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서양사 이해 (책소개)/4.유럽역사문화

외식의 역사

동방박사님 2022. 9. 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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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로마 제국의 술집에서부터 최근의 채식주의 유행까지,
외식 문화와 레스토랑에 얽힌 풍성하고 맛깔스런 이야기들
외식의 다면성 속에서 음식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은 어디서 뭘 먹을까? 이것은 신체적 배고픔과는 다른 차원의 식욕에서 비롯되는 고민이다. 우리는 단지 배가 고파서 외식하러 나가지 않는다.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이나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려고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데는 외식이라는 행위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어울리고 사업 이야기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즐기고 쿠데타를 모의하기 위해 레스토랑 같은 공간에 모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중 감각으로 맛보는 코스, 분자 요리, 채식주의 등 음식을 매개로 색다른 경험을 하거나 정서를 자극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렇듯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외식의 다면성을 짚어보고, 그러한 흐름을 주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목차

·연대표를 보는 ‘외식의 역사’
·서문

1 폼페이의 5번가
2 제국의 위대함이 깃든 요리
3 30년간 40개국의 음식을 먹다
4 식탁보의 등장
5 커피하우스에 붙은 호소문
6 단두대가 낳은 고급 식당
7 산업혁명이 불러온 음식의 풍경
8 프랑스 요리를 중세에서 현대로 가져오다
9 클럽의 탄생과 독보적인 주방
10 봄베이의 레스토랑
11 글렌 벨의 타코
12 세계 최악의 음식을 파는 나라
13 초밥 컨베이어벨트, 그리고 노! 스시
14 르가브로슈, 런던에 문을 열다
15 요리로 정치를 말하다
16 요리의 장르가 뒤섞이다
17 미슐랭 별, 그리고 셰프의 죽음
18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본문 이미지 저작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 : 윌리엄 시트웰 (William Sitwell)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작가.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레스토랑 평론가이자 작가 겸 해설자다. 잡지 [웨이트로즈 푸드(Waitrose Food)]에서 16년간 편집자로 일하며 많은 상을 받았다. TV와 라디오에 진행자와 게스트로 자주 출연하고 각종 행사에서 인기 있는 연설자로 활동하면서 BBC의 인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MasterChef)」에 몇 년째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또한 ‘윌리엄 시트웰의 만찬 모임’으로...
 
역 : 문희경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폴리스』, 『팬텀』, 『블러드맨』, 『바퀴벌레』, 『박쥐』, 『가족의 죽음』, 『프로이트의 여동생』, 『심리치료실에서 만난 사랑의 환자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대화에 대하여』, 『신뢰 이동』, 『우아한 관찰주의자』, 『인생의 발견』,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타인의 영향력』,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책 속으로

먹고 마시는 시설 중 프리무스 여관은 단연 인기 있는 장소였다. 번화가인 델라본단자 거리에 있던 이 여관은 폼페이 도심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각양각색의 고객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델라본단자 거리를 따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파는 상점과 작업장이 발견되었다. 건설업자, 대장장이, 철과 청동을 취급하는 상인, 미술품과 공예품 상점, 포목점, 올리브유 가게, 철물점과 공구상이 있었다. 와인 가게와 빵집과 이발소뿐 아니라 식료품점, 청과물 가게, 은행, 사창가 몇 군데, 세탁소, 공중목욕탕도 발견되었다.

공중목욕탕에는 ‘상류층을 위한 품격 있는 목욕탕’이라는 광고 문구가 붙어 있다. 상류층은 델라본단자를 따라 늘어선 초호화 대저택과 일반 주택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가리켰을 것이다. 귀족이나 장군, 외과의와 내과의 같은 잘나가는 전문가들 말이다. 실제로 프리무스 여관 양옆으로 마르코 에피디오 루포(Marco Epidio Rufo)와 L. 라피나시 옵타티(L. Rapinasi Optati)라는 폼페이 시민들의 인상적인 주택이 있다. 두 집 모두 건축학적으로 훌륭한 건축물로, 중정과 기둥과 분수를 갖추어 대문 안에 들어서면 후끈후끈한 거리와 대조적으로 선선하고 평온한 휴식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1. 폼페이의 5번가」중에서

