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3.일본근대사

근대도시 공간의 문화경험

동방박사님 2022. 4. 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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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도시는 기본적인 추세로서 균일적인 공간을 창출하여 사람들에게 도시적 규범의 내면화를 강요하지만, 동시에 그 균일성의 통제하에서 다양한 결합체를 만들어내어 중층적인 공간을 출현시킨다. 지은이는 풍부한 자료를 종횡으로 엮어가며 이 균일화/중층화된 도시공간의 역사적 전개와 그 안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영위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일본의 역사학이 도시를 대상으로 하게 된 1980년대에 도시사 연구를 시작한 지은이는 1990년대 들어, 도시공간의 극적인 변화와 역사학의 '공간론적 전회'에 입각한 새로운 수법으로 도시사 연구의 신국면을 열었다. 『'고향'이라는 이야기-도시공간의 역사학』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새로운 근대 일본상을 제시한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근대 도시공간과 ‘민중’의 도시경험
1. 근대 도시의 형성―제1기
1) 근대 도시의 유형과 네트워크 2) 균일적인 공간과 중층적인 공간
2. 근대 도시공간의 전개―제2기
1) 도시화의 진전과 도시문제 2) ‘살아 움직이는 공간’의 새로운 단계
3. 전시의 도시―제3기
1) 군수산업과 도시화 2) 제도화되는 도시공간

제1부 ‘국민’의 형성과 도시공간

제1장 제국의 수도 도쿄

들어가며
1. ‘문명화’의 과정
1) 신체 길들이기 2) 정신의 거푸집
2. 문명의 수도/수도의 암흑
3. 향우회의 세계
글을 마치며

제2장 문명/야만/암흑
들어가며
1. 야만의 제상/암흑의 광경
1) 행위로서의 야만 2) 암흑의 두 가지 제시
2. 암흑의 ‘변용’
1) 내부화되는 ‘빈민굴’과 ‘빈민’ 2) 암흑의 ‘전이’
글을 마치며

제3장 『소년세계』와 독서하는 소년들―1900년 전후 도시공간 속의 독자공동체
들어가며
1. 『소년세계』의 세계
1) ‘우리들’의 공동성 2) 차이의 제시
2. 『소년세계』의 ‘독자공동체’와 그 위상
글을 마치며

제2부 모더니즘과 내셔널리즘의 도시공간

제1장 1920년대, 민중문화와 내셔널리즘

1. 지역의 변모와 민중의식
2. 민중문화의 제상
3. 내셔널리즘과 민중의식
4. 민중문화의 행방

제2장 간토 대진재의 메타히스토리를 위하여―보도·애화·미담
들어가며
1. ‘전체’를 만드는 방법
1) 내부와 외부 2) 경험의 고정화
2. ‘애화’와 ‘미담’의 시학
글을 마치며

제3장 도시구조 전환기의 사카이 도시히코―선거·시의회활동·시민운동
들어가며
1. 도쿄 시의원선거 출마
1) 입후보까지의 우여곡절 2) 선거활동의 양상
2. 도쿄 시의회의 무산정당 시의원으로서
1) 『무산시민』 2) 무산운동·주민운동·시민운동
글을 마치며

제3부 동원되는 도시공간

제1장 모더니즘에서 동원으로―총력전하, 요코하마 민중의 동향

1. 다양한 ‘행사’와 사회조직
1) ‘애시’와 ‘부흥’ 2) 위생조합·정내회 3) 청년단의 활동
2. 동원과 통합
1) 길거리 단속 2) 방공연습과 결핵예방국민운동

제2장 ‘어머니의 나라’의 여성들―오쿠 무메오의 전시와 전후
들어가며
1. 여성/생활/공동
2. 전시동원체제하의 오쿠 무메오
1) 여성의 ‘국민화’ 2) ‘전시생활’의 논리
3. 연속하는 생활/사회관
부론: 근대일본도시사 연구의 두 번째 무대
들어가며
1. 근대일본도시사 연구의 도정
2. 도시공간의 분석
1) 도시를 지탱하는 것 2) ‘삶의 터전이 된 도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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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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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나리타 류이치
나리타 류이치(成田龍一)는 1951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일본사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현재 니혼조시日本女子 대학 인간사회학부 교수로 일본근현대사와 도시사회사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고향’이라는 이야기?도시공간의 역사학』(한국어판, 동국대출판부, 2007), 『다이쇼 데모크라시』, 『‘전쟁 경험’의 전후사-말해진 체험/증언/기억』, 『근대 지의 성립』(공저) 등이 있다.
역자 : 서민교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히도쓰바시一橋 대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려대 강사로, 전공은 일본근현대사(일본군사사), 한일관계사이다.
 
