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과학의 이해 (책소개)/4.자연과학

카오스 (제임스 클라크)

동방박사님 2022. 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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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 세계인에게 ‘나비 효과’를 각인시킨 『카오스』20주년 기념판 완역
과학계의 환원주의에 대한 반격 그리고 과학을 ‘지상으로 끌어내린 과학혁명’


카오스를 한마디로 하면, 바로 ‘무질서 속의 질서’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발견하는 질서 속에서 혼돈이 있으며, 혼돈 속에도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대류나 진자의 운동, 난류에는 거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여겨 더 이상 연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오스 연구자들은 이렇듯 가장 단순한 진자의 운동이나 대류의 굴림 운동에도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무질서가 존재함을 발견한다. 이른바 선형성에 한정된 과학으로는 설명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현상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무질서 속의 질서, 예측 불가능성, 비선형 과학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들이 바로 이들에 의해서 고안된 나비 효과나 프랙탈, 이상한 끌개, 분기와 같은 개념들이다.

카오스 혁명을 이끌었던 사람들은 과학의 변방에서 나왔다. 토머스 쿤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이들은 정상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단순히 기존 과학의 문제만 풀이하던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책에는 이렇듯 과학계의 변방에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상적 씨앗을 뿌렸으며, 기성 과학에서는 어떻게 반응을 보였는지 또 어떻게 과학계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켰는지를 극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카오스 이론은 등장한 이래로 수없이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대중들의 상투어가 되어버린 카오스 이론의 핵심 개념들을 가장 명쾌하고 대중적으로 소개한다.

한국에서도 수십만 부가 팔린 이 책의 기존 한국어 번역본에 대한 아쉬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카오스 과학이 출현하기까지 과학의 전반적 역사, 카오스 연구자들의 삶과 과학을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린 이 책의 맛을 살려내는 데 여러 가지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니 글의 맛은 둘째 치고 부정확하고 일관성 없는 용어 번역, 원문 누락, 오역 등으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20여 년간 카오스를 연구한 카오스 전공자의 꼼꼼한 감수, 지은이의 유려하고 흥미진진한 문체를 살린 번역으로 독자들이 한층 더 편안하게 카오스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목차

20주년 기념판 서문 / 프롤로그

제1장 나비 효과
에드워드 로렌츠와 날씨 모델|컴퓨터 이상?|장기 예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무작위성으로 가장한 질서를 다|비선형성의 세계|“우리가 완전히 잘못 알았습니다.”

제2장 혁명
혁명은 보는 방식을 바꾼다|진자시계, 스페이스 볼, 그네|스메일의 편자|목성의 거대 붉은 반점의 미스터리가 풀리다

제3장 생명체의 번성과 감소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모델링하다|자연의 본질은 비선형적이다|갈퀴 분기|소련 과학자와의 만남|카오스로 만든 영화와 구세주적 논문

제4장 자연의 기하학
면화가격의 변동|피난민 망델브로|전송 오류와 들쭉날쭉한 해안선|새로운 차원|프랙탈 기하학의 기괴함|지진과 지표면에서의 프랙탈|구름에서 혈관까지|이론가와 박물학자|‘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본다.’

제5장 이상한 끌개
하느님께 묻고 싶다|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회전하는 실린더 사이의 흐름|난류에 대한 다비드 뤼엘의 생각|위상공간 안의 고리|뢰슬러의 소시지|천문학자의 사상|은하계의 카오스

제6장 보편성
로스앨러모스에서의 새로운 시작|재규격화군 이론|색의 비밀을 풀다|수치실험의 등장|파이겐바움의 돌파구|보편성 이론|논문게재 거절 편지|코모 회의|구름과 그림

제7장 실험물리학자
작은 상자 속의 헬륨|‘단단한 것의 부드러운 피어오름’|자연에서의 흐름과 형태|리브샤베르의 자연을 훔쳐보다|실험과 이론이 만나다|1차원에서 다차원으로

제8장 카오스의 형상들
복소평면|뉴턴법의 놀라움|망델브로 집합: 싹과 덩굴|예술과 상업과 과학이 만나다|프랙탈 유역 경계|카오스 게임

제9장 동역학계 집단
산타크루스와 1960년대|아날로그 컴퓨터|이것이 과학입니까?|과학계의 아웃사이더들|예측 불가능성을 측정하다|정보이론|미시 축척에서 거시 축척까지|수도꼭지의 물방울|반역자에서 물리학자로|한 시대가 저물다

제10장 내적 리듬
모델에 대한 오해|복잡한 신체|동역학적 심장|생체시계의 재조정|치명적인 부정맥|병아리의 심장조직과 비정상적 박동|건강함으로서의 카오스

제11장 카오스와 그 너머
새로운 신념, 새로운 정의|열역학 제2법칙과 눈송이 퍼즐, 그리고 신의 주사위 놀이|기회와 필연성

출전과 더 읽을거리 / 감사의 글 / 감수자 후기 / 참고문헌 / 찾아보

저자 소개 

저 : 제임스 글릭 (James Gleick)
 
저술가이자 기자이며 에세이 작가이다. 1954년에 태어나 하버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0년 동안 「더 뉴욕 타임스」에서 편집자와 기자로 지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과학과 기술을 주제로 기고문과 책을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치밀하게 조사·연구하여 신선한 시각으로 종합하고 의미 깊은 내용을 특유의 어법으로 정확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는 솜씨로 정평이 난 작가다. 1989년에서 1990...

