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한국정치의 이해 (책소개)/1.한국정치사상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2024) - 1961-2024, 이 나라의 열 정권을 돌아보며

동방박사님 2024. 7. 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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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대한민국의 열 정권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김진표가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보며 전하는 뜨거운 육성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했던
최고의 행정가이자 정치인, 전前 국회의장 김진표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그가
자신의 공직생활 50년을 마무리하며 남기는 회고록

이 책은 제21대 국회의장을 퇴임하며 5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김진표의 회고록이다. 1973년 박정희 정권에서 경제관료 생활을 시작한 김진표는 대한민국의 열 정권을 거치면서 이 나라의 발전과 축적의 한복판을 깊숙하게 통과했다. 그는 한국 현대경제사의 가장 큰 사건인 금융실명제의 실무 주역이었고, IMF 외환위기 극복과 재벌개혁, 금융개혁에 앞장섰던 경제관료였다. 그런 그가 우리 사회와 경제가 그간 맞닥뜨렸던 여러 첨예한 쟁점, 바로 그 시점에 한국이 통과하고 있던 시대정신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상세히 풀어냈다. 열 개의 정권에서 축적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일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밝혀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그간 빛나는 도약을 달성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김진표는 우리가 무엇을 성취했고, 무엇을 실패했는지 역대 정권의 공과를 살피면서 꼼꼼하게 되짚는다. 일선 공무원으로서, 청와대의 국무위원이자 장관으로서, 한 정당의 원내대표이자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신이 목도한 대한민국의 국정과 정치, 정책 현장을 치열하게 복기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를 이끌었던 최고지도자들 개개인이 보여준 명암을 가감 없이 살피고,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어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지침들을 구체적으로 되새긴다.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어 각각의 정권이 범했던 실기(失期)와 실책을 숨기거나 에두르지 않고, 각각의 정권이 보여준 강점과 비전을 유감없이 평가한다. 김진표는 그 모든 것이 지금 한국사회의 반석으로 삼을 귀중한 유산이자 축적된 역량이라 여기며 지난 반세기의 굵직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차분히 되돌아볼 것을 제안하는 ‘대한민국 백서’이자 한국정치와 한국경제의 치밀한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수출 공업단지를 관리하고 세금과 금융 실무를 맡으면서 토지공개념 제도를 수립하던 김진표는 김영삼 정권의 금융실명제 전격 시행을 주도하며 우리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시작한다. 이후 그를 청와대로 발탁한 김대중 대통령은 후임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진표를 곁에 두고 쓰시라”라고 그의 중용을 강력히 추천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본 최고의 공무원은 김진표”라는 말을 남겼다. 김진표는 그 중심부에서 무엇을 바라보았는가? 거기에서 무엇을 성찰하고, 어떠한 노하우를 길어올렸는가? 그가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보며 전하는 뜨거운 육성을 함께 들어보자.

목차

― 추천의 말
― 프롤로그

제1부 죽음과 잉크의 감각: 1961-1979, 박정희 정권

제2부 테크노크라트의 시대: 1980-1988, 전두환 정권

제3부 이념 너머의 보통 사람들: 1988-1993, 노태우 정권

제4부 세계와의 조우: 1993-1998, 김영삼 정권

제5부 스물여덟 권의 대학노트: 1998-2003, 김대중 정권

제6부 너무 빨리 온 미래: 2003-2008, 노무현 정권

제7부 실리 일변도의 파국과 몰락: 2008-2013, 이명박 정권

제8부 우리 안의 파우스트: 2013-2017, 박근혜 정권

제9부 정의로운 독선: 2017-2022, 문재인 정권

제10부 우리가 축적해둔 것은 어디로 가는가:
2022-2024, 윤석열 정권

에필로그 김진표 X 정관용 대담
많은 것을 성취한 나라, 행복을 잃은 나라

저자 소개

저 : 김진표
1947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1.4후퇴 때 아버지를 따라 월남, 경기도 수원에서 자랐다. 서호초(2회), 수원중(13회), 경복고(41회)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행정고시(13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재정경제부 심의관, 재무부 세제실장, 재경부 차관을 거쳤다. 김대중 정부 시

