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만다라 (김성동 장편소설)

동방박사님 2022. 2. 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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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한민국 스토리DNA 두 번째 책
20대 젊은 날, ‘나’의 길을 고민한다

한국 불교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 김성동의 『만다라』는 저자가 20대 젊은 날에 겪은 삶에 대한 번민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잿빛 노트’이면서, 당시 산업화의 병폐가 나타나고 있던 한국사회와 속세의 가치를 탐했던 불교에 대한 직관적인 비판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종교적인 내용들을 모른다고 해서 작품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만다라』는 불교라는 상자 안에 인생의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모색해 보려는 시도이며 맹목적으로 불교의 교리가 주입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다라』는 작품에 사용된 불교용어들을 접어두고 읽더라도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때문에 『만다라』는 2015년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힐링’ 이상으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저 : 김성동 (KIM, SUNG-DONG,金聖東, 호:시은(市隱))
 
194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내림줄기 있는 유가에서 어렸을 때부터 유학자인 할아버지한테 한학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해방 바로 뒤 뒤죽박죽과 한국전쟁 소용돌이 속에 ‘아버지’와 ‘집’을 빼앗긴 채 유소년기를 줄곧 난리와 이데올로기가 남긴 깊은 흉터 속에서 헤매다가, 1965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스스로 그만두고 입산하여 지효(智曉) 대선사 상좌(上佐)가 되었다. 1975년 <주간종교> 종교소설 현상 공모...
책 속으로
“여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넓어지는 병이 있다. 조그만 새 한 마리를 집어넣고 키웠지. 이제 그만 새를 꺼내야겠는데 그동안 커서 나오질 않는구먼…… 병을 깨뜨리지 않고는 도저히 꺼낼 재간이 없어. 그러나 병을 깨선 안 돼. 새를 다치게 해서두 물론 안 되구. 자, 어떻게 하면 새를 꺼낼 수 있을까?” --- p.40

“인연이란, 특히 남녀간의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거더군. 딱 한 번 눈길이 마주쳤을 뿐인데도 그 여자의 모습은 내 가슴 깊은 곳에 지울 수 없는 지문으로 자리 잡아 버리는 거였으니…… 그 한 번의 눈길이 날 이렇듯 허무와 절망의 심연으로 추락시켜 버리게 될 줄이야…… 아아 관세음보살…….” --- p.54

사람들은 좀 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그리고 비정하게 자기를 까뒤집어 놓은 후에야 비로소 자기라는 것의 그림자라도 잡게 되는 것이겠기 때문에. 철저하게 자기를 까뒤집어 놓고 그 알몸이 주는 외로움과 허무를 초극(超克)하기 위하여 혼신으로 몸부림치는 지산이야말로 어쩌면 진짜 구도자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 p.73

“천만에. 깊은 슬픔을 느낄 뿐이지. 인간은 누구에게나 그 얼굴과 능력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고 했어. 그것을 버리고 다른 모습을 하고자 하면 사람은 항상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이야. 석가의 진리는 간단하고 명료해. 예수도 마찬가지고. 그러나 진리, 그 자체가 된다는 건 힘든 얘기지. 분수를 모르고 달려든다는 건 비극이야. 그나마의 가치도 떨어뜨리게 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방황하게 되는 거지. 죽지도 못하고 살 수도 없고…… 회색은 언제나 슬픈 법이지…… 마치 우리들이 입고 있는 승복의 색깔처럼 말이지……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고…… 회색처럼 절망적인 색깔이 또 있을까…….” --- p.95

육체의 욕망에 초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목석이지 인간이 아니며, 인간이 아닌 목석이 성불했다고 한들 위대할 것도 존경스러울 것도 없으리라. 똑같은 조건을 가진 인간으로서 그 조건을 싸워 극복함으로써 그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인이 되었을 때, 진실로 위대할 수 있는 것이리라. 나는 스물세 살이었다. --- p.122

“염치없는 짓이야. 이 낯짝을 가지고 뭐 부처가 돼보겠다구? 흐흐. 이 말라비틀어진 낯짝, 이 소주에 절어 장아찌가 된 낯짝, 이 여자가 그리워 벌겋게 충혈된 눈깔, 이 야비하고 비루한 똥개 같은 낯짝으로 무슨 부처를 이루겠다고…… 흐흐. 귀퉁배기 맞을 짓이야.” --- p.198

어지러워라. 하늘이, 땅이, 술병이, 내가 빙빙 돌아간다. 소주. 소주 주시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색깔. 일점 티끌도 없는 완벽한 순수. 순수를 마신다. 이 고독한 순수의 액체를 마시며 나는 왜 우는가. 목이 찢어져라 무논에서 개구리가 울더니, 욕정처럼 끈끈한 비가 내리고…… 아아 인간이 그리워. 어머니. 어머니. 그날 밤 당신의 자궁은 아팠습니까. 참혹하다. 산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술을 마시고 여자의 깊은 살에 내 거친 살을 비벼 넣어 봐도 조금도 즐겁지가 않아요. 어지러워라. 눕고 싶어라. 방. 나 혼자 배고픔을 극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공간, 나 혼자 고독할 수 있고 나 혼자 절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내 몸에 꼭 맞는 공간은 어디에 있는가. 목탁 소리가 들린다. 종소리도 들린다. 내 마음 울려 주네. 황색 대가사(大袈裟). 오줌이 마려워요. 어머니. --- p.260~261--- p.

