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물사 연구 (책소개)/1.세계인물평전

루미 평전 - 나는 바람, 그대는 불 (이슬람 시인 루미의 해설서)

동방박사님 2022. 12. 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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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이슬람 시인 루미의 해설서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1장에서 전기형식으로 인물을 개괄한 후 나머지 장들에서 〈마스나비〉와 〈피히 마 피히〉 등 루미의 저작을 직접 인용하며 루미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어느 책보다도 많은 루미의 시와 산문들을 접할 수 있으며, 루미 사상의 정수를 마주할 수 있는 책이다.

목차

1. 마울라나 젤랄렛딘 루미 : 한 신비가의 전기
2. 경험의 거울에서 떨어진 먼지 : 시인 루미
3. 태양과 베일 : 루미의 신관과 세계관
4. 인간, 타락한 아담
5. 하늘로 이어진 사닥다리 : 피조물의 상승에 대하여
6. 기도
7. 정화하는 사랑의 불꽃
8. 음악과 춤 : 우주의 회전

미주

약어 표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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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안네마리 쉼멜(Annemarie Schimmel)

이슬람 문화와 수피즘, 루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19세에 베를린대학교에서 이슬람 언어와 이슬람 문화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6년에 23세의 나이로 교수가 되어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아랍어와 이슬람 학문을 가르쳤다. 1954
 
 

출판사 리뷰

루미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9년에 발행된 『루미시초』(이현주 번역)를 통해서였다. 유럽과 미국에선 이미 루미의 저작이나 해설서들이 수십 종 출간된 것에 비한다면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루미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후 2005년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샨티)와 2010년 『루미의 우화모음집』(아침이슬)이 출간되었을 뿐이다. 2만6천여 구로 이루어진 《마스나비》Mathnawi와 3만6천 구에 이르는 서정시, 아랍어로 된 설교와 서간을 모아 엮은 산문집 《피히 마 피히》FiimaFii 등 루미의 위대한 저작들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맛보기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루미 해설서이다. UN 유네스코에서 루미탄생 800주년을 기념하며 2007년을 “세계 루미의 해”로 선포했던 것만 기억하더라도 우리 출판동네에서 위대한 이슬람 신비시인을 홀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된다. “1273년 12월 초하루 콘야의 주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여러 날에 걸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지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마울라나 젤랄렛딘 루미의 건강상태도 더욱 악화되었다.” 루미가 콘야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존경을 받고 있었는지에 대한 비유적 표현인 것이다. 또 저자는 “젤랄렛딘은 1273년 12월 17일 해넘이 즈음에 영면하여, 영원한 태양과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작품의 여광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살아 있다.”며 루미를 추어올린다.
뤼케르트가 1819년 루미의 시를 처음 독일에 소개한 이후 루미의 명성은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신비스러운 황홀경을 푸는 암호가 되고 있다. 또한 “루미의 시는 이슬람 세계의 시인들과 사상가들에게 끝없이 새로운 영감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페르시아와 터키의 여하한 문학작품도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그의 영향은 14세기 아나톨리아의 문학에 처음 자취를 드러내기 시작하여, 오늘날 ‘파키스탄의 영적인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무하마드 이크발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루미의 언어는 이란의 신비 철학은 물론이고 인도 말과 벵골어로 된 민중문학 속에도 생생히 살아 있다.”

루미는 1207년 아프카니스탄 발흐에서 태어났다. 루미가 나고 자랐던 13세기 초반은 몽골제국이 번성하던 시기였으며, 그가 태어난 중앙아시아 지역도 정치적으로 안정된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의 아버지 바하엣딘 왈라드는 가족들을 데리고 여러 곳을 이주하며 정착지를 찾고 있었다. 1211년 무렵엔 사마르칸트에 있었고, 1219년 무렵엔 이란 동쪽에 위치한 코리싼 지역을 떠돌았다. 1220년 초반엔 아나톨리아 중앙의 룸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젤랄렛딘은 루미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물론 아프카니스탄에서는 그의 출생지를 따라 여전히 발히라고 불렀다.) 루미의 가족은 지금의 카라만 즉, 라란다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루미의 어머니가 임종했으며, 루미도 결혼을 하고 큰 아들을 낳았다. 바하엣딘은 1228년 셀주크 왕조의 수도인 터키 콘야의 한 메드레제(신학교)로 초빙되었는데, 라란다로부터 100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콘야는 셀주크 왕조 때 번창하는 도시였으며, 루미도 이곳에서 남은 평생을 보냈다. 아버지를 뒤이어 메드레제에서 신학과 법학을 가르쳤으며, 그 유명한 《마스나비》를 쓴 곳도 이곳이다. 무엇보다 루미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깊은 사랑의 교제를 나눈 영적인 도반 샴스엣딘을 이곳에서 만났다.

