 것은 개항장 주체들의 실천적 행위이다. 동아시아 개항장 내의 복선적인 흐름과 궤적은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과 새로운 정착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개항장의 기존 질서와 규범은 타자로부터 거듭 도전을 받기도 하였는데, 이때에도 역시 개항장 주체들은 타자에 대처하고 교섭하는 일종의 정치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책에서 개항장의 네트워크나 문화적 경험, 그리고 개항 기억의 전승과 재현을 개항장 주체들의 해석 행위로 간주하고 재조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목차

책머리에

1부 개항장, 그 경계적 위치와 네트워크
‘신개항장’ 목포의 공간과 조선인 네트워크―양흥숙

1. 대한제국 첫 칙령 개항장
2. 예고된 개항장과 본국조계의 조성
3. 조선인과 외국인의 잡거
4. 조선인 네트워크의 양상
5. 목포 개항장의 프리즘

톈진의 개항과 새로운 네트워크의 형성―강경락
1. 전통도시 톈진과 근대의 만남
2. 톈진 근대도시로의 발전
3. 서양의 톈진투자와 새로운 경제망의 형성
4. 톈진과 화북의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
5. 톈진과 화북경제권의 근대화 모색

개항기 인천의 일본인 정착과 관계망―차철욱
1. 인천의 조건-위기와 기회
2. 인천 이주 서양인과 일본인의 관계
3. 인천 내에서 일본인-조선인의 갈등과 공존
4. 인천 일본인의 내륙 상업활동과 정치적 관계망
5. 일본인의 ‘인천화’와 한계

인천을 둘러싼 화교 네트워크와 일본제국―이시카와 료타
러일전쟁 군표 유입 문제를 중심으로

1. 인천 화교 역사에 대한 재조명
2. 러일전쟁 군표의 연혁
3. 일본 군표의 인천 유입
4. 광역적인 군표유통과 그 배경
5. 군표의 인천 유입과 화상
6. 군표의 인천 유입에 대한 일본의 대응
7. 네트워크와 제국의 교차점, 인천

2부 접경지의 경험과 문화

근대와의 만남, 말과 몸의 혼동―김동철
개항장 부산을 산 민건호의 삶

1. 개항장 부산과 민건호
2. 민건호, 일본에서 말과 몸을 보다
3. 개항장 부산에서의 삶-바람과 좌절의 외국어
4. 개항장 부산에서 익힌 몸 도우기와 다스리기
5. 혼동(성)으로서의 로컬리티

전염병 대책의 혼선―이치카와 토모오
요코하마ㆍ나가사키ㆍ고베 외국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1. 일본의 개항과 거류지 자치
2. 개항장 요코하마의 거류지 행정과 전염병 대책
3. 개항장 나가사키의 거류지 행정과 전염병 대책
4. 개항장 고베의 거류지 행정과 전염병 대책
5. 거류지 자치의 종언과 비공식적인 자치의 지속

개항장도시 하코다테의 근대적 도시경관―이상봉
문화접변의 양상과 의미

1. 개항장 도시경관과 문화접변
2. 하코다테와 개항
3. 근대적 경관의 형성과 문화접변
4. 도시경관에 나타난 문화접변의 의미

3부 개항의 흔적과 기억, 그리고 로컬리티 재편

나가사키 개항 기억의 문화적 기획―조정민

1. ‘유일’, ‘유구’로 서사되는 나가사키 개항
2. 개항기념일의 탄생
3. 선현 현창의 의미와 효과
4. ‘개항’이라는 상징성의 획득과 로컬리티

개항장의 소환―이호현
‘라오상하이’ 열풍 속에 재현된 1930년대 상하이

1. 왜 ‘라오상하이’인가?
2. 조계의 등장과 상하이 사회변화
3. 1930년대 화려한 대도시, 상하이-상하이영화를 중심으로
4. 재현된 1930년대 상하이와 로컬리티

편재된 기억이 로컬리티가 되기까지―조정민
일본 하코다테의 경우

1. 개항의 기호, 페리
2. 작은 개항과 큰 개항
3. 편재된 개항의 기억들-기념해야 하는 것과 각인되어 있는 것
4. ‘화친’이라는 문법으로 만들어진 하코다테 로컬리티

필자 소개
 

저자 소개

저자 소개
양흥숙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이다. 강경락 : 강남대학교 교양교수부 교수이다. 차철욱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이다. 이시카와 료타 : 리쓰메이칸대학교 경영학부 준교수이다. 김동철 : 부산대학교 사학과 교수이다. 이치카와 토모오 : 상하이자오퉁대학교 문학부 사학과 강사이다. 이상봉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이다. 이호현 : 성균관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선임...
 

