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역사이야기 (책소개)/1.인천이야기

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

동방박사님 2022. 7. 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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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은 19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간된 가스통 르루(Gaston Leorux)의 『제물포의 영웅들』(원제 LES HEROS DE CHEMULPO)를 완역한 책이다. 1904~1905년간 벌어진 러일전쟁의 실질적 개전을 알렸던 제물포해전의 전 과정을 꼼꼼한 고증과 생생한 묘사로 복원했다. 책이 출간된 지 102년 만에 출간된 한국어판.

저자가 《르 마탱》지 특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발표한 작품이나, 한국의 제물포에 직접 와서 취재한 것은 아니다. 제물포해전 후 귀국 길에 오른 러시아 수병들을 유럽에서 만나서 5일간 함께 여행하면서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완성한 르포이다. '제물포의 영웅들을 만나게 된 과정→제물포의 영웅들과의 만남→제물포해전에 대한 인터뷰와 재현→제물포해전 이후'로 구성되어 있다.

100여 년 전 저자 가스통 르루는 아마도 유럽의 독자만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100년 후 한국의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읽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러일전쟁의 무대로 제물포를 비롯한 전국토를 열강에게 내어주고도, 단 한 명의 한국인 등장인물도 나오지 않는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는 곤혹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목차

추천의 말 ㅣ 최원식
한국어판 서문을 대신하여 ㅣ 이희환
사진으로 보는 제물포해전

Chapter 1 수에즈 운하의 모래폭풍
Chapter 2 단잠에서 깬 카레예츠 호의 영웅
Chapter 3 중립항 제물포에서
Chapter 4 일본 함대의 첫 어뢰
Chapter 5 운명의 전야
Chapter 6 바다 위를 오간 편지들
Chapter 7 죽음의 행진곡
Chapter 8 사령탑에서
Chapter 9 어느 젊은 장교의 죽음
Chapter 10 불퇴전의 포대에서
Chapter 11 바랴그 호는 전진한다
Chapter 12 시체더미와 화염
Chapter 13 갑판 위
Chapter 14 바랴그 호의 최후
Chapter 15 연기처럼 사라진 카레예츠 호
Chapter 16 귀환의 여로
Chapter 17 세바스토폴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환영
Chapter 18 러시아, 겨울궁전에서

[해설] 제물포해전의 복원과 영웅의 탄생 - 이영호(인하대 사학과 교수)
가스통 르루의 생애 연보 및 작품 총목록
옮긴이의 말 ㅣ 이주영
 

저자 소개

저 : 가스통 르루 (Gaston Leroux)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한 가스통 르루는 중등교육을 마치고 파리의 신문 기고가가 되었다. 코난 도일과 찰스 디킨스의 영향을 받아 심리소설 『테오프라스트 롱게의 이중생활(La Double Vie de Theophraste Longuet)』(1904)을 발표하며 탐정소설가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림 신문 [일뤼스트라시옹(L’Illustration)]의 권유를 받아 연재한 장편소설 『노란 방의 비밀(Le Myster...
 

