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로마카톨릭-천주교 (책소개)/9.천주교문화산책

고딕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2023)

동방박사님 2024. 1. 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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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천상의 빛을 향한 찬미와 드높은 종교적 열망
신비의 빛을 통해 지상에 재현한 신의 현존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은 저자 강한수 신부의 전작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과 맞춤하는 책으로, 그 후속편이자 중세의 유럽 성당 전체를 아우르는 완결편이기도 하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소속의 사제인 저자가 교구 주보에 3년여에 걸쳐 연재해온 ‘성당 이야기’ 원고를 단행본 형식에 맞추어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었다.

저자는 사제로서는 독특하다고 할 만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전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국내외 건축현장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그것이다. 이후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을 로마 그레고리아노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하며 건축과 신학의 내밀한 관계를, 특히 중세 동안 진행되어온 성당 건축에 스며있는 신학적 배경과 건축공학은 물론 역사, 철학, 문화, 예술적 비의를 해독하는 안목을 갖추었다.

이 책은 로마네스크에서 이어지는 고딕 양식의 과도기에서 후기 고딕에 이르는 건축 양식의 흐름을 정리하며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을 설명한다. 중세 유럽의 성당들은 당대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당연히 아는 만큼 보일 수밖에 없으며, 알게 될수록 이제까지 그저 경건함과 웅장함의 이미지 속에 감추어졌던 깊은 의미들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 부분을 세심하게 다루면서도 성당의 배치와 구조와 변화의 양상 등 신학적이며 건축적인 관점에서의 이해를 친절하게 돕고 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웅장한 중세 유럽 고딕 성당들이 왜 그런 형태를 하고 있는지, 외부와 내부 구조의 원리가 무엇인지, 천장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그 낱낱의 의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금 더 예민한 사람이라면 외관을 보고 내부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로마네스크에 이은 고딕 성당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친절하고 세심한 설명으로 중세 천년으로의 여행에 독자를 초대한다.

목차

책머리에 5
이야기를 시작하며 건축과 철학의 만남 8

초기 고딕

레세의 삼위일체 수도원 성당 16
카페 왕조의 등장 21
로마 가톨릭교회의 위상 25
일 드 프랑스 지역 28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의 동시 발생 32
생드니 수도원장 쉬제 36
상스 대성당 41
생드니 대성당 47
누와용 대성당 54
랑 대성당 61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67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75
부르고뉴와 노르망디의 고딕 80

전성기 고딕

포인티드 아치 86
리브 그로인 볼트 89
플라잉 버트레스 91
아리스토텔레스의 ‘습성’ 94
토마스 아퀴나스의 ‘습성’ 97
습성의 연결 고리들 100
명료성과 일치성의 습성 102
샤르트르 대성당 106
부르주 대성당 118
랭스 대성당 124
아미앵 대성당 131
오세르 대성당 139

후기 고딕

생드니 대성당(2차 증축) 148
생트샤펠 153
트루아의 성 우르바노 바실리카 160
루앙의 생마클루 성당 165

영국 고딕

캔터베리 대성당(고딕 증축) 172
웨스트민스터 수도원 성당 178
요크 민스터 186
글로스터 대성당 192

독일 고딕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200
쾰른 대성당 208
트리어의 성모 마리아 성당 215

이탈리아 고딕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바실리카 224
피렌체 대성당 235
밀라노 대성당 244

이야기를 마치며 249
도움을 받은 도서들 254
 

저자 소개 

저 : 강한수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제다. 사제의 길을 걷기 전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현장에서 일했다. 이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7년 후 사제서품을 받고, 로마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했다. 의정부교구 평신도 교육기관인 신앙교육원의 초대 원장을 지냈고, 본당 사목을 하면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사론을 가르쳤으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이다. 안식년에 로마 사피엔자대학...

