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본학 연구 (책소개)/3.일본근대사

21세기 일본의 역사학

동방박사님 2022. 4.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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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세기 일본 지성사

메이지유신 이래 진보와 굴절을 겪어 온 일본 역사학의 큰 흐름을 시대사, 분야사, 역사관 등에 걸쳐 비판적으로 종합한 책이다.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역사학계의 중심에서 활동한 지은이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선배, 동료, 후학의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역사학의 과거를 비평하고, 일본 국가와 역사학의 관계, 역사학자의 사상과 문제의식까지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역사학의 수난과 권력 영합을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일깨워 주고 미래 역사학을 전망하고 있다.

메이지 지대의 상고주의, 국체사관, 랑케식 실증주의, 황국사관, 근대주의, 문화사 그룹, 강좌파, 전후역사학, 사회사, 향토사, 마이노리티의 역사 등 근현대 역사학이 지향한 거의 모든 부류를 분석과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가운데 20세기 일본 역사학의 흐름은 지은이는 크게 사관을 중심으로 실증주의, 근대주의, 마르크스주의 세 갈래로 나누어 시대사와 분야사를 검토한다.

 

목차

머리말
들어가며: 사학사에 대한 시각

1부 근대 역사학의 성립
1장 메이지유신과 일본사학
2장 문명사·계몽주의 역사학의 전개
3장 근대 실증주의역사학의 탄생
4장 ‘구미식 근대의 가능성’을 역사에서 찾기
5장 고유문화와 사회·민중의 발견
6장 다이쇼·쇼와 시기의 도시사와 문화사
7장 사회구조와 변혁의 관점
8장 군국주의 광풍 하에서의 실증 연구
9장 전쟁과 초국가주의 역사관

2부 현대 역사학의 전개
1장 ‘전후역사학’의 발상
2장 마르크스역사학에 대한 비판 속에서
3장 고도 경제성장과 일본사학의 전환
4장 ‘근대’ 비판과 사회사 연구
5장 역사의 총체적 파악을 향해
6장 근현대사를 보는 눈
7장 연구 체제의 확충과 사료·자료의 조사·정비

맺음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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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나가하라 게이지 永原慶二
1922년 중국 다롄 태생. 도쿄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봉건제의 성립 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8년부터 1986년까지 히토쓰바시대학 교수를 지냈고 정년퇴임한 뒤 일본복지대학과 와코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특히 장원제와 영주제를 바탕으로 일본 중세사 연구의 기초를 확립했고, 역사학연구회 위원장, 일본학술회의 회원, 문화재보호심의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60여 년 동...
 
역자 : 하종문
한신대학교 일본지역학과 교수.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편찬위원과《역사비평》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일본사학과에서 〈전시 노동력 정책의 전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역사와 책임》(2008, 공저)과 《東アジアの歷史政策─日中韓對話と歷史認識》(2008, 공저), 《미래를 여는 역사》(2006, 공저), 《근현대 일본정치사》(2000)등이 있고, 옮긴 책으...
 

출판사 리뷰

20세기 일본 지성사

메이지유신 이래 진보와 굴절을 겪어 온 일본 역사학의 큰 흐름을 시대사, 분야사, 역사관 등에 걸쳐 비판적으로 종합한 책이다.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역사학계의 중심에서 활동한 지은이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선배, 동료, 후학의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역사학의 과거를 비평하고, 일본 국가와 역사학의 관계, 역사학자의 사상과 문제의식까지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역사학의 수난과 권력 영합을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일깨워 주고 미래 역사학을 전망하고 있다.
일본 지식인 사회의 분위기가 급속히 우경화로 치닫던 시기에 ‘역사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2001년) 봄, 또다시 역사 교과서 문제가 발생하고 ‘역사관과 역사인식’ ‘내셔널리즘’ ‘국민국가’ ‘역사 왜곡’ 등이 나라 안팎에서 치열하게 되물어짐에 따라 …… 교과서 문제를 역사학·역사교육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근원적으로 살펴보고, 또 비판하기 위해서도 사학사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불가결하다는 것이 집필을 결심한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머리말

실증주의역사학에서 마르크스역사학까지

이 책은 메이지 지대의 상고주의, 국체사관, 랑케식 실증주의, 황국사관, 근대주의, 문화사 그룹, 강좌파, 전후역사학, 사회사, 향토사, 마이노리티의 역사 등 근현대 역사학이 지향한 거의 모든 부류를 분석과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가운데 20세기 일본 역사학의 흐름은 지은이는 크게 사관을 중심으로 실증주의, 근대주의, 마르크스주의 세 갈래로 나누어 시대사와 분야사를 검토한다.