혼자 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내가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면 그 흔들림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으며, 사람들이 내게 사랑을 베풀어 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줘야 한다는 것. 확인.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결국 확인인가. 나는 지금 분명히 살아 숨 쉬고 있지만, 그러나 최선의 삶이 아니라는 확인.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 알 수 없다는 확인. 아니다. 분명히 알고 있지만 실행할 용기가 없다는 확인. 두려움의 확인. 두려움은 회의를 낳고 회의는 방황을 낳고 방황은 절망을 낳고 절망은 허무를 낳고…… 그리하여 남자와 여자는 이층을 하는가. 살에 살을 비벼 넣음으로써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밤마다 이층을 하는가.
--- p.333
 

출판사 리뷰

대한민국 스토리DNA 두 번째 책

- 20대 젊은 날, ‘나’의 길을 고민한다
한국 불교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 김성동의 『만다라』는 저자가 20대 젊은 날에 겪은 삶에 대한 번민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잿빛 노트’이면서, 당시 산업화의 병폐가 나타나고 있던 한국사회와 속세의 가치를 탐했던 불교에 대한 직관적인 비판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종교적인 내용들을 모른다고 해서 작품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만다라』는 불교라는 상자 안에 인생의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모색해 보려는 시도이며 맹목적으로 불교의 교리가 주입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다라』는 작품에 사용된 불교용어들을 접어두고 읽더라도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때문에 『만다라』는 2015년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힐링’ 이상으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 깨달음을 얻는 자, 그대가 곧 부처다
이야기는 역마처럼 떠돌다 벽운사에 짐을 푼 출가 6년차의 젊은 수도승 법운(法雲)과 그곳에 머무르던 파계승 지산(知山)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운명이었을지 우연이었을지 모를 두 비구승의 만남. 그러나 지산의 괴팍한 행동들은 법운을 비롯한 벽운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지산의 행동들도 재미있지만 법운의 출가 배경도 상당한 흥미를 끈다. 본래 그의 아버지는 어지러운 시절 좌익 정당의 간부를 지낸 마르크시스트였으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괴리를 깨닫고 평범한 서생으로 돌아와 자족하며 지냈다. 그러나 그것도 좌익 전력이랍시고 경찰에 끌려간 뒤 한국전쟁이 터져 다른 좌익들과 함께 처형당하고 만다. 어머니까지 집을 나간 후 종조모 댁에 기거하던 법운은 별당에 머물던 지암(智巖) 스님을 만나게 된다. 지암에게 “인간은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은 그는 이것에 인생을 걸어 보기로 하고 출가를 결심한다.

- 현실적 욕망과 종교적 가치사이의 번뇌를 그리다
소설 속에는 종교적 수행, 가치와 상반되는 욕망 덩어리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육체, 재물, 혈연, 사회, 불교 교단에 얽힌 욕망들 사이에서 주인공 법운은 갈등한다. 그중에서도 육욕과 자신의 피붙이에 대한 욕망을 떨치지 못해 결국 구도자의 길에서 방황하게 되는 법운. 세속과 종교적 자유 사이에서 번민하는 지산. 이 둘의 결말이 비극일지 희극일지? 세속적 고민 속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두 비구승이 걸어가는 길과 그 최후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독자마다 각양각색이 아닐는지.

- 불확실성 시대에 답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들이 읽어야 할 소설
세상사가 어지러운 것은 『만다라』가 처음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사람들은 어딘가에 의지하려하고 그것들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수렴되기 쉽다. 작품에서도 지산은 육체의 욕망에 이끌려 초심을 망가뜨린 채 파계승이 되는데, 이 행동 또한 자신의 내면이 어지럽기 때문에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수도승 본연의 길을 저버리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의지할 것이라곤 술밖에 남지 않은 파계승의 삶에 우리 현대인의 삶도 투영돼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지산은 어지러운 세상살이에 대한 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만다라』는 나를 망치는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좀 더 풍성하게 채워 줄 소설이다.

- 『만다라』의 생명력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김성동의 『만다라』는 1979년 한국문학사에서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심설당, 삼성출판사, 푸른숲, 깊은강, 청년사를 거쳐 마침내 새움에서 ‘대한민국 스토리DNA’로 거듭나게 됐다. 작품의 초판본이 나온 지 햇수로 36년이 지났지만 여러 출판사를 거쳐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힘을 가늠해 볼 수 있다. 1981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고 같은 해 각종 영화상을 독식했다. 1992년 프랑스어 번역을 시작으로 영어, 독일어, 불가리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만다라』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며 독자에게 읽힐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며 『만다라』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오래되고 낡은 작품이기보다 새로운 울림을 주는 신선한 작품으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