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1980~90년대 :최윤)

동방박사님 2022. 2. 13. 09:21
728x90

책소개

아픔을 딛고 희망을 증언하는 언어의 역사

문지클래식 6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와 시대적 아픔을 오롯이 성찰하는 작가 최윤의 소설집이다. 표제작이자 이 시대에 가장 뛰어난 증언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와 동인문학상 수상작 「회색 눈사람」을 포함해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문학평론가 강동호는 최윤의 작품들이 ‘말로 되어질 수 없는 일을 언어화’하는 작업이며, 타인의 고통을 증언하는 글쓰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단히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인간다움’의 소산이라고 본다.

단편 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회색 눈사람」과 5월 광주의 비극을 형상화한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서정적인 문장과 고통스러울 정도로 파편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현실의 아픔을 고스란히 끌어안는 작품이다. 「당신의 물제비」 「한여름 낮의 꿈」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개인의 내면성을 촘촘히 탐구하며, 「벙어리 창(唱)」 「아버지의 감시」는 분단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역사적 희생자들의 면면을 묘사하고, 「판도라의 가방」 「갈증의 시학」은 탈출의 꿈을 지닌 채 당대와 불화하는 인물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최윤은 1980~90년대의 시대상을 주의 깊게 체화하여 기록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황폐해진 개인의 삶을 정교하고 울림 있는 언어로 승화해냈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윤리적 서사 의지로 증언하고, 이를 통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상상을 이어가고자 하는 최윤의 작품들은 오늘날은 물론 미래의 독자들에게도 언제나 동시대적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목차

당신의 물제비
회색 눈사람
판도라의 가방
갈증의 시학
아버지 감시
벙어리 창(唱)
한여름 낮의 꿈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해설 / 희망을 증언하는 언어들의 역사_ 강동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 : 최윤 (崔允, 최현무)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국문과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대를 졸업했다. 1988년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다룬 중편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문학과 사회》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회색 눈사람』 『속삭임, 속삭임』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첫 만남』, 장편소설 『너는 더 이상 너가 아니다』 『겨울, 아틀란티스』 『마네킹』 『오릭맨스티』, 중편 『파랑대문』, 수...

책 속으로

우리가 어느 날 그녀를 만난다면 그녀는 우리에게 죽은 사람 이상의 고통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바로 그녀가 살아 있음으로 해서. 그녀의 몸은 사는 일에 몰두해 있음에 반해 다른 것을 너무 순간적으로 어찌해볼 겨를도 없이 미완성 속에 고정돼버린 채, 죽음 이상의 어두운 광기의 방 속에 갇혀져버렸을 것이기 때문에.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대가 원하는 한국 현대소설 시리즈 [문지클래식]이 자랑스러운 여섯 권의 작품집으로 첫발을 떼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 작품’들로 구성된 [문지클래식]은 ‘고전classic’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동시에 현 세대가 읽고도 그 깊이와 모던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한 시리즈이다. 한국전쟁 이후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글로써 치열하게 살아내며, 한편으로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인류사적 과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그려낸 한국 문학사의 문제작들이 한데 모였다. 의미적 측면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폭넓은 독자들에게 깊이 사랑받으며 지금까지 중쇄를 거듭해온 문학과지성사의 수작들이다. 1차분 도서로 선정된 이 여섯 권의 소설은 엄격한 정본 작업과 개정을 거쳐 세련된 장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20여 년간 간행되어온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도서 중 일부를 포함, 그간 우리 문학 토양을 단단하고 풍요롭게 다져온 작품들로 앞으로 더욱 충만해질 [문지클래식]은, 각 작품들의 현대적 가치를 새롭게 새기고 젊은 독자들과 시간의 벽을 넘어 소통해낼 준비를 마쳤다.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언어의 샘을 마련할 [문지클래식]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추천평

최윤의 텍스트가 사유하는 소설의 증언은 자기 소멸에 대한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소멸시키고 그 내밀한 자기 타자성을 복원하는 과정은, 주류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던 은폐된 역사, 승리의 서사로 점철된 목적론적 역사로부터 망각되어 있는 고통이 머물러 있는 장소의 역사적 성격을 가시화한다. 타자화된 고통의 소진될 수 없음을 증언하는 일. 우리가 만약 글쓰기의 참여적 성격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소진될 수 없는 고통에의 육체적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 문학평론가 강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