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한반도평화 연구 (책소개)/5.한국전쟁 6.25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2 : 나아갈 때와 물러설때

동방박사님 2022. 1. 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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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6.25전쟁의 산증인, 백선엽이 말하는
전쟁의 진정한 의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한반도 중심에서 발발한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야전 지휘관이자,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가 지난 2016년 여름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자, 그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반세기가 훨씬 지난 전장의 여파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듯했다. 그야말로 2016년판 ‘신(新) 징비록’인 셈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둘째 이야기,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제2권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가 나왔다.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시리즈는 2013년부터 [프리미엄 조선]에 연재했던 ‘백선엽의 6.25 징비록’을 총 세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6.25전쟁 당시 상황과 역사적 흐름을 생생하게 회고한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쟁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전투의 성패(成敗) 요인‘ 등 수없이 많은 전쟁의 의미들은 과연 2016년의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를 던질까. 저자는 바로 그 점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못했던 우리 군의 패착을 여실히 들춰봄으로써 사회라는 전쟁터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한다. 유성룡 선생의 ‘징비록(懲毖錄)’에서 표제를 따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제2권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는 대한민국 국방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큰 힘을 보탠 밴 플리트 장군을 집중 조명했다.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다부동 전투를 비롯해 국군 최초의 평양 진격 성과 등에 담긴 자세한 곡절을 소개한다. 역사가 상세히 기록하지 않았던 6.25전쟁 초기의 상활을 냉철하고 생생히 회고한다.

이어서 나올 3권에서는 우리 군대가 맞은 참패의 기록을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6.25전쟁은 분명 잊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과거이며 역사적 사건이다. 저자는 그러한 6.25전쟁을 이왕이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거듭 말한다. 우리의 실수와 한계점을 명료하게 기록하고 인정해 미래의 발전에 나서자는 것이다.

목차

제7장 아이스크림 장군 밴 플리트
한국 육사의 아버지 014
아들을 한국에 바친 미 사령관 020
눈물로 올린 거수경례 027
야포 400문 동원해 중공군 타격 034
“한국군 3군단 당장 해체” 041
미군의 가장 컸던 조바심 048
“캐딜락 한 대 또 날아간다” 055
한국 장교 미국에 첫 유학 062
빨치산에 들이댄 강력한 칼 069
게릴라 소탕의 전문가 076
한국군 현대화의 첫걸음 083
강력한 한국군 조련사 090
“중공군을 혼내줘라” 097
나를 참모총장에 추천한 사람 105
한국군을 일으켜 세우다 112
“아이젠하워에게 브리핑해라” 119
아이젠하워 앞에서의 브리핑 126
이승만 초대 거절했던 아이젠하워 133
리지웨이 vs 밴 플리트 140
‘벗을 위한 희생’을 강조한 사람 147
주한 미 대사직 제안 거절 154
생애 마지막에도 나눠 먹은 아이스크림 161

제8장 전쟁의 시작
38선을 김일성 군대가 넘을 때 170
술에 취했던 육군 지휘부 177
황급히 올라온 미군 선두 184
엉뚱했던 작전 명령서 191
시흥에서 마주친 맥아더 행렬 197
북한군에 혼쭐난 미군 204
미군 장성의 처절한 항전 211
수안보에 내려온 김일성 218
사상 첫 한미 연합작전 225

제9장 낙동강 전선
경북고교 2학년생 김윤환 234
북한군 정예 3개 사단이 덤벼왔다 241
북한군 총공세 시작에 대구 ‘흔들’ 248
화랑담배 연기처럼 사라져간 무명용사 255
전선의 또 다른 주역, 노무자 261
밤중에 사령부 덮친 북한군 269
밀항 희망자 모여든 부산 275
“당신들 뭐 하는 군대냐”, 미 8군의 질책 282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 289
북한군과의 첫 전차전 295
남몰래 흘린 눈물들 302

제10장 전우야 잘 자거라
다부동 전투 뒤의 내 ‘성적표’ 310
미군이 한국군을 철저히 체크한 이유 317
북진의 혈로를 뚫다 324
선두에 서고자 했던 경쟁 331
“평양 진격” 주장하다 흘린 눈물 338
“이제 평양으로 간다” 345
100여 일 만에 돌아온 서울 352
의심과 우려 속에 도착한 미군 전차 359

