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불교의 이해 (책소개)/1.불교입문인물

화엄사상의 연구

동방박사님 2022. 5. 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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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시이 코세이(石井公成) 교수의 『화엄사상의 연구』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그의 학문적인 업적을 대표하는 책이다. 『화엄사상의 연구』는 동아시아 화엄교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조망하고, 의상과 원효 등 신라의 승려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심도 깊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로써 신라불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동아시아 불교사의 지형을 새로 그리는 등 화엄사상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매우 뜻깊은 책이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엄학자로 거듭났다.

목차

서문 … vii
한국어판 서문 … xiv
역자 서문 … xviii

서론 … 1
1. 문제의 소재 … 1
2. 본서의 개요 … 18

제1부 화엄사상사 연구

제1장 지론종의 『화엄경』 해석 … 29
- 「화엄경양권지귀」를 중심으로
1. 불타삼장, 『화엄경양권지귀』의 의의 … 29
2. 서지(書誌) … 32
3. 『화엄경양권지귀』에서 언급하는 문헌 … 35
4. 사나굴다(?那?多) 역, 『십이불명경(十二佛名經)』과의 관계 … 41
5. 『화엄경양권지귀』의 구성 … 52
6. 『화엄경양권지귀』의 교판 … 56
7. 돈교·점교와 원통 개념 … 71
8. 인과를 통한 분류 … 80
9. 『대집경』과의 관련 … 101
10. 화엄교학과의 관계 … 107
11. 결론 … 110

제2장 지엄의 화엄교학 … 113

제1절 성기설의 성립 … 113
1. 머리말 … 113
2. 『수현기(?玄記)』의 법계연기 … 114
3. 법계연기의 염문(染門) … 116
4. 법계연기의 정문(淨門) … 127
5. 결론 … 152

제2절 부정과 무진 … 155
1. 별교일승의로서의 부정 … 155
2. 성기(性起)와 부정(不定) … 166
3. 부정설의 선구 … 169
4. 부정에서 무진으로 … 185
5. 실천과의 관련 … 193
6. 『장자』와의 관계 … 199
7. 결론 … 205

제3절 『일승십현문』의 제문제 … 207
1. 머리말 … 207
2. 종래의 여러 설 … 208
3. 혜광의 영향 … 216
4. 혜명(慧命) 『상현부(詳玄賦)』와의 유사성 … 230
5. 『일승십현문』의 비판 대상 … 245
6. 결론 … 254

제3장 신라의 화엄사상 … 256

제1절 의상 귀국 이전의 상황 … 256
1. 한국불교의 『화엄경』 수용 … 256
2. 신라의 지론교학 … 260
1) 지론교학의 유포 … 260
2) 름사(?師)를 둘러싼 문제 … 263
3) 름사의 교학적 특징 … 270

제2절 원효의 교학 … 284
1. 머리말 … 284
2. 신역을 둘러싼 논쟁 … 285
3. 화쟁의 근거로서의 『기신론』 … 288
4. 저작의 성립 순서 … 290
5. 『기신론』에 관련된 저작의 특색 … 294
1) 『기신론별기』의 특색 … 294
2) 『이장의』의 특색 … 308
3) 『해동소』의 특색 … 311
4) 결론 … 315
6. 『해동소』 이후의 연구 상황 … 316

제3절 의상의 화엄교학 - 『화엄일승법계도』의 성립 배경 … 319
1. 머리말 … 319
2. 반시(盤詩)의 형식 … 320
3. 의상의 지론교학 … 329
4. 『법계도』의 비판 대상 … 334
1) 동산법문(東山法門)에 대한 비판 … 334
2) 여여무애의(如如無?義)에 대한 비판 … 355
5. 지엄 교학과의 차이 … 368
6. 결론 … 375

제4절 이이상즉설(理理相卽說)의 형성 … 377
1. 머리말 … 377
2. 의상의 이이상즉설과 지엄의 교학 … 378
3. 이이상즉설 출현의 배경 … 385
4. 『법계관문』과의 관련성 … 388
5. 불타삼장(佛陀三藏)과 초기 지론종의 이이상즉설 … 391
6. 정영사 혜원의 육상설 … 394
7. 결론 … 396

