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한국역사의 이해 (책소개)/2.한국사일반

반전의 한국사

동방박사님 2022. 3. 2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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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안정준
 
1979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 사학과에서 고구려사를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라는 역사·지리적 공간을 배경으로 한 고대사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대중의 역사 인식과 역사학의 사회적 역할 문제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동료 연구자들과 ‘젊은역사학자모임’을 결성하여, 국력과 영토에만 집착하는 국수주의적 성향의 역사관이나 반지성주의에 입각한 역사 왜...
 

책 속으로

역사학에는 본래 국적(國籍)이 따로 없다. 오히려 맹목적인 국가주의 내지 ‘상대와 우리’를 강하게 구분하려는 그릇된 역사 인식이 현재 동아시아 역사 분쟁의 원인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종 가치관·이데올로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즉 비판적 성찰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 p.8

손권의 무모한 ‘로맨스’는 스스로에게도 잔인한 배신의 칼날로 돌아와 꽂혔을 뿐만 아니라, 상대편인 공손씨와 고구려를 멸망 내지 괴멸 수준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한마디로 손권은 의도치 않게 모든 것들을 파멸시켜버린 ‘파괴왕’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이 가슴 아픈 비극적 로맨스에 억지로 선악(善惡) 구도나 인과응보를 그리지는 말자. 단지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냉정하게 되짚어보면서 현재 동아시아 각국 정상들의 웃음 뒤에 숨겨진 치열한 이해타산과 그 밑바닥의 욕망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안목이 더해지면 그만이다.
--- p.39

역사의 연구는 단순히 사료를 있는 그대로 읽어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당시의 국제 정세와 다양한 외교적 행위의 이면을 살피지 않은 채 사료 내용만 그대로 믿는다면, 『송서』의 표문에서 보이는 왜 국왕의 허풍이나 과장도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고대 국제관계 속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백제의 요서 진출 관련 기록 또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71

고선지는 8세기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여러 나라들이 겨루던 역사 현장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며, 당 제국과 명운을 함께했다. 당나라에 멸망당한 고구려 유민의 후예가 총사령관에 임명되었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를 둘러싸고 일어난 수많은 사건은 굴곡진 그의 생애와 더불어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 p.185

무왕의 과격한 외교 행보는 지금 시점에서도 상당한 논란거리이다. 당이 음흉한 의도를 가지고 동생 대문예의 존재를 이용했던 것은 명백하지만, 분노로 독이 오른 무왕이 필요 이상으로 대응함으로써 자국과 주변 세력들까지 전쟁이라는 파국으로 몰아간 과정은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결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잇따른 행운이 아니었다면 자칫 건국 초기 왕실과 국가의 운명에 위태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 p.218

13세기 이래 동아시아의 거대한 지각변동은 고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진행되었다. 세계 제국 몽골이 등장하고 그 치하에서 고려의 국가적 존립을 위협하는 여러 세력들이 나타났을 때, 고려 왕실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단순히 과거의 영화(榮華)만을 기억한 가운데 일국의 국왕이라는 허울에 매달려 무기력하게 쓰러졌는가, 아니면 그동안 지켜온 원래의 자리 대신 거대 제국과의 결탁을 통해 또 다른 지위를 얻어냄으로써 난국을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했는가. 당시 고려 왕실이 택했던 극적인 선택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종종 힘든 선택을 강요받거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p.287-288
 

출판사 리뷰

연결된 세계, 흐름과 맥락으로
새롭게 읽는 한국사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8년 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뺏긴 우크라이나는 이번 침공에도 무방비로 당하는 중이다. 나토 회원국 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기대했던 서방 국가의 지원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 결국 힘도, 동맹도 없는 우크라이나의 평화 호소만으로는 러시아 탱크를 막기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는 사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 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로 인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 그 틈을 타서 이번에는 중국이 대만을 공략하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 특성상 외교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곤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배우는 국사란 한반도라는 특정 공간, 한민족이라는 특정 민족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순대로 서술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의 한국사』는 동아시아 무대 위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시대 다양한 지역과 국가 간 관계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한국사’를 보여준다.