제11장 힘찬 반격의 길에 오르다
밤에 쉬는 미군 앞지르려 야간 행군 368
미군을 앞지르다 375
북한군 포로 앞세워 지뢰 제거 382
박수와 환호 속 평양 선착 389
까만색 저고리의 평양 기생 396

 

 

저자 소개

저자 : 백선엽
평안남도 강서군 덕흥리에서 1920년 11월 23일 태어났다. 대한민국이 1950년 북한 김일성 군대의 기습적인 남침을 맞아 벌인 6.25전쟁의 최고 명장으로 기록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일성 군대의 최정예 3개 사단에 맞서 대구와 부산을 지켜냄으로써 대한민국을 ‘바람 앞 등불’의 위기에서 건진 다부동 전투는 너무도 유명하다. 국군 최초의 평양 진격, 1.4후퇴 뒤 서울 탈환, 지리산 빨치산 토벌, 휴전 직전 ...
 

책 속으로

“그는 대한민국 국방의 현대화를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나는 재창설한 2군단장으로서, 그리고 지리산 일대의 빨치산 토벌 사령부의 총사령관으로서, 나아가 별 넷의 한국 최초 대장으로서, 또 육군참모총장으로서 대한민국 국방 초석 다지기에서 그가 보였던 활약을 늘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군복을 벗은 1960년, 그리고 그 이후 많은 과정을 거치면서도 나는 밴 플리트 장군을 잊지 않았다. 아니, 늘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며 인정스럽게 사람을 대하다가도 전쟁터에 서서는 추호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그리고 공산주의와 싸우던 대한민국을 위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앞에 나서던 그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 p.21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거수경례를 했다. “Sir,….” 밴 플리트 장군도 몸을 곧추세웠다. 그러나 기력이 아주 떨어져 보였다.…그는 왼손을 들어 올려 오른팔을 받치면서 간신히 거수경례를 했다. 희미한 표정이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이 반가움으로 빛나는 듯했다.…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나의 얼굴, 그리고 밴 플리트 장군의 얼굴은 벌써 눈물로 범벅을 이루고 말았다. 세월의 야속함에 흘리는 눈물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반가움으로 흘리는 눈물이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휠체어에 의지해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밴 플리트 장군은 그저 처연(悽然)하기만 했다. 말도 없이 우리는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 p.30

“미군은 모든 것을 주고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그런 점에서 너그러웠다. 모든 것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필요와 이해(利害)를 날카롭게 저울질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명분과 실정에 맞는 일이라면 자신의 권한을 양도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은 군대였다. 그들의 성향이야 여러 가지임에 분명하지만, 미군은 특히 합리성을 존중했다. 명분에 합당하다면 상대를 받아들이는 버릇이 있었다.” --- p.115

“오후의 시간도 답답하게 흘러갔다. 아이젠하워가 있던 동숭동 미 8군 사령부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대통령은 급기야 나를 바라보더니 손짓을 했다. “이리 와보게, 백총장.” 곁에 다가선 내게 대통령은 착잡한 표정으로 “자네가 한 번 다녀와보게”라고 말했다. 힘이 많이 빠진 대통령의 목소리였다.…나는 경무대에서 동숭동으로 향하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했다. 미국과의 협력은 아주 절실한 과제였다. 특히 한국군의 전력증강 사안에서 미군이 지닌 몫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젠하워 일행을 설득해 경무대에 오도록 해야 했다.” _ pp.133~135

“나는 오전 7시쯤 전화 소리를 들었다.…아주 당황한 목소리였다. “적이 공격해 왔다”는 말이 먼저 들렸다.…나는 개성에 적군이 진입했다는 그의 보고를 듣고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았다. 머리에 떠올리기조차도 싫었던 적의 전면 남침이라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우선 움직였다. 비록 교육생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끌던 1사단으로 급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전투복이 아닌 정복 차림에 신발은 군화가 아닌 일반 단화였다.” _ pp.177~178

