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서양철학의 이해 (책소개)/1.서양철학사상

하이데거 (독일의 철학 거장과 그의 시대)

동방박사님 2021. 12. 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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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독일 최고의 사상사 평전 작가가 쓴
하이데거의 생애와 사상의 전기!


생애와 철학 그리고 시대 - 자프란스키의 하이데거 전기는 20세기의 전기이기도 하다. 시대의 초상화인 동시에 사상과 삶과 정치 활동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낸 해부도인 셈이다.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 취임으로 시작되는 하이데거의 정치적 ‘과오’ - 이 책은 그에 관한 논란도 회피하지 않으며, 시대사와 이념사를 절묘히 조합해 낸다. 양차 세계대전에서 1970년대에 걸친 독일 문화사의 파노라마와 하이데거의 저작들. 이 책으로 우리는 하이데거 이해의 실마리를 마침내 얻게 되었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자프란스키는 그의 생애와 연관 지으면서 명쾌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혼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몰입의 기쁨을 맛보길 바란다.
-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박찬국

목차

제1장

내던져짐. 메스키르히의 하늘. 그 지역의 교파 분열. 중요한 역할. 종치기 소년들. 유일무이한 동생. 혀-혀-현존재. 부모. 교회의 비호. 콘스탄츠. 세속의 사람들과 그 타자들. 프라이부르크의 김나지움. 예수회원이 될 뻔하다.

제2장

반모더니스트 사이에서. 아브라함 아 산크타 클라라. 삶의 피안이 지닌 가치. 천상의 논리. 브렌타노와 후설을 발견하다. 19세기 철학의 유산. 독일 관념론의 폐기. ‘마치~처럼’의 철학. 문화가치로의 도피. 유효성과 돈.

제3장

겟세마네의 시간. 장래 계획. 박사 논문. ‘무’는 존재하나? ‘쾅쾅거리다’. 사제들에게 보낸 청원. 생철학의 피안에서. 철학에 침입하는 삶. 딜타이의 체험과 니체의 향유하는 삶. 베르그손의 거대한 물결. 막스 셸러의 꽃피는 정원.

제4장

전쟁 발발. 1914년의 이념. 역사를 제쳐 놓는 철학. 스콜라철학의 유동화. 둔스 스코투스. 교수 자격 논문. 병역. 순조롭지 못한 출세. 남성동맹. 결혼.

제5장

현상학의 승리. 열린 감각. 머릿속의 세계. 후설과 그의 숭배자들. 정신 나간 시계 제작자. 기초적인 것의 연구. 철학의 은밀한 동경인 시. 현상학자 프루스트. 후설과 하이데거 ― 아버지와 아들. 엘리자베트 블로흐만. 삶의 의욕과 ‘광기의 상태’.

제6장

혁명의 시대. 막스 베버 대 강단예언자. 인플레이션 성자들. 하이데거의 교탁. 존재물음의 초기 역사. 체험과 탈체험. 그것이 세계화한다. 전면 공격의 철학. 하이데거의 다다이즘. 생의 투명성. 살고 있는 순간의 어두움. 유사한 정신의 소유자: 하이데거와 젊은 에른스트 블로흐.

제7장

가톨릭과의 결별. ‘현사실적 삶’과 ‘신에의 반항’. 파괴 작업. 카를 바르트의 신. 낙하하면서 낙하법칙을 연구하기. 카를 야스퍼스와 우정의 시작. 1923년의 존재론 강의. 『존재와 시간』의 전주곡.

제8장

마르부르크대학으로의 초빙. 야스퍼스와의 투쟁공동체. 마르부르크의 사람들. 신학자들 사이에서. 한나 아렌트. 위대한 열정.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한나의 분투. 은거 중인 하이데거의 승리. ‘생은 영혼 앞에 순수하고 단순하고 위대하게 있다’. 『존재와 시간』의 생성. 죽음을 앞둔 어머니.

제9장

『존재와 시간』. 천상의 서곡. 어떤 존재인가? 어떤 의미인가? 어디서 시작하는가? 해초 군락으로서의 현존재: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존재. 불안. 염려는 흐름을 넘어간다. 인간은 어느 만큼의 본래성을 견디는가? 플레스너와 겔렌의 양자택일. 하이데거의 도덕철학. 역운과 자유. 집단적 현존재: 공동체인가 사회인가?

