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문학의 이해 (책소개)/3.한국문학

관촌수필 (이문구 : 연작소설집)

동방박사님 2022. 2. 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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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관촌수필, 단 하나의 정본(定本) 출간

문지클래식의 포문을 여는 책은 이문구의 『관촌수필』이다. 이 책은 1972년부터 6년에 걸쳐 씌어진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어낸 연작소설집으로, 현재 충남 보령에 속하는 대천의 갈머리 마을[관촌冠村]에서 태어난 저자가 일제 강점기 말엽부터 시월 유신과 새마을 운동이 일어난 1970년대에 이르는 30여 년 동안 고향에서의 일을 풍부한 토속어를 활용해 서술하고 있다. 1화 「일락서산」부터 5화 「공산토월」까지는 ‘나’의 가족과 친구·지인이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관촌 마을에 대한 추억담이라 할 수 있다. 6화 「관산추정」은 유년 시절의 고향 친구를 만난 이야기이며, 7?8화는 귀향의 경험담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전쟁 때 사상 문제로 아버지와 형 둘을 잃고 소년 가장이 되어 고향을 떠났던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산업화, 도시화가 몰고 온 부정적 양상들에 치열한 비판을 가하면서 전통적인 삶의 미덕을 새로이 일구어냄으로써 한국 소설의 계보에 이문구라는 이름을 새기고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확보해냈다.

문지클래식 『관촌수필』은 소설가이자 문학 연구가, 숙대 특임교수인 최시한 선생이 지금까지 나온 판본들을 모두 대조하고 면밀한 사실 확인을 거쳐 집대성한 ‘정본(定本)’이다. 책 말미에 수록된 해설과 「관촌수필의 정본 및 어휘 풀이 작업」에서 1977년 초판 출간 이후 되풀이해 이야기되어온 논점들을 정리하여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또한 여러 계층 어휘의 풍부한 사용, 충청도 토속어를 살려 쓴 세밀한 생활 묘사처럼 ‘걸쭉한 입담’이 두드러지는 작가 특유의 문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어휘 풀이」를 책 뒤쪽에 추가하였으니 참고 바란다.

목차

일락서산(日落西山)

화무십일(花無十日)
행운유수(行雲流水)
녹수청산(綠水靑山)
공산토월(空山吐月)
관산추정(關山芻丁)
여요주서(與謠註序)
월곡후야(月谷後夜)

작가의 말
해설 / 민중의 초상으로 가득 찬 벽화_ 최시한

『관촌수필』의 정본 및 어휘 풀이 작업
『관촌수필』 어휘 풀이

저자 소개 

저 : 이문구 (LEE,MUN-KU,李文求, 호:명천)
 
고향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음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불안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글들을 써온 이문구 씨는 농민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소설가다. 오늘 날에는 보령으로 바뀐 충남 대천의 관촌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으며,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형들을 잃고, 이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15세 때 가장이 되었다. 1959년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막노동과 행상으로 생계를 유...
책 속으로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하고 때로는 서글퍼하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가는 크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 왜 안 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관촌 부락을 방문할 때마다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관산추정」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대가 원하는 한국 현대소설 시리즈 [문지클래식]이 자랑스러운 여섯 권의 작품집으로 첫발을 떼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 작품’들로 구성된 [문지클래식]은 ‘고전classic’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동시에 현 세대가 읽고도 그 깊이와 모던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한 시리즈이다. 한국전쟁 이후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글로써 치열하게 살아내며, 한편으로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인류사적 과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그려낸 한국 문학사의 문제작들이 한데 모였다. 의미적 측면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폭넓은 독자들에게 깊이 사랑받으며 지금까지 중쇄를 거듭해온 문학과지성사의 수작들이다. 1차분 도서로 선정된 이 여섯 권의 소설은 엄격한 정본 작업과 개정을 거쳐 세련된 장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20여 년간 간행되어온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도서 중 일부를 포함, 그간 우리 문학 토양을 단단하고 풍요롭게 다져온 작품들로 앞으로 더욱 충만해질 [문지클래식]은, 각 작품들의 현대적 가치를 새롭게 새기고 젊은 독자들과 시간의 벽을 넘어 소통해낼 준비를 마쳤다.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언어의 샘을 마련할 [문지클래식]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추천평

『관촌수필』이 오늘의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잃은 그 전(傳)을 기본 형태로, 또 그 대상 인물을 드러내고 알리려는 자세로 글쓰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 이문구는 전이 소멸해가는 시대의 ‘전 작가’이다. 그는 “소설이니 문학이니를 떠나”라는 말을 했는데, 거기에는 근대화를 곧 서구화로 알고 서구적 근대소설만을 소설의 주류로 여겨온 문학사적 흐름에 대한 비판, 그 속에서 전 읽는 법을 잊은 우리 자신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 최시한(소설가·숙명여대 교수)