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사 이해 (책소개)/1.세계사

폴란드의 근현대사

동방박사님 2022. 2. 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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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유럽 북동부의 나라인 폴란드의 근현대 200년의 험난한 역사를 다룬다. 폴란드는 국가를 잃은 경험, 세계대전의 희생양, 군사쿠데타, 히틀러의 침공, 소련의 점령, 공산 독재로 점철되는 순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폴란드는 수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유례가 없는 특이한 나라, 집단적 희생자의 나라, 영웅과 희생자만이 진정한 폴란드인인 나라라는 고정 관념으로 일반화되었다. 그렇지만 폴란드에 순교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 저항하거나 적응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화려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한 사람,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다.

 

목차

서문

1. 폴란드 없는 폴란드인, 1795~1918
언어와 꼬리표
신앙과 조국
국가 건설과 민족 투쟁
산업, 도시들 그리고 근대성

2. 20세기 벽두의 정치 풍토
다채로운 사회주의
국가민주주의
농민 세력

3. 민족인가 혁명인가? 1914~1922
폴란드사회당과 엔데차
전쟁과 혁명
폴란드 혁명
폴란드-볼셰비키 전쟁

4.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양면, 1922~1939
민족국가 대 시민국가
5월 쿠데타
사나차

5. 초(超)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전간기
지역적 차이
대(大)인플레이션
대공황

6. 전간기 유대인, 우크라이나인, 그 밖의 폴란드인
유대계 폴란드인과 폴란드계 유대인
우크라이나인

7. 제2차 세계대전, 1939~1945
9월 전투
점령과 테러
레지스탕스
추모 경쟁

8. 정복이냐 혁명이냐? 1945~1956
이데올로기 경쟁
권력정치와 냉전의 시작, 1944~1948
스탈린주의의 실험

9. 1956년 그리고 일국공산주의의 부상
고무우카의 ‘해빙’
고무우카의 ‘폴란드의 길’

10. 공산주의와 소비지상주의
공산주의적 소비자의 출현

11. 폴란드 인민 공화국의 종말, 1976~1989
반체제와 저항
연대
1989년

12. 충격 요법

13. 제3공화국의 정치

미래를 여는 경향들

역자후기

찾아보기
 

저자 소개

미국 미시간 대학교 역사학 교수. 러시아·동유럽·유라시아 연구 교수. 주요 관심 영역은 폴란드 근대사,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제학, 로마 가톨릭 신앙이다. 대표 저서로 『Faith and Fatherland: Catholicism, Modernity, and Poland』(2011), 『When Nationalism Began to Hate: Imagining Modern Politics in Nineteent...
 
역 : 안상준
 
현 안동대 사학과 교수, 서양중세사 전공, 독일 보쿰대 철학박사, 현 한국서양중세사학회 회장, 안동대 교수회장, 국가중심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
 
 

책 속으로

수많은 폴란드의 역사가들은 폴란드인이 겪은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폴란드를 유례가 없는 나라로 표현했다. 우리는 흔히 끝없는 전투, 되풀이되는 탄압과 학살로 점철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폴란드를 어김없이 집단적 희생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로써 민족적 순교정신이 싹텄다.--- p.9

이 책의 제목이 ‘폴란드 근현대사(Poland in the Modern World)’이지만, 독자들은 ‘폴란드’라는 이름의 어떤 집단적인 역사적 배우가 눈부신 활약을 펼친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폴란드가 이런 저런 역사적 성과를 거두는 방식, 불의를 참아내는 방식, 20세기의 험난한 역사를 항해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은 실제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사람들, 화려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한 사람들,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한 사람들,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 사람들의 역사!--- p.10

농노는 자유롭지 않았다. 그들은 시민의 자유나 법률적 자유를 실질적으로 누리지 못했고 모든 문제에서 영주에게 예속되어 있었다. 그들은 영지에 예속되어 살면서 영주에게 현물이나 부역의 형태로 조세 부담을 짊어졌다. 지주와 농노를 포괄해 ‘폴란드 국민’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 p.23

제1차 세계대전이 폴란드를 강제 분할한 세 열강의 패배와 몰락으로 종결되었기 때문에, 전쟁의 폐허로부터 독립국 폴란드의 출현은 사실상 불가피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럴 듯해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면 전쟁이 끝난 후 수개월 동안 폴란드를 휩쓸었던 불확실성과 혼란은 가려진다. 너무도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현저하게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정의하려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국민들은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민족주의자들 외에 사회혁명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그래서 당시 어느 누구도 어느 집단이 승리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 p.56

폴란드-볼셰비키 전쟁은 특이한 갈등이었다. 전투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당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전투가 일어난 지역은 과거 폴란드-리투아니아 공화국의 동부 지역을 이루었고, 오늘날에는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에 걸쳐 있는 영토였다. …… 이 지역은 폭발의 위험이 높은 혼합물과 같았고, 1918년 말과 1919년 초에 볼셰비키와 폴란드 군대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이 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 p.106
 

출판사 리뷰

폴란드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의 역사

순교정신이라는 역사관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에 저항하거나 적응한 사람들의 숨결을 품은 역사


