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생각의 힘 (책소개)/3.한국정치비평

정치전쟁

동방박사님 2022. 6. 2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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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아무리 정치가 ‘무혈의 전쟁’이라지만 ? 4

제1장 윤석열의 과제

‘충성 경쟁’이 대통령을 망친다 ? 17
‘윤석열판 내로남불’은 안 된다 ? 22
‘언론 운동장’은 누구에게 기울었는가? ? 27
‘이대남’과 페미니즘의 화해를 위하여 ? 35
왜 정치인은 무속인을 좋아할까? ? 52

제2장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상처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비밀 ? 59
정치를 ‘이권 투쟁’으로 만드는 ‘캠프 정치’ ? 64
대통령의 ‘인의 장막’을 해체하라 ? 80
왜 ‘아무 말’ 대선 공약이 난무했을까? ? 84
경제를 대선에 이용하지 마라 ? 88

제3장 ‘정치 교체’는 가능한가?

정치인은 자주 갈아줘야 하는 기저귀인가? ? 97
정치를 전쟁으로 만드는 ‘승자 독식’ ? 102
왜 후안무치는 미덕이 되었는가? ? 107
의전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 ? 112
왜 중도는 설 땅이 없을까? ? 122

제4장 이재명 ‘만독불침’의 종언인가?

‘팬덤의 CEO’가 된 이재명의 ‘팬덤 정치’ ? 133
이재명의 ‘안면몰수’ 화법 ? 159
이재명은 ‘진짜 실용주의자’인가? ? 165
문제는 ‘기득권 내로남불’이다 ? 170
다시 문제는 싸가지다 ? 181

제5장 문재인 미스터리

문재인의 임기 말 높은 지지율의 비밀 ? 191
‘내로남불’을 미화하는 ‘피해자 코스프레’ ? 214
‘심기 경호’는 ‘정직’을 하찮게 만든다 ? 219
‘20년 집권론’의 부메랑 ? 224
공수처 예찬론자들의 기이한 침묵 ? 232

제6장 정치는 끝없는 타협이다

민주당의 체면을 살려준 이상민 ? 243
정청래와 김어준, 왜 이러는가? ? 249
진보 신문을 보는 게 고통스럽다는 유시민 ? 261
유승민이 박근혜를 배신했다는 망상 ? 266
조국, 부디 체념의 지혜를 ? 274

제7장 책임은 권력의 기능이다

‘비주류 의식’은 ‘책임 의식’을 죽인다 ? 283
‘최선’을 빙자해 ‘최악’의 길을 열어젖힌 문재인 정권 ? 288
분노의 오남용은 ‘분노의 힘’을 죽인다 ? 293
‘무엇’과 ‘왜’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 299
‘풀뿌리’를 집어삼킨 ‘인조 잔디’ ? 303

맺는말 일상적 삶에서 ‘정치 전쟁’ 해소법 ? 310

주 ? 322
 

저자 소개

저 : 강준만 (康俊晩)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책 속으로

윤석열이 대통령으로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측근 인사들에게도 허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미국 정치철학자 주디스 슈클라는 “좋든 나쁘든, 충성이 없으면 리더십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는데,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과 더불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해나가긴 어렵기 때문이다. 충성, 정말 어려운 개념이다. 무조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떤 충성이냐가 중요하다. 좋은 충성이 있는가 하면 나쁜 충성도 있다. 충성에 대한 모든 논의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한 가지 쟁점은 충성과 순응의 구별이다.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갈 때엔 순응하지 않고 바른 말을 하는 게 충성이다.
---「‘충성 경쟁’이 대통령을 망친다」중에서

‘하이에나’·‘파리떼’·‘자리 사냥꾼’이라는 비난은 일리는 있을지언정, 문제는 이게 내로남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캠프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생각이 다를 경우, 내가 주도하는 캠프에 몰려든 사람들과 남이 주도하는 캠프에 몰려든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은 우리 편 캠프에 오느냐 상대편 캠프로 가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 편으로 왔으면 극찬을 해댔을 인사들에 대해 상대편 캠프로 갔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비난을 퍼붓고 의혹을 제기하는 게 우리 선거판의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정치를 ‘이권 투쟁’으로 만드는 ‘캠프 정치’」중에서

한국엔 트럼프와 같은 수준의 철면피 정치인은 없다. 다행이긴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국형 후안무치의 특성은 집단적으로 나타난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주로 정당이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공개적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약속을 달라진 상황에 따라 손쉽게 뒤집는 걸 상습적으로 하면서도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내로남불의 일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렇게 후안무치해도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승자 독식 당파 싸움이 불러온 정치적 양극화 때문이다. 지지자들이 반대편 사람들을 증오하는 상황에선 우리 편의 후안무치는 악덕이 아니라 오히려 미덕이 된다. 후안무치 실력이 뛰어난 정치인일수록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으며 스타 반열에 오른다.
---「왜 후안무치는 미덕이 되었는가?」중에서

