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한반도평화 연구 (책소개)/2.북한탐구

북한 사람 이해하기

동방박사님 2022. 8.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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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탈북민의 눈으로 분석한 북한 사람과 북한사회,
그들은 왜 부조리한 압제에 굴종하는가


“왜 북한에서는 저항이 일어나지 않을까?” “북한 사람들은 왜 억압적인 체제에 순응하고 있을까?” 이것은 탈북민들이 흔히 듣는 질문이다. 탈북민 출신의 저자는 전체주의 공포체제에서 완전한 굴복 상태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북한 사람들의 심리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북한 사람들이 국가에 대해 만성적인 불안과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저항의 의지조차 가지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한편 저자는 무력하고 의존적이던 북한 사람들이 1990년대 식량 위기를 겪은 이후 점차 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오늘날 북한에서는 감시통제 체계에 틈이 생기고 장터를 중심으로 사적 담론의 공간이 확장되는 등 놀라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탈북민으로서 북한체제의 트라우마에 대해 연구해 온 저자는 북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움트기 시작한 일상의 저항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목차

제1부 북한 사람 이야기

제1장 북한 사람은 누구일까?
제2장 북한 사람을 만드는 담론
제3장 북한 사람의 정신적 특징

제2부 예술 정치와 상징효과

제4장 인간 뇌의 사회적 연결망
제5장 혁명예술과 사회적 감염
제6장 북한 사람은 충효의 사람일까?

제3부 공포 정치와 트라우마

제7장 공포의 지정학
제8장 전체주의와 악의 평범성
제9장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이야기

종장 북한 세습체제는 영속할 수 있을까?
 

저자 소개

저 : 감희
 
북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공부했다. 그러나 소위 적대계급 출신이었기에 많은 제약과 고통을 받아오다가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왔다. 2017년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탈북 여성의 폭력경험과 트라우마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체주의 북한체제의 트라우마 및 북한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치유, 한반도의 트라우마와 평화 사상, 용서와 화해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북한이라는 전체주의 체제에서 내부...
 

책 속으로

주체사상은 인간 중심의 철학사상, 수령의 영도체계와 영도원리를 체계화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최고 존엄에 대한 숭배의식, 절대적 복종과 충성을 추구하는 혁명적 수령관으로 귀결된다. 최고 존엄에 대한 숭배를 신앙화하기 위한 충효의 교리와 예식, 의례에 대한 절대 도덕 강령이 주체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체사상은 ‘한국 사람’을 만든 가치와 사상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주체철학의 사상, 이론, 방법을 정립하는 재료로 활용한다. 그 결과 본래의 가치와 사상을 왜곡하고 융합한 유일한 ‘선’, 즉 주체사상이 출현했다. 명목상으로는 무신론을 추구하는 북한에 국가통치 이념의 주체종교가 창시된 것이다.
--- p.49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장마당 세대는 극한적인 굶주림과 기아를 경험하며 “돈이면 다 통한다”라는 신념을 내면화한 세대다. 1990년대에 겪은 충격적인 위기를 통해 이전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제기되었고, 그로 인해 사회규범과 질서가 뒤흔들리는 틈바구니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전 시대에 비해 언행과 스타일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전 세대처럼 정치사상교육을 무차별적으로 접해보지 못한 장마당 세대는 대부분 최고 존엄에 대한 신뢰나 충효일심 같은 인지적 감각이 거의 없다.

이 세대는 자신들의 부모나 조부모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한다. 그들은 이전 세대처럼 절대적으로 국가에 의존하지도 복종하지도 않는다.
--- p.112

북한 사람들의 친사회적 행동화에 대해 그들만의 도덕성에 기반을 둔 정신주의적 표현이자 정치적으로 단결된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재고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충효일심을 명령하는 절대적 사회규범과 질서는 북한 사람들의 몸에 밴 생존전략 차원의 친사회적 행동화를 형성하고 활성화한다. 우리는 그들의 사회적 행위가 충성심에 기반을 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압력에 의해 훨씬 더 활성화된 거울신경세포의 단순한 모방행동이거나 감정전염에 의한 사회적 감염효과라는 과학적 가설을 세울 수 있다.
--- p.126

북한에서는 자신과 내집단을 동일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덕분에 사람들은 손쉽게 타인의 감정에 전염되며 집단행동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북한은 내집단에서 정서 전이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군중심리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다. 내집단에서 군중심리에 손쉽게 휩쓸리는 북한 사람 대다수는 자신의 행동 이유를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자기도 그렇게 할 뿐이다.
--- p.140

극한적인 선악의 구도가 만들어내는 지속적인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내집단은 더욱더 안으로 움츠리며 뭉치게 된다. 그러면 집단의 응집력과 정체성이 한결 강화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에 외집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더욱더 굳어진다. 또한 외집단의 공포와 불안을 방어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동안에는 내집단에서의 폭력성과 결핍, 사회적 고통을 덜 느낀다. 내가 몸담은 사회현실에 대한 고통스러운 경험의 의미와 신체적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심리사회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지정학적 적대상황에서 북한체제가 영속성을 확립해 가는 생존 메커니즘이다. 그 선봉에 혁명예술이 오만하게 서 있다.
--- p.163