제5절 『화엄경문답』의 여러 문제 … 399
1. 머리말 … 399
2. 위작설을 둘러싼 문제 … 399
3. 문체의 문제점 … 403
4. 의상 사상과의 공통점 … 411
5. 삼계교와의 관계 … 420
6. 『석마하연론(釋摩訶衍論)』에 미친 영향 … 427
7. 성립 배경과 유포 상황 … 432

제6절 원효의 화엄교학 … 435
1. 머리말 … 435
2. 『화엄경소』 서(序)와 『장자』의 사상 … 440

제4장 법장의 화엄교학 … 445

제1절 무궁(無窮)과 중중무진(重重無盡) … 445
1. 머리말 … 445
2. 「의리분제장(義理分齊章)」의 구성 … 449
3. 연기인문육의법(緣起因門六義法)의 검토 … 452
1) 상즉의 근거 … 459
2) 상입의 근거 … 462
4. 동체문(同體門)과 무궁(無窮) … 464
5. 무궁(無窮)과 법이(法爾) … 476

제2절 사사무애설의 재검토 … 482
1. 문제의 소재 … 482
2. 법장의 경우 … 488
3. 결론 … 492

제3절 화엄교학의 귀결-법장의 보살계관 … 494
1. 보살계에 대한 동경 … 494
2. 비한인(非漢人) 내지는 비한인계의 불교 … 500
3. 『범망경보살계본소(梵網經菩薩戒本疏)』의 현실주의 … 506
4. 살생과 효의 문제 … 522
5. 『화엄경』과의 관계 … 538

제5장 신라 화엄사상 전개의 일측면(一側面) … 542
― 『석마하연론』의 성립 배경

제1절 『석마하연론』의 성립 배경 … 542
1. 머리말 … 542
2. 논을 만든 목적 … 544
3. 『금강삼매경』과 『금강삼매경론』의 의용 … 550
4. 의상계 사상과의 관계 … 558
5. 『석마하연론』의 성립 배경 … 568

제2절 불이마하연(不二摩訶衍)의 성립 … 576
1. 머리말 … 576
2. 불이마하연설과 『유마경』 「입불이법문품」 … 577
3. 불이마하연설과 길장의 불이관 … 583
4. 결론 … 605

제6장 일본의 초기 화엄교학 … 608
― 주료(壽靈) 『오교장지사(五敎章指事)』의 성립 경위
1. 머리말 … 608
2. 『화엄경』 개강 전후의 상황 … 608
3. 『오교장지사』의 성립 연대 … 622
4. 일승의 선양 … 629
5. 천태 교의의 중시 … 635
6. 화엄 지상주의자에 대한 비판 … 642
7. 화엄 연구의 진전과 폐해 … 662

제7장 쇼무 천황의 조칙에 보이는 서원과 저주 … 666
1. 머리말 … 666
2. 국분사 창건의 칙서 … 668
3. 대불 건립의 조칙 … 693
4. ‘『화엄경』을 근본으로 한다’는 조칙 … 721
5. 결론 … 732

제2부 지론종의 문헌들

제1장 『칠종예법(七種禮法)』 … 737
1. 머리말 … 737
2. 『칠종예법』을 인용하는 문헌들 … 738
3. 여래장 사상에 근거한 예불 … 741
4. 성립의 배경 … 748

제2장 돈황에서 출토된 지론종 문헌 … 750

제1절 혜원 계통 이외의 지론종 문헌 … 750
1. 혜원 계통 이외의 지론사의 교판 … 750
2. 천태의 행위설과의 관계 … 754
3. 결론 … 758

제2절 『대집경』을 존숭하는 계통의 지론종 문헌 … 759
1. 중국에서의 『대집경』 수용 … 759
2. 『대집경』을 존숭하는 파의 『대집경』 주석 … 766
3. 결론 … 773

제3부 자료편

-불타삼장, 『화엄경양권지귀』 교주 … 775

·찾아보기 … 819
·간행사 전문 … 852
 

저자 소개 

저 : 이시이 코세이 (石井公成)
 
1950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76년, 와세다(早稻田)대학 문학부 및 동(同)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1988년, 와세다대학 강사, 1994년 「화엄교학의 연구」로 박사(문학) 학위를 받았고, 1996년부터 현재까지 고마자와 대학교(駒澤大學校) 불교학부 교수로 있다. 전공은 화엄종·지론종(地論宗)·선종·성덕태자 등을 주축으로 하여 인도·중국·한국·일본·베트남에서의 불교 교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

역 : 김천학

 
1962년 서울 출생. 198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철학종교 전공 석·박사과정 수료. 1999년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철학종교 전공 박사학위 취득. 2007년 도쿄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과 인도철학 불교학 전공 박사학위 취득.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교수 및 한문불전번역학과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균여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일본 東京대학대학원 인도철학·불...
 

