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사 이해 (책소개)/2.세계문화

철도, 역사를 바꾸다

동방박사님 2022. 8. 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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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철도가 만들어낸 근현대 문명의 풍경

역사를 바꾼 50가지 철도 이야기를 통해,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인류 문화의 여정을 따라간다. 책은 세계사의 여러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세계 각지의 철도들을 소개하며, 그곳에 얽힌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각 장마다 철도의 노선과 위치를 지도로 표기했으며, 철도와 관련된 흥미롭고 다채로운 도판을 풍부하게 실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철도가 등장한 이래 산업사회는 진보를 거듭해왔다. 철도 덕분에 사람들은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먼 곳으로 물건과 자원을 수송할 수 있었고, 문명의 혜택은 더 많은 이들에게 돌아갔다. 철도가 생겨난 이후, 그전까지의 생활 방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의 삶은 윤택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철도로 인한 전쟁과 수탈, 비극적인 살인의 순간 역시 우리는 기억한다. 이 책은 과학과 문화라는 두 가지 렌즈를 통해 철도와 인간이 맺어온 역사를 면면히 서술하며,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인간적인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머서티드빌 철도
스완지-멈블스 철도
스톡턴-달링턴 철도
리버풀-맨체스터 철도
볼티모어-오하이오 철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운하 및 철도 회사
더블린-킹스타운 철도
브뤼셀-메헬렌 철도
뉘른베르크-퓌르트 철도
파리-르끄 철도
그랜드 정션 철도, 런런-버밍엄 철도
차르스코예 셀로 철도
카마구에이-누에비타스 철도
요크-노스 미들랜드 철도
대서부 철도
레스터-러프러버 철도
셰필드-애쉬튼언더라인-맨체스터 철도
파리-르아브르 철도
조지타운-플레장스 철도
대인도 반도 철도
젬머링 철도
파나마 철도
그레이트 크리미안 철도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철도
한니발-세인트 조지프 철도
메트로폴리탄 철도
센트럴퍼시픽 철도
차머스 항 철도
캐나다 태평양 철도
예루살렘-자파 철도
하이랜드 철도
발텔리나 철도
케이프-카이로 철도
징장 철도 1
그랜드 센트럴역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연합국 철도
칼굴리-포트 오거스타 철도
시드니 도시철도
베를린-함부르크 철도
프라하-리버풀 스트리트 기차
서던 철도
아우슈비츠 철도
버마-시암 철도
네덜란드 철도
도카이도 철도
샌프란시스코 고속 통근 열차
탈리린 철도
파리-리옹 철도
영불해협 터널철도

그 밖의 읽을거리
역주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빌 로스
Bill Laws. 현재 영국에서 거주하는 사회학자이자 작가이다.《식물, 역사를 뒤집다》《예술가의 정원》 외 다수의 책을 저술한 그는 런던에서 발행되는 가디언과 데일리 텔레그래프, 그리고 BBC 역사 매거진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역자 : 이지민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5년 근무했으나, 번역이 좋아서, 그리고 여행, 건축, 미술, 심리, 과학 등 다방면에 대한 관심을 주체할 수 없어 또 다른 길을 밟기로 결심한 자아성찰형 번역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 같은 깊이감과 온다 리쿠 같은 참신함이 담긴 글을 쓰고 싶어한다. 역서로는 《5분 동기부여》, 《세상에 대해 ...
 

출판사 리뷰

최초의 단체 여행, 위스키와 피시 앤 칩스를 비롯한 새로운 식문화,
가혹한 전쟁과 파업, 아름다운 문학 작품과 인상파의 그림까지

철도가 만들어낸 인류 근현대 문명의 풍경들


1813년, 한 작가가 언젠가는 볼티모어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뉴욕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 상식으로는 이러한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50년 후 이 말은 사실이 되었다. 신문에는 “이제 볼티모어에서 뉴욕까지 하루 만에 이동할 수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말도 안 된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철도의 발전으로 인해 불과 수 십 년 사이에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역사를 바꾼 50가지 철도 이야기를 통해,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인류 문화의 여정을 따라간다. 책은 세계사의 여러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세계 각지의 철도들을 소개하며, 그곳에 얽힌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각 장마다 철도의 노선과 위치를 지도로 표기했으며, 철도와 관련된 흥미롭고 다채로운 도판을 풍부하게 실었다.