커피하우스 과부들은 미사여구가 가득한 몇 쪽에 걸친 글에서 커피가 남편들을 ‘잘난 척이나 해대는 시시한 남자’로 만들었고, 설상가상으로 커피가 남편들을 ‘프랑스식으로 만들었다’고 호소했다. 커피가 남자들을 발기불능에(아내가 남편에게 다가가봐야 그저 ‘변변찮고 쓸모없는 시체’나 안을 수 있을 뿐)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어놓았다고 했다.

‘물웅덩이에 개구리가 잔뜩 모인 꼴로 남자들이 흙탕물 같은 물이나 홀짝거리며 쓸데없는 말을 속닥거립니다. 남자 대여섯 명이 모여서 우리 여자 대여섯 명이 수다를 떠는 것보다 더 지껄입니다.’ 남자들이 커피하우스에서 돈을 탕진해서 자식들에게 빵이나 겨우 먹일 수 있을 만큼 가난해졌다고도 했다. 국가의 중대사를 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남자들이 중요한 현안으로 열띤 설전을 벌인다고 하지만 고작 홍해가 무슨 색깔인지와 같은 주제’일 거라고 짐작했다. 게다가 커피하우스가 맨정신으로 머무는 공간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남자들이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었다고 했다.

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역행 운동’처럼 술에 취하면 ‘비틀거리며 술을 깨려고 커피하우스로 돌아갔다가’, 다시 술집으로 돌아갔다. 온종일 맨정신으로 버티던 남자들도 집으로 오는 길에 술집에 잠깐 들르고, ‘우리 불쌍한 여자들은 밤 12시가 되도록 혼자 울적하게 앉아 있고…… 마침내 남자들이 푹 삶은 웨스트팔리아 돼지머리 같은 몰골로 잠자리에 들어온다’.
---「5. 커피하우스에 붙은 호소문」중에서

알렉시스 스와예는 독보적인 주방을 설계하면서 빅토리아 시대에 가능하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업적을 이루었다. 바로 상류층 사람들이 음식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만든 것이다. 스와예의 주방에서는 콩소메와 수프, 살짝 데친 생선(넙치부터 연어까지)에 풍미 좋은 소스를 얹은 요리, 바닷가재, 칠면조 새끼 요리, 레드커런트부터 미나리까지 다양한 소스로 맛을 낸 토끼고기, 각종 페이스트리, 트러플로 화려하게 장식한 요리, 속을 채워 구운 닭고기, 윤기가 흐르는 송아지 췌장 요리가 나왔다. 케이크와 머랭, 페이스트리와 초콜릿, 조각 작품처럼 깎아 담은 과일도 나왔다.

모든 요리는 번쩍거리는 쟁반에 놓이고 다양한 크기의 종 모양의 덮개에 덮이고 아름다운 도자기 접시에 담겨서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나갔다. 이집트의 이브라힘 파샤(Ibrahim Pasha)는 1846년에 리폼 클럽에 가서 밀른 스미스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인상적인 요리’라고 일컬은 요리를 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요리는 솜사탕을 입히고 파인애플 크림으로 속을 채운 76센티미터 높이의 머랭 피라미드였다.
---「9. 클럽의 탄생과 독보적인 주방」중에서

워터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레스토랑은 여느 레스토랑과 달라 보였다. 우리의 가치관도 남들과 달랐다.’ 여자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우도 드물고, 여자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도 매우 드문 시절이었다. 게다가 직원 대다수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워터스의 레스토랑은 다른 느낌을 주었다. 배고픈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맥도날드, 피자헛, KFC, 타코벨(제11장 참조)과는 전혀 달랐다. 워터스는 손님 테이블로 직접 음식을 서빙하며 그녀의 음식과 그 음식의 기원에 관해 설명했다.