책 속으로

본서의 기본이 되었던 박사학위논문을 와세다대학에 제출하고 나서 예심위원회가 열렸을 때쯤 비판적 의견이 있었다. 제출 당시 논문은 남북조시대부터 지엄(智儼)에 이르기까지의 중국 화엄교학, 신라의 화엄교학, 법장의 화엄교학, 신라 화엄사상의 전개, 일본의 초기 화엄교학이라는 순서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중국·신라·일본이라는 형태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전달받은 나는 당(唐)의 불교가 신라불교에 영향을 주었고, 그렇게 해서 형성된 신라불교가 당의 불교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것이 나아가 신라에 들어옴으로써 상호 영향 관계에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 결과 본서의 순서대로 심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한 예를 보더라도 불교사를 국가별로 나누고 시대 순으로 고찰해 가는 연구방법이 얼마나 뿌리 깊었던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려나 문헌은 빈번히 이동하기 때문에 여러 국가 간 복잡한 상호 영향은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러한 상호 영향은 동시대뿐만 아니라 시대가 상당히 떨어지더라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대승기신론』을 둘러싼 상황은 최신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대승기신론』에 대해서 중국의 많은 승려들이 주석서를 썼으며 그것들이 신라에 들어오자, 『기신론』을 대승을 총괄하는 최고의 논서로 평가했던 인물이 원효이다. 원효는 그러한 『기신론』 주석서를 참조하여 『해동소』와 『기신론별기』를 저술했다. 그것이 당나라에 들어갔고, 그 영향을 받은 법장이 『대승기신론의기』를 쓰자 그것이 다시 신라에 들어왔다.

원효의 저술이며 『기신론』의 영향이 농후한 『금강삼매경론』도 당나라에 전해지고, 선종 승려들에 의해 읽혀졌다. 원효의 저술은 일본에 대량으로 들어왔으며 나라시대의 여러 사원을 중심으로 널리 연구되었다. 원효 이후 신라에서는 원효와 법장의 영향을 받아 용수가 썼다고 칭해지는 『기신론』의 특이한 주석인 『석마하연론』이 작성되었고, 그것과 같은 작자 혹은 아주 가까운 입장을 가진 인물에 의해 『대승기신론』의 강요를 설했다고 불리는 『대종지현문본론(大宗地玄文本論)』도 만들어졌다.

『석마하연론』은 8세기 후반에 일본에 전래되자 격렬한 진위논쟁이 일었지만, 구카이(空海)는 매우 존중하였으며 진언종의 교리를 형성할 때 중요한 곳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왕성하게 연구되었다. 그 『석마하연론』이 신라에서 중국에 전해지자 요나라 때 유행하여 주석서가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고려와 일본에 전해졌다.

청나라 말에 중국불교를 근대화하는 운동을 시작한 양원훼이(楊文會)는 중국에서는 없어진 법장의 『기신론의기』를 일본에서 보내 받고 그것을 자신의 교리의 축으로 삼고 간행하여 널리 알렸다. 다만, 양원훼이는 법장을 존중하였지만, 대승경전과 당나라의 여러 종파는 동등한 의의가 있기 때문에 우열을 매기는 것에는 반대하였다.

또한 양원훼이는 『기신론』과 『대종지현문본론』을 축으로 하는 ‘마명종’을 제창하였으며, 그것에 의해서 대승의 여러 경전과 수나라·당나라의 여러 종파를 통합하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자세는 『화엄경』을 절대시했던 법장보다 화쟁에 노력을 기울인 원효에 가깝다. 이 무렵 일본에서는 『기신론』의 진위논쟁이 일지만, 양원훼이의 제자인 타이쉬(太虛)는 그 자극을 받으면서도 양원훼이의 입장을 고수하고, 『기신론』과 『대종지현문본론』에 의해서 중국불교를 통합하려고 노력했다.