책 속으로

제물포해전 직후 프랑스인이 취재한 이 자료의 생생한 객관성이 종요롭다. 물론 이 자료도 성찰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다시피 러일전쟁은 최초의 제국주의전쟁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추악한 식민지쟁탈전이라는 점도 그렇고 이 전쟁이 단지 러시아와 일본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러시아 뒤에는 프랑스가, 일본 뒤에는 영국과 미국이 버티고 있었다. 가스통 르루는 명백히 반일친러의 시각으로 제물포해전을 복원하면서 패배한 러시아수병을 영웅으로 축성하는 서사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서구제국주의의 시선에 조선과 제물포는 없다. 아니 인천도 없다. 이 책에도 조선과 조선인, 인천과 인천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한계 때문에, 이 책을 오늘의 한국인, 오늘의 인천인의 눈으로 다시 감아 독해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 p.8 (추천의 말 중에서)
독자 여러분은 내가 포트사이드에서 제물포의 영웅들을 만나 어떻게 이들과 함께 마르세유로 돌아갔고, 5일 간 함께 항해를 하며 어떻게 그들로부터 제물포 해전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벨라예프 지휘관님, 그리고 바랴그 호와 카레예츠 호의 장교들, 특히 드 베렌스 대위님, 드 레비츠키 대위님, 베를링 대위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이분들께서 2월 8일과 9일에 벌어진 제물포 해전에 대해 자세히 증언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스트랄리앵 호에 탔던 친절하고 사근사근한 데스볼스 의사 선생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데스볼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자신의 선실을 내주었고, 덕분에 나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보안을 유지하며 제물포 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러시아 장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역사? 사실 나는 제물포 해전에 관한 정보만을 단순히 제공하려고 마음먹었다. 만일 내 기록 속에 사료적 가치를 띤 부분이 있다면, 모두가 러시아 장교들과 병사들 덕분일 것이다. 이들이 제물포를 역사에 남긴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피로 쓴 역사! 난 수기처럼 자세하게, 객관적이고 직설적으로 이번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노력했으며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 외에 다른 마음은 없었다. 2월 8일과 9일에 벌어진 제물포 해전에 대해 러시아 장교들과 해군들이 들려준 대로 적었을 뿐이다. 물론 내가 상상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해도 부차적인 부분에서 본의 아니게 100%의 사실성을 살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 부차적인 부분까지 모두 그대로 사실적으로 적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내가 이번 집필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다.
격렬했던 제물포 해전 이야기를 마치기 전, 여러분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제물포 해전에서 살아남은 러시아 병사들이 오로지 한 가지 욕망으로 불탔다는 사실이다. 바로 한국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이다. 그들은 서울 주재 러시아 공사에게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고 있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선전포고 없이 제물포 해전이 벌어진 사실을 그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제물포 해전에서 살아남은 러시아 장교들과 병사들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희망 밖에 없었다. 짜르에게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사 부탁할 참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죽을 때까지 싸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 p.171~173
이 책은 무엇보다도 러일전쟁의 실질적인 개전을 가져온 제물포해전에 대한 자세한 재현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기록하고자 했지만 본의 아니게 100% 사실을 살리지 못했을까 걱정하는 모습에서 저자의 실증적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인터뷰하듯이 때로는 사실의 전개를 직접 목격하듯이 기술하는 등 생동감 있게 재현하면서도 주관이 섞이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주관들 가운데 가장 명백한 것은 일본군의 입장이나 정보는 전혀 없이, 유럽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에 영합하여 러시아 장병들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재현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이 지닌 뚜렷한 특징이다.
어떤 한계와 특징에도 불구하고 제물포해전에 대해 이만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 책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 p.205~206 ('해설 - 제물포해전의 복원과 영웅의 탄생' 중에서)
 

출판사 리뷰

원본의 발굴와 서지 사항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인터넷 고서점에서 발견한 가스통 르루의 원본 LES HEROS DE CHEMULPO는 화려한 삽화가 곁들여 있어서 처음에는 소설책이 아닐까 짐작했다. 어렵게 프랑스의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여 받아본 책은, 흔한 A5 국판이 아니라 A4 국배판보다 조금 더 큰 가로 22cm, 세로 31cm 크기의 호화양장본이었다. 전체 18장으로 구성된 본문 150쪽의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두꺼운 서적지에 인쇄한 까닭에 두툼한 볼륨을 갖고 있었고 요한슨(Ar. Johanson)의 수채화 24장은 별도의 두꺼운 백색 종이에 인쇄하였다. 1904년 10월 파리 제2구의 몽마르트 가에 있는 PAUL DUPONT 인쇄소에서 인쇄되어 Libraire F?lix Juven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책은 1904년 2월 8-9일 사이에 한국의 제물포에서 일어난 해전, 아직까지 역사학계에서도 그 구체적 실상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으나 러일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던 제물포해전만을 제재로 한 유일한 책이었다.