“완벽하지 못하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철도는 이제껏 이 세상에 등장한 운송 수단 중
가장 가치 있고 유용한 운송 수단이다.”
- 철도기술자 조지 스티븐슨의 전기 작가, 사무엘 스마일스, 1868

"우리는 방금 또 다른 역을 지나갔다.
마치 날고 있는 것 같다."
- 파리로 가는 여행 중에 찰스 디킨스, 1851

최초의 단체 여행이 생겨나다
1841년 7월, 세계 최초의 단체 여행객 한 무리가 영국 레스터를 출발했다. 여행객들은 모두 이 지역의 금주운동 회원들로, 기차를 대여한 사람은 금주운동을 열렬히 추진하던 전도사 토머스 쿡이었다. 그는 “최신식 기차에 올라타 새로운 장소를 여행할 수 있다면, 누가 집에서 독한 술을 마시며 슬픔을 달래겠는가?”라는 생각에, 사람들을 경치 좋은 교외로 직접 데리고 다니며 안내했다. 1850년대만 해도 여행을 즐기는 것은 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노동자 계층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사치였다.
하지만 유럽에서 점차 철도가 확산되면서 개인적인 여행이 점차 대중화되었다. 많은 철도 회사들이 경치 좋은 해안가로 향하는 여행 상품을 앞 다투어 제공했고, 시골 지역은 여행객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윤을 취하기 위해 스스로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했다. 1864년에 철도가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연안에 도달하자 항구도시 니스는 호황을 맞았으며, 1870년에 몬테카를로까지 이어지자 모나코 공국의 인구는 두 배나 늘었다. 1862년에는 프랑스 북부 해안가 마을인 브르타뉴까지 철도가 이어졌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탓에 이곳에서 살던 화가 폴 고갱은 혼잡한 관광객을 피해 타히티로 떠나고 말았다.