책 속으로

이 책은 1961년부터 2024년까지 대한민국을 책임졌던 총 열 정권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는 그간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발전을 이루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했다. 우리는 그처럼 기적적인 과정을 거친 후 선진국이 되었고,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이라는 그 황폐한 기반을 딛고 이젠 세계의 극빈국과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 우린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것들에 대하여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다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철저하게 복기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미래에 우리가 밟아나갈 지혜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내 공무원 시작과 함께했던 그 아침, 잉크의 감각을 잊지 못한다. 갓 공무원이 된 내가 자를 대고 흰 용지 위에 일일이 직접 도표를 그리면, 그것을 대통령이 두 눈으로 확인할 것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그 순간만은 박정희 대통령이 공직사회에 주문한 것이 단 하나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었다. ‘내 나라를 반드시 잘살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일하라.’ 여러 현장과 토론의 자리에서 그는 그것을 본인의 몸으로 보여주었으며, 그런 덕분에 경제발전의 주역인 관료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넘쳐흐를 수 있었다. 다른 개발도상국에는 이런 공무원 조직, 이런 리더십이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러한 리더십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정권을 잡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치명적인 지점이라 볼 수 있다.
--- 「제1부 죽음과 잉크의 감각: 1961-1979, 박정희 정권」 중에서

나는 막강한 권한으로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사람들의 인권조차 함부로 유린하던 박정희 정권이 도대체 왜 교육과 주택을 공공영역에 전연 잡아두지 못했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그 후과(後果)가 지금 와서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박정희 정권이 사교육과 부동산 문제에서 손을 놓아버린 대가를 단단히 치르고 있다. 국가는 강력한 선진국이 되었지만, 그 국가의 국민은 의식주와 교육 문제 앞에서 쩔쩔매며 지갑을 털어야 하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 대다수 국민이 국가란 결사체에 대해 전혀 안정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이 수치화된 게 합계출산율 0.72라는 충격적인 숫자이다.
--- 「제1부 죽음과 잉크의 감각: 1961-1979, 박정희 정권」 중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철권으로 다스렸던 박정희의 시대를 떠나보냈다. 다시 군인 대통령 시대를 맞이했을지언정, 이제 박정희 통치기와 같은 일인 치하의 정치는 존속할 수가 없었다. 유능한 경제관료 몇몇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들에게 다소나마 의지하던 박정희를 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전두환은 아마 이것을 직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뛰어난 경제관료를 알아보고, 그들에게 전권을 맡겼으며, 결국 성공했다. 관료들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서 나서진 못했지만, 전두환에게 국민이 갖고 있던 ‘경제하려는 의지’, 건강하고 튼튼한 경제에 대한 열망을 전달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이 일정 부분 1987년의 민주적 성취에 분명히 기여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 「제2부 테크노크라트의 시대: 1980-1988, 전두환 정권」 중에서

지금도 경제관료들은 욕을 많이 먹는다. 사회의 다른 제반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인 경제성장만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영혼 없는 정권의 도구라는 비아냥도 듣는다.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경직성, 비효율성, 부정부패 등 나쁜 이미지들이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경제관료들에 유독 덧씌워지는 경향도 있다. 과거에 만연했던 부패의 과오도 있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나 역시 기재부 출신 관료라는 배경 탓에 끊임없는 선입견과 루머에 시달렸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특히 노무현 정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당시엔 억울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자기변호를 할 생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께 부담을 지워드리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 다짐하며 끝까지 입을 다물었을 뿐이다.
--- 「제2부 테크노크라트의 시대: 1980-1988, 전두환 정권」 중에서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축적해온 고도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고루 분배돼 중산층이 넓게 형성된 데에는 노태우 정권의 공이 크다. 그는 민주화 이후 거세게 터져 나온 격렬한 노동 시위에도 온건히 대응, 꾸준한 임금 인상을 유도했다. 그런 덕분에 국민의 생활수준은 안정적으로 향상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라는 정권 캐치프레이즈가 정확히 어울렸던 시기였다. 중산층의 자가용이 대중화하고,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때부터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소득 분배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이뤄졌다. 훗날 진보적인 성격의 정부였던 문재인 정권이 목표했던 ‘소득 주도 성장’은 어쩌면 보수 정부인 노태우 정권 때 이미 훌륭하게 수행됐다고 볼 수 있다.
--- 「제3부 이념 너머의 보통 사람들: 1988-1993, 노태우 정권」 중에서