제10장

시대의 분위기: 거대한 순간을 기다림. 카를 슈미트와 파울 틸리히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 정신의 현전. 결단성과 무. 강의의 제약성에서 해방됨. 현존재를 불러냄. 보이론의 저녁기도. 경건함과 대담함. 악. 다보스의 대토론: 마의 산의 하이데거와 카시러. 밤과 낮.

제11장

알려지지 않은 주저: 1929/30년의 ‘형이상학’ 강의. 권태에 관하여. 비밀과 그 경악스러움. 하이데거의 자연철학 시론. 돌에서 의식으로. 열림의 역사.

제12장

공화국 종말을 앞둔 총결산. 플레스너. ‘원형 지붕’의 붕괴. 동지와 적. 하이데거의 모호함: 개인인가, 민족인가? 베를린대학의 첫 번째 초빙 제의. 카를 만하임. 지식사회학 논쟁: 자유주의 구제의 시도. ‘조정 불가능성’과 함께 살기. 플라톤 동굴 속의 하이데거. 권력 부여의 이념. 존재자는 어떻게 더 존재적이 되는가.

제13장

1931/32년 겨울 오두막에서: ‘거친 통나무에는 거친 쐐기를 박아야 한다’. 국가사회주의 혁명. 동굴로부터의 집단 탈출. 존재가 도래했다. 비정치적 정치에 대한 동경. 하층민과 엘리트의 동맹. 히틀러의 ‘멋진 두 손’. 하이데거의 관여. 총장 선거. 총장 취임 연설. 고대 문화의 폭발적 부활. 복음을 고하지 않는 사제.

제14장

총장 취임 연설과 그 영향. 대학 개혁. 하이데거는 반유대주의자인가? 하이데거의 혁명적 행동. 68운동과의 유사성. 민족에 봉사하기. 학술캠프.

제15장

철학과 정치의 합선. 단수의 인간과 복수의 인간. 차이의 소멸. 부재하는 차이의 존재론. 베를린의 두 번째 초빙. 운동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하이데거의 투쟁. 배신자로서의 혁명가.

제16장

사유할 때 우리는 어디에 있나? 베를린의 토트나우베르크: 대학 교육자 아카데미 계획. 정치적 활동과의 결별. ‘나는 논리학을 읽는다’ 하이데거의 영웅 선택: 히틀러에서 횔덜린으로. ‘세계의 황폐화’와 실존하는 국가사회주의.

제17장

세계상의 시대와 총체적 동원. 퇴각하는 하이데거. 진리의 작품-내-자기-정립. 엄숙한 실용주의. 국가 건립자, 예술가, 철학자. 힘의 사유에 대한 비판. 니체와 하이데거 ― 누가 누구를 극복하는가? 넓은 바다 위의 뗏목.

제18장

하이데거의 철학적 일기 『철학에의 기여』. 하이데거의 철학적 묵주기도. 거대한 손풍금. 작은 승천. 말이 넘치는 침묵.

제19장

감시받는 하이데거. 1937년 파리의 철학대회. 하이데거의 불평. 독일과 프랑스의 상호 이해에 관한 생각. 하이데거와 전쟁. ‘행성은 화염 속에 있다’. 사유와 독일적인 것.

제20장

국민돌격대의 하이데거. 파괴된 프라이부르크. 놀랄 만한 전원생활: 빌덴슈타인 성. 정화위원회에 출두한 하이데거. 야스퍼스의 평가서: ‘자유롭지 못하고 독재적이며 소통 능력을 결여한.’ 교직 추방. 프랑스가 하이데거를 재발견하다. 코제브와 사르트르와 무. 사르트르를 읽는 하이데거. 무산된 만남. 대주교 방문. 졸도와 겨울 숲에서의 회복.

제21장

우리가 사유할 때 진정 행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르트르를 향한 답변. 「휴머니즘에 관하여」. 휴머니즘의 르네상스. 드높은 어조. 전후 독일의 상황. 무의 자리 지킴이에서 존재의 목자로. 하이데거의 존재해석: 전회. 인간의 우상도 신의 우상도 만들지 마라.

제22장

종전 후의 하이데거와 아렌트와 야스퍼스. 개인적이고 철학적인 관계의 역사.

제23장

대학 밖의 청중. 하이데거의 기술 비판: 몰아세움과 내맡김. 꿈의 장소에서: 그리스의 하이데거. 어느 장소의 꿈: 르 토르의 세미나. 메다르트 보스. 촐리콘의 세미나: 치료 요법으로서의 현존재 분석. 대학 입시생의 방.

