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중국.동아시아 이해 (책소개)/4.동양역사문화

동아시아 역사 속의 신해혁명

동방박사님 2022. 3. 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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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을 탄생시킨 신해혁명의 아시아적 의의는 무엇인가?

신해혁명은 2000년 이상 지속되어온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수립한 공화혁명으로서의 측면과 이민족인 만주족의 지배로부터 한족의 독립을 도모한 민족혁명이라는 두 가지의 측면이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중국사에서 더없이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인 신해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중국근현대사학회가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엮은 책이다.

아시아 각국의 근대사는 모두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이에 대한 반제민족해방운동을 공통된 조류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시아 근대사,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근대사는 각각 일국사로 존재했다기보다 하나의 역사공동체로 존재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신해혁명이 신해혁명 전후 시기 동아시아가 어떠한 역사적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던가를 살피는 제1부와 동아시아에서 공화혁명의 확산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제2부, 청조의 멸망 후 중국으로부터의 이탈, 독립을 추구했던 중국 주변 국가 또는 민족들의 민족혁명을 다룬 제3부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

서론 동아시아 역사 속의 신해혁명 : 공화혁명의 확산과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재편_배경한

제1부 신해혁명 시기의 동아시아
제1장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과 신해혁명 : 장젠의 입헌운동을 중심으로_무라타 유지로
제2장 신해정변과 일본_상빙
제3장 신해혁명 전후시기 쑨원의 아시아 인식_배경한

제2부 공화혁명의 확산
제1장 신해혁명과 한국독립운동_김희곤
제2장 근대중국의 공화제 실험과 제국일본의 동요_한정선

제3부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재편
제1장 청말 혁명파의 내셔널리즘 : 우루전과 『연길변무보고』_김형종
제2장 주권의 형성 : 20세기 초 중국과 티베트 몽골_오카모토 다카시
제3장 한인이 주체가 되는 중화민국에 직면하여 : 신해혁명 시기 소수 민족들의 곤경과 선택_우치나
 

저자 소개

저자 소개
배경한(裴京漢) 신라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사학과 교수
상빙(桑兵) 중국 중산대학 역사학과 교수
무라타 유지로(村田雄二郞)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총합연구과 교수
김희곤(金喜坤) 안동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
한정선(韓程善)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형종(金衡鍾)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사학과 교수
오카모토 다카시(岡本隆司) 일본 쿄토부립대학 교수
우치나(吳啓訥) 타이완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연구원
 
 

책 속으로

신해혁명은 군주제의 타도를 통한 공화체제의 수립을 목표로 한 공화혁명이지만, 이와 동시에 그 진행 과정에는 만주족의 지배에 대한 한족(漢族)의 저항이라는 민족주의 내지 종족주의 혁명으로서의 성격이 있다. 신해혁명의 이러한 두 가지 측면 모두는 신해혁명 발발 당시 중국 주변의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번 회의에서 제시하고자 한 논점은 바로 이 두 가지 측면에 대한 동아시아 지역사적 검토라고 할 수 있다. 즉 첫째, 신해혁명이 아시아 내지 동아시아에서 공화제(넓게는 민주주의)의 수용과 확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둘째, 민족주의 혁명인 신해혁명의 결과로 청조(?朝)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사라짐으로써 중국 주변 약소민족들이 중국의 지배로부터 이탈하거나 독립하려는 민족주의(넓게는 동아시아 민족 간의 호혜와 평등)운동을 확산, 전개해갔다는 측면이다.---p.11

이 한인 지사들은 쑨원을 비롯한 중국 혁명파 인사들과의 교유를 통해 공화주의를 자신의 정치적 이념으로 받아들였으며, 일부 한인 유학생들은 학생군과 국민연운동(國民捐運動)에의 참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국혁명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헌신하고 희생해 중국혁명이 성공하고 나면 중국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독립과 근대적 국가건설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한인 지사들은 1919년 한국의 망명정부인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임시정부가 공화제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점에서 신해혁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해외 독립운동이 본격화하는 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의 방향을 공화국 수립으로 설정하는 데도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p.48