경계와 이즘 너머
동아시아 속 관계성에 주목하다


오늘날 우리는 글로벌 공동체에 속해 있음에도, 역사를 쓰고 읽을 때만큼은 바깥 세계와 우리를 분리하려 든다. 예를 들어 3세기 고구려가 위나라 관구검의 침입으로 멸망할 뻔한 이야기는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 이 사건이 중국의 위·촉·오 삼국시대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위나라가 요동 변방의 한 신흥 세력에 불과한 고구려까지 쳐들어온 배경에는 촉나라 승상 제갈량의 죽음과 오나라 황제 손권의 무모한 외교적 행보가 있었다.(☞「1부 오나라 손권과 고구려의 비극적 로맨스」 참조)

이렇게 동아시아라는 지리적·역사적 범주 속에서 한국사를 조망하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에 가려진 새로운 면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한 예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몽골제국과 고려 간 관계를 생각해보자. 당시 고려는 세계사적 대격변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몽골제국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유럽까지 정복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강력한 지배자로 우뚝 섰다. 이 와중에 무조건 몽골제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이 능사였을까? 심지어 고려 왕실은 몽골제국의 힘을 빌려 고려 내정에 간섭하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몽골 장수와 일부 고려인 세력들도 견제해야 했다. 이렇게 보면 고려왕이 먼저 나서서 몽골제국의 부마국이 되겠다고 자처한 것은 자주성의 포기가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 내 고려 왕실의 지위를 상승시킴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여러 세력들에 대응해 정국을 안정시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7부 고려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참조)

오해와 욕망을 걷어낸
진짜 우리 역사와 만나다


관계성에 주목하는 역사 서술은 오늘날 역사 분쟁의 배경과 본질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일본의 임나일본부설과 백제의 요서진출설을 근거로 당시 국제 정세와 다양한 외교적 행위의 이면을 살피지 않고 사료를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6세기 전반 백제 사신은 유창한 중국어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신라는 백제의 속국’이라는 거짓을 고하고 중국 황제로부터 높은 책봉호와 사여품을 얻어내는데, 그 거짓 증언이 고대 사료 중 하나인 〈양직공도〉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 (☞「2부 백제 사신의 뻔뻔한 거짓말」 참조) 이를 그대로 믿는다는 건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을 향해 던진 위협 발언을 미래의 역사가가 그대로 믿고 북한이 미국과 견줄 정도의 국력을 지닌 나라였다고 판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역사학은 기록에 의존하는 학문이지만 기록은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그 기록을 읽어낼 때 현재의 필요에 따라 해석하려는 욕망이 개입해 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반전의 한국사』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종 가치관과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 역사를 선보인다.

『삼국지』보다 재미있고 『대망』보다 실용적인
흥미진진한 역사 스토리텔링


『반전의 한국사』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문학적 재미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정치문화나 사회·경제적 구조 같은 거시적인 힘의 변화에 따라 연도별로 무미건조하게 서술하는 형식을 지양한다. 대신 개인의 선택과 상황, 우연 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예상치 못한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 안에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공동체의 운명을 바꾸고, 형제 간 앙금이 동아시아 전쟁으로 확대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오늘날 역사의 쓸모란 인간의 본성과 그 인간들이 모여 이룬 사회의 성향을 탐구함으로써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과 갈등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이 의리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기도 하고 권력과 생존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벌이기도 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처세부터 국가의 전략까지 도움이 될 만한 교훈과 통찰을 제공한다.
 

추천평

역사를 공부하면 재미있고 유익한 지식이 쌓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를 상대화하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 자란다.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보는 확증 편향이 횡행하는 지금 시대에 특히 필요한 능력이다. 『반전의 한국사』는 민족주의가 앞서기 쉬운 한국사를, 동아시아라는 공간과 다양한 관점으로 시야를 확대해 재구성했다. 독자는 탄탄한 실증의 바탕 위에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 이 책을 통해 역사 읽기의 진정한 의미와 매력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이익주(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전문 역사학자인 저자가 다양한 사료를 소개하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을 발휘해 먼 과거의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책에서 독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각자의 정의, 욕망, 선의, 그리고 배신을 재료 삼아 만들어내는 극적이고 흥미로운 드라마와 만난다. 지적 충족감과 유쾌함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역사 스토리텔링이 여기 있다.
- 기경량(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드디어 나왔다. 우리는 늘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기에 외교는 삶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본 외교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준 역사서는 없었다. 이미 나왔어야 할 책이 이제야 나왔다. 그것도 제대로.
- 최태성(역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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