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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

동방박사님 2022. 9. 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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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내 최초, 월든 풍경사진 66장과 「시민 불복종」 포함 완역본
법정스님,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터 킹이 사랑한 인생 고전

가독성 높은 최고의 번역으로 만나는 소로의 대표작


1845년 봄, 소로는 스승 에머슨의 만류에도 친지에게서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월든 호수 옆 숲속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손수 잣나무를 벌목해 호반에서 30미터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1845년 7월 4일부터 18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을 혼자 살며 경험한 “정신적 전환의 시간”을 시적인 언어로 적어 내려갔다.

『월든』은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자유를 획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를 위해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생활을 간소화하며, 자신의 독특함을 인정하라고 한다. 특히, 일상적 체험이 벌어지는 자연세계와 그 세계를 뛰어넘는 정신세계를 조화시킴으로써 초월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강조했고, 월든 호숫가에서의 묵상적 삶을 통해 이것이 가능함을 직접 증명했다.

소로가 『월든』과 「시민 불복종」에서 펼친, 조용하면서도 끈덕진 독립정신은 많은 개혁가와 영적 지도자,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아프리카 유배 시절에 「시민 불복종」을 읽고 인도 독립 운동의 정신적 기초로 삼았고, 마틴 루터 킹은 시민 불복종 사상을 미국 북부에서 실천에 옮겼다. 또한, 전 세계의 많은 환경주의자, 노동 운동가도 그의 생명 사상을 높이 평가했다. 소로가 단지 말뿐인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하는 사상가라는 사실은 그가 남긴 글들이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미친 영향력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인문 고전 분야 전문 번역가 이종인의 섬세하면서도 가독성 높은 번역과 53쪽(연보 포함)에 달하는 풍성하고 체계적인 해제 및 274개의 각주를 통해, 지금껏 난해한 문체와 사상적 배경, 뜻 모를 비유와 상징 등에 가려져 있던 『월든』의 세계가 새롭게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전문 사진작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찍은 66장의 사진을 본문 순서에 맞게 재배치해 『월든』의 입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소로는 1845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이 실험을 시작했다. 법정스님은 “소로는 학생으로서 월든에 갔지만, 그곳을 떠나올 때는 스승이 되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원했던 인생이 아님을 한탄하며 ‘조용한 절망’의 삶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인생의 독립기념일”을 만들어주고, “나만의 월든”을 선물해주는 통로가 될 것이다.

 

목차

월든

1. 생활 경제
2. 내가 살았던 곳과 그렇게 살았던 이유
3. 독서
4. 숲속의 소리
5. 고독
6. 방문객들
7. 콩밭
8. 마을
9. 호수들
10. 베이커 농장
11. 더 높은 법
12. 이웃의 동물들
13. 집 안 난방
14.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겨울 방문객
15. 겨울 동물들
16. 겨울의 월든 호수
17. 봄
18. 맺음말

시민 불복종

해제 | 이종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연보

 

 

저자 소개

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1817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자신을 ‘신비주의자, 초절주의자, 자연철학자’로 묘사한 소로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단순하고 금욕적인 삶에 대한 선호, 사회와 정부에 대한 개인의 저항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로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형과 함께 사립학교를 열어 잠시 교사 생활을 한 뒤 목수, 석공, 조경, 토지측량, 강연에 이르기까지 시간제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산책하고 독...

사진 : 허버트 웬델 글리슨 (Herbert Wendell Gleason)

 
1855년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1883년에 회중교회 목사가 되어 미네소타주에 정착했다. 1899년 목회를 그만두고, 37년 동안 사진, 강연, 저술, 자연과 야생 황무지 연구 등에 전념했다. 그의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여러 단행본에 소개될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역 : 이종인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대학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정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지금까지 250여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최근에는 E. M. 포스터, 존 파울즈, 폴...
 

책 속으로

사실, 노고에 시달리는 인간은 매일매일 고결하게 살아갈 여유가 없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인간다운 관계를 유지해나갈 만한 형편이 못 된다. 그의 노동은 시장에서 가치가 점점 하락한다. 그는 단지 기계처럼 일할 뿐 다른 것이 될 시간이 없다.
성장하려면 자기 무지를 깨달아야 하는데, 오로지 자신이 아는 지식만 사용하고 있으니 어떻게 알아채겠는가? … 세상의 평가는 우리가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에 비하면 허약한 폭군이다.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개인의 운명을 암시, 아니 결정한다. 우리는 공상과 상상이라는 서인도 제도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당신에게는 그런 자기 해방을 가져올 윌버포스가 있는가?
--- p.15-17, 「1. 생활 경제」 중에서