이후 몇 달에 걸쳐 그녀는 농부와 생산자들을 찾아다니며 특정 작물을 재배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담당자를 따로 내정해서 농작물을 찾아내고 어부부터 목장 주인까지 소규모 생산자들을 찾아내는 일을 맡겼다. 워터스는 생산자들에게 적정 가격으로 보이는 금액을 지불하고 손님들과도 그 점에 관해 의논했다. ‘우리가 쓰는 재료 중 일부는 비싸다. 하지만 농장 일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워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메뉴판에 농부의 이름을 올리는 방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여러분의 접시에 올라간 음식은 사회 정의의 구현이다.’
---「15. 요리로 정치를 말하다」중에서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에는 땅이 100배 덜 필요하고 물이 5.5배 덜 들어간다. 하지만 과연 채식주의자가 먹을까? 게다가 생체검사가 필요하므로 동물 학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유행에 따라 가끔 채식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최신 레스토랑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동력, 바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만 있다면.

세계가 인스타그램에 열광하는 사이 인스타그램은 SNS 플랫폼으로서 음식과 레스토랑의 실내장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레스토랑 경영자나 요리사 지망생들과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레스토랑을 기획하면서 인스타그램을 필수 요소 리스트의 상위에 올려야 했다. 한나 콜린스(Hannah Collins)는 ‘인스타그램은 젊은 사업가들이 늘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타일 모자이크와 벽화와 네온등 같은 요소에 더해서 음식 자체도 미학적으로 아름답거나 특이해야 했다. 인스타그램 스타들이 새로운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면, 요리사는 이들을 레스토랑으로 끌어들여 이들의 직사각형 인스타그램 창을 빌리는 대신 요리와 실내장식을 제공하고 해시태그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18.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중에서
 

출판사 리뷰

음식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광기, 그 흥미로운 역사
외식 문화와 함께 들여다본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종횡무진 시대 통찰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시간조차 손에 꼽을 만큼 모두가 바쁘게 살아간다. 집보다는 바깥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거나 누군가와 어울려 식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시대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외식은 일상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외식’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단순히 ‘집을 떠나 식사하기’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아가 메뉴판을 들여다보고 음식을 주문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인터넷과 통신, 여행 문화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미각도 어느 때보다 풍성해졌다. 어느 국가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유명 레스토랑이나 음식이 함께 생각나곤 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못지않게 음식이 중요한 문화적 요소이자 매개체가 된 것이다. 또한 레스토랑은 여행할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여행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된다.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을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안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 문화의 사회적 영향력과 개념이 복잡해지고 다변화되면서 이제 우리는 배고프지 않아도 그곳에 머물기만 해도 즐겁다고 믿는 후광 때문에 어떤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작가이자 BBC의 인기 요리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에서 예리하고 신랄한 비평을 쏟아내기로 유명한 윌리엄 시트웰은 이 책에서 외식이라는, 언뜻 사소해 보이면서도 깊이 파고들수록 흥미로운 주제를 사실적인 기록과 풍부한 사례, 친근한 소설적 감성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다룬다. 훌륭한 요리로 사람들의 미각을 일깨우듯이, 저자는 고대 로마부터 최근까지 2,000년에 이르는 외식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 사회문화적 사건들을 파헤치고 그 연결고리를 다채롭게 분석해낸다.