왜 지금 우리의 지도자들은 협치하지 못하고, 왜 우리 사회는 큰 정치인을 상실했는가? 왜 정치를 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을 사악한 존재로 몰아붙이는 데 여념이 없는가? 역대 의장님들과의 대화에서 시작된 나의 생각이 멀리 돌아왔다. 나는 노태우 정권을 되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 어느 정권의 어떤 정치인인들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으랴. 그렇지만 이기심을 가진 누군가를 사악한 존재라고 낙인찍거나, 그를 감시하거나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해버려선 안 된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도덕의 명분을 앞세운 독선일 뿐이다.
--- 「제3부 이념 너머의 보통 사람들: 1988-1993, 노태우 정권」 중에서

우리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데도 금융실명제는 기폭제가 되었다. 우리 정치 풍토는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돈의 정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랫동안 금권정치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이 지하 정치자금이었다. 당시 금융실명제의 실시로 한국의 정계에서도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훗날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정치개혁 끝에 우리나라엔 선거공영제가 도입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거의 완벽한 공영제로 선거를 운영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봐도 드문 게 사실이다. 정치가 부정한 지하 자금에 의존하기보다 국민의 뜻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 「제4부 세계와의 조우: 1993-1998, 김영삼 정권」 중에서

김영삼 정권의 총체적인 문제를 느꼈던 지점은 또 있다. 당시 청와대 고위직에 있던 분이 내 보고를 받기 시작한 뒤 얼마 안 지나서 꾸벅꾸벅 조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청와대 사무실에서 계속 밤새워 일하는데, 그 일이라는 게 대부분 대통령 연설문이나 메시지에 점 하나 찍고 표현을 다듬으며 어딜 강조할 건지 표시하는 등의 일이었다. 그런 일까지 하나하나 다 하다가 정작 중요한 국가 예산이나 경제정책 관련 보고는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최종 책임자가 일의 경중과 본말을 잘 짚어가야 하는데 당시 김영삼 정부는 그런 점에서 총체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다. 결국 제대로 된 경제개혁을 단행하지 못한 채 기차는 1997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제4부 세계와의 조우: 1993-1998, 김영삼 정권」 중에서

“1998년의 봄은 내 일생에 가장 아픈 날들의 연속이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의 한 구절이다. IMF 사태를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금융·기업·노동· 공공 부문 4대 개혁을 회고하며, 그는 ‘전쟁’이라고 빗대었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IMF 체제는 대한민국이 6 ·25전쟁 이후 겪은 가장 혹독한 시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97년 12월부터 1998년 4월까지 월평균 3천 건 이상의 도산이 발생했다. 물가는 폭등했고 167만 명의 실업자가 거리에 쏟아졌다. 한국 채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환율은 달러당 800원에서 1964원까지 치솟았고 금리 역시 앞서 말한 대로 30%를 웃돌았다. 대통령으로서는 전시 국가를 이끄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박정희 정권의 챕터에서 언급했던 ‘죽음의 정서’가 압도적인 분위기는 다시금 전면적으로 우리 사회를 덮쳤다.
--- 「제5부 스물여덟 권의 대학노트: 1998-2003, 김대중 정권」 중에서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물건은 대통령의 대학노트 스물여덟 권이다. 그는 재임 5년 동안 모든 연설문과 말씀 자료를 자신의 손으로 썼다. 모든 회의에서 그분이 발언한 내용은 직접 써온 것이었다. 대학노트에 파란색 플러스펜으로 또박또박 정자로 개조식 정리를 해오셨다. 한 줄 쓴 다음에 다음 줄은 비워놓고 그다음 줄에 다시 쓰는 식이다. 그 빈 줄에는 다시 추가 사항이나 수정 사항을 메모했다. 그렇게 써온 노트는 연설 때마다 옆에 두신 채 보지 않고 말씀하셨다. 쓰면서 다 외운 것이다.
--- 「제5부 스물여덟 권의 대학노트: 1998-2003, 김대중 정권」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체불가능한 장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들어보고 맞다 싶으면 자기와 반대되는 생각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고집 세고, 강골인 외골수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겪은 노무현은 그 누구보다도 반대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반박해주는 걸 기꺼워하고 즐기기도 했다. 그것이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제6부 너무 빨리 온 미래: 2003-2008, 노무현 정권」 중에서

이제는 시장이 가져야 할 권력은 원래 있어야 할 그 자리로 넘어갔다. 다시 국가와 시장에서 벌어지던 후진적 행태는 일어날 수 없다. 그러니 시장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 발언의 진의다. 그리고 그의 진단은 정확했다.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고, 선진사회이며, 제대로 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각자의 권력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하며, 정치는 오로지 법에 따른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선진국은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예속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과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각자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는 나라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제6부 너무 빨리 온 미래: 2003-2008, 노무현 정권」 중에서