“나는 사단 사령부를 나와 연대 전방 지휘소 등을 둘러보러 길을 떠날 때는 일부러 시신이 쌓여 있는 곳에 눈길을 두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참담한 그 광경을 보면서 괜히 투지(鬪志)가 꺾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미 그곳 일대는 무더운 8월의 날씨로 인해 주검이 부패하면서 번지는 냄새로 가득 차고 말았다. 전쟁은 여러 가지의 책략과 전기(戰技)를 필요로 한다. 싸움의 얼개를 다루면서 전체 흐름을 조정하며 적에 앞서 유리한 지형과 시간을 선점하는 전략적 안목, 병력과 화력을 제 때 동원해 공격과 방어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보내는 전술적 시야 등이 다 필요하다. 그러나 그때 낙동강 전선 서쪽, 대구 북방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는 그런 여러 가지 요소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적을 맞아 끝까지 싸우려는 굵고 강하며 꺾이지 않는 투지였다.“ --- p.257

“지금 우리는 대구와 부산만을 남긴 상태다. 이곳을 지키지 못해 대구를 내준다면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바다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여러분 모두 그동안 잘 싸워줘서 정말 고맙다. 그러나 한 번 더 힘을 내자. 저 밑 계곡에서 미군은 우리를 믿고 싸우는 중이다. 우리가 먼저 물러나면 저들은 곧장 철수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망한다. 내가 먼저 앞장을 설 테니 나를 따라와라. 그러다가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말을 마치고서 나는 대열을 가르면서 걸어 나가 앞장을 섰다. 권총을 빼들고 선두에 서서 물러났던 고지를 향해 뛰어나갔다. 얼마를 뛰다가 나는 뒤를 따라오던 부하들의 제지로 더 이상 앞장을 설 수 없었다. 누군가가 내 어깨와 허리를 잡더니 “이제 우리가 나아가겠습니다”라고 했다.“
--- p.21
 

출판사 리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시리즈는 저자가 전쟁을 잊은 현 세대들에게 전하는 일종의 메시지다. 6.25전쟁 최고의 야전 지휘관으로 활약했던 그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우리 싸움 기질의 성찰’이다. 아울러 그로부터 뻗어 나가는 ‘전쟁 철학’의 깊고 넓은 시야다. 전쟁에서는 누가 이기고 누가 질까를 깊이 헤아리는 안목이다. 오래전에 다뤄야 했지만, 아무도 꺼내들지 않았던 얘기다.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 제2권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는 저자의 실제 경험을 통해 기존의 6.25전쟁 회고록들보다 한층 더 구체적인 전쟁 상황을 다룬다. 특히 책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밴 플리트 장군은 이 기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저자와의 특별한 인연을 지닌 그는, 한국 군대의 현대화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워 ‘한국 육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6.25전쟁 발발 불과 1년 전 중국에서의 참패 때문이었을까. 미군은 6.25전쟁 중 한국군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유독 까다로운 태도를 취했다. 때문에 한국군 지휘관들은 늘 미군의 냉정하고도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저자는 그 역시 우리가 해쳐 나가야 할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이었다고 회고한다.

아이스크림을 유독 좋아했으며, 샌드위치와 과일 등의 요깃거리를 넉넉하게 들고 다니면서 주변인들과 나눠 먹기 좋아했던 ‘아이스크림 장군’ 밴 플리트는 전세가 불리해질 때마다 한국군의 편에서 많은 도움을 줬던 인물이다. 특히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새 노쇠해져버린 저자와 밴 플리트 장군이 재회하는 장면에 대한 기술은 두 사람 사이를 흐른 무심한 세월까지 온전히 담아내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게 한 전쟁

1950년 6월 24일. 전쟁 발발을 단 하루 앞두고 있던 그날에 대한 기록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당시 전선에 선 북한군들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정보국 역시 그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을 제대로 이해하는 지휘관이 없었던 한국 군대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적을 얕보고 전쟁의 징조를 중대히 여기지 않은 것이다.

모든 것이 미비했던 전쟁의 시작점에서, 저자는 전투복과 군화가 아닌 정복과 일반 단화 차림으로 지프를 잡아타고 육군본부로 향했다. 이후 전개된 전쟁의 흐름에는 수많은 낙동강 전선의 혈투가 산적했고, 경쟁하듯 치열하게 나아갔던 야간 행군으로 이뤄낸 평양 진격이 있었다. 책에는 그 모든 기록이 빠짐없이 담겼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우리의 현 시점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삶이 곧 싸움이라면 우리는 지금 잘 싸우고 있을까. 앞으로 우리는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미래를 대비하고 과거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전쟁을 제대로 기록하고 되새기고 있는가.’ 이 모든 기록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우리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