편을 갈라 반대편을 무조건 공격하고 물어뜯는 지금과 같은 ‘좀비 정치’에선 그런 ‘안면몰수’ 화법에 그 나름의 효용이 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지만, 과유불급의 원리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이재명은 8년 전 “소통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지배다”고 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안면몰수’ 화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그가 최악의 빈곤 상황에서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개천에서 난 용’이 되었다는 걸 이해한다. 스스로 밝혔듯이, 그는 “적진에서 날아온 탄환과 포탄을 모아 부자가 되고 이긴 사람”이다. 그러나 이젠 ‘용’의 반열에 올랐으니 절박하고 처절했던 과거의 버릇과 결별하는 게 자신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이재명의 ‘안면몰수’ 화법」중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20년 집권론’은 덕담도 아니고 농담도 아닌, 문재인 정권의 본질에 가까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문재인 정권의 거의 모든 주요 정책이 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방향과 내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일은 없고 오직 오늘만 있는 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만 해도 그렇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의 통과를 위해 공수처장 임명에 대한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해놓고도 야당의 비협조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40여 일 만에 결국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고 말았다.
---「‘20년 집권론’의 부메랑」중에서

대선을 앞두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우르르 대선 캠프로 몰려가는 게 보기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배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이라고 할 자기 교정 기능을 죽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부 비판자를 배신자로 매도하는 풍토 속에서 그 어떤 자기 교정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사적 관계에서 배신이 용서할 수 없는 악덕이라고 해서 그 감정을 공적 관계에도 적용하는 후진성은 이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배신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일부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라면 그건 쉽게 바로잡을 수도 있다. 언론과 국민이 맹비난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이하랴. 언론과 국민은 정파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유승민이 박근혜를 배신했다는 망상」중에서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무엇’과 ‘왜’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의롭고 아름다웠다. 누가 감히 문재인 정권의 선의를 의심할 수 있으랴. 그러나 선의만 흘러넘쳤을 뿐 ‘어떻게’에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했고 무능했다. 부동산 정책은 일단 ‘욕망에 불타는 시민’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물론 공기업 직원과 공무원도 그런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전제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역효과’를 예방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이건 대단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는, 상식 중의 상식이 아닌가? 그러나 ‘선의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권엔 그런 상식이 없었다.
---「‘무엇’과 ‘왜’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2022년 대선은 ‘정치 전쟁’이었다
“정치는 왜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는 전쟁이 되었을까?”


2022년 대선은 끝났다. 이 전쟁을 치렀던 양 진영은 ‘저들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외쳐댔다. 상대편을 원수처럼 여기는 비난과 마타도어도 난무했다. 이들은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 오직 반대편 죽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선거는 편 가르기에 근거한 진영 전쟁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늘 열정이 들끓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대선 이후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더욱 극심해질 거라는 것이다. 정치를 전쟁으로 만드는 것은 승자 독식이다. 그래서 대선은 열정의 수준을 넘어 목숨을 건 전쟁이 되고 만다. 그러나 승자 독식은 이성과 소통과 타협을 가로막는다.

2022년 대선은 진보의 자해극이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원초적 비극은 팬덤 정치에 의한 ‘편 가르기 부족 정치’에 있었다. 팬덤의, 팬덤에 의한, 팬덤을 위한 국정 운영을 하면서 두 개로 쪼개진 나라를 만들었다.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권의 DNA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극심했다. 자신들을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무오류의 존재로 여기면서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는 독선과 오만을 범했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권은 촛불 민심을 전유하거나 횡령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은 실패했고, 정권 재창출도 실패했다.

강준만은 『정치 전쟁』에서 2022년 대선이 왜 ‘정치 전쟁’이 되었는지 비판한다. 오늘날 정치가 ‘무혈의 전쟁’이라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서도 벌어졌고, 가족 내에서도 벌어졌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진보 진영 전체가 신앙으로 정치를 대했고, 정치적 삶을 꾸려온 것은 아닐까? 강준만은 그런 신앙으로 인해 빚어진 2022년 대선은 ‘진보의 자해극’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자행 경쟁’을 멈추기 위해서는 정치적 신앙이 없거나 비교적 약한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권자들이 오늘의 관점에서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을 벌하는 ‘응징 투표’가 한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강준만의 『정치 전쟁』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슈를 다룬다. 제1장은 윤석열의 과제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은 ‘충성 경쟁’을 물리치고, ‘윤석열판 내로남불’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제2장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상처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를 ‘이권 투쟁’으로 만든 ‘캠프 정치’와 ‘아무 말’ 대선 공약이 난무했다. 제3장은 ‘정치 교체’는 가능한지 묻는다. 하지만 정치를 전쟁으로 만드는 ‘승자 독식’ 체제를 깨부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요원하다. 제4장은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의 ‘만불독침’에 대해 비판한다. ‘팬덤의 CEO’이자 ‘SNS 대통령’인 이재명의 ‘안면몰수’ 화법은 온당한가? 그리고 이재명은 과연 ‘진짜 실용주의자’인가?