제24장

카산드라의 외침. 아도르노와 하이데거. 아모르바흐와 들길. 본래성의 은어에서 60년대의 본래적 은어로. 말함과 아우슈비츠에 관한 침묵. 「데어 슈피겔」과의 인터뷰. 프라이부르크와 토트나우베르크의 파울 첼란.

제25장

생의 황혼기. 한나와의 재회. 하이데거와 프란츠 베켄바우어. 덩굴 잎과 계단을 누르는 무게와 마지막 저작들. 결코 잊을 수 없는 것. 존재물음의 의미와 존재의 의미: 두 가지 선문답. 다리. 문신. 수리부엉이. 죽음. 다시 메스키르히의 하늘 아래로.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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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참고문헌
기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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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뤼디거 자프란스키 (Ruediger Safranski)
 
  •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실러 미학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바움가르텐, 람베르트, 칸트, 실러, 헤겔의 미학에서 미적 가상의 복안’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에 인문한국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미와 현상에서의 자유>, <풍경과 모던의 예술>, <미...
 

책 속으로

하이데거의 열정은 대답이 아닌 물음을 향했다. 자신이 묻고 탐구한 것, 이를 그는 존재라 불렀다. 철학과 함께한 일평생 동안 그는 이 ‘한 가지’ 물음, 존재에 대한 물음을 되풀이해 제기했다. 그 물음의 의미란 모던 세계에서 소멸할 위기에 처한 신비를 삶에 되돌려 주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 p.15

철학을 선택했을 때 자신의 생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이데거는 그런 물음을 제기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물음을 연출한다. 그는 순전한 불명료성과 의문성의 눈보라를 불게 하려 한다. 이 눈보라는 아무리 우리가 상황을 투명하게 만들려 해도 상황 자체가 원래 불명료하고 애매한 것임을 밝혀 줄 것이다. 이와 연관해 우리는 하이데거 사상의 점차적 형성 과정에서 그의 독창적 언어들이 창조되고 있음을 다시금 관찰할 수 있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우리가 처해 있는 이 삶은 외부로부터 관찰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그 안에 있고, 그 개별적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가 있는 곳에는 오로지 ‘이것’과 ‘이것’과 ‘이것’이 있을 뿐이다. 하이데거는 이 삶을 여러 차례 ‘여기 이것’이란 말로 설명하며, 그러다 갑자기 적절한 표현을 떠올린다. 생의 특징은 바로 “개별성Diesigkeit”이다.(GA 제61권, 88쪽) 이 “개별성”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에 대해 철학은 대개 이런 식으로 답한다. 철학은 사람들이 “벌거벗은” 채 무방비한 상태로 자신의 시대를 돌아다니지 않도록 피신처를 만들어 준다. 그 피신처란 바로 가치와 전통, 체계, 사상적 구성물들이다. 사람들은 교양이라는 재화 뒤에 몸을 숨기고, 생명보험이나 건축 자금 적립 계약에 의지하듯 철학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노동과 노력을 투여하고는 거기서 얼마만큼 수익이 발생할지, 그것이 어떤 점에서 유용할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묻는다.

그러나 하이데거에 의하면 철학으로는 아무것도 드러낼 수 없다. 기껏해야 우리가 ‘하는 게’ 대체 무엇인지 정도나 분명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은 “원칙적인 것”과 관계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원칙적인 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시원적인 것을 뜻한다. 그렇다고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는 물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공리나 최상의 가치라는 의미의 시작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원칙적인 것이란 나를 끊임없이 내 삶의 초심자로 만들면서 나를 견인하는 무엇을 말한다.
--- p.198~199

그는 ‘실존한다’라는 용어를 타동사적으로 사용한다. 나는 실존함으로써 단순히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실존하게 해야만 한다. 나는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삶을 ‘영위해야’ 한다. 실존이란 하나의 존재 방식이며, 더욱이 “자기 자신에 접근할 수 있는 존재”이다.(DJ, 245쪽)

돌이나 식물 혹은 동물과 달리 그 어떤 자기관계에 있는 존재자가 바로 실존이다. 그것은 ‘있는’ 무엇일 뿐 아니라, ‘거기da’ 있음이 인지되는 무엇이다. 그리고 이런 자기 인지가 있기에 우려와 시간의 전체 지평도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존한다는 것은 어떤 눈앞에 있음이 아니라 하나의 수행, 하나의 운동이다.
--- p.215

하이데거의 제자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아르놀트 폰 부겐하겐Arnold von Buggenhagen은 세미나 중의 그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하이데거는 노트 같은 것은 보지 않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는 비범한 지성이 넘쳤으나, 그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이야기의 방향을 규정하려는 의지의 힘이었다.