편견을 내다버리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아무리 오래된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이라도 검증하지 않고 믿어서는 안 된다. 오늘 모든 사람이 진실이라고 동조하고 묵인하던 것이 내일 거짓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자기 땅을 비옥하게 적실 비구름이라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연기처럼 사라질 의견 한 조각이었던 것이다. … 우리 인간의 체질이 여러 가지이듯 자연과 인생도 여러 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인생이 펼쳐지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사람이 상대방의 눈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발생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한 시간 내에 세상 모든 시대를 살 수 있다. 아니, 모든 시대의 모든 세상을 살 수도 있다. 역사, 시가, 신화! 남의 경험을 이토록 경이롭고 유익하게 적은 글을 또 어디에서 읽을 수 있단 말인가.
--- p.19-22, 「1. 생활 경제」 중에서

대부분 사치품과 인생을 안락하게 하는 많은 편의품은 굳이 없어도 될 뿐만 아니라 인류 정신을 고양하는 데는 커다란 방해물이 된다. 사치품과 편의품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일찍이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소박하고 척박한 삶을 살았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그리스 등지에서 만난 고대의 철학자들은 겉모습은 가난하기 짝이 없지만 내면은 그렇게 풍요로울 수 없었다. 우리는 이들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
농부는 문제 자체보다 더 복잡한 공식으로 생계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 구두끈 정도나 살 수 있는 아주 적은 돈을 얻으려고 소 떼에 투기하는 것이다. 그는 안락과 독립을 확보하려고, 아주 능숙한 기술을 발휘하면서 털 스프링이 달린 덫을 놓는다. 하지만 덫을 놓고 돌아서는 순간 자기 덫에 다리가 걸리고 만다. 이것이 그가 가난한 이유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우리는 많은 사치품에 둘러싸여 있으나 미개인이 누린 천 가지의 안락함과 비교해볼 때 가난한 것이다.
--- p.26, 50, 「1. 생활 경제」 중에서

이처럼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를 돈 버느라고 다 보내고 나서 가장 가치 없는 시기에 의심스러운 자유를 누리겠다고 하는 것은 어떤 영국인의 에피소드를 생각나게 하지 않는가. 그는 먼저 돈을 벌기 위해 인도로 갔다. 나중에 영국으로 돌아와 시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인도로 갈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다락방으로 올라가 시를 썼어야 마땅했다.
--- p.75, 「1. 생활 경제」 중에서

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을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불가피하지 않는 한, 이런 목표를 단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깊이 있게 살면서 인생의 골수를 모두 빨아먹고 싶었고, 삶이 아닌 것은 모두 쫓아내버릴 정도로 강건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고 싶었다. 삶을 넓게 바싹 베어내면서 구석으로 몰아붙여 삶의 가장 밑바닥 조건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 p.121, 「2. 내가 살았던 곳과 그렇게 살았던 이유」 중에서

내 인생을 두른 넓은 여백을 나는 사랑한다. 때때로 여름 아침에는, 평소처럼 목욕하고 나서 해 뜰 때부터 정오까지 햇빛 환한 문턱에 앉아, 소나무와 호두나무와 옻나무에 둘러싸여 완전한 고독과 정적 속에서 명상에 잠겼다. 그러면 새들은 집 주위에서 울어대거나 집 안으로 소리 없이 날아들어 왔
다. 그러면 어느덧 해가 집 서쪽 창에 떨어지고, 저 멀리 대로에서 어떤 여행자의 마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나는 시간이 많이 경과되었음을 깨닫는다.
밤중에 키가 크는 옥수수처럼 나는 그 계절에 많이 성장했으며, 이때는 내가 두 손으로 한 어떤 일보다 더 좋은 계절이었다. 내 삶에서 공제된 시간이 전혀 아니었으며, 통상적인 시간 계산에는 들어가지 않는, 덤으로 주어진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 새와 꽃이 자기 기준을 가지고 내게 시험을 친다면 나는 합격될 것이다. 인간은 내면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발견해야 한다. 자연 속 하루는 아주 평온하므로 그가 이런 식으로 게으름을 피워도 비난하지 않는다.
--- p.153, 「4. 숲속의 소리」 중에서

인간은 언제나 자기 영혼이 하는 진실한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것은 희미하지만 꾸준한 소리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처음에는 어떤 극단이나 광기 쪽으로 인도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으나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믿음으로 단호하게 대하면 오히려 그쪽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임을 깨닫는다. 단 한 명의 건전한 인간이 듣는 작지만 확고한 반대 목소리가 마침내 인류의 주장과 관습을 이겨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도 자기 영혼을 따라가다 길을 잃는 경우는 없다. 그 길을 따라가다 신체적으로 허약해질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그런 결과가 개탄스럽다고 할 수 없다. 그것은 더 높은 원칙에 부응하면서 소신 있게 살아간 삶이기 때문이다.
--- p.286, 「11. 더 높은 법」 중에서