청 말 입헌운동을 단순히 중국의 내정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청 말의 입헌운동을 근대 제도와 사상을 흡수하고 이식하는 과정으로만 이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청조의 마지막 10년은 내정과 외교가 전례 없이 결합되고 서로 따라 움직였던 시대였다. 일본에 대항하는 민족의식뿐만 아니라 의회정치의 발전과 문명국가 건설, 그리고 이후 민국 시기 정치운동의 기본적인 판도까지도 거의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p.77

근대 중국의 지식과 제도 변화의 복잡성은 일본학문(동학)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파악하기 어렵다. 일본은 장기간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메이지유신이 크게 성공한 뒤에야, 특히 청일전쟁, 무술유신과 신정 이후에야 중국과 일본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그 후 중국의 정신세계는 일본의 영향을 깊이 받아 정식 학과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명사 모두가 일본의 메이지유신 이후에 생긴 ‘신한어’에서 왔다. 그중에는 차용한 것, 새로 만든 것, 병합한 것도 있으며, 또 상당 부분은 중국으로부터 따왔다. 이는 중국에 온 외국 인사들이 번역을 위해 그들의 중국인 조수와 함께 공동으로 고안해낸 것이었다. 다만 중국인들의 생활 반경에서는 통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에 일본으로부터 ‘역수입’된 것이다.---p.126

청조의 몰락으로 중앙권력의 공백이 생긴 가운데 터져나온 몽골, 티베트 등 ‘변방’의 독립 요구는 만주족 지배로부터 한족의 해방을 주장하는 신해혁명과 마찬가지로, 이민족 한족의 지배로부터 각 소수민족이 해방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변방 약소민족들의 독립 요구를 열강의 중국분할책이 가져온 과분의 위기로 본 쑨원을 비롯한 혁명파의 대응은 몽골, 티베트에 대한 군사정벌 주장에서 잘 드러나듯이 철저하게 전통적인 중화주의적 태도 혹은 (영토) 관념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군사정벌론의 다른 대안으로 제기된 오족공화론도 변방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급조된 소수민족 무마책이었으니, 다른 면에서 보자면 이는 전통적인 중화주의적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종인 셈이었다.---p.148

중국에서 출현한 공화제는 이웃 아시아 국가에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입헌군주제의 성립을 통해 아시아에서 근대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자부하던 제국 일본에서는 더욱더 투명한 정치 과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개혁운동의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개혁운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해혁명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진 세력을 형성시켰고, 이들 간의 경쟁이 기존의 메이지 체제를 이완시키는 가운데 개혁 세력의 성장이 가능했다. 이러한 구조적 변동이 1920년대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출현할 수 있는 토양이 된 것이다.---p.182

신해혁명기는 ‘중화’나 ‘중국’이 무엇을 의미하고, 거기에 포함되거나 배제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모색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내셔널리즘의 형성기이고, 이러한 흐름은 점차 중화민족론으로 수렴되는 과정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우루전의 사상은 이런 점에서 보면 초보적이지만 영토나 국가·주권에 대한 기초적 개념을 분명히 갖추고 있어, 근대 내셔널리즘의 선구적 양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오늘날 현대 중국의 영토 인식의 원형을 보여준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p.237

한족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국가에 직면하여 이전에 청 제국에 복종했던 소수민족들은 어려움 속에 서로 다른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그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서양 열강이 아시아에서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정치질서를 추진하고 있던 상황을 고려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장, 몽골, 티베트 등 지역에 대한 청조의 영향력이 쇠퇴한 것은 기본적으로 열강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시작되었다.
---p.299
 

출판사 리뷰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을 대표하는 중견 연구자들이 모여 현대 중국이 형성되는 전환점이 된 신해혁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여 신해혁명의 새로운 의의를 찾았다. 특히 신해혁명을 중국 일국의 역사가 아니라 전체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이다. 신해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동아시아가 어떻게 연결되어 국제무대에 편입해가고 있었는가를 살펴보고, 중국 주변의 국가와 민족들이 서양 열강 및 전통적 지배질서에 대항해나가는 과정에서 신해혁명이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찰해봄으로써 그간의 연구들과 다른 국제적 시각에서 신해혁명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