특히 이야기의 주제가 위험한 것으로 넘어가면 그런 힘이 강하게 표출되었다. 존재론적 주제를 이야기할 때 그의 모습은 교수의 이미지보다는 선장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거대한 함선조차 유빙으로 침몰할 위험이 있는 시대에 선교에서 대양 항해를 지휘하는 선장의 이미지 말이다.”
--- p.230

실제로 한나 아렌트는 그녀가 얼마나 하이데거를 잘 이해했는지 입증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그 자신보다도 더 잘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는 그의 철학을 보정할 것이며, 그의 철학에 대해 그것이 결여한 현실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죽음으로 앞서 달려감”에 대해 그녀는 탄생성의 철학으로 응답할 것이며, “각자성Jemeinigkeit”의 실존적 유아론에는 다원성의 철학으로 답할 것이다.

“세인Man”의 세계로 “빠져 있음Verfallenheit”에 대한 비판에 그녀는 “세계 사랑amor mundi”으로 답할 것이며, 하이데거의 “빛 트임Lichtung”에 대해서는 “공공성”의 철학적 찬미로 답할 것이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그제야 완전한 무엇이 될 테지만, 이 남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는 한나 아렌트의 저작은 전혀 읽지 않거나 건성으로 보고는 치워 버릴 것이다. 그리고 읽은 내용 때문에 기분도 상할 것이다.
--- p.243

철학하는 자는 무엇을 투입해야 하는가? 그 자신의 불안과 권태, 양심의 부름에 대한 그 자신의 청취가 그 답이다. 참된 감각의 순간에서 시작되지 않는 철학하기는 뿌리가 없고 대상도 없다.
--- p.304

하이데거가 반응한 사건은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그의 행위는 정치적 지평에서 수행되었다. 하지만 그의 반응과 행위를 조종한 것은 철학적 상상력이었다. 그리고 이 철학적 상상력이 정치적 시나리오를 역사철학적 무대로 바꿔 버렸고, 이 무대에서는 존재역사의 공연 목록에서 고른 한 작품이 상연되었다. 그런 작품에서는 현실 역사가 거의 재인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하이데거는 자기만의 역사철학적 작품을 상연하려 했으며 그 공연자를 모집했다. 그 몇 달 동안 하이데거는 모든 연설에서 “새로운 독일 현실의 명령하는 힘”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 “명령”의 본래적 의미를 드러내는 것은 바로 그의 철학이다. 이 점에서 그는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다. 철학은 이 명령의 세력권으로 인간을 이끌어 인간이 내면에서부터 변할 수 있게 해 준다.
--- p.395

자연에 대한 이 두 가지 태도 방식, 즉 도발적 요청과 끌어내 앞으로 가져옴을 하이데거는 ‘세계상의 시대’보다 약간 앞서 행한 강연인 ‘사유란 무엇인가?’에서 인상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우리는 꽃이 만발한 나무 앞에 있다. 과학의 눈으로 관찰되지 않고 실천적 효과에 무관심한 순간에만 우리는 그 만발함을 제대로 체험한다. 과학의 시각에서 우리는 그 만발함의 체험을 소박한 무엇인가로 치부해 제거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하이데거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고 마침내, 꽃이 만발한 나무를 놓아 버리지 않고 그것이 서 있는 자리에 우선 서 있게 해 주는 일이다. 어째서 우리는 ‘마침내’라고 말하는가? 사유가 지금까지 나무가 서 있는 자리에 그것을 서 있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WHD, 18쪽) 즉 우리는 자연을 끌어내 앞으로 가져오지 않고 자연에 도발적 요청을 하며, “계산에 의해 확정될 수 있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나타내고 하나의 정보 체계로 주문될 수 있는 것”(TK, 22쪽)인 양 자연을 다룬다.
--- p.659
 

출판사 리뷰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철학자이자 논쟁의 여지가 가장 많은 인물 하이데거

모든 세대 독일인들의 철학 교과서로 통하는 『세계철학사』의 저자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는 하이데거를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하나이자 동시에 논쟁의 여지가 가장 많은 인물”이라고 말한다. 2000년 동안의 철학 발전을 종결짓고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웠다는 찬사에서부터 난해하기 이를 데 없으며 불분명하고 진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비판과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 취임으로 시작되는 정치적 ‘과오’에 대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하이데거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은 탁월한 전기