한편 중국과 일본에서 원효가 존중된 것을 안 근대의 한국불교계는 한국에서 거의 일실된 원효의 저작을 일본에서 모았으며 원효의 평가도 점차 높아졌다. 그 결과, 원효는 한국을 대표하는 승려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상은 상호 영향의 극히 일부분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을 밝히기 위해서는 개별 문헌에 대해 확실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화엄사상의 연구』는 충분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주목되지 않았던 지론종의 화엄 관련 문헌에 주목하였고, 그것이 의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런 덕분에 법장 작(作)으로 전해져 왔던 『화엄경문답』은 의상과 제자의 문답임을 지적할 수 있었다. 또한 원효 저작의 성립 순서를 추정한 것은 본서에 정리한 논문이 최초일 것이다. 그 외에도 『석마하연론』이 신라 성립임을 논증하는 등 본서는 한국불교 연구의 측면에 어느 정도 공헌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졸저가 김천학 교수에 의해서 한국어로 번역되게 되었다. 김 교수는 도쿄대학 대학원에 유학했을 때 고마자와대학에도 와서 요시즈 요시히데(吉津宜英) 선생님의 수업에 출석하였고, 또 나의 화엄독서회에도 참가했었다. 오랜 지인이면서 연구 동료인 김 교수가 박사논문을 기본으로 한 나의 첫 저서를 한국에서 간행하게 되어 참으로 감회가 깊다. 인용도 많고 양(量)도 많은 이 책을 번역해 준 것에 대해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 한국어 역에 의해 한국의 화엄 연구가 지금 이상으로 왕성하게 연구되고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이 있기를 크게 기대하는 바이다.

2019년 10월 8일
이시이 코세이(石井公成)
---「한국어판 서문」중에서
 

출판사 리뷰

동아시아 화엄교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조망하고
의상과 원효 등 신라승려의 큰 역할에 주목한
최초의 연구서!


화엄교학은 천태교학과 함께 중국불교의 이론을 대표하는 교학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화엄교학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은 상당하며, 그 영향력은 한국·일본불교 더 나아가서는 현대 사상계까지 미치고 있다. 그러나 화엄교학에 관한 대다수의 연구는 사종법계설을 비롯한 전통적인 교학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사종법계설에 의한 구분이 정착되기 이전 화엄교학의 본래의 모습이나 화엄교학의 성립 사정 자체를 해명하지는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화엄교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밝히는 연구를 계속해 왔다. 중국 화엄종 조사들은 어떠한 상황하에서, 어떠한 계통의 사상을 의식하면서 자신들의 교학을 구축해 왔던 것일까 그리고 그 교학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가 그의 오랜 관심사였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이 책 『화엄사상의 연구』를 통해 화엄교학의 형성과 전개 과정에서 한반도의 승려가 큰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중국불교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입당하여 지엄(智儼)에게 사사하고, 동문의 후배인 법장과 친교를 거듭했던 의상(義湘)이나, 또 신라에서 방대한 저술을 남긴 원효(元曉)가 법장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그러한 예이다. 이로써 화엄교학은 당시 동서 교류의 기운 가운데 자라났던 교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화엄교학에서
신라불교의 위상을 재정립한 책!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지도를 새로 그리다!


이 책의 목차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저자는 3장(신라의 화엄사상)과 5장(신라 화엄사상 전개의 일측면)을 할애하여 원효와 의상의 화엄사상에 대하여 폭넓게 서술하고 있다. 책의 약 1/3 분량을 신라의 화엄교학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원효와 의상의 화엄사상에 대하여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심도 있게 연구한 일본 불교학자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동아시아 화엄교학에서 신라 화엄학의 위치와 중요성 등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인식 ? 정립시킨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의 신라불교에 대한 평가는 종래 학자들과는 매우 다르다. 이전은 신라불교를 하나의 조그만 흐름으로 생각했다면, 『화엄사상의 연구』에서는 신라불교를 역동적인 흐름의 중심에 두고 있다.