시게노 야스쓰구(重野安繹), 구로이타 가쓰미(?板勝美) 등을 출발점으로 한 실증주의 역사학은 근대 역사학의 토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국학이나 신토 황국사관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그때까지 성역이던 신토(神道)를 객관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게 됨에 따라 발생한 ‘구메 구니다케(久米邦武) 사건’이다. 하지만 고증과 사료에 따른 ‘있는 그대로 서술’을 강조한 실증주의 역사학은 ‘무사상과 탈정치’의 성격을 띠며 사실상 천황제와 군국주의에 눈을 감기도 했다.

근대주의 역사학은 경제사학자 오쓰카 히사오(大塚久雄)와 다카하시 고하치로(高橋幸八?), 법학자인 가와시마 다케요시(川島武宜), 정치사상사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男)가 대표적이다. 오쓰카는 서양경제사를 중심으로 한 막스 베버의 유형비교론을 받아들여 경제사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오쓰카학파를 형성했다. 다카하시는 강좌파와 오쓰카사학을 이어받아 모리스 돕(Maurice Dobb), 폴 스위지(Paul M. Sweezy) 등과 함께 ‘자본주의 이행 논쟁’을 펼쳤다. 가와시마는 일본 사회의 질서로 이어져 온 가족제도와 가족 의식의 전근대성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마루야마는 군국주의와 초국가주의의 정신 구조를 분석하여 뒷날 정치사상계의 거목이 되었다. 저마다 일본 지성계의 맥을 이루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서양 사회의 근대를 모델로 삼아 일본의 근대를 추구했다. 그런가 하면 전전 근대의 ‘왜곡’ ‘미숙’ ‘전근대성’ ‘아시아적’ 같은 말로 표현되는 측면을 극복하는 일이 일본의 민주주의혁명에서 간과될 수 없다고 본다는 점에서, 강좌파의 일본 자본주의 논쟁의 밑바탕에 흐르던 사회 인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더 과거로 올라가면 일본의 후진성에 대한 후쿠자와 유키치(福?諭吉)의 자각을 승계한다고 볼 수 있다.

마르크스역사학은 당면한 일본 사회의 변혁을 위한 역사인식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짊어지고 출발했다. 1932년 《일본 자본주의 발달사 강좌》(전7권, 岩波書店)에서 시작되는 ‘강좌파’의 주역 노로 에이타로(野呂?太?)와 야마다 모리타로(山田盛太?), 하니 고로(羽仁五?)를 중심으로 한 강좌파에서 시작하여 이시모다 쇼(石母田正), 도야마 시게키(遠山茂樹)로 이어지는 ‘전후역사학’에 다다르게 된다. 와타나베 요시미치(渡部義通), 이노우에 기요시(井上淸), 나가하라 게이지, 아라키 모리아키(安良城盛昭), 에구치 보쿠로(江口朴?) 등 두터워진 연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노예제 사회론’ ‘중세 장원과 봉건제론’ ‘발전단계론’ ‘사회구성체론’ 등 시대 상황에서 제기된 활발한 논쟁을 펼치게 된다. 역사의 ‘진보’에 대한 확신은 천황제나 국가에 맞서 민중의 처지와 사회 변혁을 옹호하는 학문적 투쟁이었지만 과학과 보편 법칙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 없는 역사학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지은이의 ‘전공 분야’를 뛰어넘는 폭넓은 시야에 있다. 고대사에서 현대사까지, 고고학에서 인류학까지, 서양사에서 중국사, 조선사, 오키나와와 아이누 같은 마이노리티의 역사까지 미친다.