제5장은 문재인 미스터리다. 한국 정치사에서 레임덕 없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된 문재인이 임기 말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10가지 비밀을 파헤친다. 제6장은 정치는 끝없는 타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에는 타협을 불온시하는 교조주의자가 진보 쪽에 많다. 제7장은 책임은 권력의 기능이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권은 ‘최선’을 빙자해 ‘최악’의 길을 열어젖혔다. 특히 무주택자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던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상처

흐루쇼프는 “정치인은 어느 나라에서건 똑같다. 그들은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2022년 대선에서도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드리겠다고 경쟁했다. 급기야는 ‘공약 베끼기, 물 타기, 숫자 지르기’ 등 낯 뜨거울 정도로 ‘아무 말’ 공약이 난무했다. 선거판이 도박판을 닮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경쟁이 벌어졌다. 더구나 2020년 4?15 총선의 학습효과도 있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 덕분이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이나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같은 국가적 중대사에는 양당 두 후보 모두 굳게 침묵했다.

‘캠프 정치’는 정치를 ‘이권 투쟁’으로 만든다. 캠프는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기보다는 당면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면 ‘닥치고 승리’ 이외의 다른 사고 능력이 사라지거나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이 “캠프라는 곳은 이른바 폴리페서, 자리 사냥꾼, 정치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그것을 선거운동이라고 착각하는, 그리하여 정권이 바뀌면 한자리 꿰차려는 욕망에 들뜬 사람들의 임시 정류장과 같은 곳이다”라고 했겠는가? 또 2011년 6월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한 정치 개혁 관련 세미나에서 ‘캠프 민주주의 타파’를 주장하기도 했다.

캠프 정치의 핵심은 ‘세(勢)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자기 캠프로 더 많은, 더 나은 실력이나 스토리를 가진 인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시즌만 되었다 하면 ‘인재 영입 쇼’가 벌어진다. 그러나 캠프 정치는 다음과 같은 3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캠프 정치는 국정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둘째, 캠프 정치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의 정치’를 불러온다. 셋째, 캠프 정치는 집권 후 논공행상에 따라 자리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전리품 정치’를 정치의 기본 모델이 되게 만든다. 특히 ‘전리품 정치’는 정치 지망생들마저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정치 불신과 혐오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긍정적 개념으로 대접받아야 할 ‘정치 참여’가 전리품에 눈독을 들이는 ‘이권 투쟁’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문재인의 임기 말 높은 지지율의 10가지 비밀

문재인의 취임 초기 지지율은 한동안 80퍼센트대 중반까지 치솟을 정도로 높았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며 지지를 보낸 국민이 80퍼센트를 넘었다. 이런 높은 지지율이 취임 100일까지 이어지자 문재인 지지자들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외쳐댔다. 문재인의 임기 말 지지율도 수개월째 40퍼센트대로 전례 없이 높았다. 그래서 ‘문재인은 레임덕 없는 첫 번째 대통령’이라는 말과 함께 ‘미스터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문재인은 ‘집토끼’를 확실하게 지키는 ‘편 가르기 정치’를 했다. 문재인의 대통령 취임사를 읽어보면 한 편의 개그 원고를 방불케 한다. 문재인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문재인이 한 일은 일관되게 분열과 갈등을 키움으로써 ‘두 개로 쪼개진 나라’를 만든 것이었다. 반면 집토끼 지지율만큼은 임기 말까지 지켜내는 업적을 이루는 데에 기여했다.

둘째, 강력한 팬덤과 노무현 학습효과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노무현이 우파와 그 언론은 물론 ‘좌파’로부터도 협공을 당하여 실패하고 죽음에 이르렀다는 인식”(성균관대학교 교수 천정환)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면서 문재인에 대한 그 어떤 비판도 수용하거나 용납하지 않았다. 또 문재인은 노무현의 원혼을 달래줄 역사적 사명을 띠고 대통령에 차출되었기에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며 그렇게 되어야만 했다.

셋째, 친인척 스캔들과 측근의 부패 게이트 부재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킬 만한 친인척 스캔들이나 측근의 부패 게이트가 없었다. 그러나 친인척 스캔들이나 측근의 부패 게이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밝혀질 수 없는 은폐 시스템이 있으며, 이는 이전 정권들에서는 볼 수 없던 현상이었다.

