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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의 세계 (2024)

동방박사님 2024. 1. 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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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는 왜 그 물건이 사고 싶을까
우리를 미치게 하는 물욕의 세계
“대체 좋은 소비란 뭘까? 정말로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뭘까?
환경? 통장 잔고? 아니면 내 행복?”


이 책의 저자인 누누 칼러는 벼룩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작은 탁자를 발견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것을 사는 것에 윤리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집엔 또 다른 탁자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이 탁자가 필요할까. 자, 이런 상황에서 내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소비는 어떻게 해야 나에게, 사회에게, 환경에게 이로운 것일까? 누누 칼러는 물욕과 소비에 대해 이러한 질문을 품고 일상에서의 소비를 파헤친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물건에 대해 가진 복잡한 심리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맥시멀리스트였던 시기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경험담으로부터 시작해, 물욕과 건강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시장의 상술을 폭로하면서도 할인 제품을 사러 다닐 때는 마구 쏟아지는 도파민의 파도를 타기도 하고, 패션 산업의 그린워싱이라는 속임수를 파헤친다. 또한 산업과 시장이 어떻게 우리의 구매욕을 자극하는지 쇼핑의 심리학을 연구하면서, 개인이 온전히 소비에 대한 책임을 떠안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맥시멀리스트의 경험이 있는 현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설계자가 될 수 있을지 탐구해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목차

머리말

도파민의 파도가 몰려온다

도파민의 파도가 온다 | 취미로서의 쇼핑 | 문제는 섹스다 | 소비하는 존재, 인간 | 자유 의지에 관하여 | 행복과 소비를 한몸처럼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 저건 지금 사야 해!

나는 구매한다, 그리고 존재한다

멋진 삶을 구매한다는 착각 | 소비는 외롭다

물건을 살 때 일어나는 일

슈퍼마켓 실험 | 너무 많은 잼 | 인스타그램과 마사지기 | 모든 것은 선택이다

내가 사는 것이 곧 나다

소비로 자신을 드러내기 | 브랜드, 브랜드, 브랜드 | 화장품이라는 값비싼 자존감 | ‘누구에게나 다 맞는 옷’의 진실 | 페미니즘과 소비 | 패스트 패션의 사악함 | 넌 하울 하니? 난 통곡한다

나쁜 소비

알고 싶지 않은 사실 | 소비자의 결정, 소비자의 죄책감 | 우리 지갑에는 힘이 있다 | 팜유가 문제일까 | 친환경 기업의 본모습 | 죄책감 비용 | 곤도 마리에의 성공 | 블랙 프라이데이와 아무것도 사지 않은 날 | 우리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면

이로운 삶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 교환하기, 나누기, 빌리기 | 온라인 쇼핑의 방해 | 모든 것을 멈춰야 할까 | 소비의 부끄러움 | 모두가 세상을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연결된 문제들 | 소비자이자 시민, 그리고 인간 | 코로나 19

감사의 말
 

저자 소개 

저 : 누누 칼러 (Nunu Kaller)
 
19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 대학에서 신문방송학, 영문학, 현대사를 공부했다. 오스트리아 일간지 《디프레세Die Presse》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2014년에서 2019년 까지 그린피스 소비자 대변인으로 일했고, 2021년에는 에이전시 ‘싱크 칼러풀Think kallerful’을 설립, 지금은 작가, 강연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때 쇼핑 중독이었던 그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이자 환...

역 : 마정현

 
독일 콘스탄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주독일한국교육원KEID과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에서 일했다. 지금은 외서를 발굴하여 우리말로 옮기고, 방송사에서 영상 번역을 한다. 옮긴 책으로 『웰빙 전쟁』, 『소년들의 솔직한 몸 탐구 생활』,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빅터 프랭클, 당신의 불안한 삶에 답하다』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점점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소비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일종의 인지 부조화로 인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좁은 축사에 갇힌 돼지를 보고 큰 충격에 몸서리치면서도, 마트에서 파격 할인가로 나온 세 팩에 1.99유로짜리 돼지고기를 산다. 그 순간 축사에 갇힌 돼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자본주의가 환경보호를 이기는 순간이다.
--- 「머리말」 중에서

