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대한민국 현대사 (책소개)/2.정부수립이후

울릉도 간첩단 조작사건

동방박사님 2022. 8. 2. 08:36
728x90

책소개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은 32명이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과 징역 총 119년형을 받았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에서 실패한 수사관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꾸며낸 작품이었다. 울릉도 사건은 조작간첩 백화점이다. 한국전쟁 중에 월북 내지 납북되었던 사람이 1960년대에 친인척을 만나러 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일본에 이주한 친인척 또는 지인이 조총련과 연관이 있다고 하여 간첩으로 조작된 재일동포 간첩 사건, 1960년대 외화 수입을 위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북한에 납치된 후 돌아온 납북귀환어부 간첩 사건, 북한에 있는 친인척 등을 만나려고 정부 몰래 입북했다가 돌아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이들의 가족들이 모두 간첩이 되어버린 간첩 사건, 이 모든 것이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에 녹아들어 갔다.

공안기관은 연관 없는 사람들을 엮어서 이 사건을 커다란 덩치로 불렸다. 울릉도에 살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사람들, 전라북도에서 군마다 1명씩 뽑아 보내준 일본 농업연수(실제로는 노동력 공급)를 하고 귀국 후 감옥으로 가게 된 사람들, 성공한 재일동포 사업가가 고국에서 사업을 확대한 일과 관련된 가족들, 일본에 가서 받은 금전적인 도움이 올무가 되어 간첩 누명을 쓴 전라북도 사람들, 일본을 통해 몰래 입북해서 사람을 만났다가 귀국하여 간첩이 된 사람들이 모두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에 있다.

목차

서문: 다시, 울릉도 사건을 떠올리며

제1장 독재정치 대 민주화운동, 그리고 공안통치의 시대

1. 민주화 열기를 잠재운 공안통치의 병기, 간첩 조작 사건
2. 장기집권 시도 속에 자행된 간첩 조작 사건
3. 유신독재체제의 수립과 민주화운동, 그리고 간첩 조작 사건
4. 영구집권의 길을 둘러싼 독재정치 대 민주화운동, 그리고 울릉도 사건

제2장 하나가 된 두 개의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

1. 체포와 구속 수사
2. 중정의 사건 발표
3. 재판 과정과 판결

제3장 중앙정보부와 차철권

1. 한국현대사와 중앙정보부
2. 중정의 창설 과정
3. 중정의 조직 체계와 활동
4. 간첩단 조작 사건의 배경, 유신과 이후락의 실각
5. 간첩단 조작 사건의 설계자, 차철권
6. ‘증거의 왕’, 고문과 허위자백

제4장 울릉도 사람들

1. 섬으로서의 울릉도
2.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속 울릉도 사람들

제5장 울릉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전라북도 사람들

1. 재일교포 이좌영과 전라북도 사람들
2. 일본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이좌영에게 의지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
3. 간첩 조작 올가미에 걸린 일본 농업연수생들
4. 동향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에게 도움을 받은 지식인들
5. 무너진 삶을 딛고 감옥에서 벌인 봉사 활동

제6장 이좌영과 재일 한국인 정치범 구원 운동

1. 일본에 건너가 사업가로서 성공하다
2. 울릉도 간첩단 사건에서 주모자로 몰리다
3. 재일 한국인 정치범 문제를 일본 사회에 ‘고발’하다
4. 한국과 일본, 세계를 무대로 재일 한국인 정치범 구원 운동을 벌이다
5. 재일 한국인 정치범 구원 운동은 아직도 냉전에 갇혀 있다
6. 조국을 사랑한 죄, 재일 한국인 정치범

제7장 간첩 조작 사건 이후 ‘간첩’의 삶

1. 사회적 낙인과 체념, 또 다른 형벌
2. 보호관찰, 감옥의 연장선
3. 연좌제, 가족 공통의 고통
4. 고향의 변화, 푸근함과 냉정함 사이

제8장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와 사법부의 재심 재판

1. 머나먼 길의 종착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
2.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3. 재심 개시와 간첩죄 무죄 판결
4. 재심의 아이러니, 간첩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라

저자 소개

저 :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민주주의의 시각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천도교 근대 민족운동 연구』,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 『오늘과 마주한 3·1운동』, 『대학과 권력』, 『역사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 등이 있다.

저 : 조수룡

 
경희대학교 강사이다. 한국 현대사, 북한사를 전공했다.
 