철도가 바꾼 인류의 식문화들: 냉동식품, 술, 피시 앤 칩스
당시 기차는 냉동식품을 녹지 않은 상태로 운송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요소였다. 사람들은 철도 끝에 위치한 마을에서 가축을 도축한 후 그 위에 얼음을 덮어 기차에 실은 다음 항구까지 운송했다. 옥양목으로 만든 가방에 담긴 냉동고기는 뉴질랜드의 항구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배에 실렸다. 냉동고기는 100일이 채 지나지 않아 런던 항에 도착했는데, 막 도축한 것 마냥 아주 신선했다. 철도를 이용한 냉동식품의 등장으로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유럽의 농작물 시장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각 지역은 자신들만의 수익성 높은 특산품을 생산하여 도시로 운송하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켄트는 ‘영국의 과수원’으로, 브라질은 커피 재배로, 쿠바는 담배로, 아르헨티나는 소고기로 유명해졌다.
철도는 주류와 향신료 산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철도 시대에 맥주 무역은 호황이었다. 특히 180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맥주가 국유화되면서, 한 곳에서 양조된 맥주가 철도를 이용해 전국의 판매점으로 보내졌다. 기네스 같은 대형 맥주공장 주위로는 철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나갔다. 스코틀랜드의 많은 증류주 회사들 역시 철도의 등장을 환영했다. 그들은 역 근처로 공장을 이전했고, 글렌피딕과 글렌모렌지 같은 유명한 회사들은 철도 덕분에 구매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겨자 소스 역시 철도의 덕을 보았다. 노퍽의 방앗간 주인 예레미야 콜맨은 1823년에 으깬 겨자씨 가루를 활용한 겨자 소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공장을 노퍽 철도 근처에 지었는데, 그 후로 콜맨의 노란색 겨자 가루는 뭄바이에서 시드니까지 전 세계로 배송되었다.
철도가 만들어 낸 가장 유명한 음식으로는 ‘피시 앤 칩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맨체스터 셰필드-리버풀 철도 회사는 1880년대에 스코틀랜드의 그림즈비 부두를 인수했다. 이 철도는 지역에서 잡히는 어류의 25퍼센트를 내륙으로 운송했다. 그런데 당시 어부들이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는 바람에 북해에 서식하는 어류의 씨가 마르자, 스코틀랜드 해안가 사람들은 훌륭한 대안 사업을 생각해냈다. 튀긴 물고기와 감자는 원래 이곳 사람들에게 친근한 음식이었다. 그들은 철도를 통해 물고기와 감자를 공급받아 피시 앤 칩스를 대량으로 생산해 팔았다. 1920년까지 약 220만 톤의 물고기와 감자가 매드랜드와 링컨셔에서 스코틀랜드로 운송되었다. 이후 피시 앤 칩스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영국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철도, 문학과 예술을 꽃피우다
작가들은 작품의 흥미진진한 무대로서 이 역동적이고 새로운 운송수단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톨스토이가 자신의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기차에 몸을 던지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에 철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빠르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급수탑에서 레일 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내려간 안나는
지나가는 열차에 바짝 다가가 멈추었다.
그녀는 첫 번째 차량의 한가운데가 자신의 정면에 오자,
그 밑으로 몸을 던지려고 했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878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는 기차 내에서 벌어지는 간통, 살인, 자살 등을 소설 속에 등장시켰다. 그는 직원들의 월급, 객실의 위치, 살인 사건을 일으킬 때 필요한 세부 항목들 등 철도에 관한 기술적인 정보들을 빠짐없이 조사하여 추리 소설의 배경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훗날 철도 역사가들은 그의 소설을 통해 당시 철도에 관한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는 생 라자르 역의 기차에 관심을 보였다. 모네는 역에 불쑥 찾아가 직원들에게 열차가 증기를 내뿜는 모습을 제대로 포착해야 한다며 서 있는 기차를 치워달라고 하거나, 작품 구상을 해야 하니 기차를 다시 배치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 외에 철도를 자주 그렸던 인상파 화가로는 피사로, 마네, 드가, 르누아르 등이 있었다. 영국의 윌리엄 터너는 1844년에 대서부 철도를 그린 〈비, 증기, 속도〉라는 작품을 공개했는데, 이는 화문을 열어젖힌 기관차가 아치형 구름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불타는 듯한 색감을 통해 터너는 증기의 힘이 가져온 새로운 시대를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역사상 유명한 기차들: 오리엔트 특급열차,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아우슈비츠 열차
186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호화로운 여객 열차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 열차에 탄 첫 손님은 살아 있는 승객이 아닌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시신이었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암살되자 그와 친분이 있었던 사업가 조지 풀먼은 자신의 기차를 대통령의 장례식 기차로 제공했다. 이를 계기로 풀먼은 하룻밤 새에 유명인이 되었고, 그의 사업도 승승장구했다. 마크 트웨인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풀먼의 여객 기차에 만족했다. 또한 풀먼은 세계 최초의 식당 차량을 만든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복잡한 형태의 호텔 차량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아예 식당 차량만 분리해서 운영했다. 이 식당 차량은 훗날 전 세계적으로 모든 객차에 적용되었다.

“기차 안에서의 식사는 상당히 맛있었다. 모든 요리가 1등석 식사다웠다.
산천송어, 신선한 과일과 산딸기 등이 제공됐으며
이틀 동안 우리는 샴페인 잔에 술을 가득 따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마셨다.”
- 마크 트웨인

풀먼의 사업을 오랫동안 지켜본 벨기에 출신의 조지 니겔맥커는 고향으로 돌아와 침대차 회사를 설립했다. 니겔맥커는 화려한 초고속 열차를 타고 낭만적인 파리에서 이국적인 콘스탄티노플까지 유럽 전역을 이동하는 환상적인 철도 여행을 꿈꿨다. 1883년 6월, 그는 마침내 자신의 꿈인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세상에 선보였다. 이 열차에는 모로코산 가죽을 씌운 의자, 고급스러운 카펫이 깔린 휴게실, 신사용 흡연실, 개인 화장실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니겔맥커의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등장한 이후 고급 기차 여행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차의 화려한 명성은 아가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의 무대로 등장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전성기는 끝이 났으며, 1982년에 뉴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개통되었다.
한편 러시아혁명 당시 시베리아 철도와 혁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레닌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핀란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잠입했으며, 트로츠키는 철도를 이용해 혁명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날랐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와 그의 가족들의 운명 역시 철도역에서 끝났다. 황제와 그 가족들은 시베리아의 예카테린부르크 역에서 총살당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철도는 니콜라스 2세의 주관 하에 건설된 것이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그 건설 규모부터 상당했다. 시베리아는 그 면적이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도 컸다. 따라서 철도의 서쪽 끝과 동쪽 끝과의 거리가 자그마치 7,242킬로미터에 달했다. 철도는 오프 강, 예니세이 강, 레나 강과 세상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바이칼 호를 건너야만 했는데, 이 호수를 건너기 위해 다리를 8개나 지어야 했다. 기술자들은 호수가 어는 겨울에는 얼어붙은 호수 위에 철로를 놓았고, 봄이 되면 호수가 녹기 전에 이를 철거했다. 안 그래도 힘겨운 철도 건설 작업은 중국, 일본과 영토 분쟁이 발생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마침내 1916년, 바이칼 호 구간을 제외한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건설이 마무리되었다. 이것으로 러시아의 철도망은 광활한 영토를 가로지르게 되었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될 때당시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개통한지 70년이 지난 상태였고, 승객은 매년 350만 명에 달했다.