 

책 속으로

‘고향’은 (1) 자연의 정과 향수로서 이야기되었고, (2) 국가와 관련시킴으로써 자명한 것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가게야마는 ‘고향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여 마땅한 정을 끊을 수 없는 것은 자연의 도리이다’라고 말하며 ‘고향은 우리 모두가 함께 태어나고 함께 성장하고 우리 모두의 부모가 계신 곳, 우리 모두의 조상들의 무덤이 있는 땅이다. 어찌 우리가 잊을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고향이 국가와 유사한 것으로 이야기되어, ‘애향심’과 ‘애국심’은 ‘근원’이 같다고 지적되고 하나의 고향--하나의 현--하나의 국가라는 동심원이 상정되었다. 동심원의 원점으로는 종종 ‘공공심’이 언급되었다.--- p.114

문명=근대적 행위의 규범을 보여준 것으로는 1872년부터 순차적으로 공포된 이시키카이이 조례가 유명한데, 법령을 비롯해 저작활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문보도를 통해 야만이 화제가 되었다. 여기서는 야만이 (1) 전근대적인 관습이나 행동, (2) 자기 내면을 억제하지 못하는, 거칠고 난폭한 행위, (3) 근대적 지식=문명의 결여로서 제시되었다.--- p.125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고다마는 구미의 문명을 기준으로 하여 일본을 그것과 일체화시킨 다음에 문명 밖의 암흑의 지역을 묘사한다. 그런데 그 지역이 암흑인 것은 울창한 밀림과 맹수의 존재라는 자연의 ‘과잉’과 함께 ‘무지’하고 ‘기묘’(=‘결핍’, ‘일탈’)한 ‘토인’이라는 존재에 의한 것으로, 암흑을 논함에 있어서 ‘인종’의 비중이 높다. 매리 프랫이 말하는 ‘제국의 시선’이다. (…) 식민지 대만과 조선에도 마찬가지로 ‘제국의 시선’이 향해, 암흑을 일본 밖으로 전이시킬 때에는 인종주의와 식민지주의에 근거한 ‘시선’이 나타난다. 국민국가 일본이 스스로를 문명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병행하여 일본이라는 의식의 형성에 따른 인종주의와 식민지주의가 20세기 초두에 새로운 암흑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국민화라는 작위에 의한 새로운 암흑은 유럽 문명이 이계라고 간주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와 식민지로 구성되고, 그 지역으로 설정되어갔다.--- p.157

『소년세계』는 전쟁, 역사, 언어와 시, 인종을 거점으로 삼아 ‘우리들’/‘그들’을 구분하고 ‘우리들’의 공동환상과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우리’(베네딕트 앤더슨)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동시에 『소년세계』는 주로 ‘소설’란과 ‘소녀’란을 통해 ‘우리’ 내부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1) 차이의 존재에 대한 제시, (2) ‘배려’의 가치화, (3) 차이 창출의 배경으로서의 학력사회, 이 세 각도에서 『소년세계』가 제시하는 ‘우리들’ 내부의 차이를 고찰해보자.--- pp.180~181

그러나 간토 대진재 때 도쿄와 그 근교에서 도시 민중이 자경단을 결성하고 조선인들의 폭동이라는 유언비어를 믿어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한 일은 민중의식의 저류에 흐르는 내셔널리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도시 민중소요의 담당자이고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추진력이었던 직공·직인·도시잡업자들이 지역의 ‘유지(旦那衆)’―지주, 건물주, 유력상인, 관리직―에게 ‘이용’당해 손을 적셨다. 도시 민중 속에는 식민지영유국이라는 대국의식과 조선인노동자의 진출로 인해 직장을 빼앗긴다는 위기감이 있었던 터에, 관헌에 의한 유언비어의 전파·방치 아래에서 그들이 가해자로서 등장했던 것이다.--- p.235

이렇게 모더니즘 안쪽으로 내셔널리즘이 혼입되는 한편 내셔널리즘도 모더니즘에 대응하여 그 요소를 포섭한다. 모더니즘이 생활에 침투함과 동시에 거기에 곧바로 대응하는 ‘새로운 내셔널리즘’이 대두하는 것이다. 국체 관념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놓쳐서는 안 되지만, 진재 후의 민중의식은 경제대국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도시문화가 발전하는 가운데 그러한 번영에서 소외되고 공황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아 경제적·정신적·육체적으로 피페해지고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갖는 이 내셔널리즘으로 규정되고 특징지어진다. 번영하는 국가경제의 한켠에서 식구들이 모두 벌어야 가까스로 생계를 이을 수 있는 민중의 경제상태가 이러한 내셔널리즘의 모태였다. 이 ‘새로운 내셔널리즘’은 국가보다 오히려 자본, 즉 매스미디어에 의해 폭넓게 확산되어간다. 1925년 1월에 창간되어 74만 부가 매진된 잡지 『킹』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p.241

‘미담’은 이렇게 해서 은폐를 동반하는데, 이것을 서술의 수준에서 말하자면, 조선인은 항상 ‘이야기의 대상’으로 설정되어 등장하고, ‘말하는 주체’로서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토 대진재에서의 조선인의 체험은 항상 ‘대상’으로 취급받는 데에 그쳤다. 학살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제목으로 한 김건의 작냇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불온서적’으로 규정되어 봉인당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p.303