넷째, 정권 비리를 은폐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과 문재인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의혹 사건을 비롯해 문재인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사건들은 어떤가? 이런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대장동 사태를 비롯해 여권에 불리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다섯째, 코로나19가 초래한 국민적 위기의식이다.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대응 정책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코로나에 대한 국민적 위기의식은 늘 문재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위기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문재인은 ‘코로나 위기’의 최대 수혜자였다.

여섯째, 정당과 대선 후보에 대한 정서적 비교우위다. 문재인은 ‘야당 복’과 ‘여당 복’은 물론 역대급 비호감 대선 후보인 이재명과 윤석열에 대한 정서적 비교우위를 동시에 누렸다. 그러나 문재인의 레임덕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발적 레임덕’이었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결정을 한사코 외면하는 문재인의 ‘책임 회피’ 성향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곱째, 욕먹을 일은 하지 않는 책임 회피다. 문재인은 “생색나는 일엔 앞장서고, 고통이 수반되는 폼 안 나는 일은 뭉개거나 다음 정부에 뗘넘긴다”.(『중앙일보』 논설실장 이정민) “검찰 개혁으로 욕먹은 사람은 추미애다. 부동산 실패는 문 대통령보다 김현미가 욕 더 먹었다.”(단국대학교 교수 서민) 문재인에게 법적 책임은 없을망정, 대통령 권력의 속성을 모를 리 없는 문재인이 자신으로 인해 고위 공직자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수사·재판을 받는 상황이 벌어져도 침묵만 굳게 지켰다.

여덟째, 집요하고 공격적인 자화자찬 홍보다. 부동산이나 코로나 문제에 대해 성급한 자화자찬을 했다가 발목이 잡혀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도 문재인의 자화자찬은 그칠 줄 몰랐다. ‘긍정과 낙관’이 문재인 개인의 ‘인간 승리’에는 큰 도움이 되었을망정 국가적 차원에서는 비극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홉째, ‘일중독’에 가까운 문재인의 헌신이다. 물론 이것을 좋게만 보기는 어렵다.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한 것은 좋은데, 문제는 오히려 이런 성향이 서류로 대체할 수 없는 현실의 갈등 상황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문재인의 헌신은 탁현민의 탁월한 이미지 관리술을 통해 국민에게 잘 전달되었기에 임기 말 높은 지지율에 기여했을 것이다.

열째, 긍정적 이미지 위주의 이벤트 정치다. 문재인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자주 눈물을 흘렸으며, 2017년에도 유가족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 동안 위로하며 눈물을 훔치는 등 ‘눈물 메시지’를 잘 활용했다. 이는 지지자들에게 눈물도 있고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인자한 대통령으로 각인되었다.

정치는 끝없는 타협이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끝없는 타협이다”고 말했고, 클레멘스 메테르니히는 “정치가는 고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유연하여야 하며, 교조주의나 쇠막대기가 아니라 원칙들에 있어서는 확고하고 일상정치에 있어서는 적응적인 강철 용수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풀브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기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인내와 양보가 가능해지고 광신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확신으로 가득찬 사람들과는 타협이나 협치가 어렵다. 확신은 나의 확신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 확신의 과잉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든다. 한국 정치에서 타협은 실종되었다. 내 편, 네 편으로 편을 갈라 싸우는 상황에서 ‘타협과 협치’는 불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은 승자 독식이었다. 이런 승자 독식은 소통과 타협을 죽인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터무니없는 계획이 많이 나왔지만, 권력 핵심부에 소극적인 질문 몇 가지를 제기한 사람은 있었을망정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동안 언론이 즐겨 쓰던 말이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였다. 이견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았던 민주당 풍토에서 용감하게 소신껏 쓴소리를 냈던 4인방을 부르는 말이었다. 그러나 금태섭은 사실상 팬덤에 의해 민주당에서 쫓겨났고, 조응천과 박용진은 이재명 선대위 체제로 흡수되었으며, 김해영은 원외라는 한계 때문에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당 5선 의원 이상민은 침묵하지 않았다. 친문 당원들의 문자 폭탄 등에 시달려왔던 이상민은 여기에 굴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화를 위해 애쓰는 이상민이야말로 민주당의 체면을 지켜준 은인이다. 이상민은 ‘타협의 예술’로서 정치를 제대로 아는 인물이다.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 권력의 속성상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면, 이른바 ‘악마의 변호인’ 제도라도 원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비공식적으로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문재인은 ‘원조 친노’로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유인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했던 애정 어린 쓴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실패했고 정권 재창출도 실패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이 옹졸해서 그런 점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바로 권력의 속성이다.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꿔놓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견제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깨닫기 어려워진다. 우선 대통령의 ‘인(人)의 장막’을 해체하는 것이 급선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이런 비극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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