출판사 리뷰

로컬리티 연구는 특정 지역의 성격을 탐구하거나 그 지역만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보다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 그리고 전망을 가지고 로컬의 새로운 의미 체계들을 읽어내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동아시아 권역 내에서 개항이 가지는 의미와 개항이 도시의 로컬리티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이 마련한 기획의 결과물 『동아시아 개항장 도시의 로컬리티』(소명출판, 2013)이 출간되었다.

개항장 주체들의 실천적 행위를 재조명
동아시아 개항장은 특정 국가나 지역의 속성을 즉각 이해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진 지역으로 다루어 지지 않았다. 일종의 접경지(Contact Zone)인 개항장은 타자와의 조우가 이미 예견되는 장소로서 여기에는 로컬리티의 변화와 변모를 추동하는 내부적, 외부적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었다. 개항 경험으로 인한 시공간의 중첩과 굴절을 복선적인 흐름과 유형으로 파악하고, 이것이 지역성(locality)과 어떠한 연관을 가지는지 추적해 본다면, 본질적인 ‘지역’ 연구가 아닌 관계로서의 ‘로컬’ 연구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동아시아 각국이 직면했던 개항의 사정은 매우 상이하며, 더욱이 같은 국가 내에서도 각 개항장 사이에는 서로 다른 층차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개항장을 ‘로컬리티’ 연구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었던 것은 ‘로컬’의 시각을 통해 그동안 주로 국가적 사건으로 다루어져왔던 개항장 연구를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나아가 개항장 내의 다양한 긴장 관계와 문화 현상을 살펴, 개별 개항장이 국가 혹은 동아시아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개입하였는가를 고찰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자 한 것은 개항장 주체들의 실천적 행위이다. 동아시아 개항장 내의 복선적인 흐름과 궤적은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과 새로운 정착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개항장의 기존 질서와 규범은 타자로부터 거듭 도전을 받기도 하였는데, 이때에도 역시 개항장 주체들은 타자에 대처하고 교섭하는 일종의 정치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책에서 개항장의 네트워크나 문화적 경험, 그리고 개항 기억의 전승과 재현을 개항장 주체들의 해석 행위로 간주하고 재조명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공간이론으로 로컬리티를 읽다
책의 내용은 세 가지 큰 주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개항장, 그 경계적 위치와 네트워크’에서는 개항장의 지정학적 위치와 인간 집단과의 연관에 대해 고찰하였다. 주로 사람의 이동과 정주, 새로운 네트워크 구성, 개항장 안팎의 충돌과 교섭 등을 다루었는데, 이는 개항장 로컬리티의 구성 주체이자 행위 주체인 ‘사람’의 권력관계와 그 다층적 연결 구조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음 주제 ‘접경지의 경험과 문화’에서는 개항장 공간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과 경험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개항장 로컬리티 담론을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개항장의 경역(境域)적 위치로 인한 문화접변 현상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여기에서는 특히 개항장 주체들의 이문화 수용 과정에 주목하고자 했다. 다시 말하면 근대의 이식과 수용에서 발생하는 긴장 관계를 확인하고 그 가운데 어떠한 문화적 지형 변화가 초래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지막으로 ‘개항의 흔적과 기억, 그리고 로컬리티 재편’에서는 개항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도시가 현재적 의미로서 개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탐색해 보았다. 역사학자 E. H 카가 ‘살아있는 현재적 관심만이 우리에게 하나의 가버린 사실을 연구하도록 만든다’고 말한 것처럼, 현재적 시점에서 새로운 로컬리티를 기획하고 구성하기 위해 개항 경험과 기억은 다시 발굴되고 전시되기도 한다. 개항 경험의 재현 방식과 그 메커니즘을 통해 개항장 도시의 로컬리티가 재편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를 사유하는 ‘방법’으로서 존재하는 개항장
로컬리티 연구에서 개항장에 대해 주목한 이유는 동아시아 개항장의 지리적, 공간적 속성과 역사적 특징이 곧 해당 개항장의 지역성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다. 물론 경계지(境界地)가 가지는 지정학적 의미와 전략이 본 연구의 바탕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각 연구의 결론이 모두 여기에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 각 개항장의 고유하고 상이한 경험들, 다차원적인 타자와의 역학 관계, 그리고 복잡하고 불균질한 개항의 기억 등, 이러한 것들은 개항장 주체들의 행위에 의해 변모해 가는, 여전히 유동적인 양태로서 존재하는 로컬리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 개항장 도시의 로컬리티』를 통하여 동아시아 개항장의 로컬리티적 접근과 새로운 사례들의 발굴이 개항장 도시에 관한 개별 연구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개항장 도시와 동아시아 권역 사이의 관계망을 구명하는 데 참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