이 책은 고대 도시 폼페이의 유물과 유골에서 당대인들의 식생활과 정신세계를, 옛 이슬람 세계를 여행한 이븐 바투타의 기록에서 접대 문화와 풍습을 엿보고 피로 얼룩진 프랑스 혁명 기간에 어떻게 고급 레스토랑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면밀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산업혁명 시대의 형편없는 서비스와 음식,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칙칙하고 암울하고 음산했던 영국의 외식 풍경을 그려내면서 이후 런던의 르가브로슈를 필두로 레스토랑 혁명이 일어나고 다음 세대의 요리사들이 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거대한 시대적 변화의 물줄기와 함께 본문 곳곳에 빼곡히 박혀 보석처럼 빛나는 이야기들도 외식의 역사를 더욱 생동감 넘치게 한다. 오스만 제국에서 펼쳐진 음식의 향연 속에 깃든 나눔의 미풍, 비위생적이고 무질서했던 중세의 식사 문화를 바꿔놓은 식탁보의 출현, 사교계와 상류층을 위한 공간이자 정치 회합의 장이 되었지만 단속령과 여자들의 청원문이 나붙은 초기의 커피하우스, 빅토리아 시대의 외식 문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클럽의 등장, 식민주의 체제에서 탄생한 봄베이의 레스토랑, 비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창안되었지만 또 다른 문제에 부딪힌 회전초밥 등에 관련된 이야기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유럽의 외식 문화와 달리 전후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 혁명이 일어났다. 각종 산업이 발달하고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내에서 다양한 조리법이 생겨났는데 그 결과 서브웨이, 맥도날드, 버거킹, 던킨도너츠, 피자헛, 타코벨 등과 같은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렇게 패스트푸드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요리사와 농부를 연결하고 학교 무상급식 실시, 제철 식품과 지역산 농산물을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음식이 개인적 취향과 욕구를 뛰어넘어 정치?사회적 성격까지 띠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최근에 유행하는 음식 문화의 패턴과 그 핵심을 끄집어내면서 외식의 미래도 냉철하게 가늠한다. 요리사가 손님들을 ‘다중 감각’의 여행으로 안내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분자 요리, 완전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실험실의 음식,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최신 레스토랑을 추동하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의 영향력 등과 같은 대내외적인 흐름을 이야기하면서 더욱더 다양하고 새로운 요소가 넘쳐나는 외식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프랑스 최고의 셰프는 왜 스스로 세상을 떠났을까?
외식사업의 확장과 스타 셰프의 등장, 그리고 미슐랭 별


외식의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음식에 관련된 기록을 품고 있다. 귀족의 저택에서 일하다가 또는 유명 요리사의 가르침을 받은 뒤 자신의 레스토랑을 차린 요리사가 있는가 하면, 외식사업으로 큰돈을 벌어들이거나 요리책을 쓴 작가와 또 하나의 권력이 된 레스토랑 평론가 집단도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19세기 프랑스의 마리 앙투안 카렘이다. 그는 전문 식당의 음식과 가정식을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그가 처음 만든 요리사 모자와 소스의 분류법 및 제조법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그는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차려내는 방식에서 코스에 맞춰 요리를 차려내는 방식으로 바꾸었고, 150년 이상 레스토랑 서비스의 경전이 된 책을 여러 권 썼다. 가스스토브를 주방에 처음으로 도입해 언론매체의 칭송을 받은 알렉시스 스와예, 타코 기계를 발명해 패스트푸드 열풍을 일으킨 후벤시오 말도나도, 초밥 컨베이어벨트로 생선을 먹는 문화에 혁신을 일으킨 시라이시 요시아키 등도 외식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레스토랑 르가브로슈와 워터사이드인을 열고 전후 영국의 암울한 식문화에 혁신을 일으킨 알베르와 미셸 루 형제는 자신들만의 제국과 문화를 이룩했다. 이들은 1960년대에 요리의 불모지였던 런던에서 치밀한 조사와 요리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진정한 프랑스 미식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요리사들을 양성함으로써 영국의 레스토랑 세계를 바꿔놓았다. 영국 최초이자 최연소로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를 비롯해 그의 제자인 고든 램지, 그리고 앨러스테어 리틀, 로울리 리, 사이먼 홉킨슨 등은 현재 영국 요리계의 주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여성이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주방에서 요리하는 경우가 드문 시대에 번창하는 패스트푸드라는 괴물에 맞섰던 앨리스 워터스는 굳건한 요리 철학과 반문화 정신으로 많은 이들을 주목하게 했다. 한때 그녀의 파트너였던 제러미어 타워는 고급 레스토랑 브랜드를 전 세계로 퍼뜨린 최초의 요리사 중 한 명이었다.