실제로 일본 역사학의 흐름은 이런 시공간을 뛰어넘는 영역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형성되었다. 독일의 역사학자 랑케(Leopold von Ranke)의 역사학은 일본 근대 아카데미즘 역사학의 틀을 마련했다. 콩도르세와 헤겔은 물론 빈더발트와 리케르트를 중심으로 한 독일 서남학파는 니시다 나오지로(西田直二?)의 교토학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1960년대 고도성장기 냉전적 근대화 이론을 제시한 월트 로스토, 1970년대 사회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역사학에 불을 댕긴 뤼시앵 페브르(Lucien Febvre),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 등 아날학파는 일본 역사학을 풍부하게 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대표적인 동양학자 에드윈 라이샤워(Edwin Reischauer)와 정치학자 로버트 스칼라피노(Robert Scalapino), 역사학자 앤드루 고든(andrew gorden), 최근에 《패배를 껴안고》를 펴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존 다우어(John W. Dower)에 이르기까지 해외의 일본사 연구 성과들도 빠뜨리지 않는다.

시대 현실과 ‘역사학의 사회적 책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임나일본부설, 백제와 아스카 문화, 임진왜란, 개화파, 을사조약에 이은 식민지 지배와 같은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해방 후 한국 역사학의 출발도 일본 제국주의 정책과 식민지 관학에서 비롯되었다. 지금도 굳건한 동양사(주로 중국사), 서양사(주로 영국?프랑스?독일사), 국사로 나뉜 ‘3과제’도 역시 메이지유신 이래 근대 일본의 유산이다.

“이웃 나라 한반도에 드리워진 국권 상실이라는 운명의 가혹함은 사람뿐 아니라 역사학에도 깊은 생채기를 남겼을 것이며, 짐작건대 우리 역사학의 걸음마는 이 책 1부 4장의 ‘제국주의와 역사학’에 언급된 시라토리 구라기치(白鳥庫吉)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1945년 8월 15일은 역사적인 해방인 동시에 ‘역사학의 해방’이었어야 했다.” ―옮긴이의 말

맺음말에서 선명하게 밝히고 있듯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지은이의 관점은 제국주의?식민지 지배?전쟁 책임 문제를 붙들고 씨름한 ‘전후역사학’의 성취와 의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젊은 세대가 보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완고한 사람이겠지만, 본문에 썼다시피 ‘전후역사학’에는 현실과 역사학 사이에 치열하고 긴장된 관계가 항상 존재했고 나 같은 세대는 어찌됐든 그런 상황과 맞서야 했다.” 지은이는 사료와 사실에 바탕을 두는 역사 연구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역사가의 사상적 구조물일 뿐이라고 역설하며 역사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학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포스트모던 경향에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오늘날 사회사로 주목받고 있는 아미노사학에 대해서도 ‘일종의 공상적 낭만주의 역사관’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전시체제 하의 일본 낭만파와 상통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본디 비판의 학문인 역사학의 임무를 져버린 행태에 대한 추궁인 동시에 오늘날의 역사학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미노 요시히코(網野善彦)는 나가하라의 고교 후배였으며 사료 읽는 법, 논문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가난한 시절 직장을 얻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나가하라 게이지의 역사학은 일본 중세사와 경제사의 큰 맥을 이루고 있지만, 막상 그는 이른바 ‘상아탑’에 머문 적이 없다. 1970년대 이에나가 사부로 교과서소송의 원고측 대리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법정에 섰고, 원호법 법제화와 히노마루?기미가요 문제가 벌어지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실천했다. 새천년 벽두에 불거진 후소샤(扶桑社)의 역사 교과서 문제에 즈음해서는 노구를 이끌고 올바른 역사교육과 역사 화해를 몸소 실천했다(가령 《‘자유주의 사관’ 비판》, 2000년). 또한 ‘전후역사학’ 1세대를 이끌며 1970년부터 1973년까지 역사학연구회 위원장, 1978년부터 1985년까지 일본학술회의 회원, 1978년부터 1993년까지 문화재보호심의회 전문위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시간이 흘러 21세기 초 그의 눈에 비친 일본의 역사학은, 전체적인 역사 인식의 현주소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역사상을 제시할 수 있는 이론의 부재, 즉 전환기에 처해 있었다. 2003년에 나온 《20세기 일본의 역사학》은 여든이 넘은 노학자의 마지막 책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을 옮긴 하종문 교수는 민족문제연구소?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한편, 《역사비평》 편집위원?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편찬위원으로 나라 안팎으로 역사연구와 역사교육에 열정을 다하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세대와 공간을 달리 하는 두 역사학자, 나가하라 게이지와 하종문의 모습이 번번이 겹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