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아버지의 땅 (1981: 임철우)

동방박사님 2022. 2. 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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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묻혔던 기억을 되살리는 발굴자, 그 여정의 시작!

문지클래식 4는 1981년 등단 이래 37년간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꾸준히 활동해온 임철우가 세상에 선보인 첫번째 소설집 『아버지의 땅』이다. 작가의 이십대 후반인 1980년부터 83년 사이에 씌어진 단편소설 열한 편이 포함되었으며, 이 중 「곡두 운동회」는 이번 개정판 작업을 통해 문장과 단어를 세심하게 바꾸었다. 수록된 작품들을 통해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어느덧 기억과 경험의 서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한국의 대표적 중견 작가, 임철우의 문학적 기원을 엿볼 수 있다.

가난, 폭력 등의 사회적 여건에서 비롯되는 사회 구성원들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불안, 슬픔, 분노 등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임철우 특유의 작업은 그의 첫번째 소설집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버지의 땅』은 6?25전쟁을 전후로 하여 벌어진 민족 간의 학살에서부터 1980년대 광주의 잔혹했던 역사까지 굵직한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특히 표제작 「아버지의 땅」에서 전쟁 당시 사망한 땅속의 유해를 발견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후 임철우가 쓴 많은 작품들을 마치 유해 발굴과 같이 발밑 깊숙한 곳의 사건들을 땅 위로 올리는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기억의 발굴자”(문학평론가 김형중)로 호명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불어 지방 소도시의 사람들, 상경한 사람들, 혹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화자의 이야기를 절제된 감정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임철우의 시선을 줄곧 따라가게 만든다. 소시민의 여러 삶의 형태를 보여주며, 가까운 과거의 희미한 기억을 선명히 채색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목차

곡두 운동회
아버지의 땅
사평역
개 도둑
그 밤 호롱불을 밝히고
잃어버린 집
어둠
그물
뒤안에는 바람 소리
그들의 새벽
수박촌 사람들

해설 / 메멘토 모리 혹은 고통스러운 과거와 마주하기_이수형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 : 임철우 (林哲佑)
 
1954년 전남 완도 출생. 전남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개 도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버지의 땅』 『그리운 남쪽』 『달빛 밟기』 『황천기담』 『연대기, 괴물』, 장편소설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봄날』 『백년여관』 『이별하는 골짜기』 『돌담에 속삭이는』 등이 있다.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요산문학상, 단재...
 

책 속으로

노인을 안고 있는 농부도, 대학생도, 쭈그려 앉은 아낙네들도, 서울 여자도, 머플러를 쓴 춘심이도 저마다 손바닥들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망연한 시선을 난로 위에 모은 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미친 여자도 지금은 석고상으로 고요히 정지해 있다. 이따금 노인의 기침 소리가 났고, 난로 속에서 톱밥이 톡톡 튀어 올랐다.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불현듯 누군가 나직이 내뱉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말꼬리를 붙잡고 저마다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사평역」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대가 원하는 한국 현대소설 시리즈 [문지클래식]이 자랑스러운 여섯 권의 작품집으로 첫발을 떼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 작품’들로 구성된 [문지클래식]은 ‘고전classic’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동시에 현 세대가 읽고도 그 깊이와 모던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한 시리즈이다. 한국전쟁 이후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글로써 치열하게 살아내며, 한편으로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인류사적 과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그려낸 한국 문학사의 문제작들이 한데 모였다. 의미적 측면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폭넓은 독자들에게 깊이 사랑받으며 지금까지 중쇄를 거듭해온 문학과지성사의 수작들이다. 1차분 도서로 선정된 이 여섯 권의 소설은 엄격한 정본 작업과 개정을 거쳐 세련된 장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20여 년간 간행되어온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도서 중 일부를 포함, 그간 우리 문학 토양을 단단하고 풍요롭게 다져온 작품들로 앞으로 더욱 충만해질 [문지클래식]은, 각 작품들의 현대적 가치를 새롭게 새기고 젊은 독자들과 시간의 벽을 넘어 소통해낼 준비를 마쳤다.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언어의 샘을 마련할 [문지클래식]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추천평

임철우의 소설은 ‘나’와 타인의 고통과 그에 대한 기억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시공간적으로 멀기도 가깝기도 한 누군가의 고통을 접하고 그에 공감함으로써 누군가의 고통을, 나아가 세계의 고통을 경감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그것은 소설을 위한 유일한 답은 아닐지언정 가장 가치 있는 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임철우 소설이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 이수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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