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동양철학의 이해 (책소개)/1.동양철학사상

금병매 : “동 시대 소설 중 최고의 걸작”

동방박사님 2021. 12. 2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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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 시대 소설 중 최고의 걸작”

‘아큐정전(阿Q政傳)’의 저자 노신(魯迅)이 극찬한 금병매는 중국 송대의 혼탁한 사회상과 인간의 본능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낸 걸작소설로 그 문학적 가치가 높다. ‘삼국지’·‘수호전’·‘서유기’ 등과 함께 중국 4대 기서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금병매’는 여러 이설이 있으나, 명대 만력(1573∼1620) 중기, 즉 16세기 말엽에 흔흔자가 서문을 쓴 소소생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1933년 중국에서 ‘금병매사화’라는 제목의 판본이 발견되었는데, 거기에 ‘난릉 소소생 작 금병매전’이라는 글귀가 나왔던 것이다. 또 일설에는 왕세정이 찬하였다고도 하는 이 장편소설은 ‘수호전’에 나오는 서문경과 반금련의 불륜 관계를 소재로 하여 당시 명나라 사회에 만연하는 온갖 부패와 부정을 통렬하게 풍자·비판하고 있다. 흔히 ‘금병매’를 흥미 위주의 도색소설로 치부하는 경향이 없지도 않지만, 이는 이 작품이 지닌 사치적 배경을 간과한 결과이다. 그만큼 ‘금병매’는 문학적인 깊이와 함께 작품의 다양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발단은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의 호걸 무송이 경양강에서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데서부터 시작하여, 무송의 형수인 반금련과 천하의 호색한 서문경과의 밀통, 반금련의 남편 독살, 서문경의 온갖 비리와 악행, 그리고 무송의 복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전반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송의 담력과 용맹에 대해서는 ‘수호지’로 미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서문경과 반금련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갔음을 밝힌다. ‘금병매’는 무송의 담력과 용맹을 그리는 데 목적을 둔 무협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병매’라는 제목은 서문경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여자들 중 주요 인물인 반금련·이병아·방춘매의 이름에서 각각 1자씩 따 붙인 것이다. 중국 송대의 혼탁한 사회상과 인간 본능의 애증이 빚어내는 온갖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금병매’는 ‘아큐정전’의 저자 노신이 ‘동시대 소설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극찬할 만큼 그 문학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평역의 대본으로는 100회분 ‘금병매사구’를 바탕으로 삼았다.

목차

제1장 호남호색

기묘한 만남 11
걸려든 사냥감 16
위험한 장난 24
욕망의 끝 35
흔들리는 여심 46
무서운 음모 53
부패한 관원 65

제2장 유유상종

돌아온 무송 79
너구리와 여우 89
풀리지 않는 의문 93
또 한번의 변신 100
실패한 복수 106
친구의 아내 110

제3장 음남색녀

기방의 꽃 125
어이없는 피장파장 134
발동하는 춘심 145
급전직하 154
스물네 폭의 춘화 163
굴러온 보물상자 180

제4장 전변무상

여자들의 시샘 195
뜻밖의 흉보 204
꿈에 나타난 남편 213
운명의 만남 219
화려한 재기 240
치사한 앙갚음 255
살인명령 267
억울한 죽음 279

제5장 동병상련

여자의 운명 291
자살소동 298
다시도지는 고질병 306
파렴치한 바람둥이 315
희한한 복수 327
얽혀지는 삼각관계 340
덫에 걸린 사슴 354

제6장 유정무정

님을 찾아가는 길 377
허무한 이별 385
또 하나의 죽음 393
씨앗뿌리기 400
백사자의 비밀 410
자업자득 418

제7장 일장춘몽

두 스님 423
음녀의 최후 431
날개를 단 호색한 442
이상한 관기 453
천인공노 458
피할 수 없는 운명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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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기묘한 만남
중국 송나라 휘종 황제 때의 일이다. 휘종은 무능무략하여 간신들 을 총애했기 때문에 나라의 정사는 날로 어지러워지고 부패와 부정 이 만연하여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었다.
그 무렵 산동의 청하현에 성은 서문, 이름은 경이라는 천하의 한 호색한이 살고 있었다. 부호의 맏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학 문에는 도무지 뜻이 없고 노는 것만을 일로 삼았다.
노상 파락호의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니 약간의 권법과 봉술 도 몸에 익히게 되었고. 장기나 골패·마작 따위의 잡기는 누구에게 도 뒤지지 않을 만큼 능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특기는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호색과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부인이 넷이나 있었다. 정실인 오월랑을 비롯해서 이교아, 맹옥루, 손설아를 소실로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엽색 행각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기방의 기녀는 말할 것도 없고 창가의 창녀들, 심지어는 집안에 부리는 하녀들까지 그의 눈에 들었다 하면 기어이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다.
스무 살도 채 되기 전에 양친이 모두 세상을 떠나 적지 않은 유산 과 함께 아버지가 경영하던 약방을 물려받게 되었는데, 여느 바람둥이와는 달리 이재에는 남다른 재간이 있어 재산을 크게 늘려 나갔다.
부패한 사회일수록 돈이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돈이 많으니 고 위 관리들과의 교류도 잦아지고, 그에 따라 서문경의 위세는 갈수록 높아졌다. 20대 후반에 그는 이미 청하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대관인이라고 불렀다.
어느 화창한 봄날 오후였다. 그가 어깨를 잔뜩 뒤로 젖힌 채 오늘 은 뭐 좀 색다른 여자가 없나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일진돌풍이 일어나며 무언가 묵직한 것이 그의 두 건을 탁 쳐서 땅에 떨어뜨렸다.
“이크, 이게 뭐야?”
서문경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웬 젊은 여인이 장대를 가지고 창문 위에 걸린 발을 걷어 내리려다가 갑작스런 바람에 발의 한쪽자락이 기우뚱하면서 그의 두건을 친 것이었다.
“에그머니, 이를 어쩌나?”
여인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런 괘씸한… .”
화가 치민 서문경이 여인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큰소리로 꾸짖으려다 말고 갑자기 얼굴에 밝은 미소를 떠올리며,
“괜찮아요. 바람이 그렇게 한 건데 부인께서 미안해하실 건 없습니다. 오히려 발 아래로 걸어간 내가 잘못이죠. 허허… .”
서문경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농담까지 했다.
--- p.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