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인간과 건강 (책소개)/2.백세시대

100세 수업

동방박사님 2022. 1. 1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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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누구나 100년을 산다. 그러나 우리는 100세의 삶이 어떤지,
어떤 미래가 도래할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과연 100세 시대는 우리에게 어떤 세상을 열어줄 것인가?

EBS 방영 화제작 [100세 쇼크]는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 관찰 기록이며 현장 탐사 보고서다. 실제 100세인들의 삶을 장기간 밀착 취재하고 나이 듦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을 오롯이 담은 수작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초고령사회의 허와 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하되, 보다 개인적 관점에서 ‘100세 시대’를 축복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가치관과 태도를 가져야 할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다각적인 시선으로 답한다. 과연 노인은 몇 살부터인지, 공공연한 노인 혐오 현상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돈만 모으면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는지,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옳은 것인지, 나이 듦에 대한 본질적 질문들을 꼼꼼히 짚었다. 다양한 욕구와 개별적 역사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노인은 바로 나의 미래다. 그들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바로 ‘지금 나의 삶’에 대한 성찰과 맞닿아 있다.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 많은 우리들에게 『100세 수업』이 말한다. 우리 미래는 바로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고.

 

목차

프롤로그: 마지막까지 존엄한 삶을 위하여

첫 번째 수업: 100세의 사생활
100세의 하루
100세의 몸과 마음
100세의 감정과 표현

두 번째 수업: 우리는 모두 100년을 산다
노인이 되기엔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
100세 시대, 축복일까 재앙일까?
노후 준비 강요하는 사회

세 번째 수업: 노후 준비, 왜 어려운 걸까?
은퇴 후 살아가야 할 10만 시간의 무게
우울한 지표들
여성 노인 빈곤의 그늘
노인 혐오하는 사회
자녀의 미래와 맞바꾼 노후
아프면 누가 나를 돌봐줄까?

네 번째 수업: 100년의 시간을 보내는 법
노년의 시간
변화와 성장은 계속된다
잘 늙는다는 건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제작 후기: 100세 시대를 말하지만 우리는 진짜 100세를 모른다
 

 

저자 소개 

김경은 CP EBS 콘텐츠협력제작부. EBS 「세계테마기행」, 다큐프라임 「100세 쇼크」의 CP로 활동했다. 김미수 방송작가 EBS 「명의」, 「다큐 시선」, 「세계미술기행」, 「세계 문학기행」, 다큐프라임 「100세 쇼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스페셜」, KBS 「시사기획 창」, 「일요기획」, 「KBS 스페셜」 등을 구성하고 집필했다. EBS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100...
 
글 : 김지승
 
다양한 글밥을 먹으며 수상한 진실들을 몰래 기록한다. 다음 생에는 노래를 하고 싶다.
어떤 운명적 서사의 시작이 돌잡이 때 덥석 잡은 연필이면 좋았겠지만, 나는 돌떡 자르려고 놔둔 식칼을 향해 손을 뻗다가 제지당했다고 한다. 요즘은 도루코 문구칼을 애용한다.
『인간의 두 얼굴』, 『아홉 개의 발자국』, 『감정 노트북』, 『100세 수업』 등을 썼다.
 
 

책 속으로

“미래에 우리가 어떤 인간인지를 모른다면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늙은 남자, 늙은 여자, 이들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자. 그러면 단번에 우리는 만년의 불행을 더 이상 무관심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중에서 - 첫 문장

젊은 세대는 노인들이 왜 성량 조절을 못하는지, 왜 늘 소리 지르듯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7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청력 장애를 겪고 있다. 인간의 인식 기능 중 가장 빠르게 노화가 진행된다는 청력. 그래서 의도치 않게 관계가 상실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어려워 고립감이 강해지는 초고령자들. -19쪽_ 「왜 말려도 일을 놓지 않을까」

인간은 독립적 삶에 대한 욕구를 가진다. 이는 김기룡 씨처럼 100세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자기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서 마지막까지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은 욕구. 고령자들이 의존적이고 도움받기를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지만, 100세가 되어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이들이 더 많다. -28쪽_ 「나이 듦에 따라 일어나는 변화들」