 

출판사 리뷰

유신 이후 민주화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공안통치의 병기,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1974년 3월 15일 중앙정보부장 신직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울릉도 거점 간첩단’ 47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괴가 남한 적화 혁명을 목적으로 그들의 공작원을 직접 남파시키거나 일본을 통해 우회 침투시켜 … 소위 인민민주주의 대남 혁명전략에 입각하여 현 정부 전복을 획책해온 대표적인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1973년 8월 김대중 납치 사건과 같은 해 10월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으로 인해 중앙정보부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다. 또한 북한은 ‘남조선혁명론’에 따라 1960년대까지는 공작원을 활발하게 남파했지만 1970년대 들어 그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1960년대를 거치며 비대해진 박정희 정권의 대공·방첩 기구는 거대한 조직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의심받고 있었다. 중정의 입장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큰 것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중정은 내사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이런저런 수사 건들을 하나의 간첩단 사건으로 확대·조작할 유혹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결과가 바로 ‘울릉도 거점 간첩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은 ‘울릉도 거점 간첩단’ 조작 사건의 배경에서부터 전개와 실상, 이후 피해자들의 삶과,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고 깊이 있게 파헤친다.

거대한 조작간첩 백화점, 울릉도 사건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은 32명이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과 징역 총 119년형을 받았던 사건이다. 울릉도 사건은 조작간첩 백화점이다. 한국전쟁 중에 월북 내지 납북되었던 사람이 1960년대에 친인척을 만나러 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일본에 이주한 친인척 또는 지인이 조총련과 연관이 있다고 하여 간첩으로 조작된 재일동포 간첩 사건, 1960년대 외화 수입을 위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북한에 납치된 후 돌아온 납북귀환어부 간첩 사건, 북한에 있는 친인척 등을 만나려고 정부 몰래 입북했다가 돌아와서 조작된 간첩 사건, 이들의 가족들이 모두 간첩이 되어버린 간첩 사건, 이 모든 것이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에 녹아들어 갔다.

공안기관은 연관 없는 사람들을 엮어서 이 사건을 커다란 덩치로 불렸다. 울릉도에 살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사람들, 전라북도에서 군마다 1명씩 뽑아 보내준 일본 농업연수(실제로는 노동력 공급)를 하고 귀국 후 감옥으로 가게 된 사람들, 성공한 재일동포 사업가가 고국에서 사업을 확대한 일과 관련된 가족들, 일본에 가서 받은 금전적인 도움이 올무가 되어 간첩 누명을 쓴 전라북도 사람들, 일본을 통해 몰래 입북해서 사람을 만났다가 귀국하여 간첩이 된 사람들이 모두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에 있다.

재심의 아이러니, 간첩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라

2014년 12월,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이성희가 마침내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나마 재심을 청구한 지 4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받아낸 결과였다. 간첩이라는 올가미를 씌운 사법부는 스스로 나서 그 올가미를 풀어주지 않고 피해 당사자들이 재심을 청구해야만 ‘간첩이 아니었음’을 선고했다. 30명이 넘는 피해자들은 직접 여덟 차례에 걸쳐 재심을 신청했고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성희에게 진실화해위원회의 존재를 알려준 것은 정부도 사법부도 아니었다. 동백림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최창진이었다. 이성희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얼마 지나 텔레비전에서 진실화해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하라는 안내를 보고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는 동안 재심이 시작되었지만 자신이 간첩이 아니라는 무죄 선고를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피해자도 생겨났다.

국가폭력의 가해자인 정부는 피해자로 하여금 스스로 재심을 청구하도록 하는 아이러니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가폭력에 의해 잃어버린 고통의 세월에 대한 보상 유무도 사법부에 내맡겼다.

사법부의 시계는 가슴 떨리며 기다리는 피해자들의 고통의 시간을 헤아리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무너진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참담한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진술하고 법정에 불려 다니며 자신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던 검찰의 변명을 들어야 했다. 간첩 누명을 벗은 후에는 다시 민사소송을 위해 법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역사를 청산하려면 국가가 나서서 진실을 규명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사과와 배·보상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거사 청산의 정상적 절차를 무시하고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나서도록 만든 권력에게서 민주주의 껍질 속 깊이 뿌리내린 반공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 재단법인 들꽃은 조작간첩 사건 피해자들이 받은 보상금의 일부를 종잣돈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재단의 설립을 위해 고문·조작의 피해 당사자들과 인권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해온 각계 인사들이 마음을 모았다. 재단법인 들꽃과 도서출판 책과함께는 『간첩 시대』와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 등 조작간첩 역사를 정리한 책들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 속에 숨은 부조리를 파헤치는 ‘들꽃역사총서’를 꾸준히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