어느 조용한 겨울밤을 보낸 후에 나는 어떤 느낌을 받으며 잠에서 깼다. 무슨 질문이 나에게 왔고, 나는 꿈속에서 그 질문에 대답하려고 헛되이 애썼다. 무엇이, 어떻게, 언제, 어디서? 그러나 모든 피조물이 사는 자연이 동트고 있었다.
자연은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 넓은 창문을 들여다보았고 자연의 입술에는 아무 질문도 없었다. 질문이 없으니 답변도 없고, 나는 이제 자연과 대낮을 맞아들이기 위해 깨어났다. 어린 소나무들이 점점이 박힌 땅 위에 깊이 쌓인 눈과, 집이 있는 언덕 등성이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전진하라! 자연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더욱이 우리 인간이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자연은 오래전에 그렇게 결단했다.
--- p.374, 「16. 겨울 호수」 중에서

왜 우리는 이처럼 성공하려고 절망적일 정도로 서두르고 또 그로 인해 절망적인 일들을 저지르는가? 만약 어떤 사람이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자신이 듣는 음악 소리에 따라 걷게 하라. 그 소리가 아무리 신중하고 또 멀리
서 울려오더라도. 그가 사과나무나 참나무처럼 빨리 숙성하는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의 봄철을 억지로 여름으로 바꾸어놓아야 할까? 우리 천성에 부합하는 외부 조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 대신에 다른 현실을 들이댄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헛된 현실을 따라
가다가 난파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힘들게 푸른 색깔의 유리 하늘을 건설하기로 작정했다고 해보자. 유리 하늘 건설이 끝났을 때, 그 너머 아스라한 곳에서 진정한 푸른 하늘을 보게 되어, 그 유리 하늘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텐데 그래도 우리는 유리 하늘을 건설하겠다고 할 것인가?
--- p.432, 「18. 맺음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조용한 절망’의 삶을 깨뜨리며
인생에 ‘독립기념일’을 만들어주는 도끼와 같은 책


1845년 봄, 소로는 스승 에머슨의 만류에도 친지에게서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월든 호수 옆 숲속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손수 잣나무를 벌목해 호반에서 30미터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1845년 7월 4일부터 18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을 혼자 살며 경험한 “정신적 전환의 시간”을 시적인 언어로 적어 내려갔다.

『월든』의 가장 큰 주제는 우리가 자기 삶에서 자유를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생활을 간소화하며, 자신의 독특함을 인정하라고 한다. 특히, 일상적 체험이 벌어지는 자연세계(제1 리얼리티)와 그 세계를 뛰어넘는 정신세계(제2 리얼리티)를 조화시킴으로써 초월세계(제3 리얼리티)로 나아가는 길을 강조했고, 월든 호숫가에서의 묵상적 삶을 통해 이것이 가능함을 직접 증명했다.

사회와 문명, 시스템의 압박이 심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그 안으로 들어가 개인이 할 일을 하자고 말한다. 소로에게는 이것이 자아실현과 미국 사회에 대한 비순응으로 나타났다. “만약 어떤 사람이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자신이 듣는 음악 소리에 따라 걷게 하라. 그 소리가 아무리 신중하고 또 멀리서 울려오더라도”(제18장).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이 문장을 읽고 열광했다.

소로가 『월든』과 「시민 불복종」에서 펼친, 조용하면서도 끈덕진 독립정신은 많은 개혁가와 영적 지도자,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아프리카 유배 시절에 「시민 불복종」을 읽고 인도 독립운동의 정신적 기초로 삼았고, 마틴 루터 킹은 시민 불복종 사상을 미국 북부에서 실천에 옮겼다. 또한, 전 세계의 많은 자연 보호론자와 환경주의자, 노동 운동가도 그의 생명 사상을 높이 평가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도 이 책을 사랑해 여러 번 언급했고,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월든』은 나의 애송시”라고 극찬했다. 최근에 미국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19세기 텍스트로 『월든』을 꼽았으며, 특히 1930년대 이후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소로의 책은 예언자의 역할을 했다.

소로가 단지 은둔형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하는 사상가라는 사실은 그가 남긴 글들이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미친 영향력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위대한 산문가, 자연애호가, 뉴잉글랜드 신비주의자, 강력한 사회 사상가 등 소로의 다양한 면모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간소하고 자립적이며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독자를 위한 필독서


소로는 『월든』 초판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는 낙담을 칭송하는 글은 쓰지 않을 생각이다. 이른 아침, 자기 횃대 위에 서서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수탉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랑스럽게 펼쳐놓을 것이다. 아직 잠들어 있는 내 이웃을 깨우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말하는 ‘낙담’이나 ‘잠들어 있는 내 이웃’은 곧 그들이 느끼는 조용한 절망을 가리킨다. 마지막 18장에서도 이렇게 밝힌다. “나는 아무 경계선 없는 어떤 곳에서 발언하고 싶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이 이제 막 잠을 깨려는 순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듯 이야기하고 싶다.” 소로 자신이 그런 삶을 깨뜨리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월든 숲속으로 들어갔으므로, 『월든』의 주제는 잠에서 깨어난 자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자에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소로는 월든 호수에서 먼저 깨어나 ‘개인의 신화’를 완성하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후대의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선물로 남겼다.