이명박 신화는 바로 그러한 재계에 대한 희망과 국민적 요구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우리 재벌의 부가 형성된 과정은 정경유착 및 재벌금융의 견고한 네트워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인 출신으로 정치권에 온 사람들을 보면, 재산 형성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소위 우호주주로서 재벌 오너의 사병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그 충성의 대가로 경제적인 보수를 받고 돈을 모았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순 없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선 그 사람들이 그 기업을 일구고 거기서 재산을 모으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모든 게 전면적으로 공개돼 있다. 공정하게 모은 재산은 대부분 주식을 팔아서 벌어들였거나, 주식 가액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투명성이 기업인의 정치적 진출에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 「제7부 실리 일변도의 파국과 몰락: 2008-2013, 이명박 정권」 중에서

정당은 그 내부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치인을 배출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역할이다. 나는 이런 경선의 중요성을 믿고 존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2010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다소 불리한 룰 협상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0.96%p의 차이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 미련 없이 그의 손을 번쩍 들어줄 수 있었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치제도 아래 정당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실명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내가 수십여 년 동안 몸담았던 당 안에서도 당의 실권자들이 자신의 인맥을 자리에 앉히려고 공천권을 어이없이 휘두른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런 식의 패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개혁이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 「제8부 우리 안의 파우스트: 2013-2017, 박근혜 정권」 중에서

기획재정부가 균형재정에 집착하는 것은 그게 가장 국민에게 설명하기 쉽기 때문이다. 재정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명제를 비판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경제는 늘 순환한다. 경제와 재정은 정태적으로 보지 말고 동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확장기에는 민간 자체로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을 긴축해 운용하고, 이때 만들어진 흑자로 수축기에 적자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경기변동의 주기는 보통 4~5년 단위로 오기 때문에 그 주기에 맞춰서 국제사회에서 상대적인 재정 건정성 순위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지 않고 기계적인 재정 건전성을 매년 확보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 「제9부 정의로운 독선: 2017-2022, 문재인 정권」 중에서

지난 50년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지금, 나는 우리가 다시 한 번 과거를 차분하게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지난 1961년부터 윤석열 정권이 집권 3년 차를 맞이한 2024년까지,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고,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으며, 이제 다시 한 번 중대한 질문을 맞이했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것인가. 대한민국의 향후 50년과 100년, 그리고 앞으로 들어설 열 정권은 어떤 시간을 쌓아갈 것인가. 그 대답은 지금 이 순간, 이 나라가 과거에 무엇을 축적해왔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 「제10부 우리가 축적해둔 것은 어디로 가는가: 2022-2024, 윤석열 정권」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진영보다,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멀리 보고,
기꺼이 오해를 견디는 것입니다.”

금융실명제 전격 시행, IMF 외환위기 극복,
재벌과 금융개혁, 한미 FTA 비준…
이 모든 일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어느 공직자의 비망록


지난 50여 년 동안 열 개의 정권을 거치면서 공직생활을 계속해왔던 이가 있다. 1973년 박정희 정권이 역점을 둔 수출산업공업단지를 관리하던 일선 공무원에서 시작하여, 윤석열 정권에선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제21대 국회의장까지 지낸 뒤 2024년 퇴임한 이가 있다. 김진표다.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경제관료로 일하며 재무부 세제실장과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거친 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초대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에 임명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정부의 밑그림을 그렸으며, 제17대부터 제21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내며 현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등에 선출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한국 국정이 운영되는 한복판에서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발전과 축적을 이끌었던 공직자였다고 할 만하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의 지난 반세기를 되돌아보는 회고록을 출간했다. 책의 제목은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이다.

김진표는 우리가 과거의 열 정권에서 제각기 쌓아올린 성취에선 배움을 멈추지 않되, 실패의 경험은 반면교사로 삼아 결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초저출생의 위기, 국가 소멸의 흐름을 반전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의 과거를 철저하게 복기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김진표는 금융실명제 전격 시행, 토지공개념 3법의 토지초과이득세 도입, IMF 외환위기 극복, 재벌과 금융개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2002년 월드컵 실무 총괄, 2003년 카드사태 해결 등 자신이 직접 도맡았던 일을 중심으로 역대 정권의 명암과 장단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놓는다. 그는 이 책에서 수십여 년간의 다이내믹한 시간 동안 축적해 온 역량을 면밀하게 분석하며 우리 미래를 위해 반드시 되새겨야 할 현대사의 귀중한 지침들을 길어올리고 있다.