외식이 점점 사업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레스토랑 홍보와 음식 평론가 집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앨런 크롬튼 배트는 요리사를 불 앞의 노예에서 스타로 승격시킨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1980년대에 그는 많은 레스토랑과 요리사를 언론에 홍보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렇게 레스토랑을 홍보하고 평가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미슐랭, 고미요 등과 같은 레스토랑 가이드가 등장했다.

그리고 2003년,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인 베르나르 루아조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프랑스와 전 세계의 레스토랑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레스토랑 가이드의 평가로 인해 요리사가 받은 중압감이 그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레스토랑 평가 체계와 평론가의 권력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편집되지 않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일부 평론가나 레스토랑 가이드의 의견이 레스토랑과 요리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냉혹하고 치열한 경쟁 현실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세상이 달라질까?
외식이 바꿔놓은 사회문화적 풍경과 성장의 한계


외식의 역사는 곧 사회문화사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그리고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성향과 개인의 품격까지 꿰뚫어볼 수 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거나 집을 떠나 식사하기와 같이 단순하게 여겼던 외식 문화에서 오늘날처럼 그 이상의 다양한 감각과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켜주기까지는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저자의 말처럼 외식의 역사는 정치, 공포, 용기, 광기, 행운, 혁신, 예술, 사랑, 그리고 묵묵히 성실하게 쌓아올린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자 남다른 열정과 예지력으로 발전된 주방과 요리법을 개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의 즐거움을 안겨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새로운 음식이 생겨나고 더 널리 확산되면서 빚어지는 전 지구적 문제의 심각성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60년대 북아메리카에 일본인 이민자 사회가 형성되면서 초밥이 점차 세계로 퍼져나갔고 날생선이 건강에 좋고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이라고 인식되면서 초밥집이 급성장했다. 그와 함께 딜레마가 생겼다. 초밥집이 늘어날수록 생선 소비량이 늘어나 환경운동가들이 ‘노! 스시’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생선을 먹어야 할지 말지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피자(이탈리아)와 타코(멕시코) 같은 패스트푸드처럼 특정 지역의 전통 음식이 한곳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주류 문화로 편입된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40년대에 방글라데시의 실헷 지방에서 건너온 선원들의 공동체를 지탱하는 카페가 성장한 이후 1980년과 2000년 사이 영국 전역에서 급성장한 인도 레스토랑도 그중 하나다. 이외에도 지구와 인간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완전 채식주의, 테이블 하나에 자리가 열두 개뿐인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 등에 관한 이야기는 음식 이야기를 뛰어넘어 다면적 시각으로 외식 문화와 레스토랑의 사회문화적 변천사를 읽게 해준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오늘의 모습으로 만든 이야기다. 외식이라는 주제 뒤에 가려진 수많은 군상과 변곡점을 하나씩 들춰내면서 그 뒷이야기까지 맛깔스럽게 들려준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셰프의 열정과 인내, 판단력, 그리고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써내려가는, 코스 요리와도 같은 이 책을 통해 역사 읽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천재적 음식 학자의 도발적인 외식사 해석. 폼페이부터 회전초밥, 미슐랭 식당의 부엌까지 헤집어 벌거벗은 서양 외식의 현장들이 펼쳐진다. 음식사회사는 부엌 창고에 쌓인 참치의 올바름, 햄을 넣지 않은 비건용 샌드위치를 둘러싼 세상의 예민한 촉수까지 연구한다. 흔한 말로 미각도 알아야 하고, 고급 음식값을 지불하는 지폐의 윤리나 식당 밖에서 초점 잃은 눈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의 소외도 외면할 수 없다.