“몹시 고단했던 혁명 기간에
내 사생활은 기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 레온 트로츠키, 《나의 생애》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끔찍한 철도는 독일 제국이 만든 아우슈비츠 철도였다. 이 철도를 통해 독일군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집단 처형장으로 운송했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라는 작은 마을에 건설된 이 처형소는 기차가 운행되던 선로 위에 지어졌다. 독일인들은 아우슈비츠 역에 도착한 유대인들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스실로 옮겼다. 1943년 2월부터 3월 말까지 66대의 기차가 총 9만 6,450명의 사람들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운반했으며, 1944년 7월에는 147대의 기차가 45만 명의 유대인을 운송했다. 크로아티아, 그리스,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수용소행 기차가 출발했다. 마침내 1945년 1월 27일, 소련군이 아우슈비츠를 해방시켰고, 그 날은 유대인 대학살 기념일이 되었다.

철도 파업의 역사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철도 노동자들이 1877년에 일으킨 파업은 미국 최초의 전국적 철도 파업이었다. 당시 제이쿡 은행이 철도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바람에 파산하자, 300개가 넘는 미국의 철도 회사가 도산했다. 이에 볼티모어-오하이오 철도 회사는 1년 동안 두 번이나 요금을 내렸는데, 이에 분개한 철도 직원들이 파업을 벌였다. 당시 펜실베이니아의 노동자 조합은 굉장히 잘 조직된 단체였기 때문에, 파업은 이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결국 리더포드 헤이스 대통령이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 연방군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에서의 철도 파업은 노동당의 탄생을 불러왔다. 1901년에 철도 조합원들과 테프 밸리 철도 회사 사이에 의견 마찰이 있었다. 결국 열흘에 걸쳐 파업이 이어졌고 노동자들은 선로에 윤활유를 부었다. 이로 인해 기차 바퀴가 선로에서 벗어나 근처 덤불에 처박혀 분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회사는 철도 조합을 고소했고 결국 3만 2,000파운드라는 당시로써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피해보상금으로 받아냈다. 철도 조합이 법정에서 참패하자 이에 겁먹은 철도 노동자들은 감히 또 다른 파업을 벌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판결을 못마땅하게 여긴 일부 철도 노동자들이 국회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국회에 진출한 철도 노동자 29명은 노동당을 결성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철도 파업은 위의 두 사례와는 성격이 달랐다. 대부분의 철도 파업은 노동자들이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일어났지만 네덜란드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독일의 지배에 저항한 독립 운동이었다. 1944년에 독일이 네덜란드를 더욱 강하게 통제하자 이에 반발하여 철도 파업이 일어났다. 당시 10만 7,000명의 네덜란드 유대인들이 기차를 통해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졌으며 그중 80퍼센트가 살해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속에서도 철도 노동자들은 저항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철도가 등장한 이래 산업사회는 진보를 거듭해왔다. 철도 덕분에 사람들은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먼 곳으로 물건과 자원을 수송할 수 있었고, 문명의 혜택은 더 많은 이들에게 돌아갔다. 철도가 생겨난 이후, 그전까지의 생활 방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의 삶은 윤택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철도로 인한 전쟁과 수탈, 비극적인 살인의 순간 역시 우리는 기억한다. 이 책은 과학과 문화라는 두 가지 렌즈를 통해 철도와 인간이 맺어온 역사를 면면히 서술하며,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인간적인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