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인간과 건강 (책소개)/2.백세시대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동방박사님 2022. 1.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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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언젠가는 떠나게 될 ‘생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에 대한 안내서,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의 저자 백승철은 30년 차 피부과 의사다. 진료실에서 일상적으로 안티에이징 욕구를 마주해온 그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기 시작하고, 그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는 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쿠스 마닐리우스의 말처럼 역설적이게도 죽음이라는 주제에 서서히 침잠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겪게 된 아버지의 긴 투병과 죽음은 그에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죽음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남겼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는 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 여행을 “쫓기듯 혹은 떠밀리듯” 떠나지 않도록 하나하나 차분히 안내한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에서 시작한 여행 준비는 ‘죽음이 이루어지는 과정’, ‘다양한 죽음의 모습’ 등의 주제를 거쳐 진정한 웰빙을 완성할 ‘웰다잉’에 가닿는다.

사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는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두듯, 자신의 죽음을 설계하는 경험은 지금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마지막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죽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 죽음이라는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며

1. 죽는다는 것은
2.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3. 경험담을 남길 수 없는 경험
4. 죽음, 그 후
5. 당신은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
6. 준비하지 못한 죽음
7.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될 죽음
8.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는가
9. 자연사가 불가능해진 시대
10. 죽음을 설계하다
11. 마지막 징검다리
12. 웰빙의 완성, 웰다잉
13. 생의 마지막 결정

에필로그 : 나는 이렇게 죽을 것이다
 

책 속으로

생전에 아버지는 친구 분들이 “아들이 피부과 의사여서 그런지 얼굴에 검버섯이나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다”고 하며 부러워한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 얼굴에 작은 잡티나 검버섯이 보이면 병원으로 모셔와 레이저로 없애드리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기침과 가쁜 숨은 내 눈앞에서 바로 사라지게 할 수 없었습니다. (…)

어쩌면 아버지는 이런 불편한 장치들을 왜 해야 하고, 꼭 해야만 하는지, 자신의 상태는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지는 않았을까요. 당시 아버지와 나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죽음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를 대화에 끌어들일 용기는 없었습니다. (…)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라는 말은 어쩌면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 그리고 미래의 나를 향한 선언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침대 곁에서 이 책을 펼쳐놓고 우리 모두 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할 죽음이라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프롤로그 : 죽음이라는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며」중에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감정적으로는 가족, 친지, 친구들과 영원히 헤어지게 된다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고 신체적으로는 죽음의 순간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일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감정적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많은 대화와 자기 성찰을 통해 이별을 준비하는 정리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조금씩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신체적인 두려움은 막연한 상상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염려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투병 기간 내내 감정을 어둡게 짓누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죽음의 순간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한다면 막연히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이 다가오면 뇌의 기능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의식을 잃어가게 됩니다. 통증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것은 뇌의 기능이 정상일 때 가능한 것이어서 죽음이 가까워져 점차 의식이 사라지는 상태에서 고통스럽다는 감각 자체는 극도로 무뎌지거나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3. 경험담을 남길 수 없는 경험」중에서

흔히 “사람은 죽으면 모두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고들 합니다. 이 말은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에 회귀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죽어서 한 줌의 재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기도 합니다. 죽음을 앞둔 당사자의 의지와 가족 간의 충분한 논의 후에 적절한 장례 방법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저절로 한 줌의 재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 죽음, 그 후」중에서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각종 생명 연장 장치와 의술은 당신이 결코 마음대로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의사는 모든 의료 지식과 의료 기술을 동원하여 환자를 치료할 의무가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치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명 의료에 대한 법률적 거부 의사가 없다면 마지막까지 당신의 입, 코, 혈관에는 각종 튜브와 주사가 꽂힌 채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판단하여 인생 마지막만큼은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사전에 연명 의료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남기는 순간 비로소 마음대로 죽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5. 당신은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중에서

현명한 죽음의 설계를 위해서는 제일 먼저 환자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해도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는 당사자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삶의 의미에 대해 풀리지 않는 무수한 질문과 더불어 화나고 분한 생각에만 계속 휩싸인다면 잘못된 판단과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신체적 질병을 정신적, 정서적, 영적 차원에서 다스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신에 의해 육체를 통제해야 하는 인간 본연의 실체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마음으로부터 현실을 수용하고 평온을 찾으려는 노력이 현명한 죽음의 설계를 위한 시작이 됩니다. 필요하다면 명상이나 기도 혹은 자연, 음악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은 육체적 문제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 등 다양한 문제로부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자신과 끊임없는 싸움을 시작해야 하지만 여러 불안 요소를 혼자 해결해 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