도파민 체계는 우리가 돈을 절약하려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이 뇌의 교활한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신발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우리는 지금 구입하는 것이 이성적인 행동인지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반면 무의식은 훨씬 전부터 준비 태세를 갖추고, 그 신발을 신을 때 어떤 기분이 될지를 미리 느낀다. 트래킹화를 신고 돌로미트에 가서 해돋이를 보며 감탄하는 모습이나, 섹시한 하이힐을 신고 캔들라이트 디너에 앉아 있는 모습을(그곳에서는 일어설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아, 하이힐!) 상상한다. 만약 기분이 좋다면 도파민이 야기한 행복감은 상식과 절제와 통장 잔고를 이기고, 결국 우리는 그 신발을 사게 된다. 우리는 그 순간에 느끼는 기분에 따라 물건을 구입하며, 그럼으로써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려고 한다.
--- 「도파민의 파도가 몰려온다」 중에서

광고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한다. ‘남들이 어떤 상품을 집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 플로락은 설명 한다. 이런 모방 행동은 마찬가지로 다른 제품보다 더 오래 노출되거나 ‘인기 상품’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을 때도 발생한다.”
유감스럽지만 후자를 나도 증명할 수 있다. 내가 온라인 숍에서 특정 아이템을 찾고 있을 때, “다른 고객들도 구매하셨어요”라고 쓰여진 상품은 내게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한다.
--- 「나는 구매한다, 그리고 존재한다」 중에서

나의 소유물이 나의 사회적 계급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혹은 내가 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날 밤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분석했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 생각에 깊이 몰두해, 심지어 안경을 고르는 것조차 힘들어 졌다. 나는 두더지처럼 시력이 매우 나쁜데다, 신기하게도 콘택트렌즈 착용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두 눈 때문에 안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안경은 비교적 선택 범위가 넓고, 무엇보다 아주 쉽게 눈에 띈다. 나는 크고 두꺼운 검은색과 진한 갈색 안경이나, 아니면 디자인이 독특한 안경을 좋아한다. 안경을 쓸 수밖에 없다면, 그래 최대한 많이 사서 써야지. 그런데 그것이 나의 미적 감각뿐 아니라 일종의 신분까지 말해준다고?
--- 「내가 사는 것이 곧 나다」 중에서

팜유에서 혁명까지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 분명 좋은 소비란 단지 팜유프리 밀가루 반죽을 사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손수 이것을 만들기 위해 천천히 시간을 갖는 것까지 말한다. 피자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이 말이 자동적으로 특권을 가진 이의 주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 「나쁜 소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비심리학, 사회학, 환경론, 진화생물학까지
내 삶을 지배하는 소비에 대하여


소비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중요한 주제다. 일상적인 공간인 마트에 들어설 때면 온갖 상술과 마케팅 기술로 포장된 세일 코너를 지나쳐야 하고, 티비를 켜거나 휴대폰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나를 타깃으로 하는 광고와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엔서들이 좋은 물건(혹은 내가 궁금했던 물건)을 앞다투어 권한다.

저자는 쇼핑 중독이 의심될 정도로 물건을 많이 사는 사람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소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오늘날의 생산은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이 어떻게 팔리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패스트 패션은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파괴하는지, 6년 가까이 그린피스에서 일하며 목격한 바를 이야기한다.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피할 수 없는 질문은 ‘우리는 왜 이 물건을 사고 싶어 하며, 그 소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것이다.

이 대답을 찾기 위해 누누 칼러는 진화생물학자와 대화를 나누고, 마트의 진열대를 분석하고, 잠깐 스쳐 지나간 광고 이미지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친구와 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꾸밈에 대한 소비, 좋은 소비와 나쁜 소비란 어떻게 다른지, 쇼핑에 탐닉할 때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회적, 과학적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때로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자의 입장에서 탐구해나간다.

우리는 왜 소비하고, 잊고, 또 소비할까

어쨌든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우리는 왜 소비하는가? 그 이유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뭔가를 충동적으로 사고, 곧바로 그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깨달았을 때 느끼는 허무한 감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좋든 싫든 우리가 구매하는 것은 우리를 정의한다.

이 책은 음식, 패션, 화장품 등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넘치도록 사버리는 많은 물건들 속에서 소비와 소비 행동의 심리학, 그것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말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산업이 우리의 소비 충동을 부추기는 것이 명확한 이상, 구매자에게만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소비가 나를 증명하고, 내 정체성을 설명하기까지 하는 물욕의 세계에서 어떻게 나를 잃지 않고 소비자로 살아갈 수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며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