저자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에 대하여
이 책의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책의 저자가 의외로 소설 『오페라의 유령』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환상문학가 가스통 르루라는 점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자인 가스통 르루는 뮤지컬의 선풍적인 인기 덕에 최근에 한국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작품세계나 작가로서의 면모가 소상히 알려지지 않았다. 1868년 5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한 가스통 르루는 법률사무소의 서기로 일하면서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1890년대에 들어 《르 마탱》지를 중심으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 르루는 1894부터 1906년 사이에 《르 마탱》지 특파원으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러시아 혁명을 비롯한 다양한 사건들을 취재하여 프랑스 언론에 보도하였다. 그 공로로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았다고 하니, 언론인으로서 그의 면모가 새삼스럽다.
오늘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가로서의 가스통 르루의 면모는 그가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1907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 창작에 전념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1908년 룰르타비유(Rouletabille)라는 젊은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노란 방의 비밀』을 발표하여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연이어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발표하여 프랑스의 대표적인 환상문학가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추리소설과 환상소설을 넘나들며 50여 편의 작품을 남긴 바 있다. 그의 이력과 관련하여 특이한 점은 그가 기자로 활동하면서 주로 무정부주의자들의 활동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고 사형제를 반대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하였다는 점이다.

책의 구성 및 문학적 특성
『러일전쟁, 제물포의 영웅들』은 그가 《르 마탱》의 특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1904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가 한국의 제물포에 직접 와서 취재한 것이 아니라, 제물포해전 후 귀국 길에 오른 러시아 수병들을 유럽에서 만나서 5일간 함께 여행하면서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완성한 르포이다. 애초에는 《르 마탱》지에 연재하였던 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르 마탱》지에 연재된 기사를 그대로 모아서 출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편의 구성과 체계가 잘 짜인 자기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제물포의 영웅들을 만나게 된 과정(발단) → 제물포의 영웅들과의 만남(전개) → 제물포해전에 대한 인터뷰와 재현(절정) → 제물포해전 이후(결말)로 나누어볼 수 있는 이 책의 구성은 저자가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고는 마련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 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안 이야기’인 제물포해전의 전말과 병행하여, ‘바깥 이야기’로서 제물포의 영웅들의 귀로를 쫓아 보고 들은 사실들을 기록하는 또 다른 서사적 줄거리가 교차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런 측면을 감안할 때 이 작품의 장르를 르포로 볼 것인가, 소설로 볼 것인가가 혼동된다. 저자가 본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수기처럼 자세하게, 객관적이고 직설적으로” 제물포해전을 기록하고 있기에 그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르포르타주로 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 수병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외교문서를 비롯한 여러 관련 자료를 활용하면서 제물포해전의 실체를 온전하게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르포는 향후의 정력적인 작가생활을 예감하는 가스통 르루의 문학적 필치와 상상력이 더해져 독자들에게 더 한층 흥미진진한 읽는 맛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 작품을 픽션과 논픽션이 만나는 르포문학의 범주에 놓고 그 문학적 가치도 좀 더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주요 줄거리
가스통 르루는 1904년 4월 1일 밤, 귀국길에 오른 러시아 장병들이 탄 오스트랄리앵 호가 모래폭풍으로 수에즈운하에 묶여 있는 사이, 위험을 무릅쓰고 작은 보트를 이용하여 몰래 승선하는 러시아 수병들에게 직접 들은 제물포해전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배에서 만나게 된 러시아 장병들과의 교제, 장교들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 러시아 측에서 본 제물포해전의 시간대별 과정, 러시아 장병의 전투에 임하는 각오와 자세, 그리고 패전 후 오스트랄리앵 호로 귀국하면서 그들이 영웅화되는 과정이 소설식으로 재현되어 있다. 특히 인천항에 정박하고 있던 각국 함대의 동향과 입장을 러시아 측 장교들이 제시한 당시의 문서까지 인용하면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제6장은 사료적 가치도 매우 높다. 그는 오스트랄리안호에서 5일 동안 항해하면서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드 레비츠키 대위, 드 베렌스 대위, 베를리니 대위, 그리고 카레예츠 호의 벨라이에프 함장은 제물포해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아주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 인터뷰를 통해 ‘착오와 전설로 점철된’ 제물포해전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었다고 가스통 르루는 말한다. 그는 피로 얼룩진 제물포해전의 참화를 뿔뿔이 흩어진 팔다리, 살가죽, 내장과 골 등의 표현으로 징그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했다. 본인도 스스로 말하듯이 “마치 제물포해전을 직접 목격한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세하게 설명했다. 적절하게 삽입된 수채화 삽화는 어떤 저작이나 보도에서도 볼 수 없이 세밀하여 정말 눈앞에서 전쟁을 보는 생동감을 준다.