책 속으로

시간과 공간이라는 순전한 사실 영역에서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뚜렷한 동시 발생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중세철학사와 중세미술사에서 시대를 구분하는 방식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 하나의 증거라는 것입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일 드 프랑스 지역이 고딕 탄생의 거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남부의 부르고뉴와 북부의 노르망디 중간에 위치해 건축 기술의 집약이 이루어지기에 적합한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곧 일 드 프랑스에서 부르고뉴와 노르망디의 지역주의 건축이 만나서 보편주의 건축을 태동시킬 준비를 하게 된 것입니다.
--- 「일 드 프랑스 지역」 중에서

중세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마리아의 존재는 세상살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어루만져주시는 자비로운 어머니로 자리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주교좌성당이 성모 마리아(노트르담)를 주보 성인으로 정했고,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성모 마리아 성당, 곧 노트르담 대성당이 파리의 노트르담 주교좌성당입니다.
---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중에서

고딕 성당의 수직화와 경량화라는 상호 모순의 두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고딕 건축가들은 유기적인 구조 체계를 연구했고, 결국 포인티드 아치, 리브 그로인 볼트, 플라잉 버트레스 등의 구조 부재들을 고안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해결 방식이 일치성의 원리라는 스콜라철학의 습성이 확산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명료성과 일치성의 습성」 중에서

독일의 고딕은 이렇게 프랑스 고딕건축의 수입에 철저히 의존하는 경향과 독일만의 독자적 양식을 고집하는 경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두 양상이 하나로 합쳐졌지만, 독일에서는 각각의 양식을 이루면서 독일 고딕만의 특색을 가졌습니다.
---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중에서

보편적인 프랑스 고딕 성당의 구조 원리를 배워서 이탈리아에 고딕 성당을 세운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장인이 프랑스의 고딕 성당을 보고 스스로 학습하여 이탈리아 고유의 고전적 그리스도교 전통에 입각하여 재해석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고딕 양식은 전례가 없는 고유한 형태로, 이탈리아 고딕의 전형이 되었습니다.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바실리카」 중에서

봉헌된 성당은 신자들 모두에게 아름답게 느껴졌지만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값비싼 석재나 귀한 금속 재료가 들어간 곳은 없고, 한 세기 전쯤 어느 건물에서 사용되었을 흙을 구워 만든 벽돌과 그에 어울리는 향기를 뿜는 편백 나무들로 이루어졌습니다. 꾸미지 않은 단순한 공간에서 드리는 미사는 그 자체로 아름다웠습니다
--- 「이야기를 마치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고딕 대성당은 그야말로 돌로 만든 성서가 되었습니다.
건축은 말이었고, 대성당은 하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313년)’ 발표 이후 재판소나 집회장 등으로 사용되던 공공건물을 개조했던 바실리카 양식은 9세기 후반부터 12세기까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전환되었다. 12세기 중엽에 등장했던 초기 고딕 성당은 로마네스크적인 요소가 잔재해 과도기적 경향을 띠며, 13세기에 이르러서야 고전적 고딕 성당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고딕 성당의 긴 여행을 로마네스크 성당인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레세(Lessay)의 삼위일체 수도원 성당에서 시작한다. 고딕 양식의 조짐이 태동하는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고딕’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르네상스 시대의 저명한 화가이자 미술사가 조르지오 바사리(1511~1574)였다. 새롭게 등장했던 미술 양식을 가리키는 용어가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고딕’ 또한 처음 등장할 때는 ‘조악하고 야만적인 고트족의 문화’라는 멸시의 뜻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고딕 양식은 고트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13~15세기 무렵의 예술 양식을 통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고딕 양식은 건축으로 대표되며 이 시기의 건축은 고딕 성당으로 요약된다. 고딕 성당은 로마네스크 성당보다 웅장하며 수직성을 강조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육중한 벽체와 기둥은 훨씬 더 날렵해지고 창은 넓어졌다. 높게 솟은 첨탑은 하느님을 향한 종교적 열망을 한껏 드러내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풍부한 빛은 신비롭고 경건하기만 하다. 파사드 상단에 장미꽃을 닮은 원형 창(장미창)을 배치해 이곳이 영원한 진리와 빛, 그리스도의 거처임을 밝히고 있다. 이 모든 공간적 변화는 새로운 건축 기술인 포인티드 아치(Pointed arch, 첨두아치)와 리브 그로인 볼트(Rib Groin Vault, 늑재 교차 궁륭),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 공중 버팀벽)란 외부 버팀목이 발명됐기에 가능했다. 이 세 가지 건축 기술이 고딕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을 이룬다.