이 책은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인디펜던트 등과 같은 세계의 주요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리처드 로티 교수는 뉴욕타임즈의 서평에서 “하이데거의 지적 여정을 절제된 어조와 세련된 필치로 논한” “하이데거의 전기 중 최고”로 평가했고, 텔마 라빈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서 “하이데거의 사유와 감성을 파고드는 그 철학적 헌신과 열정에 찬탄”을 보냈다. 그리고 리처드 커니 교수는 인디펜던트의 서평에서 “하이데거의 ‘핵심’ 사상을 풀이하는 동시에 그의 저작과 인간됨이 지녔던 카리스마의 정체”를 밝힌 “전기의 명저”로 평가했다.

우리나라 서양철학 연구의 문을 연 하이데거

한국의 서양철학 1세대로 꼽히는 박종홍, 박치우, 신남철은 경성제국대학 재학시절 하이데거를 통해 서양철학을 접했다. 박정희 정권 때 대통령 특보로 국민교육헌장을 기초한 박종홍과 월북했다가 남으로 내려와 빨치산 활동을 하던 중 사살된 박치우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지만 하이데거에 (“미치다시피”) 심취한 공통점이 있었다. 하이데거 철학에서 나타나는 위기와 불안 의식 그리고 이론과 실천 사이의 긴장은 이들에게 강렬한 문제의식을 심어주었다. 하이데거 평전의 대표작으로 통하는 이 책은 이들의 삶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서양철학 수용사와 관련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론과 실천의 긴장 그리고 한나 아렌트

이 책의 저자 자프란스키는 하이데거가 철학적인 이유에서 나치가 되었다가 마찬가지로 철학적인 이유에서 나치와 등을 돌렸으며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하이데거 철학을 정치적으로만 이해하고자 한다면 하이데거 철학의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자프란스키는 하이데거와 연인 관계에 있었던 한나 아렌트야말로 하이데거 철학의 유산을 물려받아 결국은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평가한다. 참고로 자프란스키의 총평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한나 아렌트는 그녀가 얼마나 하이데거를 잘 이해했는지 입증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그 자신보다도 더 잘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는 그의 철학을 보정할 것이며, 그의 철학에 대해 그것이 결여한 현실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죽음으로 앞서 달려감’에 대해 그녀는 탄생성의 철학으로 응답할 것이며, ‘각자성Jemeinigkeit’의 실존적 유아론에는 다원성의 철학으로 답할 것이다. ‘세인Man’의 세계로 ‘빠져 있음Verfallenheit’에 대한 비판에 그녀는 ‘세계 사랑amor mundi’으로 답할 것이며, 하이데거의 ‘빛 트임Lichtung’에 대해서는 ‘공공성’의 철학적 찬미로 답할 것이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그제야 완전한 무엇이 될 테지만, 이 남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242쪽 이하)

독일 최고의 사상사 평전 작가가 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하이데거 평전

저자인 뤼디거 자프란스키는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와 함께 독일 공영방송에서 10년 동안이나 철학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했고 쇼펜하우어, 니체, 괴테와 실러에 관한 평전을 쓰는 등 독일 최고의 인문학자로 통한다.
이 책은 하이데거의 생애와 철학 그리고 시대를 입체적으로 다루며 시대사와 사상사를 절묘히 조합해 하이데거의 저작들에 대한 해설과 양차 세계대전에서 1970년대에 걸친 독일 문화사의 파노라마, 사소한 일상에서 거대한 사유까지 하이데거의 전면모를 공정하고 유려하게 서술한다. 나아가 하이데거의 정치적 과오에 대해서도 일방적 고발이나 옹호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하이데거 철학의 핵심에 대한 역자의 상세한 해제

하이데거 철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는 70쪽에 달하는 방대한 해제를 덧붙였다. 하이데거 철학의 핵심 개념인 존재와 존재자, 하이데거가 비판하는 기존 형이상학의 존재망각 그리고 하이데거의 언어관에 대한 해설은 하이데거 철학의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의 말

하이데거에 관한, 그의 생애와 철학에 관한 이야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 세기의 모든 격정과 파국이 그 안에 담겨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라는 이름은 우리 세기 독일 정신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장의 제목이 된다. 우리는 그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악을 가리면서, 그리고 또한 선악의 피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