이 책의 제3장 신라의 화엄사상은 본서 가운데 가장 많은 6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제5장 신라 화엄사상 전개의 일측면을 2절로 구성하였다. 제3장 신라 화엄사상을 6절로 전개하여 의상과 원효의 사상 성립 배경과 특색을 다루고, 『화엄경문답』과 『석마하연론』을 신라불교에 편입시킨 학문적 공적을 쌓은 후에 제5장에서 신라 화엄사상의 전개를 통해 『석마하연론』과 『금강삼매경』, 그리고 의상계 사상의 관련을 다룬 것은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지도를 바꿔 놓은 획기적인 발상이다.

이 책은 제1장에서 지론종에서의 『화엄경』 해석이 나오며 『화엄경양권지귀(華嚴經兩卷旨歸)』를 상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지론종과 지엄 이전 화엄 태동기와의 관련을 중시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이 책이 화엄종의 사상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2장에서 지엄의 성기설(性起說)을 전면에 내세우고 성기설의 일환으로서 부정과 무진을 강조하는 것은 그 이전의 지엄 연구자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상 해석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록 곽상(郭尙)의 주(注)가 중심이긴 하지만, 지엄(智儼)과 장자(莊子)의 관계를 거론한 것은 지엄 사상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다.

제3장 신라의 화엄사상은 앞서 말했듯이 어느 장(章)보다 절(節)이 많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의 화엄사상사관에서 신라불교(신라화엄)가 어느 정도 중요한지는 이러한 분량으로도 짐작 가능하다. 이 장에서는 의상에게 영향을 미친 지론교학의 중요성을 서술하고, 원효 화쟁의 근거를 찾았다. 특히 원효 저술의 저작 순서를 추정한 것은 원효 사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의상의 『법계도』의 배치는 독특하지만, 그 구성에는 중국 시적(詩的) 연원이 있다는 사실과 이이상즉설(理理相卽說) 역시 초기 중국불교와 지엄에게 그 사상적 연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것은 그동안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의상의 특수성을 바라보던 관점의 폐기를 종용하는 연구가 되었다. 설왕설래했던 법장 찬 『화엄경문답』의 실체를 밝혀 신라 의상의 사상과 공통점을 찾아내어 고 김상현 선생이 『지통기』의 이본이라는 주장을 하게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제4장에서는 법장의 화엄사상이 지엄과 의상 그리고 원효의 사상적 영향하에 구성되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영향하에서 법장만의 사유, 즉 무진과 중중무진의 논리가 계발된 것이다. 다만, 법장의 교학은 너무나 이론적인 탓에 지엄이나 의상의 실천적 풍토가 약해진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고래(古來)부터 신라 위찬설이 주장되었던 『석마하연론』의 성립에 대하여 신라성립설을 주장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석마하연론』은 해동소 기신론과 함께 이 책은 근대 중국불교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고찰했는데,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볼 때는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제5장은 이러한 앞의 주장을 심화시킨 내용이다. 여기에는 의상, 원효, 법장의 영향이 보인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한국의 연구자들이 『석마하연론』의 신라성립설을 심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이시이 코세이 교수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에서 거론한 『석마하연론』이 민족적 의미에서 신라 문헌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자들의 의견처럼 중국 문헌임이 증명된다면 그것으로 된다. 그러나 『석마하연론』의 신라 성립설이 확고해진다면 신라불교 사상의 흐름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이시이 코세이 교수의 주장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화엄경문답』을 법장의 것으로 이해해 왔고, 『석마하연론』을 용수의 것이라 이해했다고 해도, 적어도 이 문헌을 통해 현재의 부족한 신라불교 사상사 해석을 전혀 다르게 바꿔 놓을 수 있고, 나아가 그것이 전파되는 시기의 사상사의 역동성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이 코세이 교수는 중국과 신라, 신라와 중국 간의 상호 사상적 교류를 거쳐 일본의 초기 화엄이 성립되었다고 본다. 큰 틀에서 중국→신라→중국→신라→일본, 중국→신라→중국→일본이라는 화엄사상사의 흐름을 논증한 것이 본서의 역동적인 흐름의 특징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향후 중국과 신라불교의 상호 영향 관계를 면밀히 밝히고, 신라에서 일본으로의 불교사상적 영향과 일본적 수용의 특성을 밝혀야 하는 사상사적 ? 인문학적 과제가 한국의 불교 연구자들에게 남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