게다가 음식도 결국은 정치 행위의 산물이라거나, 기원전 폼페이 식탁과 중세 영국 귀족 식탁의 연관성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정말 탁월한 질문이에요” 하고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놀라운 일들을 해치우는 저자 윌리엄 시트웰의 이야기다. 그를 음식사회사에 가둬두기란 불가능하다. 뛰어난 재능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이 책에서 우리는 확인할 뿐이다. 메시와 호날두가 같이 뛰는 경기 같다. 물론 그는 두 사람을 합친 존재일 듯하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품종과 맛까지 올라가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는 폼페이에서 시작해서 현대의 식탁까지 날카롭고 현장성 강한 필치로 쓴다. 폼페이 귀족들의 식탁 놀음을 해설하면서, 마치 초청장을 받은 참석자처럼 쓴다. 얼마나 생생한지 그가 그날 팁을 너무 많이 줬다고 투덜거렸다면 나는 정말 믿었을 것이다.

글 쓰는 사람들을 질투하게 만드는 역사적 식탁의 정교한 재구성, 시니컬한 유머, 당연하지만 음식에 대한 뛰어난 지식, 심지어 잘난 척하거나 유능한 셰프들까지 등장시킨 후반부의 ‘레스토랑 당대사’ 부분까지 시종 책값을 한다. 어디서도 이런 글이 제대로 묶여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출판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책이 제법 두껍지만, 읽기 시작하면 맛있는 코스 요리처럼 디저트까지 금세 도착한다. 팁을 두둑하게 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 박찬일(셰프, 음식 칼럼니스트)

학교에서 역사를 이렇게 배웠더라면, 나는 진작에 역사 마니아가 됐을 것이다. 물론 살은 더 쪘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는 훨씬 깊어졌을 것 같다. 인간들은 집 밖으로 나가 먹고 마시고 취하며 서로를 알아갔고,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 옛날 폼페이 프리무스 여관의 음식에서부터 최신식 분자 요리에 이르기까지 외식 역사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회전초밥의 성장 스토리, 영국 식당이 맛없는 이유, 프랑스 혁명과 레스토랑의 상관관계 등 레스토랑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함께 대화할 만한 ‘레퍼토리’로 가득하다. 외식은 ‘테이블만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예약’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여행 가이드가 될 것이다. bon appetit, bon voyage!
- 김중혁(소설가)

윌리엄 시트웰은 훌륭한 요리사의 미각과 법원 판사의 정직함과 유명 소설가의 필력을 가졌다.
-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영국 최초·최연소 미슐랭 3스타 셰프)

윌리엄 시트웰의 흥미로운 역작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미식과 환대에 대한 탁월한 지식이 돋보인다. 음식이나 역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재미있고 필수적인 읽을거리다.
- 미셸 루(미슐랭 3스타 셰프)

따뜻한 마음으로 외식의 역사를 누빈다. 많은 사람들이 외식을 하지 않음으로써 얼마나 많은 돈을 아끼는지 깨닫는 시기에 특히 적절한 책이다.
- [타임스]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마음속에 생생히 간직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즐길지 계획할 수 있는 멋진 기회다. 지금 당장 외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윌리엄 시트웰은 접대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재치 있는 작가다. 이 책이 많은 식당에서의 식사보다 더 재미있으며, 모든 것이 다시 열릴 때까지 우리를 지속시켜줄 거라고 생각한다.
- [블룸버그]

윌리엄 시트웰은 흥미롭고 색다르게 이야기를 끝내는데, 이는 일부 레스토랑 비평가들의 지나친 진지함과 비교되는 새로운 변화이다.
- [커커스 리뷰]

굉장히 매력적인 안내서다. 윌리엄 시트웰은 결코 자신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 새뮤얼 존슨이 말했듯이 ‘인간이 만든 것 가운데 좋은 주점이나 여관처럼 행복을 안겨주는 곳도 없다’. 그리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어서 달콤쌉싸름하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너무나 읽기 쉽다.
- [스펙테이터]

매혹적이고 종종 반직관적이다.
- [BBC 라디오 타임스]

팬을 던지고 코카인을 흡입하는 요리사들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레스토랑은 드라마이고 흥분하게 만든다. 저자의 글은 늘 해박하고 절대 지루하지 않다.
- [메일 온 선데이]

삶의 이야기다. 음식이나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한다.
- [솔트레이크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