역 : 박래선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뒤르켐에 나타난 사회학의 역설」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에이도스 출판사 대표이다. 옮긴 책으로는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 『인포메이션』 등이 있다.

감수 :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예술을 사랑하고 미술관을 즐겨 찾는 ‘다정한 물리학자’.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도쿄대학교와 인스부르크대학교 방문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로 양자과학, 정보물리를 연구하며 70여 편의 SCI 논문을 게재했다. tvN [알쓸신잡 시즌 3], [금요일 금요일 밤에] 등에 출연했고,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에 연재를 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책 속으로

지금은 카오스에 대해 한두 번 정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93년 상영된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로라 던 역을 맡은 배우는 이렇게 말한다. “난 아직도 카오스가 잘 이해되지 않아.” 그러자 자칭 카오스 전문가라 밝힌 제프 골드블룸 역을 맡은 배우는 이렇게 말한다. “카오스는 복잡한 계에서 단순히 예측 불가능성을 다룰 뿐이야. (……) 나비 한 마리가
북경에서 날갯짓을 한 번 하면, 뉴욕 센트럴파크에 화창한 날씨가 아니라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얘기지.” 그때부터 나비 효과는 대중문화에서 상투어가 되었다. 적어도 두 편의 영화와 『바틀렛의 인용문Bartlett’s Quotations』 등재, 뮤직비디오 및 수천 개의 웹사이트와 블로그에서 회자되는 계기가 되었다.

카오스의 여러 측면―대체로 다른 측면―들은 한편으로는 현대 경영이론가들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초현실주의 문학이론가들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이들 양 진영은 “질서정연한 무질서”와 같은 구절을 사용했는데, 특히 논문 제목으로 인기가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강렬한 문학적 인물들은 ‘이상한 끌개’처럼 보였다. 금융시장의 차트 패턴들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조각가들은 물론 화가들도 프랙탈 기하학의 용어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 카오스가 의기양양하게 부상하던 초기 시절 과학자들은 카오스를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뒤이어 자연과학계에 일어난 20세기의 세 번째 혁명이라고 묘사했다. 지금 분명해진 사실은 카오스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으로부터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하나의 물리학이 있을 뿐이다. (20주년 기념판 서문 중에서)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발견사의 사례처럼 로렌츠의 발견은 우연이었다. 물론 로렌츠는 ‘유레카’라고 소리칠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 이런 뜻밖의 발견은 자신이 계속 탐구해왔던 것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는 모든 유체의 흐름에서 나비 효과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밝힘으로써 자신이 발견한 것의 결과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만일 로렌츠가 예측 가능성을 순수한 무작위성으로 전환시키는 나비 효과를 발견하는 것에 그쳤다면, 그저 골치 아픈 문제를 하나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로렌츠는 자신의 날씨 모형 안에 들어 있는 무작위성 너머를 보았다. 정교한 기하학적 구조를 보았으며, 무작위성으로 가장한 질서를 보았던 것이다. 기상학자의 옷을 입고 있는 수학자였던 그는 이제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순수하게 기상학적인 논문을 썼지만 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날씨 얘기를 서론에 담은 순수수학 논문도 썼다. 결국 그런 서론도 완전히 사라졌다. (제 1장 나비효과 중에서 49쪽)

구름은 구가 아니다. 망델브로가 좋아했던 말이다. 산은 원뿔이 아니고, 번개는 직선으로 내리치지 않는다. 새로운 기하학이 반영하는 우주는 둥근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것, 매끄러운 것이 아니라 꺼칠꺼칠한 것이다. 구멍이 많고, 움푹 파이고, 잘리고, 꼬이고, 서로 엉켜 있는 것의 기하학이다. 자연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잡성이 그저 무작위적이거나 우발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의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이를테면 번개의 경로에서 흥미로운 특성은 방향이 아니라 지그재그의 분포라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망델브로는 이 세계에서 이러한 기이한 모양들이 의미를 갖는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파인 자국과 뒤엉켜 있는 모양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전형적인 모양이 일그러진 흠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런 모양이 종종 사물의 본질에 이르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해안선의 본질은 뭘까? 망델브로는 자신의 사고방식의 전환점이 된 한 논문에서 이렇게 물었다. “영국 해안선의 길이는 얼마인가?”(제 4장 자연의 기하학 중에서 146쪽)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