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대한민국 현대사 (책소개)/5.대한민국대통령

노무현 트라우마 (2023) - 보복을 넘어 공존의 정치로 [

동방박사님 2023. 6.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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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노무현’ 역사 다큐멘터리

드라마 이상의 스토리텔링,
근 20년 한국 현대사의 파노라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한국 정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죽음 이후 정권이 세 차례나 바뀌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대와 보복이라는, 그 주체와 대상만 바뀔 뿐 ‘상대를 기필코 절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현 윤석열 정부 또한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과 정적인 이재명에 대한 보복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호 적대, 즉 ‘단두대 정치’의 시발점은 무엇일까? 정치 본연의 의미가 실종되고, 검찰이 정치 보복의 수단이 계기는 무엇일까?

1987년 민주화 이래 검찰은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이 되었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지금까지 7명의 대통령을 바꾸는 동안 검찰은 임기 초에는 인기 있는 정권의 명을 받아 전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탄압하거나, 정파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수사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웠다. 많은 사람이 검찰에 적의를 보인 이유에는 대대로 권력과의 거래를 통해 생명을 유지해 온 검찰 권력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공분도 있지만, 최초로 검찰을 개혁하려다 검찰의 칼에 희생된 ‘순교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노무현 트라우마』는 바로 이 지점,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남긴 상흔을 되짚어 본다. 이 책은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지지자들의 죄책감이 우상에 대한 열광과 적폐에 대한 단죄로 반복적으로 발현되면서 정치가 선악이 맞서는 경기장으로 전락했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이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과 그것이 대중에게 일으킨 의식의 변화,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된 나비 효과에 대한 관찰기를 다룬 첫 책이다.

목차

여는 글

1부 ‘지못미’ 노무현

1 귀향
2 음모
3 노무현은 왜?
4 바뀌는 여론
5 민주당의 노선 전환
6 ‘친노’의 부활
7 문재인 등판하다
8 NLL 대화록
9 좌초된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
10 국정원 댓글 사건과 윤석열
11 몰락의 전주곡
12 붕괴

노무현은 갔지만 ‘노무현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2부 문재인의 운명과 윤석열

13 문재인 정부의 출범
14 ‘적폐 청산의 칼’ 윤석열
15 이명박과 대법원을 겨냥한 검찰
16 법무부 장관 vs 검찰총장
17 세 가지 옵션과 마지막 퍼즐

닫는 글
미주

저자 소개 

저 : 손병관
 
고려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언론 스타트업’ 오마이뉴스에 몸을 실었다. 2002·2007·2017년 대통령선거를 취재했고,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당시 오보를 내지 않은 것을 일생일대의 행운으로 생각해왔다. 서울시청 출입기자로서 정치인 박원순의 마지막 2년 7개월을 지켜봤다.
 
출판사 리뷰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바꾼
한국 정치사


오늘날 한국 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가득하다. 앞서 수십 년을 관통했던 집단 트라우마를 낳은 한국전쟁(1950)과 광주민주화운동(1980)에 버금갈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비롯된 ‘노무현 트라우마’는 사람들의 의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패배로 무너졌던 민주당이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에서 재기하고,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끌어올린 원동력도 바로 ‘노무현 트라우마’의 힘이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정권을 끌어내리고, 노무현의 정치적 후계자였던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트라우마는 치유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슬로건은 ‘적폐 청산’이었고, 2018년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강제한 정서는 ‘인과응보’였다. 노무현 트라우마는 노무현의 후계자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점화된 ‘조국 수호’ 집회는 “또 하나의 노무현을 잃을 수 없다”는 집단 감정에 불을 붙였다. 이후 “지키자, 노무현”이라는 구호는 역설적으로 정권 교체의 아이콘 윤석열을 불러내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결국 정권은 5년 만에 다시 교체돼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만다.

‘지못미’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의 운명과 윤석열


1부 〈‘지못미’ 노무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모욕주기와 그의 죽음, 그리고 문재인의 정치적 부상과 박근혜 탄핵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이를 통해 ‘노무현 트라우마’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노무현 정부는 검찰을 중심에 놓고 권력기관 개편을 시도한 첫 정부였다.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 시대가 되자 국정원과 경찰의 힘이 빠지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칼자루가 쥐어지게 됐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정권 교체기에 검찰이 생존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했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대통령에게 방해가 되는 야당에 대한 수사를 활발하게 하다가, 힘이 빠지는 임기 말에는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 등 가족에 대한 비리 수사를 감행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검찰’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렇다 보니 정권은 명멸해도 검찰은 살아남아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어버렸다.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고자 검찰개혁을 추진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도리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노 전 대통령은 식솔들의 잘잘못을 들춰내려는 권력과 검찰의 반격에 맞닥뜨렸고, 이를 무력화하고자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그리고 이 선택은 광범위한 지지층의 ‘지못미’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2부 〈문재인의 운명과 윤석열〉에서는 노무현의 유훈이었던 검찰개혁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가 개혁에 실패하게 된 이유를 비롯해, 그 과정에서 ‘노무현 트라우마’가 정부와 지지자들 전반에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본다.

민주당 지지층은 노무현의 후계자로 문재인을 선택했다. 그리고 ‘노무현을 죽인’ 검찰과 정치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집단 심리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그를 떠받쳤다. 이러한 정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게 되었고,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그 결과는 5년 전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숙원 과제로 밀어붙였던 검찰개혁은 미완에 그쳤고, 대통령이 임명했던 검찰총장은 그동안 심판의 대상이었던 정치 세력의 대선 후보가 되어 권력을 되찾기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는 문재인과 윤석열이 대통령 임기 전반기 2년 동안은 ‘환상의 콤비’였지만, 후반기 3년은 ‘잘못된 만남’으로 귀결됐다고 말한다. 전반기 내내 윤석열은 ‘문 정부의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를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점찍은 사람도 있었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윤석열은 ‘노무현 트라우마’의 완전한 치유와 청산을 위해 적폐 세력에게 사정없이 칼을 휘두르는 ‘개혁의 선봉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기는 한국 사회를 극한으로 내몰았던 ‘조국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만남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 결과는 현재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노무현을 넘어
노무현으로


애초에 적폐 청산과 검찰개혁은 서로 성립할 수 없는 모순된 구호였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임기 5년 전체를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노무현 서거가 남긴 가장 큰 숙제였던 ‘검찰개혁’에서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분명하다. 노무현 서거 이후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우리는 그의 죽음이 남긴 트라우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트라우마》는 ‘노무현 서거’부터 ‘조국 사태’까지 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노무현 트라우마’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첫 책이다. 일련의 사건들 속 주변 당사자들인 노무현·문재인 정부,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의 생생한 증언도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노무현 트라우마라는 집단 감정을 세세히 살펴보고, 이를 넘어 노무현이 역설했던 ‘공존의 정치’로 한 걸음 다가서는 길을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