‘사변’은 사람들의 동원을 필요로 한다. ‘사변’하의 동원 형태로는 두 가지가 보이는데, 둘 다 지역의 조직을 매개로 하지만 한편에서는 ‘사변’에 동반되는 ‘군국’을 핵으로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화’에 동반되는 ‘모더니즘’에 의해 초래된 가치를 핵으로 한다. 전자는 방호단을 통한 방공연습, 후자는 위생조합에 의한 ‘건강주간’과 결핵예방국민운동으로 전개되어, 각각 도시의 민중을 통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동원으로 끌어냈다. 방공연습을 벌이는 방호단은 1932년 4월 3일에 나온 ‘요코하마·가와사키 비상변재 요무 규약’에 의거하여 설립된다.--- pp.385~386

근대 일본의 도시사 연구의 실증성은 풍부해졌지만, 새로운 과제의 설정에 대해 고심하면서 다시 새롭게 도시사 연구의 존재기반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근대일본도시사 연구가 이렇게 착종하는 커다란 부분은 ‘지금’의 도시공간에 대한 파악이 곤란하다는 데에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의 도시공간은 활황을 띠고 ‘혁신’의 기운이 꿈틀대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의 도시공간은 ‘보수’의 거점이고 시니시즘이 만연한 것처럼 보인다. 도시공간의 활력을 어떻게 불러일으킬 것인가, 또 그러기 위해서 근대 도시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포함해서 도시사 연구와 도시공간에 대한 ‘지금’의 이러한 관찰이 필자가 이 논문집을 묶으려고 생각한 내적인 계기이다.
--- pp.467~468
 

출판사 리뷰

도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문명/야만, 모더니즘/내셔널리즘의 충돌과 공존,
그리고 총력전체제하의 문화변용,
도시의 시점에서 일본의 근대를 재구성한다!


도시는 언제나 그 시대의 ‘첨단’을 체현한다. 기원은 4,000년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도시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산업도시라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와 도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사회사학자 나리타 류이치가 ‘방법으로서의 도시사’라는 관점에 서서, 1860년대의 개항과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국민국가를 형성하여 근대화·산업화를 추진하던 시기부터 태평양전쟁 패전 후의 1950년까지 이어지는 근대 일본 도시공간의 형성-전개-변용을 통해 일본 근대사를 재구성한 역작이다.

일본의 역사학이 도시를 대상으로 하게 된 1980년대에 도시사 연구를 시작한 지은이는 1990년대 들어, 도시공간의 극적인 변화와 역사학의 ‘공간론적 전회’에 입각한 새로운 수법으로 도시사 연구의 신국면을 열었다. 『‘고향’이라는 이야기-도시공간의 역사학』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새로운 근대 일본상을 제시한다.

첫째, 그동안 주로 농촌을 모델로 하여 일본사회의 ‘반(半)봉건성’과 ‘특수성’(이른바 ‘뒤늦은 근대’, ‘왜곡된 근대’)을 강조해왔던 사회경제사 중심의 ‘전후역사학’과 달리, 지은이는 일본 근대의 ‘근대성’과 ‘보편성’에 비중을 둔다. 그리고 그것은 “전후역사학으로부터의 이륙을 민중사 연구를 거쳐 사회사 연구의 방향으로 해내려고 하는 시도”이다.
둘째, 일본의 근대 도시는 뉴욕이나 런던의 뒤를 쫓는 게 아니라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그 도시들과 구체적·직접적으로, 상징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으면서 역사적 과정을 진행하는 도시로 포착된다.
도시는 기본적인 추세로서 균일적인 공간을 창출하여 사람들에게 도시적 규범의 내면화를 강요하지만, 동시에 그 균일성의 통제하에서 다양한 결합체를 만들어내어 중층적인 공간을 출현시킨다. 지은이는 풍부한 자료를 종횡으로 엮어가며 이 균일화/중층화된 도시공간의 역사적 전개와 그 안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영위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근대 도시 네트워크를 보는 눈
한편, 세계의 근대 도시 시스템과 궤를 같이하며 19세기 후반 이후 국민국가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작동하기 시작한 일본의 근대 도시 시스템은 식민지 조선의 근대를 형성한 주요한 벡터였다. 그렇기에, ‘문명/야만/암흑’의 구도 속에서 ‘제국의 시선’의 대상이 되었던 식민지 조선과 1923년 9월 1일에 일어난 간토 대진재(大震災)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우리와 직접 연관되는 문제 외에도, 이 책은 한국의 근대, 한국의 근대 도시와 도시공간을 생각하는 데에 시사하는 바 크다.
나아가 지은이도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하듯, 지금은 1920년대의 모더니즘이 도쿄-서울-상하이를 동시에 시야에 넣은 동아시아의 모더니즘으로서 논의되고, 동아시아의 기억의 장을 고찰하는 한일 공동프로젝트도 시작된 시기이다. 지은이는 또한 ‘문화/경험’의 관점에서 볼 때, 2003년 ‘문화도심’을 구가하며 개장한 롯폰기 힐즈, 2008년의 아키하바라 묻지마 살상사건, 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현대도시/공간의 풍경은 ‘근대’가 우리를 더욱더 강하게 속박하고 농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근대’와 ‘지금, 여기’를 관통하는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은 자못 뜻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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