소로가 보기에 독자들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나 실은 비천한 노예 생활이요 굴욕 생활이며 죽어 있는 삶을 살아간다. 반면, 일반적으로 가치 없다고 여기는 삶 속에 진정한 가치가 있고, 또 그것을 발견하고 실천하려면 삶을 단순화해야 한다. 따라서 『월든』에서 소개하는 모든 역설과 은유, 그 밖의 언어유희는 기계적인 삶을 중단하고 자립적이면서 자유로운 삶을 살아, 신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도우려는 것이다.

소로 역시 자연을 관찰하고 호숫가에서 소박한 삶을 사는 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한 후에는 사회 전체를 새롭게 하려고 월든에서의 삶을 중단하고 사회로 귀환한다. 독서와 숲속 생활로 수양을 완료했으니, 이제 잠들어 있는 사람을 깨우기 위해 문명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월든』의 맨 마지막은 다음 문장으로 끝난다. “우리가 깨어나는 날이야말로 비로소 새벽이 동트는 날이다. 앞으로 동터야 할 많은 날이 있다. 태양은 아침에 떠오르는 별일 뿐이다.”


가독성 높은 최고의 번역으로 만나는 소로의 대표작
국내 최초, 월든 풍경사진 66장과 「시민 불복종」 포함 완역본


소로의 문장은 시적이다.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보다는 시적 의미를 동원하여 읽어야 할 때가 많다. 평범한 단어인데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거나, 의미가 문맥이 아닌 책 전체로 확장해야 비로소 확실해지기도 한다. 또한, 소로의 문장은 갑자기 점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편안한 선실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세상의 돛대 앞으로, 갑판 위로 올라가고 싶다. 거기서 산간 지대의 달빛을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18장). 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산속 달빛 얘기를 한다. 앞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주도면밀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뒤에 나오는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연결 관계를 알지 못하면 소로의 문장은 제멋대로 점프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역설법과 모순어법이 많고, 구상과 추상이 뒤섞여 있다.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한데, 대표적으로 월든 호수 자체가 장소로서의 호수이면서도 인간의 마음, 더 나아가 온전하게 된 영혼의 상징이다.

소로는 『월든』 전편에서 그리스 신화, 북유럽 신화, 인디언 신화, 성경 말씀을 인용하는데, 그가 작품에 인용했다고 증명할 수 있는 서양 신화 관련 고전만도 55권에 달한다. 이 외에도 『월든』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철도 부설, 초월주의 사상, 일기와 작품의 관계, 작품의 수정 등 여러 배경을 숙지하지 않으면, 이 책은 단지 한 자연주의자의 세심한 자연관찰기 그 이상도 아니게 된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수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월든』과 「시민 불복종」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다수의 굵직굵직한 인문 고전(『진보와 빈곤』, 『리비우스 로마사 세트(전4권)』, 『유한계급론』, 『공리주의』, 『걸리버여행기』, 『로마제국쇠망사』, 『고대로마사』 등)을 포함하여 300권 이상의 책을 번역해온 전문 번역가 이종인의 섬세하면서도 가독성 높은 번역과 274개의 본문 각주는 물샐틈없는 본문 이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역자는 본문 53쪽(원고지 250매, 연보 포함)에 달하는 풍성하고 체계적인 해제를 통해 지금껏 난해한 문체와 사상, 뜻 모를 비유와 상징 등에 가려져 있던 『월든』의 세계를 새롭게 열어주고자 최선을 다했다. 이번에 함께 소개하는 「시민 불복종」이 미국 문화사에서 왜 가장 중요한 에세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지 충분한 설명과 함께 연결고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전문 사진작가 허버트 웬델 글리슨이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찍은 66장의 사진을 국내 최초로 본문 순서에 맞게 재배치해 『월든』의 입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법정스님은 “소로는 학생으로서 월든에 갔지만, 그곳을 떠나올 때는 스승이 되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본문을 읽은 후 해제를 읽고 다시 본문을 숙독한다면, 미처 몰랐던 월든의 미답지를 산책하는 행복을 누릴 것이며, 소로가 기대했던 바 “조용한 절망”을 이겨내기 위한 “나만의 신화”를 만드는 데 큰 인사이트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