긴 시간 공공영역에서 활동하며 김진표는 때때로 친재벌 혹은 친미주의자,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인물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받았던 바 있다. 김진표는 이 책에서 자신이 재벌이나 대기업의 편도 아니었고, 미국의 편도 아니었으며, 그들에게 평생 무엇 하나 받은 적이 없을뿐더러 애초에 그들을 옹호할 이유가 아예 없었다고 밝힌다. 그는 대한민국이 냉엄한 국제 질서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좌우를 떠나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을 견지하며 오로지 대한민국의 축적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바랐을 뿐이라고 말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했던 행정가이자 정치인으로서 김진표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의 역동성을 충분히 인정하되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독일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의 철학은 곧 김진표의 그것과 같았다.

196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을 운영했던 열 정권을 돌아보다
우리는 과거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가


김진표는 한국전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족들과 생이별을 겪은 후 네 살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월남했다. 그랬기에 그가 박정희 정권기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국가 공동체의 사명이다. 국가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김진표는 헐벗은 죽음의 감각,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의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부패의 공기가 넘실대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박정희라는 최고지도자가 구현했던 응집력과 추진력을 되짚으면서도, 이후 수십 년간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교육과 주택 정책이 박정희의 실정(失政)과 빈곤한 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박정희 정권에 이어 우리 사회의 1980년대를 통치했던 전두환 정권에서 김진표가 주목하는 것은 ‘경제 테크노크라트의 약진’이다. 김재익을 필두로 한 당시 엘리트 관료들은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서 나서진 못했지만, 국가와 최고지도자의 ‘일체화’가 조금씩 무너지던 시기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가서 우리 사회의 체질을 ‘민주적으로’ 바꿔왔다고 볼 수 있다. 군부 정권과 문민정부의 가교(架橋) 역할을 했던 노태우 정권은 어떨까?

김진표는 역대 의장들과 나눈 토론을 소개하며 노태우 대통령이 어떤 의회주의적 전범을 보여주었는지, 그가 어떤 협치의 자세로 ‘보통 사람들의 시대’를 받아들이며 ‘가장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한 보수정권’이 될 수 있었는지를 복기한다. 1990년대의 문민정부, 김영삼 정권기는 김진표가 금융실명제의 주역으로 우리 현대경제사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했던 시절이다. 그는 금융실명제의 여러 시대적 의의를 되짚으면서도, 과거 수십 년간 ‘한국식으로’ 압축성장을 해왔던 우리나라가 ‘세계와의 조우’ 과정에서 어떤 타격과 고통을 받았는지를 세세하게 기술한다. 지나치게 직감과 직관에 의존하면서 ‘정치의 정책화, 정책의 정치화’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김영삼이라는 최고지도자의 한계도 지적한다. 그에 이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김대중은 김진표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직접 곁에서 보좌했던 지도자다. 김진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지혜와 결단력을 통해 IMF 위기에 대응하였는지, 또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를 멈추지 않은 최고지도자였는지를 증언한다.

2002년 월드컵과 신용카드 대란의 공과(功過)를 차분하게 돌아본 뒤, 김진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던 참여정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진표는 노무현이라는 지도자의 다층적인 모습을 독자 앞에 복원하며 그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에게 얼마나 성실히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인물이었으며, 그가 얼마나 사심 없이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소명의식으로 가득찬 지도자였는가를 기술한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의 언론 정책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깊은 후회와 반성과 함께 자신이 더 욕을 먹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에 관해 강력히 간언했어야 한다고 털어놓는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이후 2008년부터 권력을 잡은 이명박 정권은 어땠을까? 김진표는 군인들의 집권이 끝난 뒤 걸출한 민주 인사들이 차례로 정권을 잡았지만, IMF 이후 우리 국민 대다수가 국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상실하게 됐던 측면을 먼저 지적한다.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도자들이 사회를 운영하는데도 오히려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정치와 일상의 괴리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이명박은 ‘경제대통령’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며 국민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계와 기업인의 창조적인 역동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과 재벌금융의 견고한 네트워크로 인한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그는 실용주의와 실리주의의 노선을 우리 사회에 효과적으로 관철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해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김진표는 최고지도자로서 박근혜가 보여준 정치적 실패를 우리 정당 시스템과 민주주의적 토양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민주화와 ‘초이노믹스’의 실패 또한 우리 사회가 계속 고민해야 할 화두다. 이어 자신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정부의 밑그림을 그렸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자성도 뼈아프게 전개된다. 이 시기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코로나19 대응에도 선제적인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김진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육과 교육, 부동산 문제, 그리고 한일관계 등에서 지나치게 경직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점에 대해 비판한다. 나와 적을 구분하는 팬덤 정치의 시작, ‘모 아니면 도’ 식의 양보 없는 대결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이다.