“마음속에 병이 생겨요. 말을 못하고 참으니까. 통 울지도 못하고. 아들이 죽어서…… 그런데 마음대로 못하고. 속에 골병이 들어버려서 가끔 숨을 못 쉬고 ‘헉헉’ 그래요.”
- 최임남 (가명, 88세) -51쪽_ 「가능한 모든 감정이 그들 안에 산다」

이순연 (가명, 62세) 씨는 60대에 들어선 후 줄곧 혼란스럽다. 장년, 노년, 연장자, 시니어, 어르신, 노인, 실버, 어머님, 할머니……. 모두 순연 씨가 듣는 호칭들이다. 그중 어떤 것도 순연 씨가 느끼는 자기정체성과 편안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56쪽_ 「노인이 되기엔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

“100세 시대 전에도 그런 말들이 있었잖아요.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라는. 70대, 80대 라고 해서 살만큼 살았으니까 대충 살다 죽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한 번 사는 건데.”
그래서 영준 씨는 요즘 늙음, 나이 듦, 노화, 노인 등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모두 예외 없이 부정적이고 나쁜 이미지와 연결되는 게 새삼 당황스러웠다.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68쪽_ 「100세 시대, 축복일까 재앙일까?」

우리가 어떤 모습일 거라고 고정해버린 ‘노인’은 사실 존재 하지 않는데도 특정 나이 이상의,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을 한부류로 묶어버리고, 가난하고 비생산적인 그들이 다수인 시대로 100세 시대를 짐작하는 식이다. 60세부터 100세까지를 단일 집단이라고 보는 시각도 흔하다. 은퇴 후 40년 동안 줄곧 내리막길, 가난, 결핍, 손상, 죽음과 순차적으로 연결될 거라는 인식은 우리에게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그래서일까?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할수록 노후 준비에 관한 공포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한다. -70쪽_ 「막연하고 막막한 시대를 향해」

젊음과 생산성이라는 자본주의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노인은 대개 무용한 존재로 인식된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노인들은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면서 경제 의존적 존재가 되고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자연히 노인 대상 연금제도나 의료 서비스 등 사회비용 증가와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이런 상황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인식, 편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121쪽_ 「노인 혐오하는 사회」

정숙 씨의 일상에는 무료한 순간도, 지겨운 시간도 없다. 매순간 무언가를 하기 때문에 시간은 천천히 제 몫을 하며 흐른 다. 매일 책 읽는 습관이 있는 정숙 씨는 추리소설 마니아기도 하다. 1년 동안 300권 이상 읽었고, 다 읽은 후엔 책들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해놓았다. 정숙 씨의 현재 시간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경험들을 기다리고 만끽하고 도전하는 시간이다. -165쪽_ 「시간 감각을 완전히 바꾸는 경험들」

“젊어서는 직장 다니느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면 이제는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잖아요. 그때 보다 눈도 어두워지고, 목도 구부정해지고, 허리도 안 좋은데 모니터를 계속 봐야 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지만 너무 하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노인 전문 채널의 카메라 기자 정학규(71세) 씨의 이야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배우의 길만 걷던 내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을 알려준 소중한 인연이죠. 젊은 시절엔 목표를 향해 무조건 뛰었다면, 노년은 여유를 가지고 내게 있는 것을 나누며 베풀 수 있는 시간입니다.
사회의 생산적인 일을 담당하는 젊은 세대와 함께 살아가면서, 사회를 밝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나 교육, 미래를 향한 꿈 같은 걸 제시할 수 있는 노인이 되고 싶은 심정입니다.” -배우 최불암