남한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살 때가 더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말한다. 경쟁 사회인 남한살이가 북한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돈만 있다면 스트레스 없는 북한이 더 살 만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북한처럼 사느냐 죽느냐의 위협이 없고 기본적인 생존권과 생명권이 보장된 풍요롭고 자유로운 남한살이를 북한살이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고통스러운 현실과 자신을 분리시키는 ‘얼어붙기’ 응급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 p.247

외부 세계에 비춰지는 북한은 필승불패의 사상적 단결력을 보유한 듯 보이지만, 북한의 실상은 모든 사람이 불신과 의심, 증오와 분노에 사로잡혀 알알이 흩어진 불신사회, 불안사회다. 북한사회의 이와 같은 부식 현상은 전체주의가 함축하고 있는 치명적인 오류로 인해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다만 과시적이며 상징적인 극장국가의 완벽한 연출효과로 인해 그러한 현상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1990년대 북한 위기는 북한의 부식을 표면화시킨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자생적인 장마당 경제체제 구축, 충성경쟁의 종언, 중간 엘리트의 생존논리에 따른 탈선, 감시통제 및 처벌기능의 마비 또는 둔화 등의 변화는 이러한 부식을 가속화하고 있다.
--- p.318~319

주목할 것은 일상의 저항행위와 경험이 광범위하게 공유되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에는 일상의 저항이 대중과 단절되어 개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고 비록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집단화의 흐름도 보이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일상적인 저항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만들어가는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특정한 장소에서 끼리끼리 모여 불평불만을 토로하면서 비난하는 경험을 통해 서로 연대해 가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전체주의 환경에서 상호 불신하고 고립되어 살아오면서 전혀 경험한 적 없었던 놀라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 p.331
 

출판사 리뷰

북한 사람들이 절대 권력의 폭정을 견딜 수밖에 없는 이유

외부 세계 사람들은 흔히 북한 사람들에 대해 ‘수령님을 숭배하는 사람들’, ‘핵무기에 열광하는 광신집단’이라고 인식한다. 또한 북한 당국은 북한 사람들의 복종과 찬양에 대해 ‘장군님 식솔의 충효일심’, ‘핵 무력보다 강한 정신사상적 위력’이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저 북한의 공포정치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미약한 존재일 뿐이다. 이 책은 북한체제 안에서 일신상의 안전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북한 사람들의 상황을 다층적으로 살펴본다.

탈북민으로서 북한체제의 트라우마에 대해 연구해 온 저자는 북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은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상상 이상의 폭력사회이자 생존을 위협하는 극한적인 환경이다. 따라서 북한체제에서는 심각한 수동성과 무력감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한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인 유교와 충효의 정신세계에 주목한다. 저자는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유교의 가족주의가 북한체제에서 주체사상과 어떻게 융합되었는지 분석한다. 또한 이러한 정신세계가 북한 사람들이 북한체제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친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책의 구성 및 내용

제1부에서는 분단과 함께 북쪽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북한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탐색한다. 1부에서는 북한 사람은 분단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람의 정신적 계보를 공유했던 한민족임을 확인하면서, 남북한이 공유하던 가치와 윤리가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변했는지, 서로 다른 사회 환경에서 어떻게 이질적인 형태로 발현되었는지 살펴본다.

제2부에서는 북한의 과시적·상징적 예술정치 행위가 북한 사람들에게 집단효과를 미치는 과정을 분석한다. 북한 사람들은 유아기 때부터 수령을 따르는 정신이 최고의 가치라고 배우며 자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감시통제와 억압,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이러한 가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2부에서는 이처럼 생존을 위해 일상의 위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고발한다.

제3부에서는 정치범 수용소와 연좌제, 공개처형, 비밀경찰 시스템 등을 통해 전체주의 북한의 실체를 분석한다. 또한 홀로코스트의 주역인 아돌프 아이히만이 겪은 트라우마를 토대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정치범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절대공포가 어떻게 한 개인의 인간성을 벗겨내며 비인간화하는지 드러낸다.

북한에 부는 변화의 바람, 사적 담론과 일상의 저항 확대

북한의 세습체제는 과연 영속할 수 있을까? 저자는 북한의 앞날을 전망하면서 1990년대 식량 위기 이후 북한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일상의 저항에 대해 살펴보는 한편, 현재 장마당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루어지는 북한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지금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대 비사회주의라는 흑백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이전에는 불법이던 장마당 활동이 국가정책의 하나로 전환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북한체제를 변혁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같은 변화가 체제개혁을 위한 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은 북한과 같은 공포체제에 제압되지 않도록 사람들을 지켜주는 강력한 자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