“초저출생의 비상한 시국, 우리에겐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


2024년 집권 3년 차를 맞이한 윤석열 정권에 관해서도 김진표는 매우 비판적이다. 김진표는 윤석열 정권에서 우리가 지난 반세기간 축적해둔 것들이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많은 거부권 행사하며 의회정치를 비토하고, ‘마이너스의 정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여야가 무려 17년 만에 합의에 도달했던 국민연금 개혁안을 좌초시켜버린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다. 김진표는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와 2023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과 불통을 지적하며 그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것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윤석열 정권을 향한 정치적·진영논리적인 공격이 아니다. 김진표는 합계출산율 0.72명의 시대에 저출생 대책이라는 장기과제의 토대를 탄탄하게 닦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받아든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한다. 그는 저출생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일관적인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필요한 보육, 교육, 주거는 나라가 책임지겠다고 헌법에 못 박는 개헌을 추진하여 제도적인 일관성을 보장해야 함을 역설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1961년부터 시작된 역대 열 정권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김진표는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을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죽음과 부패가 지배하는 공동체의 분위기를 일소한 뒤 국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의 발전을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을 이끌어내는 추진력, 훌륭한 테크노크라트를 알아본 후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권력의지, 일의 책임자가 반드시 현장을 찾아서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을 치열하게 챙기는 열정과 성실함,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참모들의 의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지도자의 존재, 의회를 존중하는 협치의 문화를 견지하면서도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국정 과제를 뚝심 있게 구현해나가는 돌파력, 특정인의 사익에 기울어지지 않으며 철저한 투명성을 전제로 한 실용주의, 공동체의 미래와 사람들의 삶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국가 재정 운용, 패거리를 짓지 않는 정당 문화와 이를 위한 철저한 인사 검증 시스템… 이것들이 우리가 되새겨야 할 소중한 지침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기적적인 한국의 그 도약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축적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 축적이란 이념이나 진영을 초월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난 50년은 나라의 기본을 다하도록 끊임없이 투쟁하고 노력하고 발전해온 시간이었다. 그 50년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김진표는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우리가 다시 한 번 과거를 차분하게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지난 1961년부터 윤석열 정권이 집권 3년 차를 맞이한 2024년까지,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고,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으며, 이제 다시 한 번 중대한 질문을 맞이했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것인가. 대한민국의 향후 50년과 100년, 그리고 앞으로 들어설 열 정권은 어떤 시간을 쌓아갈 것인가. 그 대답은 지금 이 순간, 이 나라가 과거에 무엇을 축적해왔는지를 깊이 성찰하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그것이 김진표가 자신의 회고록을 마무리하며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이다.
 

