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문교양 (책소개)/3.글쓰기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동방박사님 2021. 12. 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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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 영혼의 굳은살을 벗겨내는 필사의 시간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이 시대의 문장 노동자이자 다독가인 장석주 시인이 추천하는 책 속 명문장 51. ‘감정을 다스려주고’, ‘인생을 깨우쳐주고’,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고’, ‘생각을 열어주고’, ‘감각을 깨우는’ 다양한 색채의 문장들을 한 권에 담았다. 오래도록 기억할 만한 시, 소설, 산문의 문학 작품과 인문서에서 의미를 곱씹으며 따라 쓰기 좋은 텍스트를 발췌하고, 장석주 시인이 그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덧붙였다. 인문학적 사유와 시인의 시선이 오롯이 담겨 있는 그의 글에서도 명문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목차

머리말_나를 물들이는 문장과의 만남

1 감정을 다스려주는 명문장
그 무거운 머리는 이리 주시고요
그 헐벗은 두 손도
-파초(芭蕉) _ 이태준, 《무서록》
-고요로의 초대 _ 조정권, 《고요로의 초대》
-섬에서 보내는 편지 _ 함민복, 《미안한 마음》
-느린 걸음이 가져다주는 것들 _ 이혜경, 《그냥 걷다가, 문득》
-빛 항아리 _ 함정임, 《하찮음에 관하여》
-이 풀더미를 한 평만 떼어다 _ 황대권, 《야생초 편지》
-산마을 이웃들 _ 최성현, 《산에서 살다》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_ 줄리아 카메론,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
-매화 _ 김용준, 《근원수필》
-마당에 눕다 _ 정효구, 《마당 이야기》
-물살을, 삶을 헤치는 법 _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2 인생을 깨우쳐주는 명문장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장수(長壽) _ 피천득, 《인연》
-살면서 죽음을 기억하라 _ 레프 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탐욕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_ 제러미 타일러, 《자발적 가난》
-모든 날은 태어나기에 좋다면, 모든 날은 죽기에도 좋다 _ M.V. 카마스, 《위인들의 마지막 하루》
-내 마음속 풍경 _ 복거일,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들》
-결혼에 대하여 _ 칼릴 지브란, 《예언자》
-두 번은 없다 _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대나무 잎에 쌓인 눈처럼 _ 오이겐 헤리겔, 《마음을 쏘다, 활》
-사랑 없는 인생 _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내가 사는 공간이 곧 나 자신 _ 도미니크 로로, 《심플하게 산다》
-아버지의 마음 _ 김현승, 《김현승 시전집》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_ 김수환,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
-그릇을 깨트리고 _ 신영복, 《처음처럼》

3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는 명문장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나는 다방 커피가 좋다 _ 최성각, 《날아라 새들아》
-옛날 국수 가게 _ 정진규, 《本色》
-사계절의 멋 _ 세이쇼나곤, 《마쿠라노소시》
-콩나물 삶는 냄새 _ 박형준, 《저녁의 무늬》
-월요일 아침 _ 야마무라 오사무, 《천천히 읽기를 권함》
-가을 낮 마법의 길에서 _ 성석제, 《소풍》
-호미 예찬 _ 박완서, 《호미》

4 생각을 열어주는 명문장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단 한 번의 위대한 실험
-대추 한 알 _ 장석주, 《붉디붉은 호랑이》
-천천히, 느리게, 있는 그대로 _ 피에르 쌍소, 《게으름의 즐거움》
-인생 _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독의 즐거움》
-고속도로 위의 야생화 _ 이어령, 《생명이 자본이다》
-새봄이 일어서고 있다 _ 최인호, 《최인호의 인생》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나 _ 울리히 슈나벨, 《행복의 중심, 휴식》
-철학과 마주한 죽음 _ 구인회,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
-지금, 작은 집이 주목받고 있다 _ 다카무라 토모야, 《작은 집을 권하다》

5 감각을 깨우는 명문장
빗방울이 개나리 울타리에
솝-솝-솝-솝 떨어진다
-봄풀들 _ 김훈, 《자전거여행1》
-세상의 혼-시간을 말하다 _ 크리스토퍼 듀드니, 《세상의 혼:시간을 말하다》
-열두 살의 나 _ 김영하, 《김영하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빗방울 _ 오규원, 《두두》
-말테의 수기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칼자국 _ 김애란, 《침이 고인다》
-노랑무늬영원 _ 한강, 《노랑무늬영원》
-새벽예찬 _ 장석주, 《새벽예찬》
-철수 _ 배수아, 《철수》
-침묵의 여러 가지 양상들 _ 마르크 드 스메트, 《침묵 예찬》

부록_이 책에서 추천한 텍스트의 출처

 

 

저자 소개

저 : 장석주 (張錫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비평가·독서광이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
 