“나이 든 후 나의 생활이 예술작품이 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소설이나 영화를 만든다고 상상해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떻게 해야 내 삶이 더 아름답고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갈 삶 그 자체입니다.” -장회익 명예교수(서울대 물리학과)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100세 시대, 이 단어가 의미하는 진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현재 추세라면 7년 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무감각해질 정도지만, 단순히 ‘인구 5분의 1이 노인이 된다’는 개념으로는 그 복잡다단한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예측이 쏟아지지만 막상 100세 시대가 개인의 삶, 즉 ‘나의 삶’에 미칠 변화에 대한 논의 또한 은퇴 후 노후 자금 문제, 건강 문제, 빈곤 문제 정도에 머물러 있다.
『100세 수업』은 노인의 내밀한 심리부터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까지 꼼꼼히 짚어보며 ‘100세 시대’가 어떤 실질적 의미를 가지는지 탐색해본다. 더불어‘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다. 100년의 시간, 누군가는 의미와 가치를 담아 그 자체로 빛나는 작품처럼 살아가지만 또 누군가는 후회와 아쉬움이 점철된 나날로 채울 수도 있다. 축복일지 재앙일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우리는 진짜 100세를 모른다
EBS [100세 쇼크] 제작진은 우선 100세인들을 찾아간다. 100세인의 삶을 객관적 관점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건 국내 초고령자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시도다. 장수의 비법을 묻기보다 노인의 실제 하루에 주목했다.
나이가 들수록 왜 고집이 세지는지, 깔끔하던 부모님이 왜 방 안에 물건을 늘어놓고 사는지,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왜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지……. 문득 떠올랐던 물음표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담겼다. 이유는 아주 단순한 데 있었다. 신체적 변화에 따른 심리적 변화. 그러나 우리는 보통 ‘노인들이 다 그렇지’ 치부하거나 ‘정말 이해 못하겠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현재 내 삶의 패턴이 완전히 바뀐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력, 청력, 미각까지 저하되고 신체 활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며 그렇게 변해가는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100세인들의 하루는 언젠가 내가 살아야 할 하루이기도 하다. 나이 듦에 대한 인정. 시작은 여기에 있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어른의 모습을 제대로 그리게 된다.

노인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
혐오의 시대, 그중에는 노인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노인은 꼰대, ~충,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노인을 비하하는 언어들은 특히 웹상에 넘치지만 그 언어를 정제하고 순화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노인이 웹 세계에 없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거나 편견에 대항하거나 불편하다고 밝히는 당사자가 없으니 노인 혐오는 일상적 현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노인은 우리 부모이고 가족이며 나의 미래다. 특히 생산성을 잣대로 노인을 배제하거나 소외시키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노인을 함께해야 할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100세 시대’의 전망이 결코 밝을 수는 없다.
책에는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기도 모르게 내면화된 노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건강한 사회의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올바른 자아상을 확립하는 데도 장해물이 된다. 10대는 튀어도 되는 개성적 존재이고 노인은 없는 존재처럼 살아야 하는가? 노인도 나름의 욕망과 긴 역사를 지닌 개별 주체이며 한마디로 묶을 수 없는 다양성과 입체성을 지닌 존재다.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은 어쩌면 ‘행복한 100세 시대’를 여는 가장 중요한 생각의 열쇠다.

100년의 시간, 무엇으로 채우겠습니까?

죽어라 일만 했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잉여의 시간. 대한민국 일부 노인들은 일명 ‘짤짤이 순례’를 떠난다. 공짜 지하철을 타고 교회나 성당 등에서 나눠주는 500원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다. 개중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다. 길게는 전체 인생의 절반, 과연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우리는 시간을 자기를 위해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자식을 위해 일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올인 한다. 그러나 남은 건 늙은 육체와 지친 마음과 대출 낀 집 한 채일 뿐이다. 그마저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 굳게 마음먹고 아끼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책에선 ‘어떤 어른으로 50년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긍정적 노인상을 찾아 만나보았다. 어린이재단을 후원하며 노년의 시간을 남을 위해 베푸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는 배우 최불암, “노인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결과”라고 말하는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노년의 생활을 내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으로 만들어보라고 말하는 서울대 명예교수 장회익. 그 밖에 은퇴 후 노인 전문 채널에서 촬영과 편집까지 도맡으며 전문 카메라 기자로 살아가는 정학규 씨, 1년 동안 읽은 책이 300권 이상, 지하철에서도 틈틈이 추리소설을 읽는 추리소설 마니아 한정숙 씨, 은퇴 후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하고 시니어 모델로 데뷔, 무대에서 당당하게 워킹하는 임권임 씨까지. 그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노년의 삶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저 남은 시간, 버려질 시간으로 넘기기에는 그 시간이 길고 아깝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며, 마지막까지 우리 삶은 계속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