이 책의 사료적 가치
문학적 가치도 가치려니와 이 책이 펼쳐 보여주는 100년 전 역사의 실상은 오늘을 사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특히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해설]을 쓴 역사학자 이영호 교수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뤼순해전보다 앞서 중립항 제물포에서 선전포고도 없이 일본이 공격한 사실이 이 책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 점을 주목하면서 매우 높은 자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 책의 이러한 기록이 매우 신빙성이 높은 이유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기록하고자 했지만 본의 아니게 100% 사실을 살리지 못했을까 걱정하는 모습에서 저자의 실증적 자세”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사실의 측면에서 매우 높은 가료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 저자 또한 “유럽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에 영합하여 러시아 장병들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재현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이영호 교수는 “어떤 한계와 특징에도 불구하고 제물포해전에 대해 이만큼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 책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며 이 책을 통해 제물포해전의 실상이 비로소 밝혀지게 된 것을 높이 평가하였다. 아울러 이영호 교수는 그들이 러시아를 비롯한 서구에서 어떻게 신화화, 영웅화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이 가진 중요한 역사적 가치라고 평가한다.
[추천의 말]에서 최원식 교수도 전쟁의 당사자였던 일본과 러시아의 왜곡된 시각을 넘어 제3자인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이 책에서 보여준 객관성에 입각한 자료적 가치에 주목한다. 그러나 최원식 교수는 “제물포해전 직후 프랑스인이 취재한 이 자료의 생생한 객관성이 종요롭다. (······) 가스통 르루는 명백히 반일친러의 시각으로 제물포해전을 복원하면서 패배한 러시아수병을 영웅으로 축성하는 서사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서구제국주의의 시선에 조선과 제물포는 없다. 아니 인천도 없다. 이 책에도 조선과 조선인, 인천과 인천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한계 때문에, 이 책을 오늘의 한국인, 오늘의 인천인의 눈으로 다시 감아 독해하는 작업은 중요하다.”며 이 책을 읽는 한국인의 독자적 시각을 강조한다.

생생한 삽화와 도판, 사진들
한편 이 책에는 작가 가스통 르루와 함께 제물포해전의 중요한 장면 장면을 빼어나게 형상화한 수채화 24장이 담겨 있다. 이 그림들을 그린 Ar. 요한슨은 이름으로 보아 프랑스인은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끝내 그 신원을 밝힐 수 없었다. 이 책에는 요한슨의 수채화와 함께 제물포해전의 전개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도판과 사진들을 추가하였다. 프랑스 신문 《일뤼스트라시옹(L’illustration)》을 비롯한 여러 자료에서 수집한 이 사진들을 권두에 [사진으로 보는 제물포해전]으로 구성하였다. 모쪼록 100년 전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 그 뼈아픈 제물포해전의 역사적 실상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