책 속으로

알베르 카뮈의 이 문장을 정확하게 언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야생의 향과 빛과 색채로 뒤엉킨 티파사라니! 오감을 화들짝 놀라게 한 이 문장을 처음 접한 뒤 나는 수십 번도 더 넘게 되풀이해서 읽었다. 모란과 작약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화창한 봄날에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저녁에도, 진눈깨비가 창호지를 바른 창에 내리치는 스산한 겨울 아침에도 이 문장을 찾아 읽었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몸의 나른한 이완과 그 이완의 틈새로 행복은 날개를 고요히 접으며 내려앉는다. 카뮈의 산문 문장들은 비참과 고독의 구덩이에 빠진 내게 넌지시 구원의 손을 건넨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그랬고 예순이 넘은 지금도 카뮈가 내미는 손을 덥석 잡는다. --- p.9~10

간혹 주례를 맡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 시를 읽어준다.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젊은 날엔 이 구절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을 함께해야만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사랑으로 상대를 구속하려고 했다. 이는 어리석은 짓이다. 각자의 고독 속에서 각자의 생이라는 꽃을 피워야 한다. 사랑에 단 하나의 의무가 있다면, 자신의 꽃으로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결혼하는 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다. --- p.71

아버지는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마당에 떨어진 낙엽들을 치우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구절에서 울컥해진다. 아버지에게 자식이란 ‘타자화된 나’다. 아들들은 그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다. 그러면서도 아들들은 아버지의 뜻을 소소하게 거스르고 아버지에게 크게 맞서고 반항한다. 나 역시 그랬다. 미숙하고 치기 어렸던 시절의 일이다.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되니 아버지의 외로움을 조금 알 듯하다. --- p.91

세이쇼나곤은 일천 년 전 일본의 궁녀였다. 이 궁녀는 뛰어난 문필가였다. 무엇보다도 사물과 계절, 인간관계에 대한 투명한 응시와 청신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 재능을 고스란히 펼쳐 보인 책이 《마쿠라노소시》다. 세이쇼나곤은 궁녀의 삶과 그 삶을 감싼 시대의 풍속, 그리고 교양과 정념이 혼재된 삶을 재기발랄한 문체로 썼다.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다. 나는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여러 번에 걸쳐 읽었다. --- p.109

한 줄의 시는 한 세계의 발명이다. 한 줄의 시는 오랜 경험의 정수를 꿰뚫는다. 뇌의 전두엽에 내리꽂히는 번개고, 두개골을 울리는 우레여야 한다. 존재를 쇄신에 이르게 하고, 홀연 새로운 세계를 엿보게 해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를 아는 건 곧 우주를 아는 것이다.
--- p.175

출판사 리뷰

김애란에서 톨스토이까지, 손으로 기억하고 싶은 명문장 51
스캔하듯 눈으로 읽고 타이핑하는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필사(筆寫)’가 마음에 위안을 주는 수련 방법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좋은 글을 베껴 쓰면서 잊고 있던 손맛을 발견하고, 한 자 한 자 마음에 새기며 느리게 읽는 즐거움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은 휘발성 강한 글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곁에 두고 반복해 읽을 만할 텍스트란 어떤 것인지를 제시함으로써 명문장과 그것을 그득 품은 책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준다. 이 책을 쓰고 엮은 장석주 시인은 열성적인 다독가로 이름나 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3만여 권의 책 가운데 다시금 펼쳐 든 책은 무엇이고, 그 속에서 가려 뽑은 명문장들은 어떤 것일까. ‘문장가’ 하면 떠오르는 이태준, 피천득, 김훈을 비롯해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박완서, 김영하, 김애란, 그리고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 괴테, 릴케 등의 작품에서 자신을 사로잡은 구절을 소개하고, 고아한 필치의 인문서에서도 필사하기 좋은 텍스트를 발췌했다. 이 책에 수록된 51인 작가의 문장들은 “생명의 리듬을 담고 있는 문장, 흐르고 스쳐가는 절대의 순간을 서늘하게 드러내는 문장, 감각적인 기쁨과 충만을 담은 문장, 영혼을 울리면서 강렬한 존재 쇄신의 느낌을 주는 문장”으로서 간결하고 함축된 구조 속에 지혜와 인생의 정수(精髓)를 머금고 있다. 장석주 시인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 문장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권한다. 그것을 읽고 쓰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는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하면서, 손으로 문장을 써보는 연습을 하면 자신의 문장을 쓸 수 있는 힘까지 기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문장을 따라 물들어가는 행복한 몽상
명문장을 베껴 쓰면 의미의 힘줄과 근육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책 속에 활자로 존재하던 문장들이 내 안에 흘러들어와 글쓴이와 생각의 호흡이 포개어진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도 몰랐던 마음 한구석을 들여다보게 되고, 시끄러운 머릿속이 맑아지기도 하고, 무디어진 감각의 촉이 살아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이를 두고 장석주 시인은 “필사는 느린 꿈꾸기이고, 나를 돌아보는 성찰이며, 행복한 몽상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 실린 멋진 문장들을 입으로 찬찬히 소리 내어 읽어보자. 눈으로 볼 때는 놓쳤던 글의 맛을 음미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따라 쓰고 싶은 글을 골라 필사해보자.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부분만 밑줄을 그어가며 베껴 써도 좋고, 귀퉁이나 여백에 글과 그림을 끼적여보는 것도 좋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감정은 지우고 잊고 있던 감성을 깨우고 싶을 때, 생각의 속도보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싶을 때, 이 책은 우리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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