추천평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추월한 나라. 대한민국,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대한민국이 이제 선진국을 넘어 강대국의 지위에 오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하고, 국격에 걸맞은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가 과거처럼 강한 제국이 아님에도 국제 사회의 여러 이슈를 선점하고 해결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 역사적 전통을 지켜내려는 노력과 함께 나름의 국가적인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과거 발전의 역사와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올바르게 전승해야 할 때를 맞았다. 이 책에는 우리 현대경제사의 가장 큰 사건인 금융실명제의 실무 주역이었고, 관료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의 발전과 축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목격자이자 그 한복판의 실행자였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생생한 회고와 성찰이 가득 담겨 있다. 대한민국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책에 담긴 그의 제언에 반드시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한다.”
-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왜 이리 정치인들이 작아졌느냐?’ 이 책이 던진 여러 가지 물음 중 가장 깊이 와 닿았던 화두다. 16년간 1만 회가 넘는 정치 인터뷰를 한 앵커로서 평소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도 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정파적 이익, 공천 여부가 최고의 가치가 되어 협소한 정치를 하는 ‘작은’ 정치인들. 전부가 아니면 전무, 선 아니면 악, 내 편 아니면 모두가 적인 정치판. 그런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한쪽 편에 딱 서는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절반의 지지는 확보한다. 그럼에도 공직자의 본분을 잃지 않고 양측을 두루 살피며 어떻게든 협치를 위해 애쓰다 양측으로부터 욕을 먹는 정치인, 끝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정치는 그 길을 가는 것이라며 우직하게 걸었던 정치인의 존재는 소중하다. 그게 바로 김진표였다. 그는 무모한 사람이었을까, 정치의 경지를 넓힌 사람이었을까? 이 회고록 속에 담긴 고민과 열정과 인사이트를 보며 ‘바보 정치인’ 김진표의 그다음 걸음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우직한 그 걸음에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김현정 (CBS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자, 프로듀서)
“저자는 사회적 시장경제 정책으로 전후 독일을 일으켜 세운 아데나워 총리에 매료되어, 사법고시가 아닌 경제를 선택한 청년 법학도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준 ‘최고의 공무원’이라는 찬사를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아온 진정한 공무원이었다. 자신을 알아봐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선출직에 뛰어든 정치인이며, 5선 국회의원으로서 의회주의를 지켜내고자 고군분투했던 제21대 국회의장이다.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는 저자에게는 회고록이지만 독자에게는 현대사의 명암이 가감 없이 담긴 역사의 기록이다. 지나온 길을 성찰하며 대한민국이 축적해온 저력과 지혜를 공유하고, 현명하게 미래를 설계하자는 간곡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스스로의 인생을 “50년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쉼 없이 일할 수 있었던 행복한 삶”이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의 축적’ 속에는 그가 걸어온 일평생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으리라 확신한다. 공무원의 길 30년, 정치인의 길 20년을 걸으며 열 개의 정권을 온몸으로 겪어온 대한민국 지도자, 김진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길 바란다.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 문희상 (제20대 후반기 국회의장, 김대중정치학교 교장)
“김진표 제21대 국회의장과는 참여정부에서 국무위원으로 함께 일한 오랜 인연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에게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라는 중책을 거듭하여 맡길 정도로 깊이 신뢰했다. 우리 경제의 선진도약과 교육혁신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던 그의 모습은 공직사회에 널리 큰 영감을 주었고, 귀감이 되었다. 국회의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의회외교의 새 지평을 열었는데, 그 성과가 앞으로 우리 외교에서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진표 의장 공직 50년이 서사(敍事)된 이 회고록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응축된 힘과 저력을 느낀다.”
-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어느덧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출발이 어떠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러한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종종 잊곤 한다. 기업인으로서 경영 일선에서 일생을 보낸 나와 달리, 저자는 총 50년의 시간을 공공의 영역에서 복무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진정한 중도파이자, 판단과 행동의 원칙이 한결같았던 의회주의자인 그의 경험은 첨예한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지금 우리 사회를 위한 귀한 반석과도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가 갓 공직에 입문했던 박정희 정권부터 국회의장으로 일했던 윤석열 정권까지, 열 번의 정권 동안 정치와 경제를 이끌었던 이들이 무엇을 성취했고 또 무엇을 놓쳤는지를 성실하게 복기했다. 지난 60여 년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의 내일을 묻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토대가 어떻게 쌓아 올려졌는지 명확하게 되짚어야 한다. 다시 출발선이다. 이 책을 그 출발선에 선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 손경식 (CJ그룹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정희부터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윤석열까지. 대한민국을 각양각색으로 이끌어온 열 번의 정권기에 대해 그들의 공과를 살피며 깊은 통찰이 가능한 사람이 있을까? 열 개의 정권이 거쳐가는 동안 정치의 중심부에서, 때로는 정책의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국정을 목도하고 체화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일선 공무원부터 국무위원, 국회의원, 정당의 원내대표, 나아가 입법부 수장의 시각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조망하고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다. 축적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성공한 경험의 축적은 또 다른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다. 축적된 실패와 실수의 경험은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길잡이로 사용될 때 성공의 경험보다 더 유용한 쓰임을 지닐 수 있다. 열 번의 정권기에 축적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 각각의 이유와 그에 따른 영향, 이 모든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힌 책이다. 대한민국 백서라 해도 손색이 없을 거대한 기록을 완성한 김진표 의장께 경의를 표한다.”
- 정세균 (제20대 전반기 국회의장, 노무현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