루미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타브리즈의 샴스엣딘이다. 1244년 10월의 마지막 날 루미는 비록 몽골군대의 화염이 셀주크 왕조를 뒤덮고 있었지만 샴스엣딘 곧, 믿음의 태양을 만났다. 그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불꽃이 일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루미는 만사를 제쳐놓고 샴스와의 만남에 열중했다. 무려 6개월 동안. 콘야의 주민 사회가 깜짝 놀랐듯이, 루미는 자신의 종교적 의무, 교수의 직무, 사회적 의무를 뒤로한 채, 이 불가사의한 수도승 무리에 끼여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샴스와 루미의 관계가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신화적인 우정에 견줄 만큼 강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샴스는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콘야를 떠났다. 그 후 루미는 아들 술탄 왈라드를 통해 샴스엣딘을 다시 초빙하게 했고, 그를 붙잡아둘 생각에 수양딸과 결혼도 시켰다. 1247년 루미의 수양딸 키미야가 죽자 샴스도 자취를 감췄다. 당시로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루미의 둘째 아들 알라엣딘이 샴스를 죽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루미도 1262년 알라엣딘이 죽자 그의 장례식에 참석치 않았으며, 둘째 아들의 가족을 더 이상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샴스를 만나 엄청난 열정을 경험한 후, 금 세공사 살라헷딘과 교제하면서 정화의 시기가 이어진다. 그런 다음 활은 다시 지면 쪽으로 가라앉는다. 남은 인생 15년 간 마울라나의 마음은 나이 어린 벗 후사멧딘에게 기운다. 신비가들이 일컫는 것처럼, ‘하강하는 활’ 위에서 마울라나는 최고의 신비가가 되어, 제자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수한다. 후사멧딘은 루미의 곁을 언제나 지키던 제자였으며, 루미의 모든 저작은 후사멧딘의 손을 거쳐 책으로 완성되었다. 루미의 큰아들 술탄 왈라드도 이 셋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후사멧딘 사후에 가서야 메블레비 수도회를 이끌었다.

2만6천여 구로 이루어진 루미의 대표저작 《마스나비》는 어떤 책인가? 자미는 《마스나비》를 일컬어 “페르시아어로 된 꾸란”이라고 불렀다. 이 책의 서시에 해당하는 ‘미다스왕의 전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갈대피리의 노래」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면 아하! 하는 그 전설이며,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우화도 여기에 실려 있다. 또한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마스나비》를 발췌하여, 그것들의 신비적인 의미를 무시한 채 재미있게 읽히는 단편소설이나 옛이야기 모음집으로 출판된 것이 여러 종이며, 개개의 시구에서 깊고 오묘한 지혜를 찾아내 명상시집으로 출판된 것도 여러 종이다. 《마스나비》를 가리켜 이현주 목사는, “수많은 보석들이 묻혀 있어서 그것들을 캐어낼 광부의 곡괭이를 기다리는 거대한 광산과도 같다.”고 했다.

루미는 페르시아어로 신비적인 시를 쓴 사람 가운데 그 언어를 가장 탁월하게 구사한 사람이다. 그는 전통적인 시학과 수사학에 정통했다. 이는 사나이와 아타르의 영향이었으며 사나이의 시를 자주 인용하기도 했다. 또한 아버지 바하엣딘 왈라드가 쓴 비망록의 영향을 받아 시어와 이미지를 고르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루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꾸란』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1장에서 전기형식으로 인물을 개괄한 후 나머지 장들에서 《마스나비》와 《피히 마 피히》 등 루미의 저작을 직접 인용하며 루미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어느 책보다도 많은 루미의 시와 산문들을 접할 수 있으며, 루미 사상의 정수를 마주할 수 있는 책이다. 루미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찔끔찔끔 맛보았던 루미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독일어 번역의 권위자로 알려진 김순현 목사의 깔끔한 번역은 문학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