말기 환자 가족과 주변인들은 죽음에 대한 논의나 대화가 자칫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가중하고 희망을 저버리는 것으로 생각해 의도적으로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양적 관념에서 죽음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다 보니 다른 누군가가 언급해주기 바라면서 서로 회피하다 보면 자칫 기회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염려와 달리 말기 환자 대부분은 인생의 마지막을 현명하게 대처하고 준비하려는 열망이 강합니다. 올바른 죽음의 설계를 위해서는 죽음 하면 떠오르는 두려움, 슬픔, 고통 같은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대화하고 서로 협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0. 죽음을 설계하다」중에서

편의와 효율을 중시하고 핵가족화, 도시화 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점차 사라지고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은 이제 시골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광경이 되었고 대부분은 장례식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희망은 사치가 되었고 가족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낯선 침대에서 온갖 의료 기기를 매단 채 맞이하는 죽음이 과연 원하던 모습이었을까 싶습니다. 홈다잉을 진정으로 원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희망을 가족이나 사회가 이루어줄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12. 웰빙의 완성, 웰다잉」중에서
 

출판사 리뷰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젊음을 유지하고픈
안티에이징 욕구를 일상적으로 마주해온 30년 차 피부과 의사가 쓴
‘생의 마지막 여행을 위한 안내서’


언젠가는 떠나게 될 ‘생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에 대한 안내서,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의 저자 백승철은 30년 차 피부과 의사다. 진료실에서 일상적으로 안티에이징 욕구를 마주해온 그는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기 시작하고, 그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는 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쿠스 마닐리우스의 말처럼 역설적이게도 죽음이라는 주제에 서서히 침잠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겪게 된 아버지의 긴 투병과 죽음은 그에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죽음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남겼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시작한다. 저자는 이 표현에 대해 아버지의 곁을 지키면서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대화에 끌어들일 용기”가 없어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미래의 자신을 향한 선언의 의미로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두려움을 넘고 “평온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의지라고도 말하고 있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는 그 선언처럼 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 여행을 “쫓기듯 혹은 떠밀리듯” 떠나지 않도록 하나하나 차분히 안내한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에서 시작한 여행 준비는 ‘죽음이 이루어지는 과정’, ‘다양한 죽음의 모습’ 등의 주제를 거쳐 진정한 웰빙을 완성할 ‘웰다잉’에 가닿는다.

인생은 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것부터 직업 선택처럼 중요한 일까지 수많은 설계로 채워져 있다. 사실 누구나 그렇듯 현실은 기대와 달리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렇다고 생의 마지막 과정인 죽음의 설계를 포기하지 말라고 저자는 권유한다. 누구나, 언젠가는, 반드시 맞이하게 될 죽음이라면 화내고 절망하기보다 죽음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스스로 설계한 대로 평온하고 품위 있게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책장을 한 장씩 넘길수록 여행이 시작될 때의 모습을 그려가며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을 때
당신은 비로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죽을 것이다.”


빈부, 권력, 성별, 나이 등 인간의 그 어떤 배경과 무관하게 누구나 언젠가는 반드시 경험하게 될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이 땅에 태어나 각자의 생을 누리고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을 통해 하늘의 별과 같이 많은 증언이 남겨졌고 그것들은 지식으로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죽음만큼은 자신의 ‘경험담’을 증언하지 못했다. 그렇게 모두가 겪었고 겪게 될 죽음은 경험담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것으로 남았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 죽음 아니었을까.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갈 때 막연한 두려움과 억압,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강렬한 제목만큼 본문에서도 죽음에 대해 가감 없이 풀어놓고 있다. 한국인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인 암의 진행과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나타나는 현상 같은 의학적 내용부터(2장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죽음 후 시신의 변화와 장례 문화(4장 “죽음, 그 후”), 말기 환자의 치료에 대한 당사자의 선택권 등 사회적 논의까지(5장 “당신은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 폭넓게 등장한다. 이러한 ‘죽음 예습’은 후반부에서 언급하는 죽음 설계에 대한 조언을 거치면서 각자 자신의 죽음을 그려볼 수 있도록 이끌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은 죽음 ‘인문서’가 되면서 동시에 죽음에 대한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한다.

사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는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영정 사진을 찍어두듯, 자신의 죽음을 설계하는 경험은 지금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마지막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