흔히 중세를 문화의 암흑기라 말하지만, 고딕 성당을 염두에 두면 의문을 품지 않을 수밖에 없다. 중세에 발아하고 꽃을 피운 고딕 성당이야말로 서양문명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역동적이고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딕 성당이야말로 당대의 종교, 역사, 철학, 예술 등 모든 문화의 집결체이며 상징적 공간이라고 한다면, 중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고딕 양식과 스콜라철학은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동시성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당시 스콜라 학파는 인식의 ‘명료함’을 추구했다. 심지어 신의 존재마저도 가시적으로 드러내 설명할 수 있다고 여겼으며, 신의 현존을 빛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당연히 성당은 빛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으며, 이를 위해 건축의 수직성과 벽체의 경량화, 크고 넓은 창문을 확보하는 기술이 개발되어야만 했다.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고딕 양식의 건축이 태동하고 발전을 주도한 국가는 프랑스였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거쳐 샤르트르 대성당에 이르면서 고딕 양식의 성당 건축은 전성기를 누리게 되고, 랭스 대성당과 아미엥 대성당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프랑스의 고딕 양식이 이웃 국가들에 전파되고 지역성을 반영한 양식으로 변주되면서 유럽의 고딕 양식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영국의 솔즈베리 대성당,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 독일의 쾰른 대성당 등이 그 대표적인 성당들이다. 각국의 후기 고딕 양식은 프랑스의 수직성에 대한 강요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고딕 이전의 고전적인 수평성과 개성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책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끝자락에서 고딕 양식으로 이어지는 태동기에서 시작해 유럽의 각국으로 전파되어 나름의 고딕 양식을 갖추게 되는 완성기에 이르는 성당 건축의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과정의 갈피에 스며있는 역사적이며 신학적인 맥락을 짚어냄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친절히 돕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유럽의 유서 깊고 고풍스러운 성당들이 그냥 이국적인 풍경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기둥 하나 창문 하나에 스며있는 중세의 역사와 건축적 변화, 당시 사람들의 신에 대한 지극하고 숭고한 믿음의 이야기들이 들려올 테니.

추천평

지난해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에 이어서 올해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을 출간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로써 의정부교구 주보에 실었던 중세의 ‘성당 이야기’가 모두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교구에서 건축신학연구소를 맡고 있는 저자는 올해 본당 신부로서 성전을 건축하고 봉헌하였는데, 이렇게 또 하나의 결실을 얻게 된 것입니다.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성당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이 영혼의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기헌 (베드로 주교, 천주교 의정부교구장)
프랑스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유럽의 많은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설치해온 저로서는 유럽의 고풍스러운 성당들이 매우 익숙한 공간입니다. 로마네스크 성당에 이어 고딕 성당을 중세의 건축과 종교 문화사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이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심하고 친절한 설명에 경의를 표하며, 많은 독자가 이 책의 가치를 발견하고 가슴에 담기를 바랍니다.
- 김인중 (베드로 신부, 도미니코 수도회, 스테인드글라스의 세계적 거장)
고딕 대성당은 인류가 만든 모든 건축물 중에서 빛을 가장 갈망하고 하늘을 향한 신앙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한 건축이었습니다. 고딕 대성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탁월한 기술적 요소를 고안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가 빛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없고서는 결코 생각해 낼 수 없는 구조물이었습니다. 고딕 대성당은 그야말로 돌로 만든 성서가 되었습니다. 건축은 말이었고, 대성당은 하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이렇게 고딕 대성당에는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종교, 예술과 기술, 중세 사람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그대로 합쳐 있습니다. 이 인류 최고의 예술인 고딕 대성당을 저자는 사제의 눈으로 친절히 그리고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김광현 (안드레아 명예교수, 서울대 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