이 책은 유럽 북동부의 나라인 폴란드의 근현대 200년의 험난한 역사를 다룬다. 폴란드는 국가를 잃은 경험, 세계대전의 희생양, 군사쿠데타, 히틀러의 침공, 소련의 점령, 공산 독재로 점철되는 순교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폴란드는 수많은 역사가들에 의해 유례가 없는 특이한 나라, 집단적 희생자의 나라, 영웅과 희생자만이 진정한 폴란드인인 나라라는 고정 관념으로 일반화되었다. 그렇지만 폴란드에 순교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 저항하거나 적응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화려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한 사람,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영웅과 비극에 대한 전통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역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폴란드 근현대사의 주요 정치적 사건들을 보다 더 광범위한 사회 발전상과 나란히 배열한다. 지역, 문화 및 경제적 다양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개인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다. 종교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관계, 바르샤바 게토의 현실,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에 공장 일을 시작한 농민들에게 스탈린의 산업적 확장이 의미한 것,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개념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색다른 시선을 통해 폴란드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생동감 있고 미세한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폴란드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은 어떤 것일까. 폴란드는 강제 분할과 외침으로 점철된 근대화 과정을 거친 나라다. 하지만 저자는 폴란드가 그런 특수한 국가여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평범한 국가여서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식민지와 신탁통치를 받은 수많은 나라들처럼 폴란드 역시 산업화, 전쟁, 냉전을 겪으면서 발전한 국가라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폴란드는 전 세계를 놓고 볼 때 시대를 앞서가는 국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유난히 뒤처진 국가도 아닌 중간쯤에 위치한 국가였다. 역으로 자유·평등·정의와 같은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폴란드가 주류에서 벗어난 예외가 아니라 주요 열강의 국민마저도 그와 같은 가치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어려웠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폴란드에 ‘정상(正常)국가’의 지위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라고 강조한다. 이는 역사적 피해자로 폴란드를 바라보던 기존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는 시각이다.

이 책은 또 다른 측면에서 폴란드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어놓는데, 폴란드의 근대사는 동시에 사실상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의 근대사임을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이 책의 출발점인 1795년부터 독립 국가를 선포한 1918년까지 폴란드(공식 명칭은 폴란드-리투아니아 공화국)에는 폴란드인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인과 벨라루스인, 리투아니아인 및 다수의 소수 민족이 섞여 살았다. 폴란드의 위대한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는 벨라루스 태생이었고, 신화적인 독립운동가 피우수트스키의 고향은 리투아니아였다. 그렇다면 피우수트스키가 주창한 독립운동의 목표는 폴란드의 독립인가 리투아니아의 독립인가? 폴란드 공화국이 폴란드인에 의해 세워질 때 폴란드에 사는 다수의 비폴란드인(종족-민족적 의미에서)들은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할까? 이것은 폴란드 민족국가 건설이 초래할 비극을 암시하는 지점이다. 저자는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독립국가의 탄생 과정을 서술하는 대신, 폴란드 공화국이 세워질 때 구성원들이 대외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고 대내적으로 어떤 고통이 뒤따르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한다. 다시 말해서 폴란드 내 여러 민족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위한 다양한 운동을 기술하면서 민족 간 갈등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나아가 저자는 현재의 역사상을 그대로 과거에 투영하는 민족서사를 쓰는 대신, 역사의 과정에 동참한 주체들의 행위와 이면에 깔린 생각 및 온갖 핍박과 전쟁을 겪으며 생존투쟁을 벌였던 민중의 이야기를 민족사 내지는 국가사 서술에 담아냈다. 그래서 폴란드 독립운동이 귀족의 전유물로 치부된 사연을 소개하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쟁취한 독립국가 선포 이면에 깔린 여러 민족의 애환을 다루며, 너무나도 많은 희생자를 낸 레지스탕스의 옥쇄투쟁 ‘폭풍작전’을 비판한다. 이렇듯 궁극적으로 국가, 민족, 독립, 자유, 이념, 전쟁, 학살, 냉전, 성장 같은 개념들로 버무려진 민족서사를 넘어 인간의 숨결이 느껴지는 국가사를 그려낸다는 점이 이 책의 최고 미덕이다.

한편, 피해국의 관점에서 본 유럽 근현대사는 전쟁과 학살, 혁명과 숙청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공간이었다.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희생자 수치가 열거되어 있다. 적게는 수십, 수백 명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 통계가 즐비하다. 마치 국가와 민족의 대의 앞에 인간의 대규모 희생은 필연적인 과정처럼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 폴란드-볼셰비키전쟁, 우크라이나 집단아사(홀로도모르), 유대인 집단학살, 카틴 숲 학살, 바르샤바 파괴, 헝가리 시위대 진압 등. 저자는 건조한 이념 갈등이나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기술하는 태도보다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민초들의 치열한 생존투쟁과 숙명적인 분노와 체념을 담아내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폭력의 야만성이 열강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탄압하는 폴란드인, 나치의 힘을 빌려서라도 분리 독립하기 위해 폴란드인 십만여 명을 살해하는 우크라이나인에 관한 서술에서 저자의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역사인식이 돋보인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의 추천사를 인용해, ‘신의 놀이터’라 불릴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폴란드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국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읽고 쓸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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